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의 구멍 초월 3
현호정 지음 / 허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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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의 구멍 | 초월 3

_현호정 / 허블

 

 

이 소설을 읽다보니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말없이 건네주고/ 달아난 차가운손/ 가슴속 울려주는/ 눈물 젖은 편지/ 하얀 종이 위에/ 곱게 써내려간/ 너의 진실 알아내곤/ 난 그만 울어버렸네/ 멍 뚫린 내 가슴에/ 서러움이 물흐르면/ 떠나버린 너에게/ 사랑 노래 보낸다.” 1970년대 초에 대중에 알려진 후 그 뒤로도 한참동안 사랑을 받은 어니언스의 포크송 편지이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멍 뚫린 내 가슴에이다. 통기타를 두드려가며 그 멍을 뻥~으로 개사해서 부르기도 했다. 뻥뚫린 내 가슴에~를 부르고 나면 오히려 구멍 난 가슴도 메워지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했다.

 

가슴에 구멍 안 나고 살아가는 사람 있을까? 방탄가슴은 괜찮을까? 타인의 몸과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이 일상인 사람도 아마 감춰진 몸 이곳저곳에 상처가 나고 구멍이 나 있을 것이다. 하긴 요즈음은 구멍 정도가 아니라, ‘총 맞은 것처럼으로 표현이 바뀌긴 했다.

 

웬 가슴의 구멍인가? 고고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지역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좀 독특한 마을이 있다. 마을에서 아기들은 늘 쌍둥이로 태어난다. 고고는 홀로둥이로 태어났다, 지극히 다행스러운 것은 고고가 태어나기 전 마을의 다른 가정에서 또 다른 홀로둥이가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 마을에선 홀로둥이로 태어나는 것은 거의 저주에 가깝다. 한 배에서 난 동갑내기끼리 평생 한 켤레를 이루며 살아가는 데 홀로둥이로 태어나면 영영 가족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고고는 역시 홀로둥이로 태어난 노노와 함께 가족을 이루면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노노는 좀 오래 아프다가 결국 숨을 거뒀다.

 

그 후 고고는 간단한 살림살이만 챙겨 등 떠밀리듯 마을을 나왔다. 마을사람들은 혼자 사는 것을 두려워했다. 혼자 사는 자들을 두려워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한지도 모른다. 가만...이 대목이 수상하다. 소설의 특별한 환경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어떤가? 혼자 살아가는 사람은 때로 불안감이 쓰나미처럼 몰려올 때도 있을 텐데, 주위사람들은 혼자 사는 사람이 왜 두려운가?

 

마을에서 쫓겨난 고고는 한 동안 노마드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둥지로 돌아가기 전 거울처럼 사용하는 작은 웅덩이 앞에 들렀다. 그리고 웅덩이 앞에서 비명을 질렀다. 웅덩이 앞에서 비명을 지른 것은 그날 처음이었다. 습지의 온갖 동식물까지 깜짝 놀라 생태계가 잠시 정지할 만큼 끔찍한 비명이었다. “구멍이었다. 가슴에 구멍이 하나 생겨 있었다.”

 

소설의 후반부는 고고가 가슴에 난 구멍을 메우기 위한 여정이다. 마을에 거주할 때 협곡인들의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났다. 협곡인들은 협곡지대의 크레이터뿐 아니라 마을의 크레이터까지 살피고 메우고 다녔다. 크레이터란 땅에 뚫린 구멍이다. “협곡인들이 내 몸에 난 구멍보다 훨씬 거대한 땅의 구멍들을 다루는 자들이니 내 구멍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있을지 몰라.”

 

고고의 구멍을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이 소설의 주안점이다. 그 구멍은 모두 상처였을까? 나를 위해하려는 어떤 상념이나 몸짓 또는 바람이 지나가는 통로는 아니었을까? 현호정 작가의 작품은 아직 그리 많이 쌓인 것은 아니나, 내일이 더욱 기대되고 궁금해지는 작가임에 틀림없다. 문장들이 감성적이면서 정교하다.

 

 

#고고의구멍

#현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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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의책이야기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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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의 구멍 초월 3
현호정 지음 / 허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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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구멍 안 나고 살아가는 사람 있을까? 방탄가슴은 괜찮을까? 타인의 몸과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이 일상인 사람도 아마 감춰진 몸 이곳저곳에 상처가 나고 구멍이 나 있을 것이다. 하긴 요즈음은 구멍 정도가 아니라, ‘총 맞은 것처럼’으로 표현이 바뀌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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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는 사람들 스토리콜렉터 107
마이크 오머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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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리뷰

 

따르는 사람들

_마이크 오머 / 북로드

 

 

남자는 허름한 행색으로 곧 무너질 듯한 비계에 웅크려 앉아 밤의 어둠 속에 점점이 찍힌 수천 개의 빛을 응시하고 있었다.” 비상상황이다. 완공되지 않은 고층건물의 50층이다. 바람이 드세다. 소설의 도입부인 이 부분은 뒤에 전개되는 내용과 무관하나, 뉴욕 경찰청 최고의 인질 협상가 애비 멀린을 소개하는 데 무리가 없다. 자살을 계획했던 그 남자는 결국 안전하게 구조된다.

 

장면이 바뀌어서 8살짜리 소년이 스쿨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던 중, 한 사내에게 납치를 당한다. 그리고 그놈 목소리는 500만 달러를 요구한다. 소년의 엄마는 경찰에 공식적으로 수사요청을 하기 전에, 애비에게 부탁한다. 소년의 엄마와 애비는 30여 년 전 한 사이비 종교 집단이 벌인 대학살의 생존자들이다. 애비는 소년의 엄마를 기억못했지만, 소년의 엄마는 TV를 통해 애비의 활약상을 알고 있었기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시간을 되돌려서 애비가 사이비 단체에 참여하게 된 시점으로 가본다. 종교단체라기보다는 매우 열성적인 모임이었다. 그 모임의 목표는 어떤 혁신적인 식단을 따르고 전파하는 다이어트 모임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모임을 이끄는 남자는 갈수록 회원들의 충성을 요구했다. 불성실함이나 위반 행위가 적발되면 체벌이 가해졌고, 그것도 갈수록 가혹해졌다. 모임에 돈을 기부하라는 압박도 있었다. 여자는 가족 및 친구와 연을 끊으라는 은근한 강요를 받았다. 사이비 종교의 성립조건은 그저 어떤 한 가지 대상에 집중한다. 그 대상은 종교적 믿음 일수도 있고, 때로는 어떤 한 사람일수도 있다. 그 공동체의 지도자가 맛이 가면, 파괴적인 성향이 된다.

 

컬트 호핑이라는 현상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자의든 타의든 어떤 특이하고 다분히 폐쇄적인 공동체에서 나왔을 때, 그 빈자리를 메우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집단을 떠나는 사람들은 종종 심한 손상을 입는다. 채워야 하는 공허가 있다. 아니면 학대당했거나 감정적으로 상처받을 수도 있다. 그 틈을 비집고 유사한 사이비 단체가 접근한다. 일단 (먼저 속해있던)그곳은 나쁜 집단이고, 여기가 올바른 집단이라고 유혹한다. 영적이든 육적이든 외롭고 고립되고 방황할 때 그런 포식자들의 눈에 뜨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진다. 때로 그 공간을 사이비 단체가 아닌 또 다른 그 무엇이 대신하기도 한다.

 

납치된 소년의 행적을 추적하던 애비는 소년의 누나(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의 사진첩에서 한 남자를 지목한다. 인질범의 윤곽이 소설의 1/3 지점에서 밝혀진다. 너무 일찍 노출되는 것이 아닐까? 영민한 소년은 납치범에게 위해를 가하고 탈출하는데, 무사히 집으로 갈 수 있을까?

 

이 책의 원제는 A Deadly Influence 이다. 직역하면 치명적인 영향력이 되겠다. 번역과정 중 책 제목을 따르는 사람들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 마음에 든다. 나는 공동체를 이끄는 1인 또는 소수의 인간들보다 따르는 사람들이 더 궁금했다.

 

 

#따르는사람들

#사이비종교

#마이크오머

#북로드

#쎄인트의책이야기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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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는 사람들 스토리콜렉터 107
마이크 오머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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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는 A Deadly Influence 이다. 직역하면 ‘치명적인 영향력’이 되겠다. 번역과정 중 책 제목을 『따르는 사람들』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 마음에 든다. 나는 공동체를 이끄는 1인 또는 소수의 인간들보다 따르는 사람들이 더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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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이는 일 - 전우성의 브랜딩 에세이
전우성 지음 / 북스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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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특정 브랜드를 좋아하게 만들고, 팬으로 남도록 하는 일이 브랜딩이라고 한다. 지은이 전우성 디렉터는 크고 작은 기업에서 획기적인 브랜딩 활동으로 실력을 입증해온 현장 전문가다. 지은이는 브랜드의 정의부터 차별화된 브랜딩 기획, 잊히지 않은 존재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것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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