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말할 것도 없고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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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을 읽고 이게 재미있는지 없는지 판가름하기가 이토록이나 난해한 적은 처음이다. 읽는 내내 나는 여기서 이 책 읽기를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읽을 것인가 고민을 했었는데. 결국은 여기에 서평을 쓰고 앉았는걸 보면 끝까지 읽었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결코 녹녹하게 넘어가지는 않는 책이다. 어려운 내용이 있어서가 아니라 내용의 갈피를 잡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중반부분이 되면 조금씩 흥미를 가지고 읽는게 가능하다.

나는 책의 내용보다도 이 정도의 스토리를 가지고 이렇게나 두꺼운 분량(무려 737페이지)을 만들어내는 코니 윌리스에게 존경심마저 든다. 열린책들에서 나오는 우리가 그다지 많이 알지 못하는 작가들의 책들 (미국이 아닌 유럽쪽의 작가들)은 대부분 얇고 읽기가 좋은데 반해 이 책은 포장을 풀자마자 그야말로 '두둥'하는 소리를 내며 나왔다. 판형은 작지만 그 두께는..아까 페이지 수를 말 했으니 다시 언급하지는 않겠다.

SF소설로 분류되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시간 여행만 빼면 19세기 영국을 제현한 역사책처럼 보일 정도이다. 간혹 편차니 시공간 위치 확인 모순의 자체 교정이니 하는 말이 나오지만 그건 양념정도로도 턱없이 부족한 정도이다. 시간 여행에 관해서 그게 어떻게 가능하며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지냐 보다 주인공들이 시간여행으로 무엇을 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으로 다뤄지고 있다.

방대한 분량에 비해서는 내용이 조금은 부실한 느낌이 들지만 어떤 서평자가 밝혔듯 군데 군데 나도 모르게 키득거리며 웃을 수 있는 유머가 등장한다. 만약 누군가가 이 책을 추천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좀처럼 쉽사리 대답하지는 못할것이다. 오로지 재미만을 추구한다거나 무수한 SF를 읽어치운 이들에게는 시간이 남으면 읽으라고 권해보겠다. (참고로 책을 읽어치우는데 걸린 시간은 10일이었고 나는 하루에 10시간을 일한다.)

*플라시보의 스무자 평 : 추천할래도...안할래도...무언가 캥기는...
*함께하면 좋을 음식 : 워낙 두꺼운 책이라 그냥 아침 점심 저녁을 먹으며 읽는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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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 한 그릇
구리 료헤이 지음, 최영혁 옮김 / 청조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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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그러니까 아주 오래전에 이미 들은 얘기였다. 일어 선생님께 들었는데 그때에도 나는 그네들의 정서를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선생님은 그때 모밀국수라고 했었는데 우동이냐 모밀 국수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 책을 읽고 따뜻함을 느꼈다는 사람들을. 나는 정말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남편의 빚을 갚기 위해 명절때 단 한그릇의 우동만을 살 수 밖에 없었던 어머니. 그건 일본 어머니이기에 그런 것이다. 우리의 어머니 같았으면 그 돈으로 라면이라도 사서 아이들에게 배불리 먹이지 않았을까? 꼭 명절날 아이들 기를 죽여가면서 한그릇 가지고 셋이나 나눠 먹어야 하는가 말이다. 우리의 어머니도 죽기 살기로 남편의 빚을 갚을것이고 참으로 가난하게 살았겠지만 아마 다른 방식으로 명절을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 꼭 매식을 해야만 명절을 명절답게 보내는건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그 우동집 주인. 과연 우리 같으면 조금 양 많은 한그릇을 그들 앞에 내어 놓았을까? 대한민국의 정서로는 세그릇을 내어놓고 한그릇 값을 받았을 것이다. 그건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다. 가난한 여자와 그의 두 아이들을 이 순간 배 부르게 해 주는 것이야 말로 정이 아닌가 말이다. 그들의 자존심을 다치게 할까봐 한그릇만 조금 양 많게 내어놓고는 주방에서 흘리는 눈물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이 책을 보고서 나는 느꼈다. 그 어떤 일본에 관한 평가서보다 더 정확하게 일본을 표현해 주는 책이라고. 이거 한권이면 국화와 칼이니 하는 책 (물론 훌륭한 책이다.)보다 더 많은걸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일본이 얼마나 무서운 나라인지... 겉으로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처럼 보이지만 나는 정이 없는 이들의 정서가 참 소름끼친다. 어째서 이 책이 각광을 받았는지 나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이 차갑고 무서운 정서가 어째서 본받아야 할 정서인지 모르겠다. 나는 자존심이 상해 하더라도 엄마를 몰래 불러서 세 그릇의 값을 치뤘다고 아이들에게 말 하라고 시키고 세 그릇을 내어놓아 그들이 배불리 또 행복하게 먹는 모습을 보며 좋아하겠다. 주방에서 눈물따위를 훔치느니 말이다.

그렇다면 나중에 아이들이 장성했을때 엄마는 아이들을 대리고 와서 진짜 값을 다 치른 우동 세그릇을 먹으면서 과거에 주인이 한그릇 값으로 세그릇을 준 것을 이야기 하며 아이들에게 서로 돕고 사는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은혜를 값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배우게 하겠다. 암튼 우리 정서와는 안맞는 일본이다.

*플라시보의 스무자 평 : 배고픈 이의 자존심보다 그의 딱 달라붙은 뱃가죽은 훨씬 더 중요한 문제이다.
*함께하면 좋을 음식 : 당연하게 우동이다. (시켜 먹으면 배달 오는 사이에 다 읽을 만큼 짧은 책이므로 그냥 국물이 끝내준다는 인스턴트 우동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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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류는 도대체
신해철 외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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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무라카미 류.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현재 일본 문화계의 거장이다. 책은 물론이거니와 영화며 음악에 걸쳐. 21세기 사람들이 문화랍시고 즐기는 모든 코드를 이해하고 스스로 만들어 내기도 하는 인간. 이 책은 무라카미 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해 주는 이야기다. '자... 이러니까 너도 무라카미 류를 한번 읽어봐' 혹은 '내가 생각하기에 무라카미 류는 말이지...' 하면서 말이다.

다만 그게 친구들이나 지인이 아닌 우리가 너무 잘 아는 유명인사들 혹은 연예계 종사자들이란 점이 색다를 뿐이다. 나는 아직까지 그렇게 각계 각층의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반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 아마 무라카뮤 류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더구나 다양함과 다름을 무기로 사는 문화 종사자들이 몰개성한 인간 집단들 처럼 보여도 아랑곳 않고 한 목소리로. 한 사람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면...

이 책은 무라카미 류를 아직 만나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자칫 선입견을 가지고 책을 볼 수도 있으니까. 여기는 알라딘 독자 서평란처럼 친절한 글들이 아니라 그들의 평소 개성을 한껏 살린 글들이라서 글의 소개라기 보다는 고정관념을 심어주기에 딱 알맞기 때문이다. 오히려 무라카미 류의 광팬들이 읽어보고 자신의 평소 느낌과 비교를 해 보는 것이 좋을것 같다.

*플라시보의 스무자 평 : 정말 무라카미는 도대체가 말이지...
*함께하면 좋을 음식 : 찐 옥수수 (내가 그걸 먹으면서 이 책을 봤으므로...다른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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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집 2 - 세라복을 입은 연필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백암 / 199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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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단편을 유난히 좋아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중 노르웨이의 숲.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제외한다면 나는 이 단편집을 가장 좋아한다.
머리가 나빠서 읽고나면 금방 까먹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는 이 책을 무려 5회 가까이 읽었고 읽을때마다 까무라치게 웃었다.

이걸 읽고 있으면 하루키처럼 할랑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치즈케이크 모양을 한 가난과 세라복을 입은 연필은 단연 최고이다. 비록 이 책이 절판되었기는 하지만 여기에 있는 단편들은 다른 책에도 많다. 사실 하루키 책 만큼 우리나라에서 여러 다른 이름으로 출판이 된 것도 드물것이다. 단편들은 주로 하나의 단편을 제목으로 붙인다음 다른 단편들을 죽 함께 묶은것들이 많다. 그러므로 꼭 이 책이 아니라 하더라도 다른 하루키의 단편들을 뒤적거리다 보면 여기에 있는 단편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만날 수 있으니 희망을 버리지 말자.

노르웨이의 숲은 우리나라에서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바뀌어서 출판이 되었는데 내가 아는 지인은 그게 다른 책인줄 알고 두 가지를 다 구입해서 땅을치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절대 후입하지 않을 책이며 절판되었으므로 다른 단편집에 있는것을 구해서라도 필독해야 할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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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로커 베이비즈
무라카미 류 지음, 김은주 옮김 / 기원전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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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늘 기회가 있을때 마다 사람들에게 무라카미 류의 코인로커 베이비스를 권한다. 이만큼 재미있고도 심오한 소설은 그리 많지 않다. 재미있으면 깊이가 얕고 깊이가 있으면 지루하기 쉽상인데 무라카미 류는 그 사이를 아주 교묘하게 줄다리기 하는 놀라운 재주를 보여준다.

사실 아무 생각없이 본다면 이 책은 그저 재미난 소설에 불과하다. 그건 아무 생각없이 보고싶은 사람들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부분이다. 내 지적 수준으로는 움베르토 에코의 푸코의 진자를 아무 생각없이 보려고 해도 머리가 자꾸 복잡해옴을 느끼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조금만 더 파고들려고 보면 이 책은 어떤 철학서적 못지 않게 인간의 내면을 말하고 있다.심각하게 보고 싶으면 그렇게, 또 그저 재미나게만 보고싶으면 그것도 그렇게 해 줄 수 있는 소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 책 만큼 탄력있게 책장이 넘어가는 책을 만날수 있는 행운을 나는 아직 학수고대하고 있다.(벌써 4년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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