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님되는 법
진산 지음 / 부키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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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흠..진산마님이 드디어 책을 내셨다. 내가 처음 이 글을 봤을때가 2년 전 이었는데... 그때부터 나는 마님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 했으나 삼돌이는 커녕 삼식이 삼쇠 삼덕이만 들끓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웹상에서만 보고 치울것이 아니라 철저히 외우고 복습하고자 책을 구입하기에 이르렀으니...

자. 마님이 되는 법 이란 과연 멀까?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마님 운운하냐고? 후훗...그런 의문따윈 마님이란 존재를 알지 못하는 무지랭이 같던 시절에나 할 수 있다.

마님은 결혼한 여자중 최고봉의 지휘에 오르른 자 만이 될 수 있는.. 그 어떤 정신수양자들 보다 더 큰 내공을 쌓아야만 오르를 수 있는 경지이다. 남편을 삼돌이라고 부르며' 천하를 호령하듯 삼돌이를 부리고, 흔히 밥과 빨래 애보기가 전부인 평범한 주부의 삶을 맘껏 비웃는 마님. 결혼을 한, 혹은 결혼을 앞둔 여자중 그 누구라서 이 꿈을 현실로 이루고 싶지 않겠는가?

그래서 바로 이 책이 나왔다. 마님이 되는 법. 삼돌이에게 해도해도 표 안나고 안하면 집구석 도그테이블 되어 버리는 가사일을 떠넘김은 물론 '아니 여자가 어디서 월월월!!'하는 따위의 민란은 생각도 못하게 하는 법. 삼돌이로 하여금 무력 혹은 기타의 이유로 마님을 받들어 모시는 것이 아니라 진정 마님을 존경하여서 받들어 모시지 아니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가게끔 하는 법. 바로 이 책 한 권에 다 들어있다.

결혼을 하지 않을꺼라면 몰라도 일단 결혼을 하고 나서는 열 남자가 잘해주는 것이 무슨 소용이랴. 정작 내 남편 삼돌군이 나를 짖밟고 서 있는데!! 결혼해서 맞벌이 임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직장에 다녀와서 또 허리휘게 청소하고 애 챙기고 밥하고 빨래를 하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럼 그녀들은 과연 얼빵해서 혹은 원도우먼이 꿈인 억척녀들이라 그런가? 아니다. 이 책. 마님이 되는 법을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연하지 않은것도 자꾸 하면 당연해 진다. (앞서 든 일하는 주부들의 예를 보라. 자꾸 하니까 당연해져 버린 것이다.)

삼돌이를 부리는 것은 결코 당연한 일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은 말한다. 계속 개기며 밀어 부치라고... 여기에 등장하는 각종 뻔뻔법 혹은 개김비법을 습득한다면 과중한 업무에 야근까지 한 남편을 향해 하루종일 뒹구르르 하드를 빨다가 '밥줘'라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진산마님은 이건 너무 뻔뻔한 짓이라 했으나 스승보다 나은 제자는 늘 탄생하는 법이다.)

이 책은 결코 페미니즘을 말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린 평등을 원치 않는다. 지배와 피 지배만이 있는 정글(가정)에서 평등은 무슨놈의 평등이더란 말이냐? 오늘은 내가 라면을 끓였으니 내일은 니가. 어제는 내가 양말짝을 빨았으니 오늘은 니가. 뭐 이게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닐 뿐더러 쉽다 하더라도 외우기가 너무 귀찮다. 그렇담 방법은 딱 하나. 귀찮고 힘든 그 모든 일을 삼돌이에게 떠 넘기는 것이다. 결코 삼돌이로 하여금 불공정거래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면서 말이다. (눈치를 챈다면 계속 할 수도 없겠지만...)

이 땅에 아줌마 혹은 삼월이 쇤네 기타등등의 여성을 위해 태어난 책 [마님이 되는 법!] 당신도 곧 마님이 될 수 있다. 단 열심히 읽고 열심히 실천해야 한다. (읽어 보면 알겠지만 마냥 뒹굴대며 놀아서는 마님이 될 수 없다. 댁의 삼돌이가 신경계통에 남다른 질환이 있거나 유난히 천진난만하지 않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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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필립 K. 딕의 SF걸작선 1
필립 K. 딕 외 지음, 이지선 옮김 / 집사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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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이 있는 상황에서 영화를 만들면 반응은 두 가지 이다. 그럭저럭 잘 했다와 원작을 완전하게 망가트렸다는 것. 원작을 뛰어넘는 훌륭한 어쩌고 하는것은 영화 흥보 문구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뿐이며 좀처럼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도 않는다. 바로 원작의 광신도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얼마전 개봉한 한국영화 비천무의 경우 김혜린의 만화 원작 비천무를 가지고 영화화 했으며 개봉하자 마자 네티즌들의 열화와 같은 비난에 시달렸다. 이유는 단 하나. 자신들이 사랑하는 작품을 너무나 회손시켜 놓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사정은 어떨까?

알다시피 필립 K. 딕의 소설은 이미 블레이드 러너와 토탈리콜을 비롯해서 몇편 정도 영화화 되었다. 블레이드 러너와 토탈리콜의 경우 영화는 봤으나 원작은 보지 못했기 때문에 뭐라 평하기는 힘들지만 세인들의 평가를 들어보자면 블레이드 러너의 경우는 원작을 뛰어넘는 훌륭한 어쩌고 하는 듣기 힘든 소리를 들었으며 아직까지 SF영화의 고전이자 교과서로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다. 특히 기모노와 옥외광고 이미지는 음습한 미래도시의 전형처럼 되었다.

마니너리티 리포트에 대해서는, 먼저 영화 얘기를 해야겠다. 나는 영화를 먼저 봤으므로... 스필버그는 역시나 블레이드 러너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기모노 옥외 광고는 좀더 세련되어져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홍채로 신분을 판독해서 말한다. 누구누구씨 갭의바지가 새로 나왔습니다. 확실히 스필버그가 그린 필립 K. 딕의 미래도시는 블레이드 러너의 그것보다는 한참 밝다.

그러나 어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어린 안드로이드가 엄마를 찾아 삼만리 떠나는 내용처럼 밝은가! 원작을 읽어 본 결과 전혀 아니었다. 필립 K. 딕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우울하고도 음습했다. 스필버그가 아무리 밝게 표현을 하려고 했다지만 그 저변에 깔린 인간에 대한 끝없는 질문은 어쩔 수 없다. 마치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처럼 기억은 회손되거나 조작되기 십상이여서 나를 나라고 증명하기 어렵고 예언 때문에 현실이 되었는지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에 예언이 이루어지는 것인지 모호하다.

어떻게 보면 SF영화나 소설들이 추구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인간 자신에 관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화려한 볼거리가 장악하고 있는 천하의 매트릭스도 결국은 인간 자신의 내면 세계로 초점이 맞추어진다. 넓고 거대하고 광할한 이미지를 가지고 결국은 보이지 않는 인간의 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우주에서 가장 신비롭다는 블랙홀의 이미지를 차용한 것인지도 모른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책과 소설이 가장 다른점을 꼽으라면 설정에 있다. 책의 앤더튼과 영화의 앤더튼(보면 알겠지만 몹시 수려한 이혼경력 2회를 자랑하는 단신)은 하늘과 땅 차이며 가족의 설정도 많이 다르다. 또 주변부 인물들도 조금씩 성격을 달리 하고 있다.
사실 영화는 썩 잘 만들어졌다. 과연 스필버그. 혹은 AI의 네버엔딩 동화틱 결론으로 인해 실망을 한 관객이라면 스필버그 답지않은 쿨한 작품이었다고 말을 할 것이다. 긴 시간이지만 지겹지 않은 영화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소설은 어떤가! 영화와 많이 다르긴 하지만 앤더튼이 배가 나왔다고 해서 영화의 날렵한 앤더튼보다 결코 못하지 않다. 어차피 영화의 미끈한 앤더튼은 배불뚝이 앤더튼의 잘못 태어난 클론과도 같다. 그리고 그 짧음이란... 스필버그가 2시간 30분동안 엉덩이의 외침을 막기 위해 온갖 화려한 볼거리를 등장시키느라 진땀을 뺐다면 필립 K. 딕은 너무도 짧은 책으로 우리에게 허기를 불러 일으킨다. 하나는 관중을 잡고 늘어지며(허나 재밌어서 그러는지 조차도 잘 모른다) 하나는 관중에게 맛만 보여주고 도망가는 셈이다.

그래서 나는 영화도 소설도 꼭 보고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근데 이게 말이 되나?)
여기에는 다른 단편들도 함께 있지만 그것까지 언급하지는 않겠다. 여러분들도 그렇겠지만 나 역시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위해 이 책을 구입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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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에는 이제 눈이 내리지않는다
은희경 외 지음 / 생각의나무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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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녀들이 최근에 낸 '고양이는 부르지 않을 때 온다'를 읽고 한껏 고무되어 구입한 책이다. 시기적으로 볼때 고양이.. 바로 전에 나온 책이지만 나에게는 순서가 거꾸로이다. 아무튼 고양이를 재미있게 읽은지라 나는 이 책도 재미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물론 맨 앞에 있는 은희경의 단편(책의 제목과 같다)은 은희경의 다른 책에서 읽었던 것이었지만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 많은 기대를 걸었기 때문에 하나 읽은 것 쯤이야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한국의 내노라 하는 여류작가인 그녀들이 시간에 쫓긴걸까. 아니면 집단 의욕상실에라도 걸린걸까. 각각의 단편들은 마치 한권의 지리멸렬한 소설을 읽는것 처럼 맥없이 늘어져 있었다. 이 책에 과연 고양이...에서 그토록이나 갖가지 색들로 반짝이던 작가들의 작품일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오로지 흑백톤으로 윤기를 잃어버린 작품들. 물론 재미가 작품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재미라는 부분을 책읽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믿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책을 샀다는 의무감에서 읽게 만드는 책이었다. 그나마 가장 재미있는 작품으로는 제일 마지막에 실린 김민희씨의 '우리들의 작문교실'이었다. 가끔은 잘난 사람들도 실수를 하거나 슬럼프에 빠지는걸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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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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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나는 '뇌'를 통해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아주 친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개미'를 읽으며 베르나르 베르베르에게 반했었다면 이번에는 그와 내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물론 이건 나의 착각이겠지만 그만큼 작가가 방대한 지식을 다루었다는 뜻이 된다. 단언컨데 당신도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이 책은 여행지 혹은 시끄러운 지하철에서 읽을 책은 아니다. 방 안에서 아무의 방해도 받지 않고 음악 따위도 틀지 않은체 아주 집중해서 보아야 할 책이다. 외냐하면 이 책이 뇌에 관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책의 결론이 별로 맘에 들지는 않지만 그 과정은 아주 마음에 든다. 이 책은 뇌에 대해 말 하는 동시에 우리가 뇌에 대해 생각하고 또 뇌를 이용해서 많은 생각을 하길 바라는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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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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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처음으로 접한것은 고등학교 학급문고에서 였다. 책을 유달리 아끼는 나와 달리 아해들은 선생님이 책을 가져오란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단 한번도 들춰보지 않은듯한 책들을 산더미처럼 가져왔고 '개미'도 그 속에 끼여 있었다. 어린시절 개미를 가지고 장난을 쳐 보지 않았던 사람이 누가 있을까 만은 나는 유달리 개미를 가지고 잔인한 장난(물론 난 그걸 실험이라 생각했다.)을 쳐 왔던터라 책의 제목이 심상치 않게 다가왔다. 그리고 예감은 적중했다. 나는 그 심상찮은 책 덕분에 중간고사 기간에도 내내 책만 읽었고 결국 심상찮은 성적을 받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 이후 내가 읽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은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개미 후속작이랄 수 있는 '개미혁명'(재밌는 영화의 재미없는 속편쯤에 해당한다.) '타나토노트' '아버지들의 아버지' 등이다. 그 중 나를 실망시키지 않은 작품은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뿐이여서 나는 한동안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작가를 첫 작품에서 장타를 날리고 이후로는 계속 안타만 쳐대는 작가로 기억했다. 그리고 최근에 '뇌'라는 책을 다시 냈음을 알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품의 특징이라면 하나로 귀결되는 각각의 에피소드가 동시선상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무런 연관성도 보이지 않던 에피소드들은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의 거대한 스토리가 된다. 마치 M.나이트 샤말란의 영화같이 모든것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는 듯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프렉탈 곡선처럼 하나로 융화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닌듯 보였던 것들이 점차 확대되어 가면서 최종적인 문양의 작은 셈플이었음을, 그리고 그 본질은 최종 문양이건 작은 셈플에서건 여전하게 똑같음을 보여주는 독특한 구성방식의 소설은.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화자들이 모두 1인칭 작가시점을 씀으로써 우리는 마치 다중인격자가 된 듯 그들 모두를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사고하며 행동하게 된다.

'뇌'에는 몇가닥의 큰 줄기가 존재한다. 첫번째는 정신의학자인 핀처, 뇌와 왼쪽귀, 왼쪽눈의 신경만 남은 마르탱. 그리고 기자인 이지도르와 뤼크레스가 각각의 독자적인 이야기 줄기를 끌고 나간다. 사실 광고에서는 허를 치는 반전이라고 하지만 여기에 허를 치는 반전 따위는 없다. 알다시피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몹시 치밀한 작가여서 어딘가 섬광처럼 나타나 사건을 종결 시키고 그동안의 에피소드들은 모두 그 사건을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음을 말하는 추리작가들과는 다르다. 그는 책의 처음부터 이 모든 사건들이 '뇌'와 깊숙하게 관련이 되었음을 암시하고 우리는 그 암시가 어떻게 스토리로 풀어져 나갈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책에서 (제목을 까먹었다.)마치 나 혼자에게만 이 책이 존재한다는 느낌이 들도록 해 놓은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 책은 내게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지만 내가 알고 싶었던 것들. 그리고 작가와 은밀한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다들 한번씩 경험해 보는 오직 나만을 향한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그런데 그 책은 그걸 의도하고 쓴 것이여서 그렇다 치더라도 '뇌'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내가 최근에 겪었던 작은 일들과 끊임없이 연관되어 있었다. 마치 '맞아맞아'라는 코너(이홍렬씨가 진행하는 코미디 프로 중에서 요리중에 어떤 글귀들을 말하고 방청객들이 자신의 경험과 비슷하면 '맞아맞아'하고 외치는 코너이다)를 보는 것 처럼. 책의 스토리와는 큰 관계는 없지만 거기에 나와있는 작은 것들이 마치 일부러 나 때문에 쓴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과 비슷한 생각이나 느낌을 가진 인간들에게 큰 감동을 받는다. 이 외롭고 넓은 우주에서 혼자가 아니란 생각을 하게 되어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우린 비슷한 부분이 있으면 쉽게 친해지는 것만은 사실이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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