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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바다 ㅣ 암실문고
파스칼 키냐르 지음, 백선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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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바다.
사랑, 음악, 바다 그리고 죽음. 이라고 생각했다. 주말 한달 동안 출퇴근길 그리고 점심을 혼자 보낼때면 늘 사랑 바다를가지고 다녔다. 그렇게 읽고 다시 앞쪽으로 돌아와 다시 반복하며 읽은 동안 ‘사랑 바다’가 사랑 그리고 바다가 아닌 무언가 엄청난 양을 표현할 때 붙이는 ‘바다’로 느껴졌다. 울고 불고 하면서도 경험하지 못하면 알 수 없다고 당당하게 소리칠수 있는 그런 사랑, 아무나 할 수 없는 사랑이 소설에 가득했고 다양한 사랑들이 ‘변주’되어 작품안에 가득 차있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주요 인물들의 서사가 대단해서, 혹은 몇몇 문장이 아득해질만큼 차올라서 오래 기억되기도 하지만 사랑 바다는 양쪽 모두를 포함하고 있었다. 연주자이자 필경사이기도 하며 동시에 한 여자의 모든 것이자 그녀의 모든 것을사랑한 남자 하튼과 그 여자 튈른의 이야기에 주목할 수도 있지만 잠시 등장했다 이내 죽음으로 흔적을 지우는 배역으로치면 단역들마저 예사롭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매일 꿈을 꾸면서 모든 꿈은 아니더라도 어떤 꿈은 신의 편지처럼 느끼는 내게 다음의 문장은 크게 각인되었다.
기도란 낮에 꿈꾸는일이 아니던가? 꿈꾸는 건 밤에 기도하는 일이 아니던가? 불경한 나는 기도하러 갔다. 어느 성당에 들어가서 어느 열 끝 한쪽 구석에 앉았다. 희미한 어둠은 이내 익숙해졌고, 먼 곳이 내려앉더니 소멸했다. 나는 어려서부터길든 이 습관을 여태 간직하고 있음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나를 신들의 적이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에게도(...) 98쪽
그런가하면 한 사람이 사라지는 장소가 바다 혹은 강과 같은 물이었을 때 이를 바라보는 주변인들의 시선이 처음에는 의아스럽다가 중반부터는 그야말로 극을 바라보듯 작품 속 갤러리들의 하나가 되는 체험마저 하게 되었다.
이 세계 곳곳이, 그녀를 끌어당기는 물가들이, 바닷가 모래사장들이 하나의 꿈 같고, 그 꿈의 항적은 아무런 고물도 남기지 않고 물속으로 해체되어 가는 남자 같다. (...) 어쩌면 그는 하튼인지 모른다. 아니면 만에 빠져 사라져 가던 그녀의 아버지일지도. 223쪽
노골적인 성적 묘사도, 얼마나 잘난 사랑이길래 싶은 그들의 연애사도 나를 질투에 타오르게 만들진 못했다. 내가 질투하게 된 것은 음악, 그들의 그 어쩔 수 없는 음악‘애’였다. 처절하리만큼 고통스런 상황에서도 음악이 아니면 안되는, 음악에‘빠진’ 그들이 물에 빠졌다고한들 더 괴롭고 덜 괴롭진 않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는 더는 한 남자를 사랑하지 않았다. 음악이 남았고, 음악에 대한 취기와 음악 속 절박항 리듬도 남았고,(...) 모든 고통은 음악에 속했고, 음악은 부분적으로 바다 파도의 포효와 이어져 있었다. 314-315쪽
처음 책을 읽을 때 들었던 하프시코드와 비올라 연주곡은 그렇게 내가 이 작품에 빠지는 상황을 무심히 바라봐주는 배경이 되어 책을 덮었어도 음악이 들리면 금새 떠오르게 만들 것이다. 사랑을, 음악을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품는 고통과 바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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