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정부
엘리노어 허먼 지음, 박아람 옮김 / 생각의나무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거의 100% 제목에 혹해서 선택한 책이었다. 왕의 정부. 얼마나 매혹적인 제목인가. 여기다 뭔가 지저분하게시리 다른 수식어들을 붙였다면 어쩌면 이 책은 내 간택을 받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런 꾸밈 없이 단지 하고자 하는 말을 담백하게 전하려는 저 제목은 너무도 멋있었다. (영어 제목은 sex with the king이다. 영문판 제목을 봤다면 또 다른 혹함에 샀을지도 모른다만 영어 제목은 책을 사고 나서야 알았다.)

왕의 정부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는 나쁜 여자이다. 모든 동화와 옛날 얘기. 그리고 현대에는 드라마로 이어지는 착한 여자의 이야기는 정말이지 지겨웠다. 착한 여자들은 죽도록 구박을 당하면서도 찍소리 한번 안하고 그렇게 당하다 당하다 얘가 못견디겠다 싶을때즘 멋진 남자 혹은 왕자들이 그녀를 그 구렁텅이에서 빼내준다. 그러면 그녀를 괴롭히던 여자들은 닭쫒던 개 지붕 보는 겪으로 그녀들을 바라본다. 이건 글자를 배운 후 막바로 읽은 공쥐팥쥐(동양) 신데렐라(서양)도 그랬고(고) 지금도(금) TV를 켜면 서너군데에서 이 여자들이 주인공인 드라마가 나온다. 착한 여자들. 그 자신은 착해서 참 좋은지 모르겠지만 보는 사람들은 한없이 답답하다. 더구나 허구에서는 그녀들을 구해줄 멋진 왕자들이 존재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착한 여자는, 더구나 가진것 없고 배운것 없다면 고달픈 삶을 살아가기 마련이다. 아무도 그들을 구해주거나 착했으니까 넌 앞으로는 행복하게 살거라 뿅 하는 마법도 없다. 이야기속 그녀들이 참 웃기는건 아름다운 미모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이 그것을 아는것은 물론 이용하려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남자나 왕자가 우연히 보고 반해서 도와줄 뿐이다. 그럼 여기서 여자가 자신의 미모를 이용하면 어떻게 될까? 그럼 바로 나쁜 여자가 되는 것이다. 왜냐면 누가 도와주길 순순히 기다리지 못하고 천박하게시리 미모 따위를 이용하려고 들었으니까 말이다.

왕의 정부에 기대하는 것은 바로 그런 내용이었다. 마음에 드는 남자. 돈 많고 잘생긴 남자를 떠나 한 나라의 주인인 왕을 후리는 여자. 안그래도 왕의 주변에는 여자들이 득시글거릴텐데 그 중에서도 왕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비단 미모뿐 아니라 어떤 지략가나 책략가 못지 않아야 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얘기를 기대었다.그 시절에만 해도 원래 귀족출신의 돈 많은 집 여자가 아니라면 누구든 남자를 통해서만 출세를 할 수 있어야 했을 것이니 그녀들의 방법이 맞네 틀리네의 얘기는 접어둬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전혀 그런 부분을 다루지 않았다. 그저 단편적인 사례들만 주루룩 나열했을 뿐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식이다 루이1세의 정부 모모양은 어찌어찌 해서 정부가 되었다. 루이 2세의 정부 누구양은 이러저러하여 정부가 되었다. 루이 3세의 정부... 대체 그 사례들만 죽 나열한 것이라면 뭣하러 이 책을 읽겠는가? 이 책은 정말 말 그대로 왕의 정부들에 대해 객관적인 사실 및 허접한 사실들만 줄줄이 나열되어 있다. 거기다 그녀들이 왕을 사로잡은 책략과 지략은 없고 오직 그녀들의 외모에 대한 말 뿐이다. 그리고 그 외모도 늘 못생긴 왕비들과 비교를 해서 이렇게 이뻤다 저렇게 이뻤다는 소리들 뿐이다.

정말이지 하드커버에 19,500원이나 하는 책값이 아깝다. 우리는 외국 왕들의 정부들 수백명의 명단을 뽑아내기 위해 이 책을 산게 아니다. 이 책에서 기대하는 것은 현대와 다른 그 당시 시대상황에서 부와 영화를 누린 나쁜여자들에 대한 얘기이다. 그리고 그걸 여러가지 시각에서 분석을 해 주었으면 더 없이 좋았을것이고 말이다. 보통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책들일수록 책 이름에 온 사활을 걸기 마련인데 이 책의 기획자는 누군지 몰라도 머리가 대단히 좋거나 아니면 아무 생각없이 책 이름을 붙인것 같다. (아마도 후자일 가능성이 클 것이다. 아니면 이 책에다가 하드커버를 씌우고 저 가격을 받을 생각 같은건 못 할 것이다.)

충분히 재밌을 수 있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이름만 괜찮았던. 그래서 이름값도 못한 이 책 왕의 정부는 참으로 아쉬운 책이다.

덧붙임 : 책을 선물해주신 분께는 상당히 죄송하네요. 그렇지만 아무래도 좋은 리뷰를 쓸 수가 없었답니다. 너그럽게 이해하시길 (하나 다행인건 제가 골랐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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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4 2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4-14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05-04-14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종대왕의 자식이 몇명이더라, 의자왕이 부러워요~ 이런 얘기만 하는 남학생들에게 읽어주면 좋을까요?

플라시보 2005-04-14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으흑...죄송해요. 잘 받아놓구선. 더구나 지가 골라놓구선 이따우 소리를 하다니...으흐흑..

속삭이신분. 그래요? 믿어보지요. 하핫^^ (그나저나 늘 책을 받기만 해서 어쩌지요? )

BRINY님. 아마 재미없어 할껄요. 흐흐^^

바람돌이 2005-04-14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 안녕하세요. 자주 들어와서 글을 읽고만 가는데... 제가 얼마전에 읽은 책과 같은 책을 읽었네요. 근데 음 저랑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이 책을 읽었다가 역시 실망하셨네요. 그래도 전 안사고 도서관에서 빌려봤답니다. 그래도 전 별 두 개는 줬는데 한개라니 짜군요^^ 지금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1개도 아까운듯....

플라시보 2005-04-14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아. 님도 같은걸 읽으셨군요. 아마도 이 책을 고른 사람들은 다들 님이나 저 같은 기대를 약간씩 했으리라 봅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커서인지 별 하나를 주었네요.^^ (제가 원래 별에 좀 짭니다. 흐흐) 그냥 책 내용만 보자면 별 둘을 줘도 괜찮았을지 모르겠지만 저 비싼 가격에 전혀 남는게 없다고 생각하니 괴씸죄가 적용되었던것 같습니다.^^

비연 2005-04-15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한개...^^;; 플라시보님의 냉정한(!) 판단에 힘입어 절대 보지 말아야겠다 싶슴다.
제목은 정말 그럴싸한데 말이죠....ㅋㅋ

플라시보 2005-04-15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만약 저랑 비슷한 기대를 하시면 안보시는게 좋을꺼구요. 그냥 옛 왕실의 정부들을 줄줄 꿰고 싶으시다면 읽어도 무관하실껍니다.^^ (그나저나 별 한개. 너무 심했나?...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