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안개주의보

중부지방 미세먼지 상승. 얼마동안 날씨가 쾌청하여 잠시 잊고 살았던 미세먼지가 다시 등장했다. 아침인데 덥고 공기가 찌뿌둥하니 멘탈지수가 내려간다.

김영하여행자도쿄와 광장을 반납하고 대위의 딸, 임경선의 도쿄를 빌려왔다. 김영하여행자도쿄는 어쩌다 얻어걸린 책인데 만족도가 높았다.하지만 독자를 위해 쓴 책이 아니라 작가가 자기가 좋아서 자기가 추구하는 스타일로 만들어서 대중성 확보에는 실패한 여행서였다. 감각적인 사진 에세이집으로 펴낸건데 독자들은 여행서의 기대를 안고 볼 것이기 때문이다. 최인훈의 광장은 힘들게 읽었다. 지식인소설 관념소설 이데올로기와 사랑이 주제인 책을 이제와서 읽으려니 중간에 자꾸 집어치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최인훈 무지 지적이고 글도 잘 쓰는 소설가였구나. 그리고 왜 최인훈의 광장이 문학사에 기억되는 작품인지 알았다라는 걸로 만족한다.

도쿄책을 최신순으로 검색했더니 십여권 이상이 거의 대출중이었다. 헐 이렇게나 이용도가 높다니!
여행책 몇 권만 살뜰히 잘 쓰면 노후대책이 되겠단 생각을 했다. 긴 추석연휴를 앞둔 탓도 있겠지만 언제부턴가 한국민은 여행자이거나 여행대기자상태로 살아가는 듯하다. 나부터도!

도서관 마당의 백일홍이 끝물인데 끈질기게 피어있다. 화려하게 예뻐서가 아니라 아직도 피어있구나 싶은 마음과 가지가 독특하게 엉성하게 길게 뻗어있어 눈길이 간다. 가지가 넓고 고르게 자라 그네를 매고 놀았던 유년시절 마당에 있던 큰 백일홍나무가 생각났다. 바닷가 언덕에 있던 집이라 한여름에 서너번의 태풍 피해가 늘 있었는데 피해라함은 그 서너 번 중의 한 번은 백일홍나무가 넘어졌단 것이다. 마당 한쪽에 있어 담장과 자기 그늘이 짙어 비가 오면 나무 아래가 늘 물이 고여있었는데 바람이 불어닥치면 그 큰나무가 어김없이 쓰러지곤 했던 것이다.

마루에 서서 파도가 방파제를 무섭게 치며 넘나들던 바다를 보던 그 해 여름에 막내동생을 포대기에 업고 마루를 왔다갔다하며 읽었던,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대위의 딸>을 오늘 읽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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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7-09-08 13:50   좋아요 0 | URL
마지막 문단....
너무 너무 근사해요.
막내 동생을 포대기에 업고 방파제 너머로 몰아치는 바디를 보면서... 푸시킨을 읽으셨단 말이예요? 한없이 부러운 이내 마음 @@

2017-09-08 16:27   좋아요 0 | URL
뭐 알고 읽었겠습니까. 연애소설 같은 제목에 끌려서..ㅋㅋㅋㅋ

2017-09-08 1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08 16: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08 1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08 1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 비가 부슬부슬 내려 아이와 똠양꿍이나 먹을까하다 불발되어 제주고등어를 구워 막걸리를 마셨다. 오랜만이라 좀 취기가 오르려나 했는데 것도 아니어서 광장과 런던을 걷는게 좋아라고 버지니아 울프는 말했다를 베게 이 쪽 저 쪽에 놓고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해가며 두 책을 동시에 읽었다.

광장은 1960년 런던을 걷는게 좋아는 1931~2년에 발표된 책이다.소설과 에세이, 이데올로기와 사랑, 산책과 사유, 울프와 최인훈 사이를 왔다갔다 했다.

오늘은 요가를 마치고 강남역에서 아이를 만나 요즘 핫하다는 베트남 생면국수집에 가서 안심쌀국수와 분짜를 먹었다. 나는 그 곳에 국수를 두고왔네 탓이다. 진유정작가님이 추천해준 맥주 사이공도 반주로 곁들였다. 맛은 그럭저럭 먹을만 했지만 그렇게 테이블 사이가 좁고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번잡한 곳은 다시 가고 싶지 않았다. 서둘러 먹고 일어나 식당 인근 중고서점에 들러서 손창섭의 비오는 날을 샀다. 그럴 줄 알았지만 저녁시간의 강남역은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순식간에 피곤해져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한 숨 푹 제대로 자고 일어났는데 아침이 아니어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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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을 걷는 게 좋아.

버지니아 울프는 말했다

 

런던을 걷는 게 좋아, 버지니아 울프는 말했다.

런던을 걷는 게 좋아, 런던을 걷는 게 좋아, 런던을 걷는 게 좋아,

아무 것도 아닌 이 말이 주는 담담하면서 서정적인 정서가  너무 좋다. 런던이 좋아가 아니라 런던을 걷는 게 좋아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진 버지니아 울프는 말했다. 때문에 책제목이 더 근사해졌다. 책과 상관없이(읭?) 책제목이 좋은 책을 말하라면 이 책이 단연 1등을 먹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제목이 마음에 든다. 그런데 심지어 100쪽. 호감지수 100상승이다.

 

런던이 좋아는 1931년12월부터 1932년 12월까지 <굿하우스키핑>에 격월로 연재된 여섯 변의 에세이(런던부두, 옥스퍼드 거리의 물결, 위인들의 집, 수도원과 대성당, 하원의사당, 어느 런던 사람의 초상)를 엮은 책이다. 책의 첫장은 1903년의 런던 지도가 그 다음 장은 2017년의 런던지도가

있어 런던 산책자의 세게도 독자를 안내한다. 고즈넉히 천천히 산보를 하는 기분으로. 

 

바다가 불어주는 소금기에 코를 벌름대며 템스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애들을 지켜보기한 더없이 흥분되는 일이다. 대형 선박부터 작은 배, 낡은 배부터 화려한 배, 인도에서 러시아에서 남아메리카에서 오는 배,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오는 배, 치묵과 고독과 위험을 건너온 배들이 눈앞을 지나 항구로 귀향한다. 13

 

옥스퍼드 거리는 흥정과 할인이 난무해서 불과 한 주전까지 가격이 2파운드 6실링이던 물건이 1파운드 11실링 3페니까지 내려가는 일이 허다하다. 사고파는 행위도 소란하고 노골적이다. 그러나 해 질 무렵, 인공조명과 실크 더미와 버스 불빛 탓에 마치 지지 않는 저녁노을이 마블 아치를 품은 듯 보이는 시각에 느긋한 걸음으로 걷노라면 거대한 리본 다발처럼 펼쳐지는 옥스퍼드 거리의 현란한 번쩍임이 나름대로 매력적이다. 반짝이는 물줄기가 끝없이 자갈을 씻어 내리는 강바닥처럼 모든 것이 영롱하게 빛난다.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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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7 2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런던을 걷는 게 좋아, 버지니아 울프는 말했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승민 옮김 / 정은문고 / 2017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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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관한 여섯 편의 에세이. 댈러웨이 부인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오래동안 인상에 남았던, 초입부에 런던의 거리를 활보하는 장면이 어떻게 탄생한 것인지 알겠다. 울프의 시대에 모두 다 그렇게 자유롭게 쏘다닐 수 있었던 것일까를 생각해봤다. 울프는 똑똑했고 자유가 있었고 그것을 누리려는 의지가 있었다. 그 시절 런던의 생생한 현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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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보내 준 사진 한 장.

 

머물고 있다는 호텔 밖을 찍은 사진이었어.

그 사진엔 알만한 건물들이 보였고,

방향을 어림잡아 나는 네가 뉴욕의 어디쯤에 묵고 있는지 알 수 있었지.

그 때 한참 뉴욕의 건축에 관한 책을 읽으며 지도를 보고 있던 때였거든.

 

뉴욕에 가고 싶다고 열망한 적은 없었어.

록펠러센터 앞의 스케이트장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싶다거나,

모마에 가서 그림들을 좀 보고 싶다거나 하는 생각을

아주 잠깐 한 적은 있었지만.

왠지 지저분할 것 같고 복잡하고 사람은 넘쳐나고.... 

그런데 네가 뉴욕에 가 있다니 뉴욕이 특별해졌고, 뉴욕에 가고 싶어졌어.

그래서 네가 돌아오면 장단 맞춰 재밌게 얘기나 나눠야지 하며

뉴욕에 관한 책들을 읽기 시작했단다.

열 권 쯤 읽을 수 있는 시간만큼 넌 그 곳에 머물다 왔지.

 

너무나 당연하게 음식책, 미술관책은 두 권씩도 읽은 것 같고 모두 재밌고 신기했지만

몇 년이 흐른 지금 나의 뇌리 속에 남아 있는 책은 두 권이야.

하나는 헬로 뉴욕, 하나는 필름 뉴욕.

제목이 이미 다 말해준 것 처럼 한 권은 뉴욕이 배경인 영화의 장면들을 사진과 함께

소개한 책이고 한 권은 뉴욕에서 나고 자란 일러스트레이터가 뉴욕의 구석구석

소품 하나 하나를 그린 일러스트책이었어. 하나는 객관적으로 가장 멋진 배경

그 곳에 사는 사람이든 여행자든 누구가 감탄하고 좋아할 만한 곳을 소개하는 셈이었고

한 권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시선을 담은 책이었지.

얼마전 돌아 온 언니의 뉴욕여행사진을 보고, 어제는 런던 건축이야기를 듣고

오늘 김영하여행자도쿄를 읽었더니 뉴욕 생각이 나네.

뉴욕을 검색하다 읽고 싶은 책 한 권을 더 추가한다.

너를 만나면 네가 좋아할만한 새 책이 나왔다고 이야기해주어야 겠어.

 

"<뉴요커>의 표지 그림으로 많은 팬들을 두고 있는 아티스트 에이드리언 토미네가 뉴욕을 모티프로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의 파편들을 담은 그림들을 모아 묶은 작품집이다.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은 우연한 만남과 엇갈림, 활기 넘치는 분위기 속에 있을 때조차 어쩔 수 없이 찾아드는 고독감 등 도시인의 경험과 감정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뉴욕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새로운 도시에서 적응해야 했던 작가 자신의 경험이 녹아 있는 그림들이다.

뿐만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살아 있는 책이라는 매체를 향한 애정이 듬뿍 담긴 그림들도 만나볼 수 있다. 많은 사랑을 받은 <뉴요커> 표지 그림들도 원본 상태 그대로 수록돼 있다. <뉴요커>와 그 외 매체에 발표한 그림들이 발표 순서대로 수록돼 있으며 책 말미에는 그림이 그려진 배경이나 그림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소개한 글이 실려 있다." <뉴욕드로잉>

 

오늘 하루도 시간은 너무 더디 흘러서 어제가 그제 같아. 하루를 손해 본 느낌.

시간을 버티느라 몸은 피곤하고 머리가 아프고 잠은 안 온다.

뉴욕은 거기 잘 있겠지? 너는 어디에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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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6 0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06 0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06 0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06 0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