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주말을 보내던 와중에 잠시 영풍문고에 들러 김영하의 소설집 <오직 두사람>중에서 오직 두사람만 읽었다. 기억으론 김영하의 소설은 살인자의 기억법 한 권만 읽은 것 같은데. 주위에 매니아들의 강추를 받아 읽어서 그런지 딱히 좋지도 싫지도 않았던 기억이. 왠지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느낌이 내 정서엔 안 맞았던 듯.

오직 두사람은 평들이 괜찮아서 일단 손에 잡아졌는데 살인자의 기억법보단 많이 순해진 느낌이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뭔지 모를 일상의 처절함이 있었는데 오직 두사람은 딸의 시점에서 서술된 다분히 여성적인 느낌의 소설이었다. 오직 두사람.가족, 관계에 대해서 책임에 대해서 생각. 역시 감각적.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어. 라는 추천을 받은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도 한 꼭지 읽었는데 공감 확. 역시 많이 팔리는 책에는 이유가 있구나.

보노보노는 특별판 예쁜 구닥다리 표지 버전으로 한 꼭지. 아무데나 펼쳐 읽었는데 요즘 나의 진상짓을 위로해주는 페이지여서 눈물 날 뻔.

매대를 둘러보다가 여전히 베를린에 대한 책들이 꾸준히 나오는구나 싶어 두 권을 휘리릭 훑었는데 베를린 다이어리는 베를린에 잠시 거주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일상적인 정보를 담은 다이어리.

베를리너는 말그대로 베를린에 사는 사람들의 인터뷰집. 단지 독일 태생이 아닌 각지에서 흘러 들어와 베를린에 사는 사람들 여러 직종의 베를리너 인터뷰와 각분야의 베를린 즐기기의 팁들이 담겨있다. 베를리너와 함께 읽을만한 비슷한 책으로 김이듬의 책 모든 국적의 친구 추천.

내일은 오다말다 아니고
하루종일 주룩주룩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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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3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03 2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7-07-03 21:17   좋아요 0 | URL
저두 도서관에서 오직 두사람이랑 옥수수와 나 (?) 읽었어요. 살인자 기억법보다 훨씬 평범해요.ㅎ
가족 관계도 가끔 어렵네요.
편가르기 될때 있어요.

2017-07-03 22:46   좋아요 0 | URL
네 글이 순해졌는데도 깊이가 있네요. 연륜의 힘인가봐요ㅎ

단발머리 2017-07-04 08:28   좋아요 0 | URL
저는 김영하스러운 감각이 좋아요. 😁
요즘에 티비에서 보니 더 좋고요 ㅎㅎㅎ
저도 국제도서전 가서 이 책 구입하고는 세실님과 똑같이 두 편 읽었네요^^

알맹이 2017-07-31 05:49   좋아요 0 | URL
난 요즘 왜 독문과를 안 갔을까 후회중 ^^; 살아보지 못한 여러 다른 버전의 인생을 자꾸 상상하게 돼
 

3일에 걸쳐 영화 컨택트를 보고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었다. 처분 한 줄 알았던 그 옛날의 책이 눈에 잘 띄는 책꽂이에 꽂혀 있길래 어, 무심히 펴들었는데 2004년판 1쇄다. 심지어 책 전체에 열심히 읽은 흔적이 있다. 가만히 2004년의 나를 떠올려봤다. 정신없이 대책없이 열심히 강의를 듣던 때였다. 이 때라면 완전히 잊혀질 수도 있는 때이구나. 그래도 그렇지 정말 이렇게 아무런 기억이 없을 수가 있나.
책을 읽는데 딱 한 단락에서 기시감이 느껴졌다.
그나마 다행인건가.

후배가 링크해 준 영화평론가 강유정씨의 영화평을 읽고 강의도 들었으니 책과 영화가 뭔가 강제로 내 몸 안으로 짓이겨져 들어온 느낌이다.

비가 쏟아진다. 얼마나 기다렸던 음향인지.
음성과 음향과 의미와 기호들이 새롭게 다가오네ㅎ
스님이 로스팅한 에티오피아를 내려서 금강경 강의를 들으러 간다. 금강경 사경노트를 선물 받았다.
붓에 먹물을 찍어 뭔가를 늘 쓰고 싶었던 마음이
헵타포드의 문자 이미지로 중첩된다.
그래. 내 마음은 내가 디자인 하는 거지.
시간에 매이지 않고
삶 너머로
고하시비가 끊어진 그 자리를
찾아가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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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2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03 19:23   좋아요 0 | URL
내가 일곱번째 죽던 날이라니 제목이 죽입니다.ㅎ 저도 찾아봐야 겠어요~

에디터D 2017-07-02 12:13   좋아요 0 | URL
전 처분한 줄 알았던 책이 진짜 처분되었을 때의 상실감을 맛보게 해준 작품이에요. 아직 영화보기 전인데 강유정씨의 영화평을 저도 읽고 봐야겠어요. 좋은 주말 되세요~^^

2017-07-03 19:24   좋아요 0 | URL
영화부터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2017-07-02 1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03 1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7-07-03 09:30   좋아요 0 | URL
저도 영화가 좋아서 두 번 봤어요.
전 특히 외계인 나오는 장면이 좋아서 ㅋㅋㅋ 쑥님도 외계인 마음에 드세요?

2017-07-03 19:25   좋아요 0 | URL
전 외계인 보면서 왠지 호모데우스가 생각났다는ㅋ
맘에 들어용 ㅎㅎㅎ
 

산딸기철이다. 시장에 가서 산딸기, 자두, 살구, 체리를 욕심껏 사서 동네 친구들과 하하호호 웃으며 나눠 먹었다. 슬픈 마음을 숨기려 그 애도 나도 더 크게 웃었지만 결과적으로 더 가라앉고 끝까지 진이 빠졌다.

지난 달엔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파를 먹어보았다. 술 마시고 한 밤에 남의 집 담장 안의 비파나무에 손을 댔다. 살구빛으로 잘 익은 비파는 달디 달았다. 어제 산 살구는 빛깔 좋고 크기도 컸는데 단맛이 안들었다. 이 가뭄에 달지 않기도 어려웠을 텐데. 내 입맛이 까칠 했던 탓일까.

아침에 기사를 보니 요즘 내 증상이 화병과 같다.
욱하고 무기력하고 쩜쩜쩜

산딸기 사러 가고픈 걸 보면 무기력은 아니려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오디를 검색해보니 100년 후에도 읽힐 유명한 한국단편소설도 있었다. 체리를 검색하니 가질수 없었던 치명적인 사랑 체리도 있고.
달고 굵어서 맛있는 체리는 큰나무에서 열린다. 아주아주 긴 장대가 필요한.
동네 사람들이 체리를 딸 때 지나가기만 해도 한 소쿠리씩 얻어 먹을 수 있었던 체리를 1키로에 만오천을 주고 샀지만 그 때만큼 맛있지 않았다.

산딸기. 체리. 살구. 비파. 좀 있다 무화과
이런 거나 먹으며 살지 뭐. 라고 생각하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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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17-06-26 17:38   좋아요 1 | URL
우와~ 오디, 산딸기, 체리, 개살구 이런 제목의 책들이 다 있네요~~^^

세실 2017-06-26 19:42   좋아요 1 | URL
산딸기, 오디도 사먹는 때가 왔군요.
어릴때 주변에 지천이었는데...
비파?는 생소해요^^
과일 많이 드시면 화도 좀 가라앉겠지요?
 

박준시인의 산문집이 나왔다. 시인의 산문집.
며칠 전에 정영효 시인의 산문집 때가 되면 이란을 읽으며 이 사람 참 이렇게 바른 감성을 가지고 지적인 주파수가 높은 채로 시를 쓰려면 참 힘들겠단 생각을 했다. 그렇게 힘들게 쓰는 시, 산문집에 몇 편 낑겨넣지? 이런 생각도 하면서.

연전에 어느 북토크의 진행을 하던 박준 시인의 목소리를 들으면서는 둥근데 참 네모나다는 생각을 했다. 부드러운데 각이 잡힌 목소리. 유명한 시집의 주인공이지만 그의 시를 읽진 않았다. 라고 쓰고나니
한 두편 정도는 지나가면서 읽었던 것 같기도하다.
암튼 산문집의 제목을 보니 뭔가 탁! 내려놓은 듯한 쓸쓸함이 밀려와서 한 번 들춰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뮤지션 오지은의 노래보다 그의 산문들이 더 좋은 것처럼 시인의 산문들도 그럴 수도 있지 않겠나
정체성이란 것을 내가 규정하는게 아니라 타인이 규정한다면 요즘 나의 정체성은 미친년.

재주소년의 6집도 나왔다. 책은 읽을 책을 사는게 아니라 산 책 중에 읽는 거라는 김영하 작가의 말처럼
음반 또한 백퍼 그러하다. 재주소년 시디를 차에 한 번 꽂으면 여간해선 바꿔지지가 않는다. 가요를, 노랫말이 들리는 가요가 이렇게 질리지 않는 경우는 재주소년이 독보적이다. 이번 6집은 특별히 제주가 테마인데,
이거 사서 듣다보면 너무 자주 짐을 쌀 것 같다.

운다고 달라질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우는 사람을 한 번쯤 돌아는 봐주는 것 그게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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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2017-07-31 05:52   좋아요 1 | URL
알쓸신잡 몇 편 못 봤는데 김영하작가 저 말 참 좋네! 뭔가 위로가 된다 ㅋ
 

바다의 뚜껑에 나오는 당밀빙수가 먹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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