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비가 온다니 참아 보겠지만 정말 견디기 힘든 날씨다. 어제 빈 속에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시작하고
오후에도 호기롭게 커피를 한 잔 더 마셨더니 밤을 꼴딱 새버렸다.

어제 밤엔 가족이 싫은 게 아니라 사람이 싫어서 말 좀 안하고 안듣고 혼자 있고 싶어서 방으로 들어갔는데 자꾸만 나오라고 했다. 보통 땐 그냥 포기하고 나가는데 어젠 진짜 싫어서 고집을 피웠더니 가족이 앞으로 방에서 절대로 나오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

바로 전날 모임에서 우리 집 가족은 화를 낼 줄 모른다고 자랑 아닌 자랑을 했는데 바로 화를 내다니. 다음 모임에서 사실관계를 정정해야겠다. 나는 반성이나 뭐 그러느라 밤을 샌 건 아니고 혼자 가있을 곳을 궁리하느라 잠이 더 안왔던 듯 하다. 일도 못하고 책도 못읽고 밤새 끙끙대기만 했다.

무슨 핑계를 대고 일상에서 빠져나가나. 공부도 싫고 무엇보다 싫은 건 사람들이다. 정말 독하게 마음 먹고 안보려고 하는데 집에 있으니 흔들면 또 나가진다.
관계의 책임이라는 것이 정말 무섭고 빠져나올 길이 없다.

지금 딱 어디론가 날라버렸음 좋겠는데 내일 오전에 정말 만나기 힘든 지인들과 근 1년만에 약속이 잡혀있다. 담주도 그 다음 주도 못 떠날 이유가 한 가지 씩은 있네. 에잇. 이런 거 저런 거 다 무시해야 나를 수 있는데 가 있을 만한 집도 너무 멀다. 일단 잠을 좀 자야겠다.
사람 좀 그만 미워하고.

사진은 재작년과 작년 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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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2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22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22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22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22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22 17:05   좋아요 0 | URL
응ㅋ

하루 2017-06-22 17:55   좋아요 0 | URL
냉정, 무정, 거만, 바람둥이- 수국꽃말
어쩐지 더 끌렸나봐요

2017-06-22 18:02   좋아요 0 | URL
냉정 무정 거만 바람둥이
최고의 꽃말이네요👍

하루 2017-06-22 18:03   좋아요 0 | URL
수국 색깔별로 꽃말이 다르긴 하지만요^^~
 

때가 되면 이란을 읽었다. (단발머리님에겐 때가 되면 테헤란을 읽고 있다고 한 것 같다.)

200페이지가 안되는 얇은 책인데 보시다시피 표지 느낌이 참 좋다. 서문의 도입부는 정말 마음에 들어서
이 책을 마구 읽고 싶게 만들었고 결국 다 읽게 했다.
요즘 에세이 못 읽는 병에 걸려 있었는데 병마를 이겨내고 이룬 쾌거라 몹시 기쁘다.

이 책의 저자는 정영효 시인이다. 그의 시를 처음 읽었을 때 느낌은 지적이다였고 그를 처음 보았을 때 느낌은 반듯하다와 착하다였는데

테헤란에서 머무는 3개월 동안 써내려간 그의 산문들은 첫인상과 같았고 조금 더 진지했다. 자신이 누리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예의 바른 자세와 시선이 느껴지는 학구적인 글들이었다.

학구적인 글? 이렇게 쓰면 이 책의 판매에 썩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지만 여기까진 지극히 개인적인 진실된 소감이다. 여행기라면 자고로 더 다이내믹해야 하지 않나라고 미리 짐작한 내 탓도 있겠다.

난다의 걸어본다 시리즈는 허수경의 뮌스터와 김이듬의 파리만 읽었는데 마지막 책 날개를 보니 무려 12권?이나 나와있다.

허수경의 뮌스터는 정말 뮌스터를 경험한 듯 공간의 느낌도 강렬했지만 시인의 외로움에 공감하다가 미처 다 읽지도 못 한 상태에서 선물했고

김이듬의 파리는 생생한 인물 체험기라고 해야하나 시와 인물이 잘 믹스된 참으로 멋드러진 책이었다는 아스라한 기억.

정영효의 테헤란은 점잖은 도시 관찰기다. 여기서 점잖다고 표현한 것은 술이 통용되지 않는 도시에서 3개월을 살면서 뭔가 술을 마시려는 모험담 정도를 기대했었나? 그런 기대치에 못 미쳐 그렇단 얘기가 아니다.

시종일관 겸손한 태도로 낯선 문명을 조곤조곤 살피고 작은 일상을 사유로 연결하는 마인드가 그렇게 읽혔단
뜻이다.

뉴욕,런던,파리,도쿄등등의 도시에 대한 글들은 넘쳐나고 정보 또한 많다. 아무래도 낯설 수 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접할 일이 없는 이란, 테헤란의 이야기를 이렇게나 여러 꼭지 감사하게 들었다.

너무 길면 지루할까봐 적당히 얇게
손에 잡기 가볍게
선물하기 좋게 부드러운 느낌으로
그렇게 얘기 들려주어 고맙다.
정시인님이 그 곳에 있어주어
긴 여행얘기를 스마트하게 들려주어
나도 덩달아 그 곳에 잠시라도 머물러 본 느낌이다.
마음이 좋다.

(독립서점 매대에
게스트하우스 책꽂이에
여행자의 베낭에
어울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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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7-06-22 09: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네~~~ 제게는 <때가 되면 테헤란>이라고 하셔서 혼자 검색도 해보다가 ㅋㅋㅋㅋ 이란이라고는 생각 못 하고 아직 안 나왔나보다~~~ 했어요.

제가 기억하는 정영효 시인도 착하고 반듯해요. 길쭉길쭉 반듯반듯!!! 다른 문명에 대한 감상이라면 아무래도 자신의 입장에서 보기 마련인데 시인의 시선으로 낯선 문명 읽기라니... 너무 기대됩니다 *^^

2017-06-22 09:42   좋아요 1 | URL
역시나 그랬었군요;;;
때가되면 테헤란ㅋㅋㅋ 단발머리님이 올려주시는 리뷰 기대할게요. 인용과 사진을 보태는 정성스러움이 제겐 없었네요. 반듯하게 누워서 북플로 쓰는 리뷰라-.-

2017-06-22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1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산수국

죽을 힘을 다해 추스렸건만 제자리.
배려심 1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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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체꽃

기간만 중요한가?
밀도와 온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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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낮달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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