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심리학 - 개정판, 톡톡 튀는 9가지 맛 영화 속 심리이야기
장근영 글.그림 / 제이앤북(JNBOOK)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우리가 흔히 접하게 되는 영화평론가들이 영화에 대해 글을 쓰는 방식은 일종의 정형화된 틀을 가지고 있다. 일단 배우의 연기가 어떠하더라 라는 것. 그리고 감독이 무슨 말을 하고자 했었다는 것에 대한 해석.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회적인 이슈나 관점등에서 이 영화를 어떻게 읽어 낼 것인가에 대한 것을 다룬다. 물론 평론가마다 조금씩 개인차는 있겠지만 여태 우리가 보아온 영화평론들은 이 세가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주 내에서 이뤄져 왔다. 이것은 평론가들이 영화 자체가 주는 의미 혹은 기술적인 측면에 대해 말 하도록 배워 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똑같은 텍스트도 영화평론가들이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진(혹은 다른 시선을 가진) 사람이 다른 관점에서 해석을 하면 어떻게 될까? 얼마전 물리학자가 영화에서 과학적 사실과 현상을 설명한 책이 빅 히트를 쳤었다. 물론 그 책이 아주 쉽고 재미있게 써 졌다는 장점이 크게 작용을 했겠지만 그보다는 영화를 얘기한 기존 영화평론가들의 글과는 아주 판이하게 다르고 그래서 영화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재공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심리학자가 쓴 영화보기 이다. 더 정확하게 말 하자면 영화속에서 찾아내는 심리학 정도가 될 것이다. 전자의 책이 사람들에게 영화에서 일어나는 모든 과학적인 가정이 실제로도 가능한 것인지 등에 촛점을 맞췄다면 이 책은 우리가 이미 무의식적으로 알고 느꼈지만 어떤 학문적인 지식이 뒷받침되지 못해서 미처 수면위로 끌어올리지 못했던 심리학에 대해 다루었다. 사실 과학이라는 학문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에 대한 학문이라면 심리학은 인간의 마음을 읽는. 어떻게 보면 실체가 없이 사람안에 존재하는 학문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나는 어떤 면에 있어서 인간은 모두가 심리학자라고 생각한다. 다만 거기에 대한 어떤 체계적인 배움의 과정이 없기 때문에 뭐라고 정의 할 수가 없을 뿐이다. 어렸을때 엄마의 기분이 좋다 싶을때를 골라서 내가 잘못한 일을 고백한 적이 있었다. 비교적 기분이 좋았던 엄마는 기분이 나쁠때 보다 훨씬 관대하게 그 일을 넘어갔다. 하지만 만약에 엄마가 기분이 최악이었다면, 거기다 내가 뭔가를 잘못하기까지 했다면 아마 그날은 비오는날 먼지나도록 맞아야 했을 것이다. 이렇게 간단하게 남의 기분을 파악하려고 드는것 어쩌면 그것 자체가 심리학의 출발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심리학이라는 학문은 그 깊이에 따라 심오하고도 어려울 수 있겠지만 어찌보면 인간이 늘 해왔던 행동인 것이다.  이 책이 정재승이 쓴 책과 다른점이 있다면 우리의 주변에 있는 학문이 아니라 우리 속에 있는 학문을 영화라는 텍스트를 통해 풀어낸 것이라는 점이다.

책에는 국내 영화는 물론 해외 영화까지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심리적인 현상을 설명한다. 일단 영화부터 먼저 말해놓고 그 속에는 이러한 심리가 있다는 식이 아니라 심리학적 얘기들을 미리 해 놓고 다음에 이해를 돕기 위해 영화를 인용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영화에서 심리학을 읽어냈다기 보다는 심리학을 다루면서 영화라는 가장 보편적이고도 이해가능한 매체를 이용했다는 말이 더 옳을 것이다. (정재승이 쓴 책은 일단 영화에서의 과학 현상을 설명해놓고 그게 말이 되는지를 풀어나가는 방식이었다.)

책은 상당히 쉽고 재미있다. 하긴 전문가가 비전문가를 대상으로 글을 쓰려면 일단 자신이 알고 있는 전문적인 분야를 최대한 쉽게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거기다 재미까지 추구했다는 것은 상당히 높이 평가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책의 중간중간 한컷 심리이야기라는 코너를 마련해서 앞에서 쉽게 설명했던 심리학을 조금 더 학문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를 보인것도 좋았다. 책에서 단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저자가 영화에 대해 조금 더 설명을 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무슨 얘기냐면. 사실 여기에 나열된 영화들은 상당히 유명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못 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이 영화가 어떤 영화라는 줄거리라도 살짝 얘기를 해 주었다면 좋았을텐데 심리학적 해석이 가능한 부분만 드러내서 영화를 설명하다 보니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가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심리학적 얘기를 하기 전에 일단 도입부에 영화에 대한 대충의 정보 (줄거리) 를 주고 난 다음 시작했으면 훨씬 더 좋았을뻔 했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충분하게 이해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중간의 한 부분만 드러내어 인용된 영화는 별로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이 즐기는 취미생활 중에서 가장 흔한게 아마 영화가 아닌가 싶다. 그 영화를 영화평론가들의 해석을 통해 보는것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의 해석도 재미있다.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던지 영화에서 심리학을 읽는다는 것은 좀처럼 하기 힘든 경험이기 때문이다. 영화 중에서도 나는 똑같은 사건을 어떤 사람이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류 (이를테면 오 수정 같은)의 영화를 몹시 좋아하는데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런 기분이 들었었다. 처음에는 비록 똑같은 한편의 영화였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그토록이나 다양한 해석과 의견이 존재하는 것. 어쩌면 우리가 신에게 받은 축복은 이 다양성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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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3 1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04-13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하하^^ 감사합니다.

무탄트 2005-04-13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팝콘 심리학이란 책은 아직 안 읽어봤지만 플라시보님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문득 우리나라에선 꽤 유명한 미술치료사인 박승숙씨가 쓴 <영화로 배우는 미술치료 이야기>란 책이 생각나네요. 몇편의 영화 속 인물들의 심리와 미술치료 기법에 대한 맛보기 책인데 전 참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랑 주파수가 맞는지 열심히 공감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

플라시보 2005-04-13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탄트님. 영화로 배우는 미술치료 이야기라. 거 흥미롭네요.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분야인데 꼭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해요.

무탄트 2005-04-15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박승숙씨의 책 때문에 '미술치료'란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상당히 흥미롭더군요. 제가 만약에 미대를 나왔더라면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봤을 것 같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미술치료에 관해 나온 책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번역본이 아니라 저자가 우리나라 사람인 경우는 더우기 몇 안되더라구요. (근데 플라시보님이 '미술치료'에 관심이 있으시다는 얘기가 맞죠? 혹시나 사오순인 제가 이야기를 잘못 이해했나 싶어서... 하하하 ^^;;)

플라시보 2005-04-15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탄트님. 네 맞습니다. 미술치료에 관심이 있습니다. 뭐 전혀 알지 못하는 분야이긴 하지만 검은비님이 가끔 언급하셔서 그런것도 있구나 하는 정도이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