어느덧 2020년도 시간의 흐름 저 편으로 넘어갔다.


기나긴 인류의 역사에서 보면 어느 한 해인들 격동 없이 잠잠하게 지나간 때가 있었으랴만, 2020년 한 해를 둘러보면 전인류에게 유난히 힘든 시기였음에 틀림없을 듯하다. 어느 날 소리 없이 번지기 시작한 괴질 하나가 이토록 짧은 시간에 드넓은 지역으로 빠르게 번져 나가고, 사람들의 존재 방식들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줄 그 누가 쉽게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바이러스는 사람들의 삶을 극적으로 뒤바꿔 놓았으니, 이름하여 언택트 사회의 도래다. 어느 순간 재택근무가 일상화되었고, 똑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해야만 성립 가능한 활동이나 비즈니스는 극적으로 축소된 반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활동들은 비약적으로 확대되었다.


똑같은 시공간을 공유하는 기반 위에서 이뤄지던 수많은 활동들이 랜선으로 연결된 가상의 공간으로 전환되었다. 학교 수업은 물론, 종교 활동, 취미 생활, 운동 까지도 학교나 교회나 운동장이 아니라 랜선으로 연결된 동영상 앞에서 이뤄졌다. 사람들이 모이는 게 필수불가결한 수많은 활동들이 강력하게 억제되었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은 물론, 대규모 관중이나 관객을 필요로 하는 각종 문화공연이나 스포츠 활동들이 극도로 제약되었고, 수많은 종류의 '모임 비즈니스'는 한 마디로 폭망했다. 좌우지간 모이면 위험하고 흩어져야 안전했다! 먼지 때문에 가끔씩 쓰던 마스크가 생존에 필수적인 아이템으로 졸지에 격상되었다.


갑작스레 시작된 언택트 시대에도 사람들은 발빠르게 적응하기 시작했다. 이미 여러 해 전부터 무서운 속도로 이용자를 끌어모으던 유튜브 플랫폼은 코로나의 확산 덕분에 비약적으로 팽창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는 물론, 필라테스 강사, 그림 선생님, 음악 선생님, 심지어 과외를 하는 대학생들까지도 유튜브로 모여들었다. 순식간에 직업을 잃어버린 관광 가이드까지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기에 이르렀다.


엘빈 토플러가 『부의 미래』에서 '유달리 느린 속도로' 변화한다고 꼬집은 학교조차도 유튜브에 의지하는 마당인데, 독서 활동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많은 작가, 수필가, 시인들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고, 평범한 일반 독자들도 블로그 활동에서 벗어나 동영상을 만들어 채널에 올리기 시작했다. 인터넷 서점인 알라딘도 예외가 아니었다.


나도 어느 날 갑자기 유튜브 채널을 만들기 시작했다. 시작할 무렵만 하더라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출현하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때였다. 채널을 만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바이러스가 창월하기 시작했고, 언택트 시대를 맞아 유튜브 이용자들은 급속도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물론 나 같은 초보 유튜버는 그런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할 아무런 비전도, 능력도, 기반도 없었다. 그저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바라볼 뿐이었다.


맨 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어떻게든 책 소개 동영상을 꾸역꾸역 만들어 올려봤다. 꽤 오랫동안 설비투자는 거의 없었다. 5년 전부터 쓰던 컴퓨터도 그대로였고, 녹음장비라고는 친구 녀석이 쓰던 1만 원짜리 핀 마이크가 주무기(!) 였다. 동영상 녹화 프로그램과 영상 편집 프로그램은 '공짜' 아니면 최대한 저렴한 걸로 '1년 이용권'을 샀다. 장차 유튜브 활동을 얼마나 오래 할 지도 몰랐고, 언제 그만둘 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시중엔 그런 말이 떠돌았다.


"유튜브를 시작하는 사람이 100명이면, 그만두는 사람은 150명이다."


영상을 만들고 편집하는 데 조금씩 재미를 붙였지만, 영상 제작과 편집에는 생각보다 엄청난 시간이 소모되었다. 알라딘에 글을 쓰는 것과는 비교조차 하기 힘들었다. 영상 제작을 위해 별도로 대본을 쓰는 작업이 전체 작업 과정의 1할 정도이니 영상 제작은 똑같은 분량의 글쓰기에 비해 열 배나 힘든 작업이었다.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알라딘에서는 글을 하나 올리더라도 적당한 피드백만 있으면 그걸로 사실상(!) 끝이다. 꾸준한 조회수와 좋아요와 댓글은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나 유튜브 영상 올리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


동영상을 하나 올리면 그때부터 조회수, 좋아요, 구독, 댓글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잔뜩 기대했던 동영상인데도 조회수가 부진하면 허탈감이 엄습한다. 사나흘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구독자가 1도 늘어나지 않을 땐 심각한 좌절감이 밀려든다. 세상에! +1이 그토록 어마어마한 숫자인지도 예전엔 미처 몰랐고, -1이 그토록 아픔을 주는 숫자인지도 처음 알았다. 누구나 다 겪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그 아픔을 헤아리기 쉽지 않다.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는 사이에 어느새 1년이 흘렀고, 이제야 겨우 '광고수익'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비록 올린 영상의 갯수도 터무니없이 부족하고, 구독자수 / 채널 조회수 / 시청시간 등등이 두루 부족하지만, 유튜브를 시작한 보람을 조금이나마 느낀다.


유튜브 책소개 영상 만들기에 몰두하다 보니 당연히 알라딘에 글쓰는 일은 뒷전이다. 여러 해 동안 받아왔던 <서재의 달인> 엠블럼조차도 이젠 관심밖이 되었다. 이제는 알라딘 대신 유튜브에서 이런 메일을 보내온다. 알라딘에서 꽤나 오랫동안 접해왔던 익숙한 스타일과 닮아 있어서 깜짝 놀랐다!


북트래블 Book travel님을 위한 2020년 결산








유튜브로부터 뜻밖의 이메일을 받은 날짜는 12월 12일이었다. 사실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잘것 없는 성과다. 그런데 뜻밖의 반전이 일어났으니 하필 이 무렵에 올린 영상 하나가 부웅~~ 떴다. 영상 하나가 3주 만에 61,676조회수에 시청시간 1.2만을 기록한 것이다. 이 맛에 유튜브를 하나 보다...






그 덕분에 구독자수도 2,719명까지 급증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tbZg9t1yZ2THcPuf3SinHg



지난 1년 동안의 조회수도 부쩍 늘어났다...





내 동영상을 시청하는 지역도 차츰 넓어지고 있다!




가장 고무적인 건 아무래도 '광고수입'이 아닐까 싶다!

하루에도 몇 권의 책을 구입할 만큼 쑥쑥 늘어나고 있으니...





1976년에 타계한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라디오 방송"을 두고 '가까움에 대한 본질적인 경향'을 다음과 같이 날카롭게 통찰한 적이 있었다.


가까움에 대한 본질적인 경향


거리를 없앰은 거리를, 다시 말해서 어떤 것의 멂을 사라지게 함을, 가까워지게 함을 말한다. 현존재는 본질적으로 거리를 없애며 존재한다. 그는 그가 무엇인 그 존재로서 그때마다 존재자를 가까이에서 만나도록 해준다. 거리를 없앰은 멂을 발견한다. 이 멂은 거리와 마찬가지로 현존재적이지 않은 존재자에 대한 범주적 규정이다. 그에 반해서 거리를 없앰은 실존범주로서 확고하게 견지되어야 한다. 도대체 존재자가 현존재에게 그것의 멂이 발견되는 한에서만 세계내부적인 존재자 자체에서 다른 것과 관련되어서 "거리"와 간격이 접근 가능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존재자들 가운데 어떤 것도 그것의 존재양식상 거리를 없앨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단지 거리를 없앰에서 발견되는 측정 가능한 간격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거리없앰은 우선 대개 둘러보는 가깝게 함, 조달함으로서의 가까이 가져옴, 예비해놓음, 손안에 가짐이다. 그런데 존재자를 순수하게 인식하며 발견하는 특정한 방식들도 가깝게 함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현존재에는 가까움에 대한 본질적인 경향이 놓여 있다.  우리가 오늘날 다소 강요되듯이 함께 행하고 있는 모든 종류의 속도상승은 멂을 극복하도록 몰아세운다. 예를 들면 "라디오 방송"과 함께 현존재는 오늘날 일상적 주위세계의 확장과 파괴라는 방법으로써 그것의 현존재의 의미를 아직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세계'의 거리를 없애고 있다. (149쪽)


 - 마르틴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하이데거의 표현대로, 오늘날 우리가 다소 강요되듯이 함께 행하고 있는 모든 종류의 랜선 활동들도 결국 '가까움에 대한 본질적인 경향'이 고안해 낸 필연적인 행동양식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가 이런 양식들을 더욱 빠른 속도로 몰아세우고, 일상적인 주변삶을 가차없이 파괴하고 확장시켰을 뿐인...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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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1-01-01 18: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oren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롭게 유튜브에서 좋은 성과를 얻으셨군요. 내년에도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oren 2021-01-01 19:30   좋아요 2 | URL
겨울호랑이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요!!
유튜브 채널은 아직도 밑바닥을 헤매고 있습니다요.
서두르지 말고 꾸준히 하다 보면 차츰 나아지리라 믿고 있습니다요.

김형수 2021-01-12 0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렌님
알라딘과 유튜브에서의 활발한 활동에서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새해에도 열정적인 북여행에 동참하겠습니다.
제가 드릴 것은 구독 좋아요..공유입니다만 그래도 좋은 글 부탁 드립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코로나가 조기 종식되기를 기원합니다.

oren 2021-01-12 21:34   좋아요 0 | URL
김형수 님, 반갑습니다.^^
새헤에 들어서도 더 좋은 책 소개 동영상 열심히 만들어 보겠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영상 편집 프로그램이 너무 구려서,
새로운 편집 프로그램인 <프리미어 프로>로 동영상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동영상 강의를 듣고 실습해 보고 있습니다.
머잖아 새로운 편집 프로그램으로 만든 쌈빡한 영상으로 만나뵐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구독, 좋아요, 응원댓글까지.. 너무너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