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아줌마 이야기 - 김형태의 圖詩樂 제1집
김형태 지음 / 새만화책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이 책에 대해 어떤 정보도 없었다. 그냥 곰 아줌마 이야기라는 책이름만 알 뿐. 이 책을 쓴 사람이 무얼하는 사람이었으며 (그냥 책쓰는 사람이겠지 했다.)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도 전혀 몰랐다. 그냥 제목을 보고 장바구니에 스윽 집어 넣었으며 배달이 되어 포장지를 뜯고나서 알았다. 이게 글자 위주의 책이 아니라 그림 위주의 책이란 것을 말이다. 책장을 대강 넘겨 보다가 마지막 장에 미니 CD가 들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컴퓨터에 집어넣고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로 실행 시키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음악은 총 20분 정도인데 그 안에 나는 곰 아줌마 이야기를 다 읽었다. 아니 봤다.

이 책을 지은 김형태라는 사람은 홍대 회화과를 졸업했고 개인전도 여러번 열었다. 그렇다면 그냥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왜냐면 황신혜 밴드라는 당시 내가 이름을 듣고 언니네 이발관, 어어부 밴드와 함께 골때리는 이름을 가진 밴드를 결성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럼 음악을 하는 사람이냐 하면 그게 전부는 또 아니다. 보니까 영화음악 감독도 했고 연극을 해서 상도 받았다. 이 책은 어딘가에 연재가 된 것이었고 한국인 최초로 독일에서 황금펜 어쩌고 하는 상도 받았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사람. 아주 다방면에 걸쳐 재주가 많은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약간 낮설었다. 대체 뭐하자는 플레이지? 하면서 음악을 들으며 책을 봤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곰 아줌마가 등장하고 그 아줌마는 심심해하다가 정체를 살짝 알려주다가 고생도 하고 새를 키우기도 하고 어느날 문득 사라진다. 그러다가 피카소, 마티스, 고호의 화풍을 빌려 그림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겨울잠을 자다가 투명해져버린다. 여기까지는 김형태가 그린 곰 아줌마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소설가 박민규(저 유명한 삼미수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쓴)가 삼육구 곰 아줌마라는 아주 요상하고도 괴이한 단편 하나를 덤으로 써 놨다.

아까 위에서 말한 미니CD의 러닝 타임이 20분이었고 나는 이 책을 그 음악이 플레이 되는 동안 다 읽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읽는데 20분이면 충분하다. (물론 한글로 된 문장들 아래에는 하늘색으로 영어로 씌여 있고 그것까지 읽는다면 20일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20분이 나를 무지하게 웃겼다. TV에 나오는 코메디언들이 웃겼을때 웃는 웃음과는 뭔가 차원이 다른 웃음인데 설명을 하려니 잘 못하겠다.

혹시 우울하다면. 뭔가 수상쩍은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이 책을 권한다. 하지만 바른생활을 하는 바른 인간이라면 안보는게 낫다. 그는 우선 책이 20분만에 읽혀짐을. CD에 든 음악이 억 소리날만큼 근사한 음악이 아님을. 소설가 박민규가 대략 괴상한 단편을 썼다는 사실을 용서치 못할테니까 말이다. 아무튼 재밌었다. 다른때에 말하던 재미와는 약간 틀리긴 하지만 요즘 일에 쩔어사는 나에게 아침부터 신선한 공기를 뭉게 뭉게 불어넣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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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4-11-19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은 20분만에 독파하는 책도 좋아요. 땡스 투!! ^^

플라시보 2004-11-19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좀 아쉽긴 했어요^^ 조금만 더 길었으면 하구요. 흐흐

RainSmile 2004-11-19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분! 인터넷에서 카운셀링 하는 글.. 읽고 공감공감~ 했더랬는데... 재주꾼이고만. 저도 이 책 읽어 보고 싶네요. 요즘 영~ 건조해서..

플라시보 2004-11-19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후다닥 읽히긴 하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즐거웠던 책입니다.^^ (인터넷에서 카운셀링도 하는군요. 흠...이 저자 무지 팔방미인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