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동안 내내 모비딕을 읽었다. 그럴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폰을 열어 놓고 흘깃흘깃 페이지를 훔쳐봤다.
새벽에 잠이 깨어 스탠드를 켜지 않고도 어둠속에서 크레마를 들고 읽을 수 있었다. 막 잠에서 깼을 땐 스탠드의 불빛이 부담스러운데 크레마는 스스로 부드럽게 밝아서 좋았다. 어둠속에서 스탠드 없이 읽을 수 있다는게 크레마의 가장 큰 장점이구나. 모비딕은 전문용어?도 많아서 ‘용골‘ 이런 단어들을 찾아가며 읽는데 완전 설레었다.
모처럼 박물관과 미술관에 가고 싶어졌다.
아름답고 로맨틱하며 생생하다.
빗소리를 읽으며 읽는데 비린내가 나는 착각에 빠졌다.
깊은 잠에 들지 못했다.
중간중간 자꾸 깨어 모비딕이 읽고 싶었다.

차분하고 견실한 그의 인생은 대부분 말로 이루어진 지루한 장章이 아니라 몸짓으로 이루어진 인상적인 무언극이었다. 하지만 그 진지하고 강인한 불굴의 정신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나머지 자질에 모두 영향을 미치고 어떤 경우에는 나머지 자질들을 뒤엎을 만큼 중요해 보이는 자질들을 그는 갖추고 있었다. 뱃사람치고는 이상하게 양심적이고 자연계에 대한 깊은 경외감을 가지고 있어서, 거친 바다에서의 쓸쓸한 생활은 그의 마음을 미신으로 기울게 했다. 하지만 그가 믿는 미신은 어떤 사회에서는 무지가 아니라 오히려 지성에서 나오는 것처럼 여겨지는 미신이었다. 그는 외적 전조와 내적 예감을 민감하게 느꼈다. 이런 전조와 예감이 이따금 용접으로 접합된 강철 같은 그의 영혼을 굴복시킬 때도 있었지만, 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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