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전번에 성욕 어쩌고란 글을 썼더니 간신히 바득바득 몇십의 경지를 넘긴 즐찾 하나가 쏙 빠졌다. 

 이글루스에서 어떤 분이 자신은 어떤어떤 성적 취향이다란 글을 썼을 때 논란이 된적이 있었다. 대개의 사람들은 그 글을 청소년들이 볼 수 있다란 이유로 반대를 했고, 다른 측면에선 타협점으로 밸리란 곳에 보내지 않는다면 문제될게 없다는 얘기를 했으며, 블로그에 어떤 글을 쓰든 그건 그 사람의 자유일 뿐이란 얘기도 나왔다. 그 중에서 블로그 주인의 눈에 띈 글이라며 링크해 놓은 글을 읽은적이 있다. 요지는 자신의 글을 올바른 성의식을 위한 것 운운은 낯뜨거울 뿐더러 그건 너무 쉽다란 얘기였다. 그렇다. 성에 대해서 말하고, 몇가지 생각을 써놓으면 제목 자체의 낯뜨거움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다란 것에 동의한다. 그러니까 이건 너무 쉬운 방법. 

  

 

 

 

 

 

 

 

 이 책은 라주미힌님의 서재에서 봤다. 표지가 맘에 들었을 뿐인데 책소개는 더더욱 생기로웠다. 당장 책을 사서 읽어보며 정말? 당신들도 그랬어? 이건 몇십년 전 독일 이야기잖아라면서, 그런데 왜 이렇게 내가 머리통을 벽에 찧어대며 고민했던거랑 비슷하지 등등. 오만가지 상념이 떠올랐다.  

 여성적인 경험이나 여성의 성에 대해서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세상엔 성에 대한 담론천지이고, 대한민국은 365일 여름이다. 그런데 난 자꾸 궁금했다. 

 성기결합형 섹스가 정상적이란 기준, 내가 섹스를 하는건 성욕보다는 다른 차원의 친밀감을 확보하려는건데 그게 왜 어려운건지, 그렇다면 내가 섹스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지 못하고, 원하는대로 행동하지 못하며, 원하는 것을 발설하는 순간 다시 지난한 설명과 동의와 설득을 해야하는 과정을 반복해야할까. 

 책에는 방법론적인 해결책과 통렬한 사유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그 내용이 남성 타도, 여성이 세상을 전복하자란 단순한 이분법으로 점철된 것도 아니다. 내게 있어서 책은 모름지기 머리를 퉁퉁 쳐서 좀 더 자신을 북돋아줄 수 있는게 좋다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누군가 전화로 하소연을 하듯 그들 각자의 삶에 충실한 발언들로 채워진 이 책이 곧이곧대로 와닿진 않았다. 그런데도 무장해제된채로 공감되고, 그들 마음의 면면이 들여다보이는데다 나 역시 그랬어요를 연발하는 순간, 얼마나 많은 위로를 받았는지 모른다. 위로를 받은 순간 사유와 해결책보다 더 강력한 지지와 비장의 무기는 공감이란데 두손 두발 다 들었다.

 게다가 이 책은 또 어떤가. 내가 자꾸 허튼 소리를 하자 유지나씨가 읽어보라고 권했던 책. 

 

 

 

 

 

 

 

 난 늘 내가 못생긴 여자애라고 생각해왔다. 가끔 예쁘다고 생각을 하다가도 예쁜데 촌스러워서 버려버렸단 생각을 많이 했다. 게다가 난 오지게 인기도 없었고, 내가 좋아하는 남자들은 나와는 비교도 안 되는 귀엽고 예쁜 친구들만 좋아했다. 나에게 뭐가 문제인걸까. 나는 왜 인기가 없을까. 그런데 웃긴게 난 남자들이 좋아할만한 여자가 될 생각이 별로 없었다. 몸매 관리에도, 잡티없는 화장에도, 대화시 적절하게 받아쳐주고 북돋아주는 화법에도, 고운 머릿결에도 관심이 없었다. 아주 최근에서야 몇몇 남자들은 머릿결이 좋은 여자를 좋아한다는 놀라운 사실에 그동안 푸석거리는 머리로 데이트에 임해놓고 인기없단 생각을 해서 살짝 민망할 지경이었다. 물론 그게 다가 아니란 것을 잘 안다. 그건 대체적인 흐름이지 전적으로 모든 것을 대변하는 입장은 아니란 것도 잘 안다. 그래도 난 좀 궁금했다.  

 이런 여자애가 알콩달콩 연애도 하고, 재미있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란. 남자 아니면 죽는 것도 아니고, 꼭 연애를 해야한다도 아닌데 난 집착을 하고 있었다. 뭔가 여성스럽지 않다는 자의식은 부스럼처럼 가끔씩 날 간지럽게 했다. 오죽했으면 술취해서 기분이 좋아진 누군가가 '아치는 애교가 없어'를 흘러듣지 않을 정도였을까. 술먹고 무슨 소린들 못하겠냐는 상식 문제로도 출제되지 않을 정도의 상식인데 말이다. 그런데, 그게 내 문제만은 아니란다. 베즈무아란 실감나서 도저히 탐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을 쓰고 성노동을 했으며 성폭력을 당한적이 있던 저자 비르지니 데팡트. 그녀 역시 경험을 통해 여성-되기에 대해 고민했으며 이론적인 페미니즘이 아니라 온몸으로 체험하고 깨달은 여성주의에 대한 얘기를 들려준다. 

 단비 같았다. 가랑비에 옷 젖듯 나는 그녀에게 젖어들었고, 국적도 나이도 다른 여성에게서 친밀감을 느꼈다. 단지 거대한 몸으로만 존재하는 킹콩처럼 어떤 성적인 자각도 없이 '못생김' 혹은 '여성답지 못함'으로 읽히는 여자들을 킹콩걸로 칭하는 데팡트의 시각에 얼마나 환호를 보냈던가. 물론 무리하게 논리를 전개하는 부분에서 불편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이 글을 쓰면서 대략 두세번 정도의 '못생겼다'란 관용어를 쓰면서 혹 페미니즘은 원래 못생긴 여자애들이 하는 공부란 식상한 생각을 누군가 떠올리면 어떡하나란 걱정이 들었다, 라고 말하는건 사실 뻥이다. 대개의 식상한 생각은 쉬이 상하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정희진 선생님을 만났다. 모든 책과 생각들이 연대기적인 순서로 늘어서 있는건 아니다. 페미니즘의 도전을 세번쯤 읽고서야 '안다는건 상처받는거다'란 그녀의 말을 제대로 알았을 정도이니.   

 

 

 

 

 

 

 

 여자는 성적인 차별을 받고 있다란 말을 가부장제에서는 모두가 고통스럽다까지 닿는데 몇년, 여자만 억압받는다, 성적으로 도구화, 대상화 되었다.는 식상한 얘기만 나불댔던게 몇년,(이러니까 꽤 나이 먹은 사람 같은데, 맞다) 역차별의 문제, 여성의 나이, 태생적 외로움과 길들여진 외로움 등등. 정치적 올바름과 불관용의 틈. 등등 정희진 선생님은 단순하게 페미니즘은 이렇다란 얘기를 하지도, 정확한 이론의 틀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그녀 역시 나와 다른 많은 여자들처럼 고민하고, 다시 고민하는 과정을 얘기했다.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고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 잘 감을 못잡겠다고 하는 분들의 이야기에 공감한다. (공감한다고 해놓고선 그 말 하는 당시엔 난 절대적으로 이 책을 믿는다 운운의 얘기를 내뱉었지만.)나 역시 명확하게 정희진 선생님이 무슨 얘기를 하려는건지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살고 생각하면서 그녀가 제기한 의문들과 성찰이 얼마나 큰 힘이 됐는지 모른다. 도식적인 구조는 무너지고, 왜 그럴까, 왜 난 이렇게 행동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인가를 생각할 수 있게 됐다.  

 내가 여성이란 이유로 허용된 관용과 남자이기 때문에 불허용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점, 가학적인 장면이나 성적인 노출에 왜 나도 남자들처럼 흥분하는지, 김규항은 왜 온화하고 다수의 여성을 끌어안을 수 있는 페미니즘을 옹호하면서(김신명숙의 '선택'서평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070727163427&Section=  ) 왜 자신은 순결, 순혈주의 좌파를 고집하는지, 여성주의에서 여성은 당사자인데 왜 도리어 의식있다는 다른 '성'에 비해 당사자로서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지 등등.  

 아마 정희진 선생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난 어느 술자리나 모임 장소에서 혼자 게거품을 물다가 자폭하는 밉상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혹시?)고민도 성찰도 좌절도 없이 자기 것만이 다라고 믿는 아둔한 사람처럼. 혹은 그것마저 깨닫지 못하고 자족하는 배부른 아치처럼.  

 앞으로 섹스 얘기만 한다는 것도 아니고, 자극적인 소재로 알라디너의 호기심을 자극하겠다는 말도 아니다. 이건 몇권 밖에 안 되는 책이지만 혹시 여성주의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해서 작성한 페이퍼이다. 나름대로 우여곡절 많은 몇년 동안의 아치를 보여주는 페이퍼이기도 하고. 아주 오래 전에 성욕 어쩌고한 페이퍼를 써놓고 혼자 구상했던 글을 임시 저장함에 오랫동안 숙성시켜놨는데 맛은 없고 시어버려서 이건 뭐, 식초인지 발효 식품인지 분간이 되야 말이지. 여전히 '못생겼다'에서 목에 뭐가 걸린 듯 답답하지만 뭐, 알만한 사람들은 내 미모(미안, 미안!)를 알테니 상관하지 않으련다. 우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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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9-07-02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희진 선생의 책을 읽고 머리를 땡하고 얻어맞았었는데;; 아직 다 못읽었지용;; 정독하겠답시고.. 미루다가 ㅋㅋㅋ
방금 찾아보니 벌써 4년 지났네요.. 올해는 꼭 읽어야지 흐흐흐

Arch 2009-07-02 15:16   좋아요 0 | URL
난 세번이나 읽었다요. 히~(이걸 자랑이라고!) 그래도 라주미힌님보다 제대로 모를거예요. 꼭 읽으세요! 그런게 그, 흐흐흐는 뭐예요. 좋잖아^^

무해한모리군 2009-07-02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희진 선생 책을 읽었고 논문도 찾아보았지요.
참 신선했습니다.
아 아련하다.. 남자친구랑 나눠읽고 토론하던 기억이 ㅠ.ㅠ

프레이야 2009-07-02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의도전, 몇해전 읽었어요. 몇번인가 필요한 부분을 다시 읽기도 했구요.
띵~했지요. ^^
아주작은차이, 담아갑니다. 전에 어디선가 담으려다 지나쳤던 책이에요.
아, 전 '버자이너 모놀로그'도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혹시 읽으셨다면 패스 ㅎㅎ)

다락방 2009-07-02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페이퍼를 별찜했어요. 다시 한번 읽어보려고요.

Arch 2009-07-03 0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논문검색하다보면 동명이인이 좀 많다는걸 알게 되잖아요. 저도 나눠 읽고선 같이 얘기할 수 있는 녀석이 있었음... 침을 꿀꺽!

프레이야님 그렇죠! 띵~ 아주 작은 차이가 사실은 아주 큰 차이란걸 알 수 있을 거예요. 버자이너 모놀로그, 들어본 제목인데 아직 못읽어봤어요. 꼭 읽어볼게요. 누가 추천한건데^^

다락방님 으응, 별찜 꼬옥^^ 그런데 별찜 순위에서 밀리는거 아냐?
 


  
 별로 재미있지도 않는 글을 몇편으로 나눠서 길이로 승부를 보려는 아치의 속셈을 미리 간파하신 분들께 미리 배꼽사과를. 이 말을 써놓고보니 문득 사과가 먹고 싶은건 절대로 내가 위가 크기 때문이 아니다. 지금은 새벽이고, 뭔가 싱싱해보이는 것들은 죄다 먹을 것으로 보일때니까. 정말이다! 이 사람, 속고만 살았나.
 
 '아치, 네 얘기 말고, 그래서 어떻게 놀고, 뭘 먹고, 어쨌어, 저쨌어' 그렇다. 모름지기 여행후기는 그래야하건만 나는 얄미운 멍멍이랑 할머니랑 풀벌레랑 보리빵 얘기를 하고 싶은데 어쩌겠어. 그래서 다시 또 말들이 풍선을 타고 훨훨 날아다니기 전에 사진으로 비끄러맨 얘기만 해보련다. 

 삼겹살로 근사한 저녁을 먹고-멜기님이 고기를 무척 제대로 구웠기 때문이다란 말을 해둔다. 멜기님을 가스렌지 앞으로 인도한 아치의 작은 립서비스?- 우린 승주님이 제안대로 한줄씩 시쓰기를 했다. 그 사이사이 모임 때보다 더욱 짖궂은 승주님의 말씀-정말 말씀이다. 나중에 승주 어록을 편찬할 예정이다-이 이어졌다. 술이 몇순배 돌고, 알딸딸한 느낌으로 가물가물 잠이 오는데 푸하님이 촛불을 켰다. 사람들 얼굴이 부드러웠다. 그 밤, 우린 멜기님의 말 못할 첫사랑 얘기를 들었고, 누가 코를 심하게 고는지를 두고 아웅다웅했다. 아득하게 멀어지는 사람들 목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전날보다 덜 추웠다.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 물이 안 내려가서 야외 셀프 일처리 얘기가 나왔다. 배변과 삽을 파는 순서를 놓고 A.B 방법이 나왔다. 어느 정도 깊이로 흙을 파야할지 어느쯤이 좋을지 의논을 했다. 더 많은 얘기들은 혹 식사 시간에 이 글을 볼지 모를 분들을 위해 스킵하겠다. 내가 전날 치룬 배변 방식이 어디에도 맞지 않다고 이의를 제기하자 다들 C방법을 심각하게 고려해야겠다며 농을 치는 모습은 어떻게하나, 사랑스럽다고 할 밖에.

 방을 정리하고 나오면서 미잘이 기름기가 안 닦인다며 플라스틱컵을 쓰레기 태우는 곳에 넣다가 멜기님에게 적발되어 문초를 당하고, 이를 잽싸게 잡아챈 승주나무님이 '어줍미잘'이란 별명을 급조해내고, 나는 승냥이떼처럼 달려들어 자꾸 어줍미잘이라고 부르니 오호, 미잘 얼굴 빨개지는건 시간 문제더라. 남자들만 있어서 혼자 고생하는거 아냐란 생각이 없었던건 아니었지만 조신하게 걸레질을 하는 푸하님을 보고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의아할 지경이었다.



 밖으로 나와 사진을 찍었다. 승주나무님과 멜기님 표정과 포즈가 너무 귀여워서 미잘님의 카메라는 쉴 수가 없었다. 



 일찍 일어나 근처를 돌아본 멜기님의 제안으로 강가를 향해 고고씽! 아치와 푸하님은 뭔얘기를 하고 있었을까?
 


 멜기님이 마을 사람들이 타는건데 우리가 타도 되는지 계속 걱정했지만 우린 잽싸게 배에 타고선 제자리에 놓으면 된다고 막무가내로 우겼다. 노를 젓는다기보다는 굵은 줄을 오로지 손힘으로 밀고 당겨서 움직여야했던 배. 옷을 다 버리고 진흙이 튀었지만 유원지 오리배에 비할바가 못되는 경험이었다. 배를 타는 동안 다행히도 동네분들은 오지 않으셨다.

 고씨동굴까지 걸어서 가는 중에 과제 준비로 푸하님은 먼저 떠나셨다. 푸하님을 배웅해주고 고씨 동굴 유원지로 걸어들어오는데 까르륵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분수에서 물을 피해가며 가로지르기 놀이가 한창이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들은 분수를 가로질렀고, 막 소리를 냈고, 남들이 물에 흠뻑 젖을때면 무척 행복해했다. 분수경력이라도 있는걸까, 여러번 왔다갔다하는데도 옷이 잘 젖지 않던 승주나무님을 위해 난 특별히 물이 왕창 솟아오를 때 뛰라고 친절하게 코치를 해줬다.

 흠뻑 젖다. 초여름 햇살에 잘 마르도록.

 

 막걸리와 함께하는 도토리묵, 칡냉면, 칡칼국수. 환상이었다. 아치의 몹쓸 요리로 아침을 먹은 덕에 얼굴 곳곳에 허기라고 적혀있던 사람들의 눈이 빛났다. 진정 행복했다. 게다가 낮술은 정말이지, 낮술을 처음으로 먹기 시작한 사람은 상을 줘야한다. 한참을 마셔도 낮이라니! 몇은 졸고 몇은 두런두런 얘기를 나눴다. 고씨 동굴은 관람보다는 왔으니 가본다는식으로 돌아보았다. 별다른 재촉 없이, 알아서 움직여야하는 스케쥴도 없이 느릿느릿 걷고 얘기했다. 사람들은 평균 걸음보다도 한참 느린 아치를 부르고, 난 날 부르는 소리가 좋아서 괜히 발길을 늦춰보기도 했다. 쓰다보니 무척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날의 취기와 미끌거렸던 동굴, 그토록 남김없이 우릴 안아주던 하늘과 산과 강. 



 그렇게, 안녕 영월! 우리 다시 볼 수 있겠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치와 미잘은 승주님에게 연애학 강의를 듣고 간신히 학사 과정 2학년을 끝마쳤다. 미잘은 '지는'석사 과정이라고 우겼으나 아치가 볼 때는 둘 다 도찐개찐이었다. 피곤하다며 자려는 아치를 부득불 깨워선 단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에너지, 힘은 바로 그들이 갖고 있는 여행은 끝까지 재미있어야 한다는 무모한 열정이나 심심한걸 못참는 성정때문이 아니었다. 그건 바로 자신들이 곁을 내준 나와 내가 곁을 내준 자신들 사이에 더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고 싶은 욕심, 무리하지 않게 딱 좋을만큼 맞아떨어지는 맘의 거리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참 좋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같이 다니는 여행이 앞으로 더 좋아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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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 2009-06-25 0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분명 미잘님의 첫 출현일 거 같아요.
그동안 신비주의를 고수해오던 분인데. 음... 이거 보시고 '허~걱~'하실지도.ㅎㅎ~

승주나무님이 분수대에서 뛰어가는 모습이 넘~ 인상적이에요.하하~

무해한모리군 2009-06-25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주나무님의 저 천진한 표정~

승주나무 2009-06-25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주나무의 장난스러운 표정이 보이네요... 얼라들하고 놀 때가 제일 재미진 거 같아요 ㅋㅋㅋ재미지다 ㅎㅎ

푸하 2009-06-25 17:32   좋아요 0 | URL
저 사진을 메인으로 올리세요.^^;

Forgettable. 2009-06-25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발 나좀 데려가 달라고 졸랐어야 했다는..

Arch 2009-06-25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 승주나무님이 한 천진하세요. 그렇죠? 재미지죠!
뽀님, 다음엔 꼭 같이해요^^

순오기 2009-06-26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멜기님을 여기서 보네요~ 반가워라!
여행후기만 읽어도 재미있네요~~ 좋을 때입니다!^^

뷰리풀말미잘 2009-06-26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건 몰라도 연애학에서는 제가 아치님보다 두 수는 위죠. 우리 인정할건 인정합시다.

승주나무 2009-06-29 20:35   좋아요 0 | URL
그렇죠.. 연애학에 대해서 석사학위를 딴 어줍미잘 님과 학사 갓 졸업한 아치 님이 최소 한 수 정도 차이나는 것은 인정해야 할 듯합니다. 승주나무 연애 박사후 과정^^

Arch 2009-06-30 01:49   좋아요 0 | URL
치이~ 어줍미잘인데도?

웽스북스 2009-07-02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멜기님 완전 쉬크해지셨다 ㅋㅋ
 

 앞서 썼던 글을 다시 봤다. 앞으로 2편, 3편 연달아 나와야할 것 같은데 쓸만한 여력이 생기지 않는다. 바쁘지 않고, 피곤하지 않은데 희안하게 잠이 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써지지가 않는다. 쓰기 싫은 것도 아니고, 귀찮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전처럼 살짝 엉덩이를 의자에서 띄워놓고 글을 쓴 듯 글 쓰는 글이 써지지 않는다.  

 혼자 다니는 여행이 좋았다. 사람들과 부대끼지 않고 머리에서 열이 나도록 생각을 계속하고,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여행. 미리 영월까지 가서 혼자 1박을 할때는 평소와 다를바가 없었다. 김치찌개가 좀 짰던 것과 비밀 통로라도 있는 듯이 부단히 드나드는 벌레들, 물이 나오지 않아 멍멍개들과 눈싸움을 하며 아랫집에서 물을 길러다 쓴 것, 노상방뇨를 노상하게 되는 것 말고는 집에서 있을 때랑 같아서 싱거울 지경이었다. 산 속이라 좀 춥고, 남들이 방명록에 써놓았듯이 환상적인 별이 안 보인다는 것, 역시 다시 추운 것 말고는 흠잡을데도 없었다.  

 밖에 나가서 일을 치르지 않으려고 좋아하는 물도 거의 안 먹고 바싹 마른채로 잤는데도 두번이나 잠을 깼다. 밖으로 나가니 검은 벽이 눈 앞을 가로막았다. 별은 없었고, 풀벌레들만 아직 잠들지 않았다며 음냐음냐 소리를 냈다. 문득,  나중에 산속에서 혼자 산다고 생각했던 일이 떠올랐다. 막연하게 다짐하고 막연하게 풀어놓았던 것들, 구체적이지 않고 그 사이로 수많은 핑계만 남긴 것들. 그런게 내 발목을 잡을거란 생각을 어쩜 그렇게도 태연하게 모른척 했을까. 지난 시간을 오로지 회피와 변명으로만 갈음하려는 듯이. 바람이 차가웠다. 나는 침대에서 웅크리며 호랑이 무늬가 진하게 그려진 담요로 몸을 돌돌 말았다. 두번의 부침 끝에 방 공기에 수면제라도 풀어놓은 듯이 달게 잤다. 달게 잤으니, 다시 재미있게 써봐야지! 

 분명히 산 속에선, 아침에 부스스 눈을 뜨면 재미있는 일이 있을줄 알았다. 하다못해 아랫집 멍멍이들과 한담이라도 나눌거라고 생각했다. 헌데 웬걸, 멍멍이들은 나만 보면 짖어대고, 치우지 못한 똥은 '강'비위인 나조차 속을 뒤집어 놓아 가까이 갈 수 조차 없었다. 아마 내가 이 말을 하고 있는걸 멍멍이들이 들었다면 '지는'이라고 콧방귀를 꼈을지도 모르겠다. 애들이 좀 쿨해야 말이지. 한번 곁을 안 내주면 계속 그러겠다는식으로 악착같이 왈왈대고, 칫!  

 멍멍이들을 지나쳐 근방의 펜션과 낡은집을 지나 동강 근처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만히, 아주 고요히 풀벌레 소리가 들렸다. 자동차 소리와 누군가의 말소리로 늘 귀가 지쳐있었는데 오랫만에 귀도 입도 눈도 쉴 수 있었다. 하릴없이 서성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를 뵈었다. 할머니는 솜털이 가시지 않은 나이에 산골로 시집와서 여지껏 산걸 생각하면 지금도 자다가 숨이 턱턱 막힌다고 하셨다. 네란 말이 자꾸 목에 걸려서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나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다 금세 기분이 좋아졌는지 한살배기 강아지가 꼬리를 흔든다. 이름이 똘이란다. 할머니는 얼굴에 웃음을 띄우고, 어미개와 뒷터의 감자 공장에 대해서 얘기해주셨다. 이건 세월의 법칙. 하루만에 다 읽은 천명관의 '고래'에서 따왔다. 뭐라도 대접하고 싶어 여쭸는데 근방에 벌써 아치의 요리솜씨 소문이 났던지 극구 사양하셨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 난 잡풀을 뽑다가 전날 방명록에서 봤던 글이 떠올랐다. 잡초라고 불리는 풀이 정말 쓸모가 없을까, 기실 풀은 풀대로 그저 쑥쑥 자라고 초록잎으로 빛나는건데 괜히 사람들이 나서서 얘는 예쁘고, 얘는 밉고, 얘는 뽑고를 결정하다니. 사람들이 다니기 좋으라고 풀을 뽑는건 그저 어쩌다 그곳에서 자란 풀에게는 참 미안한 일이었다. 제초제를 안 뿌리고 무려 이런 생각까지 했다며 자위하자니 참 낯뜨거워선. 바닥에 있던 낫을 다시 들고 집에 돌아왔다. 과하지 않을만큼 배가 고팠고, 다른 사람들이 보고 싶어졌다. 만 하루만에 그리워지다니.  

 그들이 올 시간이 된 것 같아 아래로 내려가 어슬렁거리다 아랫집 아주머니를 뵈었다. 할머니 말로는 근방에서 제일 부지런하다는 분이었다. 시골에서는 비밀이 없는지라 아주머니의 가족관계와 어제 집을 비운 사연까지 할머니께 소상하게 들은터라 처음 뵙는데도 무척 반갑게 느꼈졌다. 게다가 자꾸 해사하게 웃어주셔서 나를 실없이 웃는 아치꼴로 만드셨다. 아주머니와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데 마침 일주일에 한번씩 보리빵을 파는 아저씨가 오셨다. 나랑 아주머니는 반신반의한 기색으로 트럭 주위를 맴돌았다. 맛있을까, 노란 술빵하고 비슷한건 아닐까, 맛있어보이는데 등등을 생각하다 솥에서 꺼낸 보리빵에서 모락모락 김이 나는게 보였다. 어쩐담. 아주머니에게 빚을 내서 사기로 했다. 보리 막걸리는 없냐고 물어보려다 '있음 뭐할려고'말하는 점잖은 아치의 목소리가 들려서 멈칫하고 있는데, 

 저만치에서 구름같은 사람들을 태운 택시가 도착하는게 보였다. 사람들은 앞다투어 내리자마자 아치의 놀라운 적응력에 찬사와 갈채를 보냈다, 는 물론 아니고 마을 사람과 구분이 되지 않는다며 농을 쳤다. 왔군요, 당신들! 

 이럴줄 알았어! 몇편까지 쓰려고 아직 쓸 내용의 반의 반도 꺼내지 않는단 말인고. 혼자 편수 늘이고 혼자 좌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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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 2009-06-25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기를 올리고 계셨군요. 앞에 것도 찾아 봤어요. 재밌게 잘 봤어요.^^;

Arch 2009-06-25 02:28   좋아요 0 | URL
안 자고 뭐해요. 푸하!

푸하 2009-06-25 02:31   좋아요 0 | URL
기말페이퍼 쓰고 있어요.라는 대답을 해야하는데...
앉아만 있네요.ㅎ~

Arch 2009-06-25 03:28   좋아요 0 | URL
'누워만 있다'보다는 낫잖아요^^

2009-06-25 0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25 0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며칠 전에 복잡한 직함을 갖고 있는 김태훈의 칼럼을 본적이 있다. 정확한 출처는 모르지만 요점은 데이트 비용에서 여남이 불공평하다는 얘기인데 문제제기 수준에서 그친게 아쉬웠지만 나름대로 대다수의 남자들이 제기하는 문제의 테두리 근방은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조금은 편협하고, 겉핥기식으로. 이건 절대로 글을 쓰면서 확인해본 출처가 조선일보라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문화면의 조선일보는 괜찮다는식의 얘기가 아니다. 나는 조선일보가 의제를 독점하거나 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줄세우기 시키는 점을 탐탁치않게 생각한다.  

 데이트 비용에 대한 과거의 내 행적은 지극히 아치스러웠다. 액면 그대로 동냥아치. 정말 돈 잘 벌고 편한 친구라고 하더라도 그 아이가 한번 사면 내가 한번 사는게 당연한건데 데이트에선 그렇지 않았다. 데이트를 할때면 대부분 남자가 비용을 지불했고, 난 모른척 하거나 생각해주는척 싼걸 고르는걸로 그나마 도리는 했다는식으로 자위를 했다. (그 자위, 아니다.) 물론 꾸준히 가난한데다 불안정한 임금 노동자란 입장도 있었지만 앞서 말했듯이 친구한테는 안 그랬다.  

 '왜'에 대해 궁여지책으로 김경의 '뷰티풀 몬스터'에서 본 낸시 랭에게서 팁을 얻었다.

  - 여자들은 남자를 만나기 위해 꾸미고, 남자를 즐겁게 한다. 나를 만나는 남자들은 행복하다. 

 낸시 랭처럼 애교있거나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지도 못하는 내가 저 논리를 따르는건 어불성설이었다. 역시 결국 며칠 안 가서 뽀록이 나고 말았다. 저 말에서 함의하고 있는바를 충족시키는 여자라도 문제는 남는다. 여자가 자기만족을 위해 꾸미는 것과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꾸미는 비용의 경계는 무엇이며, 비용의 문제가 관계 안에서 지불되는걸로 그들은 합의를 했을까라는 점. 합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교환한 가치는 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문제가 남는다. 

 그렇다면 데이트 비용은 어떻게 부담해야할까. 가시적으로 데이트 비용문제가 나왔지만 데이트에 있어서 제반 여건들과 사회가 조장하는 데이트 신화까지 아우르지 않는다면 단순하게 누가 더 내냐 덜 내냐로만 시야를 한정하는건 문제가 있다란 생각이 든다. 능력 여하에 관계없이 여성 임금이 낮은 이유, 데이트를 하면서 여성들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감정이나 기타 비가시적인 노동 비용의 문제, 데이트를 지나 결혼을 하는 관계에서 여성이 분담해야하는 여러가지의 악조건 노동(가사, 육아, 상대 부모에게까지 잘해야하는). 실질적으로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더 낼지 모르겠지만 '직접적인 돈'외의 영역의 비용은 간과되고 있다. 

 사회적 조건이 여남에서 차이가 나니까 데이트를 할 때 비용은 남자가 좀 더 호혜적인 차원에서 부담을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고정화된 비용 부담이 단순하게 '여자들이 얄미운 족속'이기 때문이 아니란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게다가 비용 지불은 반드시 반대급부인 대가를 요구하게 된다. 대개의 경우 대가는 성적 관계로의 돌입이고, 갈수록 뻔해지는 이벤트의 면면은 어떤 절차처럼 '좀 더 화려하고 획기적으로 섹스를 한다'는 것을 의욕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내게 본래부터 없던 애교가 어느 날 갑자기 더 사라져 민망하게 엉덩이를 눌러붙이고 있기 겸연쩍어 데이트 비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변한건 아니다. 여전히 난 부지불식간에 상대방이 좀 더 큰 비용을 내길 원하고 있으며 부담을 하면서도 그냥 뭉개고 있었으면 좋았겠다란 생각을 안 하는건 아니다. 하지만 염치가 없는데다 앞서 말한 대가에 초연할 수가 없었다. 사랑하니까 모든걸 다 해주고 싶다란 입에 발린 소리가 무척 매혹적임에도 '모든걸 다 해주기'만 할 수 없는 남자, 인간의 심리를 나이만큼은 아는 까닭이다.

 나를 지나간 언니들은 더 멋지고 반짝반짝 빛이 난다. 그녀들은 자신이 먹고 입는 것만큼이나 사람들에게 베풀기를 좋아하고, 비용에 있어서도 얌체처럼 굴지 않는다. 도리어 '돈 문제'를 얘기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신성한 데이트에서 돈 얘기를 하는건 자칫 이른바 '현실적'인 입장으로 돌변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비용 부분을 분명하게 하려는 의지로 읽힐때면 연인 관계의 신성함과 현실 사이에는 공허한 경계만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와 관련된 직접적이고 개인적인 일들을 발설할때면, 특히나 다짐이나 선언들을 말할때면 뒷통수가 간지럽다. 다음에 알라디너와 데이트를 할 때 내가 글에 쓴 것처럼 할까란 의심도 들고 과거의 행적을 '아치스럽다'라고 뭉퉁그려놓듯 퉁치는 것도 글쎄. 나를 비껴난 일들에 대해서 말하고, 생각을 정리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란 생각도 드는 야심한 밤의 아치이다.  

 누구 버릇 남 못준다고 꾸준히 그럴게 분명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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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6-22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본적으론 능력에 따라 벌고 필요에 따라 나누자가 저의 모토입니다..
커다란 얘기로야 능력에 대한 올바른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문제제기가 있고 아주 중요한 문제지요. 여성적 노동에 대한 사회적 저평가는 큰 이슈지요.
개인적으로야 뭐 없을 땐 빌어먹고 있을 땐 좀 뜯겨주고 ㅎㅎㅎ
전 한때 '아 인간관계를 늘리고 늘려서 한끼씩 돌아가며 친구들 집에 빌어먹고 살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해본걸요 ㅎ

Arch 2009-06-23 10:46   좋아요 0 | URL
그거야 저의 모토이기도 하지만 늘 뜯어먹는 쪽이라..^^

그거 좋은 생각인데요. 한끼씩 돌리고 돌려서 동그라미처럼 연결되는건. 횡설수설 글인데 여성 노동의 저평가, 짚어내실줄 알았어요.

비로그인 2009-06-22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늘 제게 편지를 쓰던 남자가 제게 물어본 적이 있어요. `나는 늘 편지를 쓰는데 넌 왜 답이 없지?' 제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네가 편지를 쓰면, 내가 그걸 읽어주잖아.'
이런 식의 대화가 그와 나 사이에 오갔어요.

'난 네게 전화를 하는데, 왜 넌 안 해?'
'네가 전화를 하면, 내가 받아주잖아.'

'왜 나만 데이트 신청을 하지?'
'네가 만나자고 하면, 내가 만나주잖아.'

그 등식에 따르면 이 대화도 성립하지요.

'왜 나만 데이트 비용을 지불하지?'
'네가 돈을 내면, 그 돈을 내가 써주잖아.'

Arch 2009-06-23 10:52   좋아요 0 | URL
쥬드님^^ 네에, 그럴 수 있어요. 그런데 전 좀 켕겼어요...
 

  진진진가 놀이라는게 있다. 자신에 해당하는 세가지의 진실과 한가지의 거짓을 알아맞추는거다. 같이 교육 받은 분들과 한번 해봤는데 재미있을 것 같아서 옮겨본다. 남들이 경험하지 않은 것, 특이할수록 더 재미있어지는 진가 놀이. 실은 2만명 방문자 이벤트로 하려다가 아직 멀어서 먼저 공개한다. Arch의 거짓은 무엇일까?

1. 나는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거나 방송에 참여해서 살림 장만을 해놨다. (남자분만 있으면 되는게 그게 참.) 

2. 나는 지하철에서 헌팅을 해본적이 있다. 

3. 나는 고등학교 때 학교 도서관에서 토지 한질(그 당시 13권)을 반납하지 않은 적이 있다. 

4. 나는 머리를 민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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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6-21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넷 다 상당히 엽기적이라서 고르기가 참...
근데 걔 중 가장 덜 엽기적인게 1번인듯 싶군요. 전 1번이 거짓이라고 생각하옵니다. ^^

Arch 2009-06-21 23:56   좋아요 0 | URL
흠... 흠...^^ 정말 엽기적인가요? 바람돌이님도 하나 둘 생각해내면 저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 것 같은데.

Forgettable. 2009-06-22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가가진 문제를 만드는게 더 쉬울것 같아요-_- 난 정말 나를 잘 모르나봐 ㅎㅎㅎ
저도 찍어보자면 4번이요-
아니라면, 사연이 정말 궁금^^ 얘기해주세요~

답을 오답이길 바라며 찍는 경우가 있긴 있군요.. ㅋㅋㅋ

Arch 2009-06-22 00:17   좋아요 0 | URL
흐음~ ^^ 댓글이 좀 더 달리면 사연 얘기해줄게요. 슈퍼 컴퓨터 돌려서 가짜를 찾고 있을 누군가를 실망시킬 수는 없잖아요.

있긴, 있겠지라고 섣부르게 짐작하는 아치.

라주미힌 2009-06-22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번....

뷰리풀말미잘 2009-06-22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번 올인.

hnine 2009-06-22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번이요.
(1,3,4 번은 다 해보셨을 것 같다는 얘기? 예 ^^)

무해한모리군 2009-06-22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나도 2번으로..
(나는 1,2,4를 해봤지롱 ^^*)

조선인 2009-06-22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1,2,4번을 해봤으니 안 해본 3번. 쿠쿠쿠

Arch 2009-06-23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과 휘모리님, 대단하삼.^^ 라주미힌님과 hnine님은 제 과단성(?)을 눈치 못채셨군요. 미잘님, 머리를 밀어본 사람이 벌써 세명이나 된다구요.

정답은 맨 처음 바람돌이님이 맞추셨어요. 깜짝 놀래서 헛기침하는거 보이시죠? 너무 쉬웠나 싶었어요.

뽀님 말씀대로 사연을 공개해보자면
1번- 몇번 선물을 받기는 했지만 살림 장만일 정도는 아니었어요.

2번- 그러니까 남잔데요. 단정하게 신문을 읽고 있는 남자의 귓바퀴가 너무나 깔끔하고 귀여워서 연락처랑 이름을 적어준적이 있어요. 쪽지를 던지다시피 남자에게 건네주고 얼굴이 벌개져서 옆칸으로 도망쳤죠. 물론 전화는 안 왔어요. 측근들은 그 남자가 날 미친 녀자로 찍혔을거라며 무척 이쁜 사람이 아닌 경우 거의 연락하지 않을거라고 하더군요. 흑.

3번- 네, 저 도벽이... 좀 있어요. 있었어요. (정말 과거형이야?) 그러니까 아직 바코드가 도서관에 정착되기 이전, 아무도 토지를 안 읽는데 분개한(늘 도벽엔 이유가 있죠) 저는 대출하는 것처럼 꾸며서 전권을 다 훔쳤습니다. 토지만 훔친건 물론 아니겠죠?

4번- 외박하고 들어왔다고 아빠랑 싸운 후 머리를 빡빡 밀었어요. 죽기 전에 꼭 한번 머리를 밀어보고 싶었는데 화풀이로 밀줄은 몰랐죠. 그 일로 또 아빠랑 몇달간 서로 말도 안 하고 애증의 부녀관계죠. 여름엔 더 덥고, 겨울엔 화끈하게 추운 민머리 경험! 재미있었어요. 이건 전의 제 페이퍼를 읽었다면 진짜인줄 알았을텐데... 고로, 미잘님은 제게 무심하다는...(이게 삼단논법이냐?)

정답을 맞추신 바람돌이님께는 소정의 상품을 드리겠습니다. 물론 책이죠! 바람돌이님 원하시는 책과 주소를 비밀댓글로 남겨주셔요.

Forgettable. 2009-06-23 23:57   좋아요 0 | URL
아 난 머리 민 나의 모습을 상상만 해도 별로라서-_-;; 정말 놀랍군요, 저 대학생 때 술먹고 11시(!!!)넘어서 들어왔다고 막 다음날 학교 못나갈 정도로 두들겨 맞았을 때도 화풀이로 머리밀 생각은 못했는뎅
ㅋㅋ

저도 중딩때 도벽이 있었는데; 책은 훔치지 못했어요 ㅠㅠ 흑 (아쉬워하는거임?) 펜이나 스티커 따위.. ㅋㅋ 아직도 토지 다 갖고 계세용?ㅋㅋ

Arch 2009-06-24 22:40   좋아요 0 | URL
무섭다... 아쉬워하는거 맞는 듯^^ 다 갖고 있죠. 인증샷이라도? (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