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널 살아 볼게 - 그림 그리는 여자, 노래하는 남자의 생활공감 동거 이야기
이만수.감명진 지음 / 고유명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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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널 살아 볼게 - 그림 그리는 여자, 노래하는 남자의 생활공감 동거 이야기

_이만수, 감명진 / 고유명사

 

 

함께 지내온 시간이 길어지면서 서로 모든 것에 익숙해져서 이제는 눈빛만 봐도, 입만 떼도 상대방이 할 말을 알아채는 초능력이 생겼다. 우리는 서로의 말을 쌈 싸 먹는다.” (p.56)

 

피를 나눈 형제자매간에도 같이 못사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서로 살아온 환경이 판이한 남녀가 만나 한 지붕 밑에서 한 공간에서 긴 시간을 같이 살아간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이 책의 제목처럼 서로 상대방의 삶을 살아간다는 마인드도 바람직하다. 절제된 배려심(병적으로 지나친 배려심 말고)도 두 사람의 관계유지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그림 그리는 여자와 노래하는 남자(뮤지션)가 서로 만나 10년 넘게 동거를 지속중이다. “우리는 사적인 이야기를 드러내기가 민망하고 어색한, 소심한 성격입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지나가는 순간들을 붙잡아 두고 싶어 하루하루를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두 사람의 짧은 글과 그림 그리는 여자의 그림이 정겹다.

 

자존감이야기를 해보자. 금수저로 자라났다고 자존감이 마냥 높을까? 흙수저로 살아왔다고 자존감이 마냥 낮을까? 나는 자존감이 낮은 편이지만, 상대방이 나를 통해 자존감이 높아졌다면 이 또한 좋은 일이다. 만수(뮤지션)는 자존감이 수시로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명진(그림) 친구의 결혼식에 같이 갔다 온 이야기가 적혀있다. 진이 말고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결혼식 분위기까지 휘황찬란해서 괜히 더 기가 죽는다. 그때 그는 낯선 분위기 속에서도 진이에게 기죽지 않는 멋진 남자친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세운다. 한편, 같은 날 명진의 일기는 이렇게 기록되었다. “오빠를 만나고 자존감이 많이 높아졌다. 시시때때로 불평을 늘어놓기에만 바빴던 내가 감사할 줄 알게 되었고, 다정하게 붙잡아 준 오빠 덕분에 불안해하던 내가 안정을 얻었다. 부모님에게 받는 사랑과는 또 다른 모양의 사랑이다.”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 공감한다. 결혼을 전제로 사귀던 커플이 처음으로 함께 여행을 다녀와서 헤어진 경우도 있다. 둘이 싸웠냐고 하니까 아니란다. 만나서 같이 밥 먹고, 영화보고, 커피 마시던 모습에서 못 보던 것을 여행길에서 보게 되었단다. 상대방이 일부러 감춘 것은 아니었겠지만, 진면목을 보고야 말았단다. 그래서 그 사람과 수십 년을 함께 살아갈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해지고 가슴이 답답해지더란다. 그래서 끝냈단다. 한편 명진은 이런 글을 남겼다. “나는 내 부족한 것까지도 다 보여 줄 수 있는 사람이 잘 때 내 옆에 있어서 좋다. 같이 산다는 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일인 것 같다. 같이 살지 않았으면 서로 부족한 부분은 감춰둔 채로 만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이 책을 읽은 독자 한 사람이 남긴 글을 봤다. 뭐라 뭐라 적고 끝에 남긴 말. “나도 연애하고 싶다.” 사랑도 배워야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스몰스몰 가슴으로 스며들어오는 따뜻함을 느낄 것이다. 그 따뜻함이 곧 사랑이다. 그리고 이 커플에게 한 수 배워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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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널 살아 볼게 - 그림 그리는 여자, 노래하는 남자의 생활공감 동거 이야기
이만수.감명진 지음 / 고유명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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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 독자 한 사람이 남긴 글을 봤다. 뭐라 뭐라 적고 끝에 남긴 말. “나도 연애하고 싶다.” 사랑도 배워야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스몰스몰 가슴으로 스며들어오는 따뜻함을 느낄 것이다. 그 따뜻함이 곧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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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제주 4.3을 묻는 너에게
허영선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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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의 비극은 미군정이 점령정책의 연장선 위에서 일제강점기의 친일 경찰을 미군정의 경찰로 만들기 시작한 것에서 시작됐다. 친일파, 매국노들이 하루아침에 반공주의자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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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듣는 소년
루스 오제키 지음, 정해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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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듣는 소년

_루스 오제키 / 인플루엔셜

 

 

슬픈 사연들이 많아요. 이 가엾은 여인처럼.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었는데 아들이 정신적 외상을 입고 사물들이 말하는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정신적 외상을 입지 않고도 사물들이 말하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사물들이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내게 말을 건다고 가정하면 보통일은 아니다.

 

가엾은 여인의 아들, 소년의 이름은 베니. 베니의 엄마(애너벨)는 뉴스를 모니터링해서 배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지만 현재는 재택근무중이다. 베니 엄마의 원래 꿈은 어린이책 전문사서였다. 실제로 한동안 문헌정보학과에 다니기도 했지만, 베니를 임신하고 중퇴해야했다. 그리고 남편 켄지가 교통사고로 죽던 날은 그녀가 남편한테 몹시 화가 나있었다. 아마도 워킹맘의 지쳐있고 채워지지 않는 몸과 마음의 갈망이 누적된 탓이리라 추측한다. 클라리넷 연주자인 켄지가 클럽에서 늦은 밤에서 새벽까지 있는 것(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도 참기 힘들었고, 켄지가 베니가 태어날 무렵부터 끊었던 마약에 다시 손을 대기 시작한 것도 그 화의 근원이었다. ‘곧 돌아올게하는 말을 남기고 문을 나서는 그의 등을 향해 식탁에 있던 아끼는 분홍색 찻주전자를 집어 던졌다. 주전자가 문에 부딪혀 박살이 났다. 그리고 켄지는 그날 집으로 돌아오다가 집근처 골목길에서 넘어졌다. 취했었다. 술과 코카인에. 그리고 쓰레기더미로 채워진 어두운 골목길에서 바로 못 일어나고 누워있을 때 짐을 실은 트럭이 그를 밟고 지나갔다.

 

베니의 나이 열두 살 때 일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겐 결코 들리지 않을 것이 확실한 소리를 듣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화장로를 향하던 관에서 베니를 부르는 아빠의 목소리를 들었다. 베니는 아빠의 관이 화장로로 향하는 것을 멈추게 하고 싶었다. 베니는 애너벨과 다른 조문객들이 있는 두꺼운 유리창을 두드리며 안 돼! 안 돼!”하며 소리를 질렀지만 소용이 없었다(다른 이들이 보기엔 그저 애도와 상실의 표현으로 봤을 것이다). 그 후로 베니는 지금까지와 다른 삶을 살게 된다.

 

범생의 눈으로 보면 베니는 심각한 불량이다. 그러나 인간의 다양한 내적성장을 염두에 둔다면 괜찮다. 그저 몸과 마음이 크게 다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베니에게 들리는 사물의 소리들은 때론 공격적이다. 한번은 칼이 그에게 선생님을 찌르라고 부추겼다. 그러나 결정적 순간에 자신의 허벅지를 찌름으로 타인에게 상해를 끼칠 뻔한 위기를 넘긴 적도 있다. 결국 소아정신과병동에 입원한다.

 

 

이 책에는 책속의 책이 두 권 등장한다. ‘잡동사니를 치우고 삶을 혁신하는 고대 선불교의 기술이라는 부제가 붙은 정리의 마법이라는 책과 주인공 베니의 심리상태를 그려주고 이끌어주는 이다. 정리의 마법은 한동안 베니의 엄마 애너벨(호더, 저장강박증)에게 유용한 책이었지만, 소설 후반에는 베니 모자에게 어쨌든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는 도서관 사서 코리에게 넘어간다. 선불교 여승이 쓴 정리의 마법에서 주장하는 것은 어떤 사람의 어수선한 잡동사니는 개인의 게으름이나 꾸물거림, 정신적 문제, 성격적 결함의 결과가 아니라 사회경제적이고 철학적 문제라는 것이다. 개인의 자책감을 덜어주는 대목이다.

 

베니의 주변인물들은 사실 그리 밝은 캐릭터들은 아니다. 휄체어맨 노숙자이자 늙은 마르크스주의자인 시인 슬라보이, 베니가 흠모하는 알레프라는 소녀(거리에서 생활하는 예술가이자 떠돌이, 베니보다 연상), 약쟁이들 등등이다. 언더그라운드 집단이라는 표현을 써본다. 그들은 베니를 성장시켜주는 동력이기도 하다.

 

책 속의 책 정리의 마법에서 인용된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있다라는 챕터도 읽을 만한 내용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의 사소한 세부사항에 매몰되어, 우리의 삶이 서로 별개이고 우리 또한 서로 별개의 존재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것은 심각한 망상이다. 진실은 모든 것이 다른 모든 것에 의존한다. 꽃은 태양과 흙과 비, 그리고 꽃가루받이를 해줄 벌에 의존한다. 꽃들은 이런 것들과 떨어져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이런 것들이 없으면 죽게 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다소 옴니버스 형식을 띄고 있지만, 그 스토리들은 유기적으로 소통된다. ‘모두 연결되어있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적용된다. 베니의 주 활동공간이 도서관이라는 것, 생각하고 말하는 책(작가는 책을 말하는 사물이라고 표현했다)이 있다는 것 등을 통해 책과 인간의 관계 등을 생각해보는 시간도 된다. 소설 속 거리의 시인이 한 말이 생각난다. “진짜란 무엇인가?” 지금 내가 눈으로 보는 것들이 의심할 나위 없는 진짜인가? 아울러 소설 속 인물들은 작가의 분신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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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듣는 소년
루스 오제키 지음, 정해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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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옴니버스 형식을 띄고 있지만, 그 스토리들은 유기적으로 소통된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있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적용된다. 베니의 주 활동공간이 도서관이라는 것, 말하고 생각하는 책이 있다는 것, 책과 인간의 관계 등을 생각해보는 시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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