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정부
엘리노어 허먼 지음, 박아람 옮김 / 생각의나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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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거의 100% 제목에 혹해서 선택한 책이었다. 왕의 정부. 얼마나 매혹적인 제목인가. 여기다 뭔가 지저분하게시리 다른 수식어들을 붙였다면 어쩌면 이 책은 내 간택을 받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런 꾸밈 없이 단지 하고자 하는 말을 담백하게 전하려는 저 제목은 너무도 멋있었다. (영어 제목은 sex with the king이다. 영문판 제목을 봤다면 또 다른 혹함에 샀을지도 모른다만 영어 제목은 책을 사고 나서야 알았다.)

왕의 정부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는 나쁜 여자이다. 모든 동화와 옛날 얘기. 그리고 현대에는 드라마로 이어지는 착한 여자의 이야기는 정말이지 지겨웠다. 착한 여자들은 죽도록 구박을 당하면서도 찍소리 한번 안하고 그렇게 당하다 당하다 얘가 못견디겠다 싶을때즘 멋진 남자 혹은 왕자들이 그녀를 그 구렁텅이에서 빼내준다. 그러면 그녀를 괴롭히던 여자들은 닭쫒던 개 지붕 보는 겪으로 그녀들을 바라본다. 이건 글자를 배운 후 막바로 읽은 공쥐팥쥐(동양) 신데렐라(서양)도 그랬고(고) 지금도(금) TV를 켜면 서너군데에서 이 여자들이 주인공인 드라마가 나온다. 착한 여자들. 그 자신은 착해서 참 좋은지 모르겠지만 보는 사람들은 한없이 답답하다. 더구나 허구에서는 그녀들을 구해줄 멋진 왕자들이 존재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착한 여자는, 더구나 가진것 없고 배운것 없다면 고달픈 삶을 살아가기 마련이다. 아무도 그들을 구해주거나 착했으니까 넌 앞으로는 행복하게 살거라 뿅 하는 마법도 없다. 이야기속 그녀들이 참 웃기는건 아름다운 미모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이 그것을 아는것은 물론 이용하려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남자나 왕자가 우연히 보고 반해서 도와줄 뿐이다. 그럼 여기서 여자가 자신의 미모를 이용하면 어떻게 될까? 그럼 바로 나쁜 여자가 되는 것이다. 왜냐면 누가 도와주길 순순히 기다리지 못하고 천박하게시리 미모 따위를 이용하려고 들었으니까 말이다.

왕의 정부에 기대하는 것은 바로 그런 내용이었다. 마음에 드는 남자. 돈 많고 잘생긴 남자를 떠나 한 나라의 주인인 왕을 후리는 여자. 안그래도 왕의 주변에는 여자들이 득시글거릴텐데 그 중에서도 왕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비단 미모뿐 아니라 어떤 지략가나 책략가 못지 않아야 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얘기를 기대었다.그 시절에만 해도 원래 귀족출신의 돈 많은 집 여자가 아니라면 누구든 남자를 통해서만 출세를 할 수 있어야 했을 것이니 그녀들의 방법이 맞네 틀리네의 얘기는 접어둬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전혀 그런 부분을 다루지 않았다. 그저 단편적인 사례들만 주루룩 나열했을 뿐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식이다 루이1세의 정부 모모양은 어찌어찌 해서 정부가 되었다. 루이 2세의 정부 누구양은 이러저러하여 정부가 되었다. 루이 3세의 정부... 대체 그 사례들만 죽 나열한 것이라면 뭣하러 이 책을 읽겠는가? 이 책은 정말 말 그대로 왕의 정부들에 대해 객관적인 사실 및 허접한 사실들만 줄줄이 나열되어 있다. 거기다 그녀들이 왕을 사로잡은 책략과 지략은 없고 오직 그녀들의 외모에 대한 말 뿐이다. 그리고 그 외모도 늘 못생긴 왕비들과 비교를 해서 이렇게 이뻤다 저렇게 이뻤다는 소리들 뿐이다.

정말이지 하드커버에 19,500원이나 하는 책값이 아깝다. 우리는 외국 왕들의 정부들 수백명의 명단을 뽑아내기 위해 이 책을 산게 아니다. 이 책에서 기대하는 것은 현대와 다른 그 당시 시대상황에서 부와 영화를 누린 나쁜여자들에 대한 얘기이다. 그리고 그걸 여러가지 시각에서 분석을 해 주었으면 더 없이 좋았을것이고 말이다. 보통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책들일수록 책 이름에 온 사활을 걸기 마련인데 이 책의 기획자는 누군지 몰라도 머리가 대단히 좋거나 아니면 아무 생각없이 책 이름을 붙인것 같다. (아마도 후자일 가능성이 클 것이다. 아니면 이 책에다가 하드커버를 씌우고 저 가격을 받을 생각 같은건 못 할 것이다.)

충분히 재밌을 수 있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이름만 괜찮았던. 그래서 이름값도 못한 이 책 왕의 정부는 참으로 아쉬운 책이다.

덧붙임 : 책을 선물해주신 분께는 상당히 죄송하네요. 그렇지만 아무래도 좋은 리뷰를 쓸 수가 없었답니다. 너그럽게 이해하시길 (하나 다행인건 제가 골랐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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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4 2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4-14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05-04-14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종대왕의 자식이 몇명이더라, 의자왕이 부러워요~ 이런 얘기만 하는 남학생들에게 읽어주면 좋을까요?

플라시보 2005-04-14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으흑...죄송해요. 잘 받아놓구선. 더구나 지가 골라놓구선 이따우 소리를 하다니...으흐흑..

속삭이신분. 그래요? 믿어보지요. 하핫^^ (그나저나 늘 책을 받기만 해서 어쩌지요? )

BRINY님. 아마 재미없어 할껄요. 흐흐^^

바람돌이 2005-04-14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 안녕하세요. 자주 들어와서 글을 읽고만 가는데... 제가 얼마전에 읽은 책과 같은 책을 읽었네요. 근데 음 저랑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이 책을 읽었다가 역시 실망하셨네요. 그래도 전 안사고 도서관에서 빌려봤답니다. 그래도 전 별 두 개는 줬는데 한개라니 짜군요^^ 지금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1개도 아까운듯....

플라시보 2005-04-14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아. 님도 같은걸 읽으셨군요. 아마도 이 책을 고른 사람들은 다들 님이나 저 같은 기대를 약간씩 했으리라 봅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커서인지 별 하나를 주었네요.^^ (제가 원래 별에 좀 짭니다. 흐흐) 그냥 책 내용만 보자면 별 둘을 줘도 괜찮았을지 모르겠지만 저 비싼 가격에 전혀 남는게 없다고 생각하니 괴씸죄가 적용되었던것 같습니다.^^

비연 2005-04-15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한개...^^;; 플라시보님의 냉정한(!) 판단에 힘입어 절대 보지 말아야겠다 싶슴다.
제목은 정말 그럴싸한데 말이죠....ㅋㅋ

플라시보 2005-04-15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만약 저랑 비슷한 기대를 하시면 안보시는게 좋을꺼구요. 그냥 옛 왕실의 정부들을 줄줄 꿰고 싶으시다면 읽어도 무관하실껍니다.^^ (그나저나 별 한개. 너무 심했나?...쩝)
 


이번에 내가 여동생집에 가서 제일 많이 먹은 음식이 있다면 그건 바로 라면이었다.

그 중에서도 오징어짬뽕, 신라면의 도합 2회에 걸친 외도 빼고는 모두 저 라면만 먹었었다.

여동생은 원래 라면을 먹을때 기름끼를 싫어해서 물을 두 군데서 끓여. 면을 한번 삶아내고 다시 끓이는데 이 라면은 그런 수고로움을 획기적으로 덜어주는 제품이다. 말 그대로 기름에 튀기지 않은 면을 사용했으니 말이다.

나는 라면이란 자고로 유탕면을 써야 제 맛이 난다고 믿었지만 이 라면을 먹고 생각이 좀 바뀌었다. 상당히 밍숭할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국물맛도 좋고 무엇보다 뒷맛이 깔끔하다. 면도 튀기지 않아서 그런지 훨씬 쫄깃하다.

보통 라면의 경우 칼로리가 500칼로리인데 기름에 안튀긴면은 340칼로리다. 즉 기름에 튀기고 튀기지 않고의 차이가 무려 160칼로리라는 것이다. 라면에 달걀 하나를 집어넣었을때 70칼로리가 추가되므로 달걀 2개를 깨어넣어 먹어도 보통 라면보다는 20칼로리가 낮아지는 셈이다.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면 다른 라면보다는 이 라면을 먹는게 훨씬 이로울 것이다. (더구나 라면을 튀기는 기름은 그야말로 제일 하급 기름이므로 몸에 들어가봤자 좋은 일이라고는 하나도 하지 않는다.)

가격은 소비자 가격이 한봉지에 650원으로 다른 라면에 비해 조금 비싸다. 하지만 물을 두군데를 끓이고 어쩌고 하는 수고로움에 비하면 별로 비싼것도 아니다. (요즘은 700원짜리 라면도 많다.) 여태 라면을 먹으며 느끼하다고 느꼈던 사람들에게는 딱 좋은 라면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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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5-04-14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국물이 맛이 좋은가요? 요즘 라면값 하도 많이 올라 그만한 가격이면 뭐 그만 그만하네요.^^

플라시보 2005-04-14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tella09님. 제 입에는 그럭저럭 괜찮더라구요. 오히려 기름 둥둥 뜨는것 보다 깔끔하니까 더 낫더군요. 시험삼아 한번 드셔보세요.^^

BRINY 2005-04-14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면은 연간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밖에 안 먹지만, 비상식량으로 하나 사둬야겠네요.

플라시보 2005-04-14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님. 저도 집에 있으면 라면 잘 안먹는데 이번에 여동생 집에 가서 푸지게 먹었습니다.^^ (저 라면 살때. 저 역시 비상식량이란 느낌으로 샀어요. 흐흐)

sweetmagic 2005-04-14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면은 님이 비빕밥을 드실때의 기분을 들게 하는 음식인지라 .....
거의 안 먹어요 ..

marine 2005-04-23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런 획기적인... 그런데 정말 맛도 괜찮나요? 누들면인가, 동원에서 나온 거, 컵라면 하나에 100 칼로리 남짓이라길래 먹었는데 (가격은 천원) 별루더라구요

플라시보 2005-04-23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weetmagic님. 흐흐. 저도 아주 즐기는 편은 아닙니다만 가끔 라면의 그 고소함이 땡길때가 있습니다.^^

나나님. 제가 미식가가 아니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라면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다만 유탕면에 비해 좀 오래 끓여야 면이 익더라구요.
 
팝콘심리학 - 개정판, 톡톡 튀는 9가지 맛 영화 속 심리이야기
장근영 글.그림 / 제이앤북(JNBOOK)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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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접하게 되는 영화평론가들이 영화에 대해 글을 쓰는 방식은 일종의 정형화된 틀을 가지고 있다. 일단 배우의 연기가 어떠하더라 라는 것. 그리고 감독이 무슨 말을 하고자 했었다는 것에 대한 해석.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회적인 이슈나 관점등에서 이 영화를 어떻게 읽어 낼 것인가에 대한 것을 다룬다. 물론 평론가마다 조금씩 개인차는 있겠지만 여태 우리가 보아온 영화평론들은 이 세가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주 내에서 이뤄져 왔다. 이것은 평론가들이 영화 자체가 주는 의미 혹은 기술적인 측면에 대해 말 하도록 배워 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똑같은 텍스트도 영화평론가들이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진(혹은 다른 시선을 가진) 사람이 다른 관점에서 해석을 하면 어떻게 될까? 얼마전 물리학자가 영화에서 과학적 사실과 현상을 설명한 책이 빅 히트를 쳤었다. 물론 그 책이 아주 쉽고 재미있게 써 졌다는 장점이 크게 작용을 했겠지만 그보다는 영화를 얘기한 기존 영화평론가들의 글과는 아주 판이하게 다르고 그래서 영화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재공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심리학자가 쓴 영화보기 이다. 더 정확하게 말 하자면 영화속에서 찾아내는 심리학 정도가 될 것이다. 전자의 책이 사람들에게 영화에서 일어나는 모든 과학적인 가정이 실제로도 가능한 것인지 등에 촛점을 맞췄다면 이 책은 우리가 이미 무의식적으로 알고 느꼈지만 어떤 학문적인 지식이 뒷받침되지 못해서 미처 수면위로 끌어올리지 못했던 심리학에 대해 다루었다. 사실 과학이라는 학문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에 대한 학문이라면 심리학은 인간의 마음을 읽는. 어떻게 보면 실체가 없이 사람안에 존재하는 학문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나는 어떤 면에 있어서 인간은 모두가 심리학자라고 생각한다. 다만 거기에 대한 어떤 체계적인 배움의 과정이 없기 때문에 뭐라고 정의 할 수가 없을 뿐이다. 어렸을때 엄마의 기분이 좋다 싶을때를 골라서 내가 잘못한 일을 고백한 적이 있었다. 비교적 기분이 좋았던 엄마는 기분이 나쁠때 보다 훨씬 관대하게 그 일을 넘어갔다. 하지만 만약에 엄마가 기분이 최악이었다면, 거기다 내가 뭔가를 잘못하기까지 했다면 아마 그날은 비오는날 먼지나도록 맞아야 했을 것이다. 이렇게 간단하게 남의 기분을 파악하려고 드는것 어쩌면 그것 자체가 심리학의 출발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심리학이라는 학문은 그 깊이에 따라 심오하고도 어려울 수 있겠지만 어찌보면 인간이 늘 해왔던 행동인 것이다.  이 책이 정재승이 쓴 책과 다른점이 있다면 우리의 주변에 있는 학문이 아니라 우리 속에 있는 학문을 영화라는 텍스트를 통해 풀어낸 것이라는 점이다.

책에는 국내 영화는 물론 해외 영화까지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심리적인 현상을 설명한다. 일단 영화부터 먼저 말해놓고 그 속에는 이러한 심리가 있다는 식이 아니라 심리학적 얘기들을 미리 해 놓고 다음에 이해를 돕기 위해 영화를 인용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영화에서 심리학을 읽어냈다기 보다는 심리학을 다루면서 영화라는 가장 보편적이고도 이해가능한 매체를 이용했다는 말이 더 옳을 것이다. (정재승이 쓴 책은 일단 영화에서의 과학 현상을 설명해놓고 그게 말이 되는지를 풀어나가는 방식이었다.)

책은 상당히 쉽고 재미있다. 하긴 전문가가 비전문가를 대상으로 글을 쓰려면 일단 자신이 알고 있는 전문적인 분야를 최대한 쉽게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거기다 재미까지 추구했다는 것은 상당히 높이 평가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책의 중간중간 한컷 심리이야기라는 코너를 마련해서 앞에서 쉽게 설명했던 심리학을 조금 더 학문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를 보인것도 좋았다. 책에서 단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저자가 영화에 대해 조금 더 설명을 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무슨 얘기냐면. 사실 여기에 나열된 영화들은 상당히 유명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못 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이 영화가 어떤 영화라는 줄거리라도 살짝 얘기를 해 주었다면 좋았을텐데 심리학적 해석이 가능한 부분만 드러내서 영화를 설명하다 보니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가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심리학적 얘기를 하기 전에 일단 도입부에 영화에 대한 대충의 정보 (줄거리) 를 주고 난 다음 시작했으면 훨씬 더 좋았을뻔 했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충분하게 이해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중간의 한 부분만 드러내어 인용된 영화는 별로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이 즐기는 취미생활 중에서 가장 흔한게 아마 영화가 아닌가 싶다. 그 영화를 영화평론가들의 해석을 통해 보는것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의 해석도 재미있다.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던지 영화에서 심리학을 읽는다는 것은 좀처럼 하기 힘든 경험이기 때문이다. 영화 중에서도 나는 똑같은 사건을 어떤 사람이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류 (이를테면 오 수정 같은)의 영화를 몹시 좋아하는데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런 기분이 들었었다. 처음에는 비록 똑같은 한편의 영화였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그토록이나 다양한 해석과 의견이 존재하는 것. 어쩌면 우리가 신에게 받은 축복은 이 다양성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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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3 1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04-13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하하^^ 감사합니다.

무탄트 2005-04-13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팝콘 심리학이란 책은 아직 안 읽어봤지만 플라시보님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문득 우리나라에선 꽤 유명한 미술치료사인 박승숙씨가 쓴 <영화로 배우는 미술치료 이야기>란 책이 생각나네요. 몇편의 영화 속 인물들의 심리와 미술치료 기법에 대한 맛보기 책인데 전 참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랑 주파수가 맞는지 열심히 공감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

플라시보 2005-04-13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탄트님. 영화로 배우는 미술치료 이야기라. 거 흥미롭네요.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분야인데 꼭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해요.

무탄트 2005-04-15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박승숙씨의 책 때문에 '미술치료'란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상당히 흥미롭더군요. 제가 만약에 미대를 나왔더라면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봤을 것 같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미술치료에 관해 나온 책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번역본이 아니라 저자가 우리나라 사람인 경우는 더우기 몇 안되더라구요. (근데 플라시보님이 '미술치료'에 관심이 있으시다는 얘기가 맞죠? 혹시나 사오순인 제가 이야기를 잘못 이해했나 싶어서... 하하하 ^^;;)

플라시보 2005-04-15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탄트님. 네 맞습니다. 미술치료에 관심이 있습니다. 뭐 전혀 알지 못하는 분야이긴 하지만 검은비님이 가끔 언급하셔서 그런것도 있구나 하는 정도이지만 말입니다.^^
 

얼마전 자장면 한 그릇에 업어 온 컴퓨터. 다 좋은데 키보드가 엉망이었다. 뭘 쏟았는지 어떤 키는 정말 힘을 들여서 눌러야 했다. 덕분에 글 하나 치면 오타가 줄줄이요 (ㄴ받침이 잘 안쳐졌다.) 손목에는 힘이 들어가서 팔이 뻐근했다.

그래서 질렀다. 원래는 그냥 평범한 삼성전자에서 나오는 흰색 키보드를 살까 하다가 매너리스트님께서 키보드를 많이 쓰는 사람에게는 기계식 키보드가 좋다고 하시길래 확 사버렸다.

기계식 키보드의 장점은 소리가 꼭 타이핑할때 처럼 난다는 것이다. (혼자살지 않거나 방음이 안된 곳에서는 다소 시끄러울수가 있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오랫동안 뭔가를 끄적인 사람들은 알겠지만 키를 두드릴때 타닥타닥 리듬이 나면 훨씬 덜 심심하다. (글 치기도 바쁜데 심심할사이가 어딨냐고 묻는다면 나도 모르겠다.)

기계식은 멤브레인 방식의 종전 키보드와 달리 키 하나 하나가 기계식 스위치로 되어 있다. 그래서 누를때 훨씬 힘이 덜 들어가고 소리가 나는 것이다. 뭐 소리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일단 어디가서 한번 쳐 보고 (생각보다 소리가 크다) 사는게 좋겠다.

가격은 옥션 같은 곳에서 사면 대충 4만 얼머선에서 살 수 있다. (키보드 치고는 더럽게 비싸다) 검은색이라서 깔끔한데 먼지가 좀 잘 앉게 생겼다. 그래도 키감이 예술이므로 장시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썩 괜찮은 물건이라 본다.

디자인 때문에 애플 키보드를 두고 장시간 고민을 하다가 결국은 이걸 택했다. (애플 키감은 예전 여동생이 쓰던 G4 키보드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나와는 궁합이 잘 맞지 않다.) 아름다운 디자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귀엽다. N/LOCK 표시등이 파란색이라 마음에 든다. 까만색에 파란색은 알다시피 찰떡 궁합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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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벌식자판 2005-04-12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가다 들렀습니다. (^^) (__) (^^)
저도 아론 기계식 키보드를 씁니다.
첨에는 키감 때문에 기대를 엄청하고 샀는데... 막상 쓰고 보니 그렇게 좋은 점을
못 느꼈습니다. 괜한데 돈을 썼구나 하고 후회를 했는데....

이상하게 나중에 보통 키보드를 써보니 무지 힘들고 불편합니다. (-_-;)

자기도 모르게 편안함에 익숙해 진다고 할까요? ^^;

비싸도 돈 값하는 키보드 입니다.

모니터와 키보드는 처음 살 때 비싸도 좋은 걸 사야 합니다.

BRINY 2005-04-12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마우스 바꿀 생각은 했어도 키보드는 바꿀 생각 안했는데, 이런 제품도 있군요.

플라시보 2005-04-12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벌식 자판님. 네. 그러게요. 비싸도 좋은걸 사는 이유가 다 있는것 같습니다. 현재 저는 아주 만족스럽게 잘 쓰고 있습니다. 전에 쓰던 키보드가 워낙에 삐꾸라서요^^

BRINY님. 흐흐. 넵. 저도 몰랐었는데 매너리스트님이 말씀 해 주셔서 알았어요. 가격은 현재 옥션에서 2만7천원까지 내려갔더라구요.^^

mannerist 2005-04-12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맞아요. 그 탁탁소리와 손맛 때문에 역부러 키보드 두들기기도 하니까요. 작은 차이지만 그 재미로 인해 더 즐겁게 글 쓸 수도 있기도 하구요. 기계식 키보드의 세계로 들어오신 님, 환영합니다. 13만원짜리 독일제 체리 키보드를 장만할 날까지, 정진합시다. -_-v

2005-04-12 1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04-12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님. 이잇. 이런 지름신 같으니라구..^^ 안그래도 그 독일제 체리나무 키보드 환장하겠더만요. 물론 디자인으로만 본다면 애플사의 뭐라 말로 할수 없는 그 막강함을 따를자 없겠지만 말입니다. (아까 애플 마우스 보고 왔는데 여태껏 타블렛을 사네마네 해 놓구서는 어느새 돈계산을 하고 앉았더라는..^^) 기계식 키보드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아주 치는데 경쾌해 미치겠습니다. 하하^^
 

(이런 X같을때가 있나. 방금 리뷰를 겁나게 길게 썼는데 또 날려먹었다. 영화리뷰 연달아 두번 이러고 나니 힘이 쫙 빠진다. 최대한 처음 필을 살려서 써 보겠지만 너무 길게 썼고 난 머리가 너무 나쁘다. 에이XX)

인생은 질문을 '왜'라는 질문을 허락하지 않는다. 애인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들어도, 회사에서 짤려도 우린 왜 라는 질문을 할 수있지만 내 인생이 왜 이 꼬락서니가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왜 라는 질문은 통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 질문을 하게되면 우리는 우리가 가장 보고싶지 않아 했던 내 안의 괴물과 얼굴을 마주할수도 있을 것이고, 또 인생이란게 순도높은 '나' 라는 이유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 복잡 다난한 것이므로 도대체 어디서부터 누구에게 질문을 들어가주셔야 하는지 감이 안 와서 일수도 있다.

주인공 선우는 이 '왜' 라는 질문 하나 때문에 그야말로 달콤했던 인생이 하루아침에 엿되어 버리는 인물이다. 차라리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으면. 영화사에서 광고 홍보문구로 쓴 의리없는 전쟁 (참 촌스럽기도 하다.) 따위는 시작되지조차 않았을 것이다.

양아치나 깡패라고 하기에는 좀 급이 높은 조직원 선우. (굳이 비교를 하자면 넘버3의 한석규쯤 된다.) 주먹도 쓸만하고 머리도 좋고 일 처리도 깔끔한 그는 보스(김영철)의 신임을 한몸에 받는다. 그러던 어느날 보스는 보스로써 하기에 좀 면팔리는 부탁을 한다. 3일동안 샹하이 출장을 가는데 그 사이에 자신이 사귀고 있는 젊은 애인인 희수(신민아)를 감시 해 달라는 것. 희수에게 다른 남자가 있는것 같은 감이 오는데 만약 그게 사실이면 알아서 처리하거나 자신에게 전화를 하라고 한다. 보스는 떠나고 선우는 희수를 만난다. 그런데 선우는 희수를 처음 본 순간부터 흔들린다. 그녀는 흔히 암흑세계의 보스들이 하나씩 두는 요부스타일의 정부가 아니었던 것이다. 맑고 깨끗한데다 첼리스트라는 번듯하고도 아트스런 직업까지 가지고 있다. 미행 3일째 선우는 희수와 그녀의 애인이 있는 현장을 덮친다. 보스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 전화 버튼을 누르는 순간. 그는 희수의 눈물에 맘이 약해지고 이 일은 없었던 일로 덮어두자고 한다. 자신과 그들만 입다물면 모든게 괜찮아지리라 믿었던 선우. 하지만 이미 보스는 그 사실을 알고 선우를 제거하고자 한다. 그야말로 구사일생 끝에 살아남은 선우는 이제 전쟁을 시작한다. '나한테 왜 그랬어요' 라는 질문 하나를 깃발처럼 세우고 살찢기고 피튀기는 전쟁을 말이다.

스토리만으로 볼때는 사실 별로 할 말이 없는 영화이다. 선우가 생각하기에는 보스의 애인과 침대에서 뒹군것도 아니고 단지 그녀의 부정을 (다시는 안한다는 약속하에) 눈 감아준것 뿐인데 그걸로 7년동안 개같이 충성을 바친 보스가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건 도저히 납득이 되질 않는다. 살아남긴 살아남았지만 그동안 겪은 과정이 너무 억울해서 도저히 넘어 갈 수가 없다. 그래서 그는 너죽고 나죽자는 심정으로 보스에게 복수를 한다. 다소 과한 처벌을 내렸던 보스는 뭐 '질투는 나의 힘'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안그래도 젊은 애인이 불안해 죽겠는데 거기다 바람피우는 놈도 모자라서 지 조직원놈까지 뻑이 가서 봐주려고 하다니 눈알이 뒤집힌 것이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다. 이 영화에 더 이상은 없다.

이렇게 스토리가 안되다 보니 이 영화 스타일로 밀고 나간다. 조명에 카메라에 배우들 연기까지 거의 뽀다구란 뽀다구는 다 잡는다. 거기다 감독 양반. 중간 중간 관객을 웃기기까지 하려고 한다. 지금은 한물간 홍콩 느와르지만 일단 멋지구리하니 관객들은 오~ 하고 감탄한다. 그런가하면 조용한 가족에서 송강호의 '저 학생 아닌데요' 필의 변주도 꽤 여러번 등장. 관객들 와~ 하고 웃는다. 마지막으로다 피 제대로 튀겨서 속이 좋지않은 관객들 악~ 하는 비명도 질러준다. 감독은 마치 '자 자 애들은 가라' 로 시작하는 입심좋은 약장수처럼 관객들을 들고 얼르고 굴린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면 관객들은 대체 뭘 봤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웃고 비명지르고 감탄사 내뱉는 동안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내용은 개뿔 영화는 스타일이야 스타일' 하는 소리가 어디선가 내내 들려오는 것 같더니만 정말로 내용은 개뿔이고 스타일만 남아버렸다.

영화를 보는 내내 김지운 감독이 영화를 쉽게 가려고 아주 작정을 했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그는 관객이 영화관에서 보여줄 수 있는 반응중에 눈물 짜는거 빼고는 다 이뤄낸다. 그래 어쩌면 그것 만으로도 영화는 큰 성과를 거두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기에 어떤 생각이나 고뇌는 없어 보인다. 영화 보면서 감탄사 연발하고 중간중간 호러틱한데다 웃기까지 했는데 뭘 더 바라냐는듯 영화는 그렇게 흘러가다 '이젠 그만' 하면서 막을 내린다.

모든 예술은 그게 어떤 형태가 되었던 간에 하고자 하는 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지 재밌거나 단지 끔찍하거나 단지 멋지다는 것 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김지운 감독은 잔재주만 부렸지 정작 가장 중요한 메세지. 즉 하고자 하는 말이 없다. 물론 그게 니들에게 한 수 가르쳐주마 따위의 시건방진 말이라면 듣는 관객. 짜증지수 만땅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토록이나 할 말도 전하고 싶은 메세지도 없는 영화는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영화는 서커스도 마술도 아니다. 현란한 재주로 잠깐 관객들의 혼을 빼놓는게 전부는 아니라는거다. 러닝타임 내내 단 일초의 지루함도 용납할 수 없다는듯 꽉 짜여져 있지만 정작 그 짜임안에 가장 큰 무늬가 보이질 않는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이런 스토리에 이정도 화면을 뽑아내는 재주는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글쎄다. 나는 자꾸 김지운이 관객을 가지고 장난을 쳤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차라리 김지운이 아주 뭘 몰라서 그랬다면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처음 찍어서 그저 관객들이 자리 안뜨고 봐주는 것 만으로도 감지덕지한 초짜도 아닌데, 이제 영화를 통해 뭔가 전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는것. 그건 두말할것 없는 시건방짐이다. 굳이 뭔가를 전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관객이 들고 돈벌이가 되는데 그 쉬운길을 놔두고 뭣하러 어려운 길을 택하냐는 것이다. 예술가입네하고 관객을 향해 잘난척을 하는것도 꼴불견이지만 이렇게 할 말은 개뿔 아무것도 없으면서 그저 화면만 근사하게 들이대는 감독도 재수없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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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1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04-11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으하하하 비판은 나의 힘이라오^^

픽팍 2005-04-12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지운 감독은 장화홍련 때문에 싫었어요. 제가 구독하는 프리미어 잡지 기자는
김지운 감독 이제는 시나리오 작가가 필요할 때도 되었다라고 하던걸요;;;;감독이 욕심이 많아서 시나리오를 오로지 혼자 쓴다는;;;낭패죠;;;

플라시보 2005-04-12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픽팍님. 아. 프리미어 구독하시는군요.^^ 제 생각에도 김지운이 이제는 시나리오 작가를 쓰거나 아니면 자기가 써도 하고싶은 말이 무언가를 생각하며 썼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스토리 어느정도 짜 놓고 스타일 멋지게 만드느라 고민하지만 말고 말입니다.

비로그인 2005-04-12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이거 같이 본 지인은 "뭐냐?? 그래서 뭐 어쩌란 영화냐??" 라고 말하면서 한숨 쉬더군요.. 저는.. 그냥 그저 그랬어요. 저 포스터에 보이는 카피처럼 "끝까지 폼나게"가는 영화더군요. 그래도. 이병헌은. 참. 좋더군요. 음하하

플라시보 2005-04-12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마음처럼님. 음. 저도 이병헌의 연기는 괜찮았습니다. 감독이 잡고자 하는 폼을 아주 제대로 잡아준것 같더군요.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