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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부터 아이까지 - 가족을 만들어가는 숙제에 관하여
윤금정 지음 / 맥스밀리언북하우스 / 2022년 5월
평점 :
우리의 행복을 좌지우지하며 너무도 중요한, 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배워보지 않은 것들인데 어떻게 그냥 잘해 낼 수 있을까? -저자의 말-
20여년 전, 수강신청 대상 과목중에 ‘행복한 가정 생활‘을 보고 친구들과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고등학교 때 바느질과 요리 등 미래의 ‘아내, 엄마‘가 될 여학생들을 위한 수업이 ‘가정‘이었기에 ‘가정 생활‘이라는 문구가 의외였던 것이다. 또 ‘행복‘에 관한 책이나 강연들이 지금처럼 대중화되어 있지 않았던 시기라 행복을 배울 수 있는 개념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맨 위에 발췌한 <결혼부터 아이까지>의 윤금정 저자의 말처럼 ‘너무도 중요한‘데 왜 이전에는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았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하면 당연하게 아이를 낳아야 하고 시부모님께는 의무를, 친정부모에게는 미안함을 안고 살아야 하는 여자의 ‘숙명‘처럼 받아들이도록 했을까 싶다. 저자는 또래에 비해 조금은 이르게 결혼했지만 출산은 부부가 함께 계획하고 동의한 시기에 이뤄졌다. 난임기간에 겪었던 내용과 경험을 통해 전해주고 싶은 조언들도 일부 포함되어 있었다. 이 책은 크게 1부 결혼, 2부 임신 준비, 3부 출산과 육아 4부 아이와의 생활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중심인 ‘가족‘을 위해 지녀야 할 마음가짐과 태도를 5부에 걸쳐 다루고 있었다.
만일 가족에 어떤 분란이 지금 있다면 가족의 정의를 한번 되뇌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27쪽
결혼만 하면 효자가 되는 ‘남자‘라고들 말하지만 여자인 나도, 그리고 저자 역시 벤다이어그램으로 생각했을 때 ‘가족‘구성원에 양가 부모님을 포함시켰다고 한다. 시댁의 과한 요구를 잘 조율했던 남편이 아내의 요구도 있었겠지만 남편 스스로가 생각하는 가족 구성원이 아내와 자신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댁과의 만남이나 관계가 불편한 이들이라면 저자의 남편이 생각하는 가족의 정의가 부러울 수도 있지만 저자나 나처럼 기념일이 아닌 평소에도 챙겨드리는 것이 당연하게 여겼던 사람은 마냥 좋을 수는 없다. 아이가 출생한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부부를 중심으로 아이와 다른 구성원들이 더해져야지 부부가 일방적으로 아이를 위해 희생만 해서는 아이도 결국 불행해 진다는 것이다. 사실 아이를 출산 한 이후에 남편과 나의 문제가 바로 이때문이었다. 중심을 부부에게 두는 것이 아이 뿐 아니라 다른 여러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음을 생각하며 지속적으로 이야기 해봐야 할 부분이다.
크리스틴 오버롤의 <우리는 왜 아이를 갖는가>에서 저자는 아이를 낳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문제는 신을 믿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와 비슷하다고 했다. 42쪽
저출산 시대가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요즘‘사람들이 자기의 편의만 생각해서 그런것일까. 마흔 전에 결혼 한 내 입장에서 보자면 결코 그렇지 않다. 결혼이 늦은 것은 인연을 만난 시기가 늦어진 것이지 ‘비혼‘을 원하거나 추구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또 결혼이 늦어지니 당연히 출산도 늦어졌다. 이렇게 마흔을 앞둔 산모는 ‘고위험 산모‘가 되어 다른 산모들의 비해 검사도 많고 그 비용도 엄청나게 비싸다.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행복카드는 발급받고 4주가 지나기도 전에 이미 다 사용되었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저자는 ‘냉동 난자‘ 혹은 ‘냉동 배아‘ 제도를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 난임 시술에 대한 경제적 보조보다 이 부분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개인적으로 이부분은 지원해주는 것을 반대한다기 보다는 여성에게 또 다른 짐을 지우게 될까봐 조심스러워졌다. ‘냉동 배아‘는 기혼자들에게는 당연히 좋은 방법이지만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출산과 육아가 여성에게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상황에 여성에게만 ‘냉동 난자‘를 무언으로 혹은 직접적으로 강요하는 남성과 그들의 부모가 분명 있기 때문이다. 또 출산으로 인해 여성이 포기해야 하고 잃을 것이 많은 상황이라 아에 출산 자체를 거부하는 여성들에게 채취하는 과정의 고통과 높은 비용을 감당하려는 미혼 여성이 얼마나 될까 싶기도 하다. 저자처럼 남편과 합의하에 경제적, 정신적 기초를 세우도록 정부가 배려해 줘야 한다는 부분에 있어서도 ‘냉동 난자‘, ‘냉동 배아‘보다는 보다 효과적인 주택 및 양육비 지원과 공동 육아 정책이 아직 어린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더 절실하다.
‘동동거림‘을 항상 안고 사는 것, 그것이 바로 어린아이들을 두고 일하러 나가는 엄마 혹은 아빠들이 느끼는 심정이 아닌가 싶다. 95쪽
이 책에서 유일하게 찾지 못한 챕터가 ‘육아와 나의 일의 조화를 위한 해결책‘(본문 94쪽)이라는 말에 적극 공감한다. 늦은 나이에 그토록 하고 싶던 회화공부를 마치고 관련 기관에 취업을 확정받고서도 코로나로 인해 어린이집 등원이 불안해지자 포기해버린 경험자로 ‘나의 일 혹은 꿈‘은 육아앞에서 우선순위를 잃고 말았다. 타인에게 아이를 얼마나 맡길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그래서 더더욱 공감하고, 24시간 ‘동동거림‘을 안고 산다는 말에도 ‘이분은 진짜‘라는 맘이 들었다. 다양한 매체에서 육아와 관련해, 영재 양육 등 모두 엄마 혹은 부모가 게으르고 잘 몰라서 못하는 것처럼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육아 방법 뿐 아니라 생각자체가 잘 못되었다고 쓴소리를 하는 전문가들을 볼 때면 ‘대역 죄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는 신이 아니기에 완벽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정작 육아에 있어서는 ‘엄마만 완벽하면‘아이가 서울대를 가고 대기업은 물론 의사,판검사가 되며 빌 게이츠도 될 수 있다는 그런 말만큼 엄마들을 지치게 하는 말들이 있을까. ‘엄마가 아이를 직접 키운다는 것은 참으로 비싼 일을 하는 것‘(본문 97쪽)이라 말하는 저자의 말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
˝늦었어, 빨리 준비해, 그만 오락해, 숙제했어?, 밥 빨리 먹어야지, 발리 씻고 잘 준비해, 오늘 누구랑 놀았어?.-중략
엄마 힘들어, 바빠, 할 것 다했어???˝ 등126-127쪽˝
아이의 걱정이 너무 크고 많아서 오히려 아이와 교감언어로 대화할 수 없는 저자의 모습은 꼭 나와 같았다. 온통 하지말라는 말과 위험하다는 말을 달고 사는 내게 남편과 육아서들은 ‘아이의 기를 죽이는 행위‘라고 말해도 크게 다친 적이 있던터라 잘 고쳐지지 않았다. 아이가 좋아하는 위험한 행동을 해주지 않는 까닭에 가장 많은 시간을 나와 보내는데도 주말부부라 주말에만 오는 아빠를 더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선다. 서운한 맘이 들면서도 다 안된다고 하는 대화방식의 잘못됨을 알기에 혼자서 눈물을 많이 흘리기도 했다. 저자의 말처럼 아이와 아무리 오랜 시간을 보내도 교감 언어를 나누지 못한다면 결국 청소년이 된 아이는 나를 적대시하고 미워하게 될 것이다. 한 박자만 멈춰서 지켜보라는 저자의 저 말이 가슴이 아프지만 정말 와 닿았다. 아이 뿐 아니라 부모, 배우자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들의 불편함, 힘겨운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도와주고 싶은 마음 때문에 그들을 더 불편하게 만들면 안되는데 나의 친정엄마도 나도 그게 잘 안된다. 내가 안되는 건 그저 안타까운 일이고 아이가 안되는 건 내 말을 무시해서 그런거라는 이 못난 감정부터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여러분, 결혼은 노동입니다.˝ 204쪽
저자의 막냇동생 결혼식 때 남편의 축사로. 결혼하면 함께 눈뜨고 여가를 즐기고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의 재롱에 조부모와 함박 웃는 포스터와 같은 고정된 결혼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무리 완벽한 사랑도 사랑 자체가 경제문제, 고부간의 갈등, 부부간의 의견 충돌을 해결하지 못한다. 하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그 험한 노동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애만 하면 되는데 굳이 사랑하는 사람과 굳이 ‘노동‘을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면 나보다 몇 배 더 현명하고 오랜 경험이 생긴 저자의 말로 대꾸하고 싶다.
우리가 가정에 쏟아붓는 이 ‘노동‘의 가치야말로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행복‘이란 결과물로 나타난다. 207쪽
사람이 얼마나 더 행복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면 함께 힘겨운 노동을 할 수 있는 반려자를 찾아보자. 그리고 그 반려자와 함께 합의한 시기에 아이를 낳고 키워보자. 결코 만만치 않은 그 노동의 과정속에서 <결혼부터 아이까지>와 같은 가정생활을 위한 자기계발서들도 읽고 실천하면서 끝없는 행복을 만끽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