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오랜만에 리뷰쓰기 코너에 글을 올려본다. 늘 책을 읽고 있고,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궁극의 목적이 있다면 그건 쓰는 인간이 되고 싶음이다. 원래 목표치가 있는 인간이 아니어서 작가가 된다거나 책을 낸다거나 하는 구체적인 쓰는 인간이 아니라 그냥 읽은 책의 소감 정도는 기록할 수 있는 인간이 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인간상이다. 그런데 그런 생활을 너무 오래 멀리했다. 쓰기를 안하니 읽는 건지 안읽는 건지 책을 독파하는 행위 자체가 의미 없게 여겨졌음에도 한 번 손에서 놓은 펜을 잡기란 쉽지 않았다.

 

억지로,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정이 넘은 시간 불을 끄고 누운 상태에서 무작정 폰에다 몇 마디 끄적거려 보았다.  한 시간이 초과하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82년생 김지영의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했다. 그건 정말 노력이었다. 내가 쓰고자 하는 스타일의 글이 아닌 것을 쓰려고 했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글쓰기를 위해서 퇴고는 한 번만 했다. 낮동안 장샘 댁에서 계속 82년생 김지영을 대체 어떻게 써야하나 고민했는데, 길이 보이지 않았다. 쓸 말이 없었다. 그래도 어쩌지 하고 계속 생각했더니 어쨌든 잠자리에 들기 전 한 시간 남짓 걸려서 한 쪽짜리 페이퍼가 나왔다. 두어달의 시차를 두고 두 번 읽었고, 밑줄 긋기는 하지 않았다.

 

시간을 많이 쓰지 말라는 말은 정말 와닿았다. 이전에도 여러 번 들은 말이었건만 이번에 꽂혔다. 이번 일로 나는 책과의 거리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거리 두고 읽든 빠져서 읽든 리뷰는 쿨하게 쓰기. 좀 더 현명하게 매끄럽게 유능하게 읽고 쓰는 인간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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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2 1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2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2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3 0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종일 비가 쏟아졌다. 낮동안은 간간히 쉬기도 했지만 아침과 밤에 쏟아지니 내내 이랬단 느낌이다. 간만에 하루종일 둘째랑 뒹굴했다. 크레마 사운드를 둘째에게서 어버이날 선물로 받고 이제껏 묵히는게 미안했는데 오늘은 종일 크레마로 책 읽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었다. 새벽에 일어나 스탠드를 안켜고도 읽을 수 있더라며 어떤 점이 좋은지도 얘기했다.

슬쩍슬쩍 멜빌 이야기도 하고 이런 부분이 좋아 하며 보여주기도 했다. 모비딕은 누구나 읽기만 하면 좋아할 소설이다. 드라마틱하고 철학적이고 비유적이고 상징적인 코드도 많고 박물지 같기도 했다. 금요일 밤부터 읽기 시작해서 나흘이 걸렸다. 할 일 하면서 새벽과 밤시간을 주로 이용했고 오늘은 반나절 붙들고 읽었다. 사실 모비딕ebook은 딱히 읽으려고 샀다기 보다 그냥 한 번 사봤다가 맞다. 인간의 조건 장정이 마음에 안들어 ebook으로 살까하고 찾다가 겸사겸사 질러 진 것. 사면서도 저렇게 두꺼운 책을 어떻게 화면으로 읽지? 긴가민가 불가능해보였는데 중간에 건너 뛰었나 싶어 다시 목차 확인을 했을정도로 훌쩍 읽어졌다.

이제부터 두꺼운 책은 무조건 ebook을 사야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좋은 첫경험이었다. 내친 김에 같이 산 국가란 무엇인가도 서문과 목차를 읽었는데 폰트가 마음에 안들어 읽을 마음이 안내켰다. 낼 인터넷을 고치면 폰트를 다운 받아 바꿔서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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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7-07-10 23:59   좋아요 0 | URL
전 아직 ebook이 내키지 않는데...
쑥님은 앞서가시네요^^
국가란 무엇인가 저두 읽으려구용

라온 2017-07-11 04:43   좋아요 0 | URL
집안에 책이 넘치고, 이사의 고통을 겪게 되면 전자책을 살 수 밖에요.
 

주말동안 내내 모비딕을 읽었다. 그럴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폰을 열어 놓고 흘깃흘깃 페이지를 훔쳐봤다.
새벽에 잠이 깨어 스탠드를 켜지 않고도 어둠속에서 크레마를 들고 읽을 수 있었다. 막 잠에서 깼을 땐 스탠드의 불빛이 부담스러운데 크레마는 스스로 부드럽게 밝아서 좋았다. 어둠속에서 스탠드 없이 읽을 수 있다는게 크레마의 가장 큰 장점이구나. 모비딕은 전문용어?도 많아서 ‘용골‘ 이런 단어들을 찾아가며 읽는데 완전 설레었다.

모처럼 박물관과 미술관에 가고 싶어졌다.
아름답고 로맨틱하며 생생하다.
빗소리를 읽으며 읽는데 비린내가 나는 착각에 빠졌다.
깊은 잠에 들지 못했다.
중간중간 자꾸 깨어 모비딕이 읽고 싶었다.

차분하고 견실한 그의 인생은 대부분 말로 이루어진 지루한 장章이 아니라 몸짓으로 이루어진 인상적인 무언극이었다. 하지만 그 진지하고 강인한 불굴의 정신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나머지 자질에 모두 영향을 미치고 어떤 경우에는 나머지 자질들을 뒤엎을 만큼 중요해 보이는 자질들을 그는 갖추고 있었다. 뱃사람치고는 이상하게 양심적이고 자연계에 대한 깊은 경외감을 가지고 있어서, 거친 바다에서의 쓸쓸한 생활은 그의 마음을 미신으로 기울게 했다. 하지만 그가 믿는 미신은 어떤 사회에서는 무지가 아니라 오히려 지성에서 나오는 것처럼 여겨지는 미신이었다. 그는 외적 전조와 내적 예감을 민감하게 느꼈다. 이런 전조와 예감이 이따금 용접으로 접합된 강철 같은 그의 영혼을 굴복시킬 때도 있었지만, 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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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7-07-10 13:41   좋아요 0 | URL
모디빅에 도전하시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시다고 생각합니다.

전 언제나 읽어보게 될까요.

2017-07-10 17:57   좋아요 0 | URL
일단 잡으니 술술 읽힙니다 :)

다락방 2017-07-10 14:03   좋아요 0 | URL
저도 아주 오래전부터 모비딕 읽어야지, 생각만하고 못읽고 있었는데, 쑥님 페이퍼 보고 저도 크레마로!! 이북으로!! 읽기로 마음을 굳혔어요. 불끈!

2017-07-10 17:59   좋아요 0 | URL
모비딕 다 읽고 국가란 무엇인가 열었는데 가독성이 모비딕만 못하네요.
폰트 중요한 듯ㅎㅎ
저 끝냈어요!!!! 크레마와 알라딘이북으로!!

2017-07-11 2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맹이 2017-07-31 05:47   좋아요 0 | URL
크레마의 가장 큰 장점! 공감.. ㅎㅎ 육아하는 어머니들에게 매우 유용합니다^^
 

엄마야 세상에나
ebook이 이렇게나 잘 읽히다니 새삼 신통해하며
모비딕 진도 죽죽 나가는 중이다.
모비딕이 넘 두꺼워서 혹시나 ebook을 한 번 사봤는데 왠걸 이 좋은 걸 왜 진즉 실행하지 않았나.
밑줄긋기를 한번에 일별할 수도 있고 사전찾기등등 편리하기가 이를 데 없다. 특히나 나의 독서자세에 최적화된 버전이다. 잠들기전에 모로 누워 읽기,
잠에서 깼을 때 반듯하게 누워 손으로 들고 읽기에 넘 좋다. 크레마는 폰보다 가볍다.

폰에 알라딘ebook앱 으로도 읽고 크레마로도 읽는데 둘 다 가독성이 좋다. 생각보다 눈도 아프지 않고. 껐다가 켜면 모일 모시에 읽은 다음부터 이어보시겠습니까 뜨고 모비딕 42%이렇게 표시되는 것도 재밌다. 책상에 앉아 읽거나 하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일단 이동중 독서나 잠자리 독서로는 최선인 듯. 새로운 발견.

지금 모비딕 읽을 타이밍 아닌데 시작하니 멈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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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7-09 19:57   좋아요 0 | URL
저도 어제 크레마 들고 나갔는데 글씨 크게 하고선 좀 신났어요 ㅋㅋㅋㅋㅋ

2017-07-09 20:03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좀 신남! 폰트도 설정할 수 있네요.ㅎㅎㅎ

단발머리 2017-07-09 20:39   좋아요 0 | URL
아아아...
크레마 구입을 촉구하는 이 페이퍼~
이 댓글~
이 답글~ ㅠㅠ

다락방 2017-07-09 20:43   좋아요 0 | URL
질러버려욧!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7-07-09 20:45   좋아요 0 | URL
에잇!!!! 파야앗!!!!! 질러요!!!

miony 2017-08-22 22:54   좋아요 0 | URL
수민도 시작.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이 첫 책
학교에서 받은 문화상품권으로 결재
난, 아직 시도할 생각조차 하지 않음. 여전히 내키지 않음

2017-08-22 23:41   좋아요 0 | URL
밤에 읽기 좋다는게 숭과 나의 공통된 의견. 나도 너처럼 그랬어. 셩도 82년생 김지영을 ebook으로 읽었어. 다시 책읽기 시작해서 기특.
 

적당히 내리는 빗소리에 눈이 떠진 기분 좋은 아침이다. 오늘 오전은 비 올 확률 90%에 기대어 조금은 무거운 몸을 활성화 시켜 보기로 한다. 시간이 없어서 책을 못 읽는 게 아니라 시간은 늘 넘치는데 뭔가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나 할까. 그런 와중에 처음으로 ebook 두 권을 샀다. 허리 보존하느라 두꺼운 책을 들고 다니는 게 여러모로 위축이 되어서 읽어지거나 말거나 일단 한 번 사보았다. 앱은 깔았는데 로그인을 못해서 아직 한 페이지도 못 읽었지만. 크레마도 처음 사용하려니 셋팅이 복잡하다. 앱으로도 읽고 크레마로도 읽어지는지도 아직 모르겠다. 이런 일이 귀찮아서 뭐 충전하고까지 포함 ebook의 미래가 밝지 않구나 하는 생각. 마의 산 상권을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중간쯤 읽다가 포기하고 있었는데 어제 차 트렁크에서 찾아서 언니한테 패쓰했다. 자기 너무 피곤한데 교보 들러 책 사서 간다는 소리에 마침 언니집 근처 갈 일이 있어 먼저 읽어 했다. 난 이미 글렀어.

ebook은 최소한 못 찾을 일은 없겠지. 지금처럼 눈만 떴을 때 저쪽 방으로 가야만 찾아 읽을 수 있는 책이 읽고 싶지만 구찮아 뭉개고 있을 때, 여행 갈 때 어느 책을 넣고 어느 책을 빼야할 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겠지.
아무리 장점을 떠올려봐도 여행지에선 종이책을 읽고 싶구나. ㅎㅎ

이제 부팅을 해서 모비딕 몇 페이지와 국가란 무엇인가 몇 페이지, 종이책 82년생 김지영을 후루룩 봐야겠다. 비 오는 날은 뭘 해도 행복하고 뭘 먹어도 맛있다. 간밤에 김광석 노래를 들으며 집으로 와서 오자마자 파전 부쳐서 막걸리 한 병 마셨다는 건 안비밀.

(ebook의 한 가지 장점 더. 장정이나 표지 전체적인 그립감이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을 만지며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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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7-07-08 09:08   좋아요 0 | URL
비를 좋아하시는군요^^
저두 좋아해용!
특히 카페에서 바라보는 비~~

2017-07-09 20:09   좋아요 0 | URL
여긴 밤새 비가 쏟아졌어요.
집안에서 보는 비도 좋더군요^^

단발머리 2017-07-08 11:47   좋아요 0 | URL
저도 카페에서 바라보는 비~에 한표요^^
전 어제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는데 중간 중간 울컥해서 혼났어요.
크레마는 아직 구입 전인데 쑥님 페이퍼 덕분에 더 미뤄질듯 해요 ㅎㅎㅎㅎㅎ

2017-07-09 20:10   좋아요 0 | URL
크레마 추천요. 넘 잘 읽고 있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