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 걷어차기
장하준 지음, 형성백 옮김 / 부키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솔직하게 말 하자면 이 책은 재미있는 책도. 그렇다고 쉽게 읽히는 책도 아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런 책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굳이 읽은것은 한번쯤은 이런 책을 읽어주지 않으면 내 머리가 영 바보가 되어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였다. 거기다 알라딘에서 이름을 알만한 서재 주인장들이 리뷰를 통해 적극적으로 추천한 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이 책을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읽는 동안에는 '아 이거 빨리 접고 재미있는 책이나 봤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래도 꾹꾹 눌러 참고 읽은 보람이 있다.

이 책에서 말 하고자 하는 것은 앞장에 거의 다 나온다. 뒷 부분 부터는 설명이고 중복되는 부분도 꽤나 있다. 하긴 이 책이 처음부터 남에게 재미나게 읽히기를 목적으로 했다기 보다는 논문에 가까우므로 설렁설렁 읽을 각오를 하고 덤볐다가는 상당히 버거울 것이다.

사다리 걷어차기란 쉽게 말하면 이렇다. 부자가 있다고 치자. 그 부자가 가난한 사람에게 자신이 부자가 된 노하우를 알려주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는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망하고 어떻게 하면 신용불량자가 되어 자신에게 돈을 꾸러 오고 자신은 돈을 꾸어준 다음 이자를 받아서 더욱 더 부자가 될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걸 나라로 생각하면 된다. 지금 잘 나가고 있는 (경제적으로) 나라들은 우리 나라처럼 발전 단계에 있는 나라들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요구한다. 지적재산권을 보호해라 자유무역을 해라 등등. 도의적으로 볼때는 상당부분 맞는 소리다. 하지만 순전히 경제학자의 눈으로 보기에는 자기들이 정상까지 올라가게 된 사다리를 걷어차서 우리가 그 사다리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나는 읽으면서 내가 여태 생각하고 또 알아왔던 것과는 충돌이 좀 있어서 혼란스럽기는 했지만 오직 경제라는 곳에만 포커스를 맞춘다면 저자가 틀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계속 된다. 그건 가난한 사람이 부자보다 부지런하지 않아서 혹은 노력을 덜 해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가만히 보면 세상은 돈을 가진자의 편이고 또 그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부자가 되기가 힘들다. 나라도 마찬가지인것 같다. 경제적으로 부흥한 나라들은 개발 도상국에게 절대로 자신들이 사용했던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로 알려주고 (사실은 알려준다기 보다 강요한다.) 경제 성장을 더더욱 더디게 해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 시키려고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도 돈. 즉 경제력이 중요하듯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요즘 경제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내가 개인에서 국가로 너무 빨리 점프를 한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그럭저럭 유익한 책이었다고 본다. 다만 나처럼 경제에 대해 문외한이 읽기에는 문장도 딱딱하고 용어도 어렵다. 그것만 감안한다면 충분하게 읽어 볼 만한 책이다.

책은 언제나 새로운 지식을 주는데 이 책처럼 자기가 알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현실을 보여주는 책을 읽다가 보면 저 말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이래서 사람들이 책을 읽으라고 하나보다. 읽기 전과 읽고 난 후의 세상이 달라보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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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4-11-17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플라시보님과 같은 이유로 분발하여 한번 읽어볼랍니다.

플라시보 2004-11-17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은 저거 읽으면서 많이 졸았어요. 흐흐. 부끄러워요 BRINY님. ^^

marine 2004-11-18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읽다가 포기했어요 경제 지표 나오고 통계 분석한 건 도무지 저한테 맞질 않더라구요 이 책 말고 장하준이 신문에 발표한 칼럼 모은 "개혁의 덫" 은 한 10배는 더 쉬워요 "사다리 걷어차기"는 자기 주장에 객관적인 근거를 모은 건데 "개혁의 덫" 은 짤막하게 쉽게 쓰여졌거든요 칼럼의 특징이겠지요 두 책은 같은 내용이라 봅니다

플라시보 2004-11-18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나. 저도 중간중간 에라이 하고 넘어간 부분 많았습니다. 개혁의 덫은 읽어보지 않았는데 한번 읽어봐야겠군요. (진작에 알았으면 그걸 살껏을..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