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부르지 않을 때 온다
송우혜.윤명제.전경린 외 지음 / 생각의나무 / 2001년 12월
평점 :
절판


은희경의 새의 선물을 재미있게 읽은 사람이라면 이 책은 분명 큰 선물이 될 것이다. 은희경 이외에도 글 잘 쓰고 말 잘하기로 소문난 여류작가 10명이 같이 펴낸 단편집은 어릴때 받은 과자 선물셋트를 떠올리게 한다. 모두 맛있어 보여서 뭐부터 먹을지 망설여지는...그래서 결국은 그냥 들어있는 순서대로 먹게 만드는 과자 선물셋트처럼 책에 있는 모든 단편들이 저마다의 색과 맛을 지니고 있다.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 소설 여성 당선자 모임이 펴낸 여섯 번째 동인지인 '고양이..'는 다른 다섯권의 책도 다 읽어보고픈 충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한 작가가 아닌 여러명의 작가가 같이 펴낸 책들은 내가 읽어본 바로는 그리 실한게 많지 않았다. 특히 올해의 읽을만한 소설이나 기자들이 뽑은 좋은 소설들은 읽을만은 하고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거기에 실린 모든 글들이 알콩달콩 재미나지만은 않았다. 너무 색깔이 다른 나머지 하나의 귀결점으로 연결시키기에는 무리수가 따른다. 그렇다고 한 사람의 작가가 펴낸 단편집은 또 너무 단조롭다.

중구난방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단조롭지도 않은. 적당하게 다채롭고 재미난 단편 모음집을 만나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여류 작가들만의 책이기에 한국의 여류 작가들의 책을 어차피 일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고양이...'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 책이야 말로 한국 여류 작가들의 저력과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날씨가 날씨이니 만큼 두터운 책을 읽기가 조금 두렵다면 야금야금 이 단편집을 읽어보는게 어떨까? 전체적으로는 조금 두텁지만 10인 10색의 글을 하나씩 읽어치우다 보면 어느새 책이 너무 얇다는 생각이 들것 같다. 하드커버로 되어있어 조금 묵직한게 흠이지만 피서지에서 잠깐의 여유를 이용해서 한 편씩 읽기가 좋고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에게도 쉽고 재밌게 읽힐 만한 책이라 적극 추천한다. 다시한번 말 하지만 실한 단편을 만나는건 해 봤으면 알겠지만 결코 자주 오지 않는 기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냄새, 그 은밀한 유혹 - 냄새의 문화적, 과학적 연구
피트 브론 외 지음, 이인철 옮김 / 까치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라는 책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읽었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게미 만큼이나 유명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 책을 읽고 난 다음 나는 냄새에 대하여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학문적으로 좀 더 냄새에 관해 알고싶었다. 향수의 주인공 그루누이는 나름대로 향의 추출법이나 에센셜 오일을 만드는 법을 자세하게 설명 해 주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고 허전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이 책에 주목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분야에 대해 조금 전문적인 지식을 알려주는 책을 고를때. 사람들의 공통적인 두려움은 아마도 너무 어렵거나 너무 지겹지 않을까 하는 걱정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향수 이름이나 겨우 나열할 정도의 나 같은 사람에게도 매우 쉽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책의 부제가 냄새의 문화적, 과학적 연구인 만큼 냄새에 관해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을 한 흔적이 보인다.

책의 저자는 의외로 심리학자인데(나는 향 전문가이거나 아님 향수 회사에라도 다니는는 사람일줄 알았었다.) 향수의 그루누이를 떠 올려 본다면 냄새가 얼마나 많은 심리적 요인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지 알수 있을 것이다. 후각은 빨리 지치는 감각이니 만큼 아주 예민한 신체 기관이다. 흔히 우리가 맛으로 알고 있는 것들도 사실은 단지 향에 의해 우리가 착각하는 것일수도 있고 냄새는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 큰 요인중의 하나이다.
살아가면서 아주 좋은 냄새나 아주 나쁜 냄새. 즉 악취만 아니라면 우리는 냄새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잊고 산다. 그렇지만 우리는 하루에도 수백가지의 향을 맡으며 살고 있다. 자기는 느끼지 못하지만 몸에서 나는 체취. 아침 식사준비 냄새. 버스를 탔을때 남자 향수를 너무 많이 뿌린 중년 아저씨의 냄새. 몇분 단위로 일정하게 향을 뿜어대는 회사 사무실 등등.

밤에 눈을 감는 순간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냄새에 노출되어 있으며 자신도 갖가지 냄새를 뿌리며 산다. 이렇게 늘 없는듯. 그러나 확실히 존재하는 냄새에 관한 책. 분명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다시 말하지만 무슨 학문서적처럼 대단히 어려운 책이 아니며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 옆에 꼿아둔다면 아주 그럴싸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눅스*그냥 재미로 - 우연한 혁명에 대한 이야기
리누스 토발즈 & 데이비드 다이아몬드 지음, 안진환 옮김 / 한겨레출판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먼저 내가 컴퓨터에 관해 아는것은 다음과 같다. 처음 우리집에 컴퓨터가 들어왔을때 나는 겔러그를 하기위해 아빠와 끊임없이 신경전을 벌여야 했으며 테트리스를 하기 위해 오빠와 박터지는 육탄전을 치루어야 했었다. 그때 컴퓨터는 나에게 있어 제미니나 겜보이의 거대 버전이었다.

고등학교때 컴퓨터 학원을 다니면서 내가 게임을 위해 컴퓨터를 켜면서 부터 습관적으로 쳐 넣었던 것들이 부팅임을 알았다. 모르긴 해도 요즘은 그게 자동으로 될꺼다. 거기서 나는 컴퓨터가 0과 1밖에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을 듣고 몹시 기뻐했던 기억이 나며 에니악 에드박같은 이름을 외웠던 기억도 난다.

대학 다닐때. 폰팅보다 훨 있어 보이는 체팅을 하기 위해 나는 컴퓨터를 끼고 살았으며 하이텔에 이단이란 아이디를 가지고 밤새도록 휘젓고 다녔었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왠지 인터넷을 해야 할것 같아 여동생으로 부터 인터넷을 배웠다. 3.5플로피 디스크 쓰는 법을 그때 배웠으며 네츠케이프로 인터넷을 했으나 그 수준은 연예인 사진을 보는것 이상으로 발전하지는 않았다. 신문사 기자시절. 그야말로 눈부신 발전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암것도 몰랐던 내가 인터넷의 바다에서 배영 접영 자유형을 구사했다.

현재. 음악을 다운받아 시디를 꿉기 씩이나 하며 TV카드를 달아서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다. 하루 일의 대부분을 컴퓨터로 하고 있으나 사실 컴퓨터의 속내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자. 이런 내가 리눅스의 리자도 모르면서 이 책을 고른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네츠케이프가 사라지다시피 한 지금. 거의 마이크로 소프트사에서 나온 프로그램과 운영체제에 의존을 하고 있는 나는 사실 리눅스가 먼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 책은 리눅스를 모르는 이에게 기술적인 리눅스를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제목이 Just for fun이 될 수가 없겠다.)

그냥 머리좋고 컴퓨터 잘 하는 한 청년이 정보도, 그것을 담은 프로그램이나 운영체제도 다 돈으로 유통되는 세상에 정보공유를 외쳤다는 것. 그리고 그 청년은 단지 재미로 시작을 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리누스 토발즈가 쓴 자서전인 이 책은 대체적으로 재미있다. 물론 내가 놀랍도록 무식한 나머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 대목이 간혹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그 청년이 재미로 시작한 일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했고 또 리누스만의 리눅스가 아닌 모두의 리눅스로 (그 사람들은 서로 서로 프로그램을 더 발전시키고 개발한 다음 그걸 원하는 사람 누구나와 공유한고 한다.) 발전해 갔다는 흥미로운 얘기가 거의 대부분이다. 거기다 그 청년은 운 좋게도 돈까지 많이 벌었다고 하니... 아무튼 소 팔아서 상경한 다음 벌서듯 살아서 나 때부자 되었네 류의 자서전 보다는 훨씬 재미있다.

1분중 0분께서 이 리뷰를 추천하셨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포트폴리오 이렇게 만든다
디자인하우스 편집부 엮음 / 디자인하우스 / 1998년 3월
평점 :
품절


사실 나는 디자인, 넓게는 미술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이다. 학교 다닐때 그림에 소질이 있다는 소리는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으며 딱 한번 방학숙제로 그린 그림을 상장을 받은적이 있는데 그건 내 여동생이 그려준 것이었다. 고백하건데 나는 상에 눈이 멀어서 혹은 그걸 노린후 치밀한 계획하에 동생을 종용해서 그린것이 아니라 단지 못그리고 귀찮아서 그랬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상장을 받자 마자 이름 마지막 단어를 '경'자로 바꾸고 내 동생에게 줘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보는 눈도 없느냐 하면 그건 절대로 아니다. 아버지와 오라버니 모두 인터리어쪽 일을 하고 계시며 여동생은 시각디자인 계열의 일을 하고 있으니 그동안 본것만 해도 아주 문외한이라고 할수는 없다. 그래서 그런지 어려서부터 나는 늘 물건 고르는 눈이 있다는 소릴 들었는데 그건 아마 내가 디자인에 대한 교과적 지식은 없지만 감각적으로는 알고 있다는 소리가 아닐까 싶다.(고 혼자 착각해 본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본론으로 들어가자. 내가 서론에 주절주절 길게 말한 것은 내가 디자인과 무관함은 물론 포트폴리오 따위는 천지 만들 일이 없는 인간임을말하기 위해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몹시 재밌다. 질 좋은 종이로 만들어서 읽는 내내 눈이 피로하지도 않고 글자 크기와 배치 모두 괜찮은 책이다. 또 장마다 많은 사진 자료가 실려 있어서 더더욱 좋다.

꼭 포트폴리오를 만들 일이 없더라도 조금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더구나 사람들에게 자신이 한 일을 시각적으로 집결해서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라면(근데 이게 포트폴리오가 아닐까? 헷깔린다.) 그것도 아니라면 하다 못해 자식의 문집 숙제라도 도와줘야 하는 사람이라면 몹시 유용하게 쓰일것 같다.

나는 이 책을 보고 난 다음에 다이어리를 직접 제작할 생각을 하고 있다. 이 책이 더더욱 맘에 드는 것은 일반인들은 구하려고 해도 어디서 파는지 몰라 못 사던 재료들을 파는 곳을 상세하게 적었다는 것이다. 무슨 지구에 가면 많다더라가 아니라 아예 업체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 두어서 바로바로 써먹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적어도 나같은 초보자가 다이어리라도 한번 만들어 보겠다고 껍쩍거리에는 아주 좋은 책이다.

사실 난 이 분야에 관해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에 관해서는 쉽고 재밌더라 이외에는 별로할 말이 없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읽어도 쉽고 재밌는 책이라면 그쪽 분야에 있는 사람들은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암튼 내게는 몹시 유용한 책이었다. 책도 그렇게 두껍지 않고 전문 용어도 많지 않아서 초보자가 읽기에는 더업이 편한 책이다.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앨범을 만들수도 있을 것이고 달력을 만들어 볼 수도 있으며 청첩장이나 초대장을 만드는데 응용할수도 있는 여러모로 고마운 책이라고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초보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한다. 꼭 공부가 아니라 하더라도 단지 보는 것 만으로도 눈을 높일 수 있다는 여동생의 말을 철떡같이 믿으면서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살 - 자살의 역사와 기술, 기이한 자살 이야기
마르탱 모네스티에 지음, 이시진.한명희 옮김 / 새움 / 200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고르면서 생각했다. (사실 내가 구입한 책은 이전에 절판된 책으로 '자살 도대체 왜들 죽는가?' 였는데 나는 그 따져 묻는듯한 삐딱함이 좋아서 낼름 장바구니에 넣었더랬다. 이 책은 그 책이 절판된 이후에 나온 책이다.) 이런 제목의 책에 관심을 가지는 나란 인간은 도대체 어찌된 인간이냐고...

그러나 인류가 탄생하고 부터 자살은 살인만큼이나 꾸준하게 이루어졌고 대부분의 인간은 사춘기때 통과 의례처럼 자살을 꿈꾸곤 한다. 또 얼마전부터는 인터넷에 자살 사이트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해서는 홀로 죽기에는 심심한 인간들이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해서 함께 죽음의 길을 모색하고있다.

자살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부분은 그런 행위를 범죄로 규정짓고 있다. 평범한 인간들이라면 행여나 남이 자신을 죽이려고 해도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판에 자기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고 모질게도 실천에 옮기는 인간들은 대관절 어떤 부류일까? 그러한 의문을 풀고자 나는 이 책을 골랐더랬다. 도대체 왜들 죽을까 하고 말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내가 원하는 답을 내려주지는 않았다. 왜 죽는지는 말하지 않고 오로지 인간들이 어떤 방식으로 죽였는지만 나와있다. 자살에 관해서 좀더 심리적인 접근을 원했었지만 별로 그렇지는 않았다.

다만 이 책은 자살이 어떤 형식으로 이루어지며 성공적인 자살로 삶을 마감한 인간들 중에서 꽤나 유명했던 인간들을 소개하고 있다. 각 쳅터별로 세분화되어 있어서 분류하기는 좋지만 독서를 방해하는 경향이 있으며 자살의 종류만 엄청나게 나열했지 그것에 관한 정신적인 측면은 별로 부각되지 않았다.

자살에 관해 긴 연구를 하고픈 사람들에게는 권하겠지만 나처럼 제목에 이끌려 할랑하게 왜 인간들이 죽을까 하고 의문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그리 추천할만한 책은 아닌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