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의 싱글을 위한 이지쿠킹 - 웅진요리무크
이현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내가 집을 나와 산지도 언 10년이 다 되어간다. 그때부터 싱글이던 것이 아직도 싱글이며 앞으로도 별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싱글로 남아있을 나. 감히 독립생활 10년을 통해 가장 힘들었던 점을 말한다면 식. 바로 먹는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사실 요리라는걸. 아니 거창하게 요리 할것 없이 한번이라도 손수 음식을 만들어서 밥상을 차려본 사람은 알겠지만 자기 혼자 꾸역꾸역 먹자고 지지고 볶고 하는 것 만큼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 없다. 엄마들이 몇십년이나 밥상을 차리면서도 한결같이 맛있는 음식을 하기 위해 애쓰는 것은 누군가가 먹어줄 사람. 맛에 대해 한마디라도 품평을 해 주며 맛나게 먹어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만큼 칭찬해줄 사람도 없이 오직 내가 만들고 역시 내가 먹는 요리는 재미가 없다. 그래서 혼자 사는 사람들의 싱크대 한쪽 구석은 각종 라면 (처음에는 한가지 라면만 먹다가 물리면 라면으로 갖가지 다양성을 추구한다. 허나 이것도 조금만 지나면 안다. 라면은 무슨 이름을 붙이고 어떤 맛을 낸다고 주장을 하건간에 다 라면이라는 것을 말이다.) 과 인스턴트 식품들이 가득 차 있고 이마저 귀찮으면 전화기를 돌려 '모모 반점이죠?' 하게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끼니때가 되면 싱글들은 생각한다. '오늘은 뭘 먹지?' 가 아닌 '오늘은 어떻게 한끼 떼우지?' 하고 말이다.

이 책은 사실 오래전에 읽었었다. 그러나 리뷰를 적을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다가 지금에서야 적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나서 비로서 나는 식사를 그저 어떻게건 한끼 잘 떼워볼까가 아닌 뭘 해 먹을까에 이르렀고 지금은 대단한 요리는 아니지만 몇몇가지 자신있는 음식 레시피를 가지고 있으며 내가 먹어도 고개를 끄덕이는 음식 몇가지는 해 낼 줄 안다. 내가 이 책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이유는 넘쳐나는 요리책들 중에서 싱글들을 타겟으로 삼았고 그 중에서도 꽤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음식들을 소개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덧붙이자면 혼자 먹는 요리임에도 품위와 멋을 유지하려고 애썼다는 것이다. 흔히 싱글들을 위한 요리는 품위고 멋이고 나발이고 간에 그저 후다닥 빨리 만들어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만을 지나치게 강조한다. 물론 그게 중요하긴 하다. 싱글들은 자길 위해 주방에서 장시간 지지고 볶고 튀기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은 그럴싸한 밥상을 차려보고 싶기도 하다. 대강대강 먹는 버릇을 하면 어떻게건 설겆이를 줄이는 것에만 포커스를 맞추느라 라면을 끓여도 그릇에 담아내는게 아니라 남비째로 먹고 (라면 국물을 먹을때 남비로 바로 먹으면 입이 무진장 뜨겁다. 그뿐인가 국물을 흘리기 다반사다.) 김치 볶음밥을 해도 프라이팬에 숟가락 하나만 걸쳐서 먹게 된다. 이게 편하기는 한데 자꾸 이러다 보면 먹는다는게 참 비참하다 싶어진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게 아닌 살기 위해서 먹는 음식. 싱글이라고 늘 이렇게 먹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가수 이현우 (MC로, 탈렌트로 영화배우로 활동중이긴 하지만) 는 미국에서 살다가 혈혈단신 한국에 홀로 건너와 십년 넘게 싱글 생활을 했다. 처음 1~2년은 라면이나 중국집 전화번호로 버틸 수 있었겠지만 그도 어느순간 요리다운 요리를 해서 멋지고 폼나게 그리고 뭣보다 맛있게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혼자 사는 남자이니 거한 요리는 힘들 것이고 우선 쉽고 간단한 요리부터 섭렵한다. 거기다 보통 아침. 점심. 저녁에 한정되어 있는 요리책들과 달리 싱글의 라이프 스타일을 적극 반영한 밤참이랄지 갑자기 지인들이 술을 사들고 들이닥쳤을때 같은 상황들에 따른 요리도 여러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얼마전에 이현우가 인터뷰를 한 잡지를 본적이 있는데 여기에 있는 요리를 정말 혼자서 다 했냐고 묻자 아니라고 하긴 했지만 (자기가 아는 요리만 가지고 책을 만들면 폼이 안날것 같아서 그랬단다) 그래도 어쨎건 간에 그가 전혀 요리에 관심도 없으며 손수 요리를 하지 않는데도 단지 인기를 이용해서 책을 팔기 위해 요리책을 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푸드 코디네이터랄지 요리전문가가 옆에서 어드바이스를 하긴 했겠지만 그래도 싱글로 오랫동안 살아온 이현우의 음식 노하우가 이 책 곳곳에 가득하다.

물론 내 경험상 이 책처럼 해 먹으려면 집에 온갖 요리도구와 재료가 다 갖춰져야 한다. 시간과 여유가 넘치는 싱글이 아니면 따라하기 힘들겠다 싶은 부분도 간혹 눈에 띈다. 하지만 몇몇은 정말로 큰 도움이 된다. 한그릇 음식이랄지 국같은 경우는 따라해 보니 간편하면서도 맛있다. 어차피 혼자 먹을꺼 거하게 차리면 뭐하나 싶겠지만 이런 말이 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 이라고. 또 인간의 욕구 중에서 가장 무시하기 힘든것이 식욕이다. 그런데 단지 싱글이라는 이유 만으로 대강대강 먹고 살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바쁘고 귀찮으면 대충 한끼를 떼울수도 있겠지만 가끔 여유가 있을때는 나만을 위한 제대로 된 요리 하나쯤은 해서 먹어보는 것도 괜찮다.

언젠가 그런적이 있었다. 밥을 먹긴 먹어야겠고 뭘 만들긴 귀찮고 해서 커다란 양푼이에 밥과. 서로간에 어떤 조화도 이뤄내지 못할것 같은 반찬들을 때려넣고 막 비벼서 주걱 (숟가락들은 모두 설겆이통에 있었음)으로 퍼 먹은적이 있었다. 소파에 앉아서 그러고 먹으면서 TV를 봤는데 잠깐 방송사고로 송출이 중단되어 까만 브라운관에 내 모습이 비춰졌었다. 꾀죄죄한 차림새는 그렇다 치더라도 양푼이에 주걱을 들고 있던 내가 어찌나 보기 싫던지. 그날 이후 나는 밖에 나가서 당장 멀쩡한 식기들을 구입했다. 그리고 아무리 귀찮더라도 밥은 밥그릇에 국은 국그릇에, 반찬은 그 찬의 종류에따라 어울리는 접시에 덜어 먹었다. (예전에는 그냥 냉장고에 넣는 보관용기 째로 꺼내서 파먹고 또 넣어두고 파먹고 넣어두고 했었다.) 물론 설겆이가 좀 늘기는 했지만 그 이후부터는 먹는다는게 그렇게 초라하거나 귀찮게 느껴지지 않았다.

흔히 싱글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자기 혼자만의 공간을 어떻게 꾸밀까만 생각한다. 하지만 싱글을 꿈꾼다면 나는 꼭 요리책 하나 정도는 독파를 하라고 말하고 싶다. 적어도 이 책 하나 정도라도 가지고 있으면 나처럼 양푼에 비빈 밥을 주걱으로 퍼먹는 것은 면할수 있을 것이다. 싱글이라고 해서 멀쩡하게 식사를 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어눌해 보이는 남자 이현우가 할 수 있다면 당신도 분명히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이미 리뷰가 너무 길어졌지만 마지막으로 내가 이 책에 별 다섯이나 준 이유는 흔히 요리책들이 요리사진과 레시피 만으로 이뤄진것에 비해 (그래서 주방에서만 보는 책인것에 비해) 이현우의 책은 그의 라이프 스타일을 다루기도 하고 요리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찍어두기도 해서 그냥 읽어도 재밌다. 꼭 요리를 하기 위해 두주먹 불끈 쥐고 보지 않아도 그냥 앉아서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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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11-23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의 독서는 정말 다양하시군요. 전 사실 문학하는 사람도 아니면서 본격 문학이 아닌 책들, 특히 요리 책같은 실용서는 쳐다도 안보는데, 님은 다양한 책들을 모두 소화하시면서 멋진 리뷰를 뽑아 내시네요. 이 리뷰에 바쳐진 추천들은 그런 점에 대한 경의의 뜻이 아닐까 싶네요. 이현우, 꿈 하나 부르고 사라져서 그저 그런 가수로 남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많은 일을....

플라시보 2004-11-23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제가 워낙 책 읽는 식성이 '이것저것 아무거나'여서 그런것 같습니다. 소설은 소설대로 좋고 실용서는 실용서대로 좋고^^. 이 책은 다른 요리책과 달리 레시피만 좔좔좔 적혀있는 책이 아니고 중간중간 이현우의 에세이랄지 사진이랄지 같은게 있어서 재밌습니다. 물론 요리도 따라해봄직 하구요^^ (그리고 이현우 꿈 하나 부르고 사라지리라 점쳤던건 저 하나가 아니었네요. 저도 오늘날 왕성한 그의 활동을 보면서 놀라워하고 있습니다.)
 
앙테크리스타
아멜리 노통브 지음, 백선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멜리 노통의 소설을 읽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녀의 소설에는 언제나 적이 등장한다. 적들은 처음에는 조금 성가신 얼굴을 하고 있다. 그래서 주인공은 신경을 좀 긁기는 하지만 별 문제 아니려니 하고 넘긴다. 하지만 적은 결코 녹록한 상대가 아니다. 그들은 성가심을 넘어 모욕을 주고 짓밟으며 마침내는 영혼을 갉아먹는다. 주인공들은 참고 또 참다가 드디어 폭발을 하고 적을 제거한다. 하지만 모든게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적은 이미 내 안에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내가 적인지 적이 나인지의 구분을 모호하게 해 버린다. 노통의 소설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적에 잠식된 사람들 쯤이 아닐까? 악과 선의 경계를 드나들며 그것의 차이를 결국 종이 한장보다 더 얇게 만들어 버리는 노통의 소설은 확실히 흡입력이 있다.

내 생각에 노통은 강박적으로 글을 쓰는것 같다. 그녀의 소설속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적에 관한것은 고사한다 하더라도 그녀는 언제나 외적으로 차단된 삶을 사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시킨다. 어눌하고 어리숙하게 보여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주인공. 특히나 주인공이 여자일 경우 그녀들은 대부분 성숙한 여성이 아닌 소녀이다. 아직까지 2차 성징이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의 소녀들. 그녀들은 자폐증 환자 만큼이나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서 산다. 그러다가 적을 만나게 되고 그녀는 어떤 식으로건 세상과 소통하지 않을수가 없다. 또한 마지막에는 적이 제거가 되기는 하지만 적과 너무 오래 대치한 때문인지 아니면 적으로 인해 너무나 오랜기간 시달림을 받아서인지 주인공의 모습에는 언제나 적이 오버랩된다. 작가들마다 특징이 있고 또 취향이 있겠지만 아멜리 노통 만큼이나 그 부분에 있어 확실한 것을 보여주는 작가는 드물다.

소설 앙테크리스타에도 역시 적이 등장한다. 주인공 블랑슈는 어느날 크리스타라는 여자 아이를 만나게 된다. 늘 있는듯 없는듯한 존재인 블랑슈에 비해 크리스타의 존재는 눈부실 정도로 확고하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든걸 가진듯 보이는 크리스타는 블랑슈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또래 집단에서 흔히 보이는 따돌림 정도가 아닌. 크리스타는 블랑슈가 가진 모든걸 하나씩 침해하고 지배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블랑슈는 자기가 가졌던 전부를 크리스타에게 빼앗기게 된다.

크리스타의 비밀이 밝혀지고 블랑슈의 삶에서 크리스타는 물러난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늘 그렇듯 노통의 소설은 적이 나고 내가 적인 상황이 이 소설 앙테크리스타에도 변함없이 등장한다. 키아누 리브스와 알 파치노가 나왔던 데블스 에드버킷에서 키아누 리브스가 적그리스도인 알파치노를 거부함으로써 모든게 끝난것 같지만 다시 악마의 유혹에 빠지는것 처럼 블랑슈는 크리스타에서 완벽하게 벗어나는 순간 바로 크리스타가 되어 있다.앙테크리스타라는 이름은 크리스타를 적그리스도 처럼 표현을 하여 블랑슈가 크리스타에게 지어준 별명이다. 종말에 나타나 사람들을 현옥시키고 지옥으로 떨어지게 한다는 적그리스도. 크리스타는 그런 적그리스도의 이미지를 쏙 빼다 박았다. 너무나 매력적이여서 감히 거부할수 없는 힘을 가졌으나 그 매력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은 모두 지옥을 맛보게 된다.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노통의 책인 오후 네시와 적의 화장법. 두려움과 떨림 보다는 다소 재미가 떨어지긴 했지만 책을 잡는 순간 단박에 읽어치우게 하는 매력은 여전하다. 하지만 뭔가 아쉽다. 처음에는 매력적이었던 그녀의 방식이 이제는 점점 식상한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녀는 대체 소설속에 얼마나 많은, 징글징글할 만큼 혐오스럽고, 끊임없이 신경을 긁어대는 적을 등장시켜야 만족하는 것일까? 그녀가 말하고 싶은 것은 진정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일까? 아니면 평온한 삶은 적으로 인해 언제든 깨어질수 있는 위태로운 것이라는 사실일까? 노통의 소설은 분명 재밌기는 하지만 무언가 울림이 있다거나 남는게 있는 책은 아닌것 같다. 필때는 화려하지만 지고나면 아무것도 아닌 장미꽃같은 소설이 아멜리 노통의 소설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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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11-20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작주의 작가들이 그런 매너리즘이 있는 것 같아요. 독자들이 식상한 건지, 아니면 작가가 더 이상의 모험을 하지 않는 태만함인 건지? 저도 <적의 화장법>이란 책을 처음으로 사 봤는데, 손도 못대고 있군요. 빨리 읽어 봐야겠습니다. 추천하고 가죠.^^

진/우맘 2004-11-20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문단 말예요, 노통 소설을 읽으면서 매번 느꼈던 감정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네요.

많은 분들이 식상하다, 물린다, 하면서도 여전히 노통을 읽는 것....그게, 이 작가의 무서운 저력 아닌가 싶어요.^^

플라시보 2004-11-20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09님. 아멜리 노통의 책을 처음 접했을때는 무진장 매력적이던데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번이라고.. 그것도 계속 반복이 되니 좀 매너리즘에 빠진거 아닌가 싶고 그렇더라구요. 적의 화장법. 상당히 재밌습니다. 잘 읽으시길..^^



진/우맘님. 그러게요. 노통이 물린다 하면서도 또 이 책을 사서 읽었으니 말입니다. 로베르 인명사전 읽고 나서 '아. 고만하자' 싶었거든요.

marine 2004-11-20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전 로베르 인명사전부터 읽었는데...첨에는 톡톡 튄다, 생각했는데 살인자의 건강법 읽으면서 좀 이상하군, 두려움과 떨림 읽은 후는 음, 나랑 안 맞군, 으로 정리했습니다

플라시보 2004-11-20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나님. 저는 적의 화장법을 처음에 읽었구요. 그 담에 오후4시 그담에 두려움과 떨림을 읽었습니다. 그 중에서 제일 재밌게 본건 님이 나랑 안맞는군 하고 생각하시게 된 계기가 된 두려움과 떨림입니다.^^ 사람마다 다 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걸 이렇게 또 느끼게 되는군요. (위에 답글에 달았다시피 전 로베르 읽고나서 고만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소굼 2004-11-20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로베르는 그다지 당기지 않더군요; 간신히 읽어냈다는 기억밖에 없는 책. 그나저나 이것도 사놓긴 했는데 얼른 읽어야 겠네요.

플라시보 2004-11-20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트님. 무지하게 빨리 읽힙니다. 저도 어제밤에 읽기 시작해서 자기전에 다 읽어치웠어요^^

kleinsusun 2004-11-20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0% 공감. 저도 <살인자의 건강법>을 읽으면서 이제 아멜리를 좀 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언제까지 이럴까냐? 아멜리. 이런 생각을....

플라시보 2004-11-20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leinsusun님. 뭐 한우물을 판다는 관점에서 보면 꾸준해서 좋긴 하지만 사실 계속 이런식이면 좀 식상하게 되어있죠. 어차피 읽다가 보면 적이 등장할꺼고 적은 제거될 것이나 적이 난지 내가 적인지 모호하게 결말이 난다는 형식을 이미 알고 있는 상황에서 재밌기란 좀 힘들지 싶습니다.
 
곰 아줌마 이야기 - 김형태의 圖詩樂 제1집
김형태 지음 / 새만화책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이 책에 대해 어떤 정보도 없었다. 그냥 곰 아줌마 이야기라는 책이름만 알 뿐. 이 책을 쓴 사람이 무얼하는 사람이었으며 (그냥 책쓰는 사람이겠지 했다.)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도 전혀 몰랐다. 그냥 제목을 보고 장바구니에 스윽 집어 넣었으며 배달이 되어 포장지를 뜯고나서 알았다. 이게 글자 위주의 책이 아니라 그림 위주의 책이란 것을 말이다. 책장을 대강 넘겨 보다가 마지막 장에 미니 CD가 들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컴퓨터에 집어넣고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로 실행 시키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음악은 총 20분 정도인데 그 안에 나는 곰 아줌마 이야기를 다 읽었다. 아니 봤다.

이 책을 지은 김형태라는 사람은 홍대 회화과를 졸업했고 개인전도 여러번 열었다. 그렇다면 그냥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왜냐면 황신혜 밴드라는 당시 내가 이름을 듣고 언니네 이발관, 어어부 밴드와 함께 골때리는 이름을 가진 밴드를 결성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럼 음악을 하는 사람이냐 하면 그게 전부는 또 아니다. 보니까 영화음악 감독도 했고 연극을 해서 상도 받았다. 이 책은 어딘가에 연재가 된 것이었고 한국인 최초로 독일에서 황금펜 어쩌고 하는 상도 받았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사람. 아주 다방면에 걸쳐 재주가 많은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약간 낮설었다. 대체 뭐하자는 플레이지? 하면서 음악을 들으며 책을 봤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곰 아줌마가 등장하고 그 아줌마는 심심해하다가 정체를 살짝 알려주다가 고생도 하고 새를 키우기도 하고 어느날 문득 사라진다. 그러다가 피카소, 마티스, 고호의 화풍을 빌려 그림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겨울잠을 자다가 투명해져버린다. 여기까지는 김형태가 그린 곰 아줌마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소설가 박민규(저 유명한 삼미수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쓴)가 삼육구 곰 아줌마라는 아주 요상하고도 괴이한 단편 하나를 덤으로 써 놨다.

아까 위에서 말한 미니CD의 러닝 타임이 20분이었고 나는 이 책을 그 음악이 플레이 되는 동안 다 읽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읽는데 20분이면 충분하다. (물론 한글로 된 문장들 아래에는 하늘색으로 영어로 씌여 있고 그것까지 읽는다면 20일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20분이 나를 무지하게 웃겼다. TV에 나오는 코메디언들이 웃겼을때 웃는 웃음과는 뭔가 차원이 다른 웃음인데 설명을 하려니 잘 못하겠다.

혹시 우울하다면. 뭔가 수상쩍은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이 책을 권한다. 하지만 바른생활을 하는 바른 인간이라면 안보는게 낫다. 그는 우선 책이 20분만에 읽혀짐을. CD에 든 음악이 억 소리날만큼 근사한 음악이 아님을. 소설가 박민규가 대략 괴상한 단편을 썼다는 사실을 용서치 못할테니까 말이다. 아무튼 재밌었다. 다른때에 말하던 재미와는 약간 틀리긴 하지만 요즘 일에 쩔어사는 나에게 아침부터 신선한 공기를 뭉게 뭉게 불어넣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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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4-11-19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은 20분만에 독파하는 책도 좋아요. 땡스 투!! ^^

플라시보 2004-11-19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좀 아쉽긴 했어요^^ 조금만 더 길었으면 하구요. 흐흐

RainSmile 2004-11-19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분! 인터넷에서 카운셀링 하는 글.. 읽고 공감공감~ 했더랬는데... 재주꾼이고만. 저도 이 책 읽어 보고 싶네요. 요즘 영~ 건조해서..

플라시보 2004-11-19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후다닥 읽히긴 하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즐거웠던 책입니다.^^ (인터넷에서 카운셀링도 하는군요. 흠...이 저자 무지 팔방미인이네요)
 
사다리 걷어차기
장하준 지음, 형성백 옮김 / 부키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솔직하게 말 하자면 이 책은 재미있는 책도. 그렇다고 쉽게 읽히는 책도 아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런 책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굳이 읽은것은 한번쯤은 이런 책을 읽어주지 않으면 내 머리가 영 바보가 되어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였다. 거기다 알라딘에서 이름을 알만한 서재 주인장들이 리뷰를 통해 적극적으로 추천한 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이 책을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읽는 동안에는 '아 이거 빨리 접고 재미있는 책이나 봤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래도 꾹꾹 눌러 참고 읽은 보람이 있다.

이 책에서 말 하고자 하는 것은 앞장에 거의 다 나온다. 뒷 부분 부터는 설명이고 중복되는 부분도 꽤나 있다. 하긴 이 책이 처음부터 남에게 재미나게 읽히기를 목적으로 했다기 보다는 논문에 가까우므로 설렁설렁 읽을 각오를 하고 덤볐다가는 상당히 버거울 것이다.

사다리 걷어차기란 쉽게 말하면 이렇다. 부자가 있다고 치자. 그 부자가 가난한 사람에게 자신이 부자가 된 노하우를 알려주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는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망하고 어떻게 하면 신용불량자가 되어 자신에게 돈을 꾸러 오고 자신은 돈을 꾸어준 다음 이자를 받아서 더욱 더 부자가 될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걸 나라로 생각하면 된다. 지금 잘 나가고 있는 (경제적으로) 나라들은 우리 나라처럼 발전 단계에 있는 나라들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요구한다. 지적재산권을 보호해라 자유무역을 해라 등등. 도의적으로 볼때는 상당부분 맞는 소리다. 하지만 순전히 경제학자의 눈으로 보기에는 자기들이 정상까지 올라가게 된 사다리를 걷어차서 우리가 그 사다리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나는 읽으면서 내가 여태 생각하고 또 알아왔던 것과는 충돌이 좀 있어서 혼란스럽기는 했지만 오직 경제라는 곳에만 포커스를 맞춘다면 저자가 틀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계속 된다. 그건 가난한 사람이 부자보다 부지런하지 않아서 혹은 노력을 덜 해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가만히 보면 세상은 돈을 가진자의 편이고 또 그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부자가 되기가 힘들다. 나라도 마찬가지인것 같다. 경제적으로 부흥한 나라들은 개발 도상국에게 절대로 자신들이 사용했던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로 알려주고 (사실은 알려준다기 보다 강요한다.) 경제 성장을 더더욱 더디게 해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 시키려고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도 돈. 즉 경제력이 중요하듯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요즘 경제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내가 개인에서 국가로 너무 빨리 점프를 한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그럭저럭 유익한 책이었다고 본다. 다만 나처럼 경제에 대해 문외한이 읽기에는 문장도 딱딱하고 용어도 어렵다. 그것만 감안한다면 충분하게 읽어 볼 만한 책이다.

책은 언제나 새로운 지식을 주는데 이 책처럼 자기가 알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현실을 보여주는 책을 읽다가 보면 저 말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이래서 사람들이 책을 읽으라고 하나보다. 읽기 전과 읽고 난 후의 세상이 달라보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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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4-11-17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플라시보님과 같은 이유로 분발하여 한번 읽어볼랍니다.

플라시보 2004-11-17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은 저거 읽으면서 많이 졸았어요. 흐흐. 부끄러워요 BRINY님. ^^

marine 2004-11-18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읽다가 포기했어요 경제 지표 나오고 통계 분석한 건 도무지 저한테 맞질 않더라구요 이 책 말고 장하준이 신문에 발표한 칼럼 모은 "개혁의 덫" 은 한 10배는 더 쉬워요 "사다리 걷어차기"는 자기 주장에 객관적인 근거를 모은 건데 "개혁의 덫" 은 짤막하게 쉽게 쓰여졌거든요 칼럼의 특징이겠지요 두 책은 같은 내용이라 봅니다

플라시보 2004-11-18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나. 저도 중간중간 에라이 하고 넘어간 부분 많았습니다. 개혁의 덫은 읽어보지 않았는데 한번 읽어봐야겠군요. (진작에 알았으면 그걸 살껏을..흐흐)
 


아주 클래식한 옛날 자동차를(이를테면 롤즈로이즈 같은)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하는 클래식한 라디오.

사실 언제부턴가 나는 라디오를 거의 듣지 않게 되었다. 음악 위주라기 보다는 연예인들의 만담 위주가 되어버렸으며 그 만담이라면 이미 TV가 그 기능을 (너무도)충실하게 수행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라디오에 대한 기억 만큼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비오는날 밤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에 괜히 마음이 거시기 해 져서 훌쩍거린 일도 있었고 밤이면 꼭 라디오를 켜 놓고 라디오 소리를 듣다가 잠이 들었으니까 말이다. 사실 청각에 호소하는 소리 보다도, 시각에 호소하는 화면이 훨씬 더 매력적이다. 하지만 뭐랄까 시각적인 화려함의 매력은 아주 예쁜 여자를 눈앞에 두고 대화를 하는 기분이라면 라디오는 어딘가 모르게 매력이 있을것 같은 여자와 전화 통화를 하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좀 고전적이고 클래식한 맛이 있다. 다시 라디오가 음악 위주로 돌아가지 않는 한. 내가 연예인들의 만담을 듣기 위해 라디오를 켜는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늘 근사한 라디오를 보면 마음이 동한다. 더구나 저렇게 클래식한 라디오라면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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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4-11-14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디오를 켜는 것만으로도 옛일 추억할 수 있는 저는 라디오가 TV를 대신합니다. 그나저나 라디오 정말 멋있네.

플라시보 2004-11-14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립간님 오래간만입니다. 라디오를 많이 들으시나보군요^^ 저 라디오 마립간님이랑 잘 어울릴것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