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허록 - 미래사회를 이끌어 갈 주인공들에게 남긴 100년을 내다본 지혜 모음
탄허 지음 / 휴(休)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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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중국에 당개라는 선비가 운명을 보았는데 “천정무원穿井無源이라”는 점괘가 나왔다. 즉 “우물을 파는 데 근원이 없다”라는 뜻으로 다시 말해서 “너의 팔자는 기구해서 어렵다”는 말이었다.

 

그러자 당개는 즉각 “천정무원穿井無源가?”라고 현토를 고쳐서 반박했다. 이 말의 뜻은 “우물을 파는 데 근원이 없을 소냐?”라는 말로 파다가 중단하면 근원이 없지만 끝까지 파면 근원의 물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꾸준히 70년을 공부했다. 그러면서도 결코 세상을 원망하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은 자기를 몰라준다고 세상을 원망하는데도 그는 한 번도 원망함이 없이 꾸준히 노력했다. 대신 학문이 능통하면 내가 벼슬을 할 텐데, 학문이 부족하니 내가 이렇듯 등용 안 되었지 하면서 늘 반성하고 노력을 했다.

 

그러다 일흔이 되던 해에 역시 글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공중에서 “당개, 당개!” 하고 불러서 밖으로 나가보니 허공은 공적하고 부르는 소리만 있지 모양을 볼 수가 없었다. 그러자 당개가 “무엇이 나를 찾느냐” 하니 공중에서 귀신이 하는 말이 “너의 운명을 어찌하겠니?” 물었다. 듣고 보니 젊었을 때 말과 같았다. 우물을 파서 근원이 없다는 말이나 지금의 “운명을 어찌하겠니?” 이 두 문장은 말만 다르지 뜻이 같으니 당개가 다시 반박을 했다. 

 

“야, 이놈아 운명인들 당개를 어찌하겠느냐?”

 

“당개가 밀고 나가는데 어찌 운명이 당개를 이길 수 있단 말이냐?”

 

이렇게 호통을 쳤다. 그리고 그 해에 등과를 했다. 이렇게 운명은 당개처럼 자기 자신이 개척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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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a 2018-12-14 11: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 때 제 짝꿍은 고교졸업 후 노동운동에 투신, 감옥에도 다녀왔는데요. 그 친구가 어느 날 친구따라 점집엘 갔었대요. 그 때 점쟁이가 제 친구를 보자마자 그러더래요. ˝당신은 스스로 운명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라 이런 데 올 필요가 없소.˝라고요. 아주 당찬 친구였는데 늘 경제적인 문제로 어려워했어요. 지금은 연락이 닿지 않지만 가끔 마음이 약해질 때 이 친구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지곤하지요. 그리운 친구입니다.

oren 2018-12-14 12:05   좋아요 0 | URL
그런 친구분이 계셨군요. 사람들 중엔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경우도 능히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예지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 또한 아예 무시할 수는 없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사실 <탄허록>에 보면 오늘날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개인의 운명을 훨씬 뛰어넘는) 굵직굵진한 예언들이 아주 많고, 오늘날의 현실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부분들도 적잖아서 꽤나 놀라운 책인데, 가끔씩 곁들여 놓은 ‘개인의 운명‘에 얽힌 흥미로운 일화들까지 있어서 금세 다 읽게 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