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시대가 온다 - 빅데이터를 움직이는 개인들이 온다
인터브랜드 지음, 박준형 옮김 / 살림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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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당신의 시대가 온다 표지에는 타이틀 위에 빅데이터를 움직이는 개인들이 온다라고 적혀있다. 하단에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사용자를 고객으로 만드는 법이라고 쓰여져 있는데 위의 주제는 주체가 '소비자=개인'이 되는것 같은데 하단 내용을 보면 개인 뿐 아니라 기업 및 마케팅 관련 담당자들도 보아야 할 책임을 예상할 수 있다. 우선 당신의 시대라는 말은 맨 첫 장 프롤로그에서 알려준다.

 

2006년 글로벌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당신You'을 선정했다.

중략

그로부터 10년 후, 디지털의 무서운 성장과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찾아온 변화는 우리 삶을, 우리 모습을 획기적으로 바꿔버렸다.

 

운동선수, 배우, 정치인 혹은 재벌가가 아닌 당신이다. 당신이라면 책을 읽는 독자는 물론 지금 리뷰를 적고 있는 나까지 포함된다. 그도 그럴것이 요즘 핫한 키워드 '빅데이터'는 다름아닌 소비자의 구매이력과 간략한 프로필등 데이터를 수집, 적용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경제도서의 리뷰를 많이 올렸다면 내가 관심있거나 자주 접해야만 하는 분야가 그쪽이기에 서점에서 신간 알림 메일을 보냈을 때 열람 혹은 구매를 위해 앱을 실행시킬 확률이 그만큼 높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전까지의 고객성향이나 만족도를 높이는 정도가 이수준이었다면 현재, 그리고 앞으로는 좀 더 포괄적으로 예측 및 생성이 가능해진다. 책에서는 이를 미코시스템이라 부르며 서로 소통하는 것까지의 단계를 포함시켰다. 이런 방식을 재빠르게 적용, 활용하고 있는 업체는 단연 애플이다. 애플의 경우 기기의 능력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상으로 소비자가 기기를 통해 어떤 가치를 낳을 수 있는지를 더 심각하게 고려한다.

 

브랜드가 정말 신경써야 할 점은 각 기기에 전반적인 사용자 경험을 적용하는 것이다. 44쪽

 

기기의 능력은 제조사가 아니라 고객이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더 높아질 수 있다. 책의 구성은 한 사람의 저자가 글을 쓴 것이 아니라 인터브랜드 각 지점의 담당자 뿐 아니라 각자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이들의 컬럼이 모인 것으로 어느 한시각이나 의견에 머무르지 않고 '당신의 시대'에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 알려준다. 앞서 애플의 상황을 알려주었다면 그 다음 장에서는 '몰스킨'다이어리 사례를 통해 당신의 시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전달해 준다. 몰스킨의 경우 최근 국내 스타벅스와 함께 다이어리를 서비스로 제공한 실례를 언급하며 그동안 몰스킨이 어떤 영향력을 미쳐왔는지 알려주었다. 색색의 다양한 장식과 기능을 자랑하는 타사의 다이어리와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유명인사들이 몰스킨을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보여주는 데 있다. 스스로 가치를 드높이고 이를 SNS로 공유하는 시대인 만큼 기존에 고정화된 다이어리가 아니라 자신의 의도대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당신의 시대에 가장 강한 브랜드-나이키부터 자라, 반스부터 구찌, 레이밴부터 슈프림까지-는 지속적으로 제품과 소비자 경험을 브랜드 스토리로 만들어 내면서 남보다 앞서가고 있다. 96쪽

그런가하면 현대와 이전 세대를 가장 분명하게 구분지을 수 있는 것은 교통수단의 변화다. 말에서 자동차로 변화하면서 더이상 빠르고 견고한 디자인의 시대보다 환경을 중시하는 에코시스템, 운전자에게 길을 안내해주는 것 뿐 아니라 스스로 이동하여 유저의 편의성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개인만족 시스템을 적용하여 인기를 얻고 있는 브랜드도 많이 등장했다. 자전거의 바퀴, 안장 뿐 아니라 핸들까지 그동안 정해진 디자인과 기능으로 분류된 품목에서 색상만 고르던 시대는 지나간 것이다. 스스로 가치를 늘리고, 개인맞춤 브랜드가 있다면 버버리처럼 자신의 브랜드를 소비자가 경험한 것에 적용한 사례도 있다. 비단 버버리 뿐 아니라 패션 브랜드 마케팅은 실시간으로 고객의 이야기를 듣고 제품에 적용시키기 위해 SNS를 활용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버버리의 경우 생방송으로 패션쇼를 진행하면서 그자리에서 원하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쇼를 선보일 수 있다는 점은 유사한 방식을 채택해온 브랜드들 사이에서 혁신과도 같았다.

 

지금의 소비자들은 선물, 할인 혜택 등 브랜드가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어요, 당신을 알고 있어요, 당신은 소중해요."라고 말해주는 무언가로 보상받기를 바란다. 139쪽

 

위에 소개한 사례와 브랜드 외에도 더 많은 내용이 있지만 끝으로 국내 브랜드 중 당신의 시대에 발맞춰 성정하는 기업 네이버의 '라인'을 빼놓을 수 없다. 이전까지 '지식인' 서비스로 많이 알려지고 '파워블로그'를 통해 부동의 1위로 올라섰다면 PC기반의 카톡에 지지않는 스마트폰 기반의 라인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국내에서는 카카오 톡에 비해 덜 활성화 되어있는 듯하지만 해외로 눈을 돌리면 오히려 더 많은 유저를 확보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하는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타 포털과 비교했을 때 '책'이라는 아이템을 제대로 활용하여 블로그 기능과 함께 적극적으로 도서문화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는 점이 네이버가 소통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인터브랜드가 꼽은 세계 유수의 '당신의 시대'에 성장하는 기업들은 고객에게 맞춰가는 시스템과 더불어 환경, 문화적인 부분에서 공헌하는 바가 컸다. 당신의 시대라고는 해도 결국 타인과 공유하고 소통하려는 SNS 서비스가 점점 더 활성화되는 만큼 당신만의 시대가 아니라는 점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브랜드와 해당 브랜드에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알 수 있어 좋았고 업체나 담당자라면 빅데이터에 대한 지식과 함께 빅데이터를 마케팅에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등 참고할 만한 내용이 많아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사람들이 브랜드를 선택하고 더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그 브랜드를 구매하는 이유는 정서적 연결성emotional connection 때문이다. 2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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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송태욱 옮김 / 이룸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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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삶의 기준을 타인이 정한 것이 두지 말고 스스로 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어떤 인문학자의 강연 연상을 보았다. 그 강연 영상에서 깊은 인상을 준 것은 나이들어서까지 배우기만 좋아하면 안된다는 거였고 책 독학 또한 이와 유사한 주제를 가지고 있다. 어릴 때 배우는 학습이서 벗어나 스스로 생각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한다.

거창하게 연구까지는 아니더라도 궁금한 것이 생기면 관련된 책을 찾아보는 것 부터가 시작이 된다. 하지만 사람들 대부분이 책보다 인터넷 검색을 우선시하며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정보가 지식 그 자체라고 단정지어 더이상 책을 통해 확인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두려워 하는 두껍고 이해하기 어려운 책들은 아에 쳐다도 안보는 데 그럴 때는 책을 거실이나 식탁 등 자주 볼 수 있는 곳에 두고 거리감을 좁혀나간 뒤 슬쩍 슬쩍 읽어가는 방법을 적용하면 된다고 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몇 가지 중에 성서읽기는 적극 공감한다. 근래 헐리우드 영화를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영어나 프랑스어 등 외국어 공부를 하다보면 성경에서 비롯된 의미를 가진 문장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영어에서 누군가를 교활하다고 할 때 정원의 뱀과 같다고 하는 것을 보면 이해가 쉽다. 도서관이서 책을 보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 책이라면 빌려볼게 아니라 사서 봐야하는데 저자는 무려 동일한 책을 필요에 해 4권까지 산 적도 있다고 한다. 책을 구매하기 전에 도서관에서 꼭 필요한 책인지 미리 검토하고 구매가 어려운 절판도서나 희귀본들을 열람하는 등으로 도서관을 적극 활용해야 하므로 만약 집근처에 도서관이 없다면 이사를 가야한다고 까지 말한다. 저자가 서문에서 이 책은 독학의 필요성을 담았기에 구체적인 독학방법을 원한다면 아쉬울거라 했지만 외국어 학습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학습방법을 열거하는 부분을 보면서 큰 도움을 받았다. 국어실력이 기본으로 되어있어야 외국어 공부도 효과적이라는 부분 또한 정말 공감이 되었다.

거창하게 서재를 만들고 이른 새벽에 일어나야만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에서 궁금한 부분이 생기면 책을 찾아가며 열 책을 통해 진정한 지식을 쌓아야 하고 이렇게 쌓인 지식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이 교양인이지 많이 알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부분은 아마 나정도면 교양인이라고 스스로 자신했던 사람들 중 대부분의 사람들을 반성하게 할 것 같다. 고전이나 명작이라고 무조건 믿지 말고 스스로 찾아가며 깨닫는 독학. 그동안 말로만 독학해야지 했는데 독학의 의미를 제대로 깨닫고 실천하기 위한 팁도 많이 얻을 수있었기에 적극 추천한다.

인상깊은 구절

49쪽
특별한 책이 그 성격을 극적으로 바꿔주는 게 아니다. 책은 읽고 이해하는 행위를 되풀이 하다보면 바뀌는 것이다.

125쪽
성서에 대한 지식이 있으면 앞으로 세계의 어떤 책을 읽든, 어떤 문화를 접하든 이해가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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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 - 이동진의 빨간책방 오프닝 에세이
허은실 글.사진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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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 - 허은실 지음

 

 

이동진의 빨간책방 오프닝 에세이.

비단 빨간책방 뿐 아니라 수많은 방송의 오프닝은 전체적인 방송 분위기를 결정지을만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 때문에 글을 쓰겠다는 마음을 먹은 이들이라면 한번 쯤 '오프닝 멘트'를 끄적여봤을 것이다. 기억에 남는 책의 구절부터 훈훈한 뉴스거리나 재밌게 보았던 영화의 한 장면등을 가져와 자신만의 느낌을 적어 공감을 끌어내는 그런 이야기들.  그렇게 기대를 부풀리고서 읽었는데도 이 책은 참 좋았다. 마음이 열렸다고나 할까.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사이'가 존재해야 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다. 책에서 읽었던 건지 기억은 안나는데 인간관계라는 게 늘 벅차게 느껴지는 내게 '사이'라는 건 큰 위로가 된다. 너무 급하게, 버겁게 다가오는 사람들이 나는 두렵다. 뒤에 나오는 것처럼 나를 번역도 하지 않고 마치 나를 다 안다는 것처럼, 나의 눈물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다가오는 그들이 늘 부담스러워 요즘 말로 '철벽'이 되어버린 내게 사이가 필요하다는 말은 위로다. 완전한 타인 뿐 아니라 가족구성원끼리도 분명 사이는 필요하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그가 힘들 때 곁에 있어주고, 혼자있고 싶을 때,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있도록 이끌어줄 때 바로 그런 둘 사이의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비틀즈의 노래 중에 가장 많이 등장한 동사가 '사랑'이라는데 비단 비틀즈 뿐이 아닐 것이다. 사랑을 빼고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사랑없이 누군가의 마음을 어찌 열 수 있을까. 당신과 나라는 단어도 많이 등장한다는데 그와 그녀가 아닌 '우리'이야기를 하려면 당연한 것 같다. 기타를 처음 배울 때 손가락에 생기는 상처. 그 상처를 이겨내야 굳은 살이 오르고 계속 기타를 연주할 수 있게 되는데 몇년 전 방영했던 드라마 '로맨스가 더 필요해'에서 이런 내용을 다뤘었다. 늘 무언가를 배울 때 초반에 생기는 적잖은 상처에 그만두길 반복하는 남자가 어느 날 기타마저 그만두려 할 때 굳은살이 생기고 나면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포기하지말고 이겨내보라는 여자의 응원을 받고 사랑에 빠진다. 여자는 자신이 그런말을 했다는 것 조차 잊고 살지만 남자에게는, 모든 일을 쉽게 그만두었던 그에게 그녀의 조언은 사랑을 느끼게 할 정도의 큰 힘이 되었다. 책에서는 이렇게 말해 주었다.

 

 

 

 

 

누군가와 부딪히고 상처받는다면

어떤 일에서 자꾸 실수하고 실패한다면

그 관계도, 일도,

아직은 2월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또는 지금이 인생의 'F코드'를 익히는 시기라고요.

 

- part 1 44쪽-

 

우리말에는 정해진 길보다 앞질러가는 지름길 보다 돌아서 가거나, 다소 험난하고 좁은 길이란 의미의 단어가 더 많다고 한다. 에움길, 엔겔, 돌길...그리고 뒤안길, 오솔길, 고샅길.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길을 좀 둘러가면, 시간이 더 걸려 가게 되면 그에게 들려주고 픈 풍경이 많고 가는 길 내내 그 사람을 더 생각할 수 있어서 좋다는 말에 미소가 번졌다. 굳이 몇 시간씩 일찍 나가지는 않더라도 천천히 약속장소 주변을 맴돌며 그에게 작은 선물을 줄것이 없는지 고민해봤던 때가 떠올랐다. 연인이 아닌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 늘 고마운 지인들과의 만남에 난 늘 그랬던 것 같다. 값이 비싼 무언가가 아닌 작은 초콜릿, 머리삔 혹은 귀여운 장난감. 둘러가는 그 길 동무가 나뿐이 아닌 것 같아 기운난다.  오프닝 뿐 아니라 에세이나 자기개발서에 자주 등장하는 영화, 일 포스티노. 영화를 봤다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줄거리나 몇몇 장면 등 영화를 안다는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되는 게 바로 이런 책에서 그 영화를 자주 언급하기 때문인 듯하다. 이 책에서는 마리오가 사랑하는 이에게 들려주고픈 일상의 소리를 녹음하는 장면을 예로 들었다. 자신만의 사운드 트랙을 가져보라고. 내용보다 옆에 함께 실린 사진속 바다소라를 보고 메모를 적었다. 

 

 

 

 

어릴 적 방학숙제로 바다소라를 학교에 가져오면 친구들끼리 바꿔가며 소라를 귀에 대고 소리를 듣곤 했어.

쉬이~쉬이~ 들려오는 파도소리. 비릿한 바다내음 그리고 꺼끌거리는 모래 알갱이. 다 비슷한 그 소리들이 왜 다 다르게만 느껴졌을까.

 

창조라는 단어의 '창'자를 유심히 본 적이 없는데 '다치다, 상처입다,슬프다'라는 의미도 가진다고 한다. 소설을 쓰는 일이 산고의 고통을 견뎌야 하고 화가들이 작업을 하다가 슬럼프를 견뎌내지 못하고 자멸하는 경우가 떠오른다. 무언가 창조하기 위해 수없이 다치고, 상처입고 슬픔에 잠겨야 하는 것을 이겨내야 하는 것. 앞서 읽었던 기타를 배울 때 생기는 상처를 견뎌야 한다는 말이 생각난다. 결국 상처없이는 그 무엇도 이룰 수가 없는가보다.

 

누군가는 새벽에 이불을 끌어당기면서

누군가는 여름내 신었던 샌들에 발을 넣다가 느끼겠지요.

하나의 계절이 끝나가고 있다는 것,

한 시기가 지나가고 있다는 걸 말입니다.

 

-part2 100쪽-

 

책의 내용 중 위의 문단에 애착이 많이 간다. 새벽이란 단어도 좋고 이불이란 단어도 좋지만 무엇보다 계절이 오고감을 느끼는 순간은 어쩌면 하늘을 보거나 길가에 핀 꽃들, 산의 색변화가 아니라 일상 그자체에서 체감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은 가을의 문턱에서 쓰여진 듯 보이는데 만약 지금이라면 어땠을까. 두터운 이불을 발로 걷어차는 순간? 외출해서 들어오자마자 보일러 전원을 키지 않게 되는 것? 등이 되려나. 계절이 변할 때를 직감할 때마다 메모해두면 해마다 어떤 때인지 비교해보는 재미, 그런 소소한 비밀을 간직할 수 있을 것 같다. 비밀. 반드시 필요한 것, 간직해야 하는 것. 반드시 필자가 들어간다는 비밀. 저자는 한자를 볼 때 한자 한자 유심히 들여다 보는 것 같다. 아님 내가 너무 무감각하게 활자를 보았던건가. 부수의 획만 따져가면서. 읽다보니 나를 되돌아 볼 기회를 계속 주는게 고맙다.

 

 

 

좋았던 문장, 글귀 그리고 감상을 나열하다보니 글이 지나치게 길어진다. 이보다 더 좋은 문장도 참 많지만 아직 읽지않은 독자들을 위해 책의 문을 슬며시 닫아야겠다. 이만큼 나를 흔들어 놓은 책, 흔들리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지 않을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읽는다는 건 그만큼 중요한 행위가 된 것 같습니다.

-중략-

그리고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세심하게 읽히기를 기다리는

한 권의 책입니다.

 

- part4 2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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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담은 그림 - 지친 당신의 마음속에 걸어놓다
채운 지음 / 청림출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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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담은 그림 - 채운 지음

지친 당신의 마음속에 걸어놓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짐작했던 내용은 학부의 전선 혹은 전필 과목이었다. 제목을 넘어 표지를 찬찬히 훑어보고 푸른 색 물감이 종이에 물드는 바탕을 보고서야 학술적인 의미의 철학이라기 보다 사람의 살아가는 방향, 삶의 지혜라는 의미의 교양과목 같겠구나 깨달았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프롤로그를 읽는데 저자의 느린 호흡덕분에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따라갈 수 있었다. 프롤로그 첨언에 적힌 글을 쓰게 된 목적은 '시'자를 가진 가족이 있는 여성들이라면 더욱 이 책을 반기겠거니 싶었다. 흔히 하는 말로 '많이 배운'저자인데도 그런 내색 없이 상처받은 영혼을 이끌어가려는 모습이 시작부터 맘이 놓였다.

 

목차를 찬찬히 훑어보는데 낯익은 화가들이 많이 보인다. 에드워드 호퍼, 얼마전 영화를 통해 만날 수 있었던 윌리엄 터너, 두 말하면 잔소리인 반 고흐 등 낯설은 화가들 속에 반가운 이들이 보여 안심한다. 1장 첫 작품은 앤드루 와이어스의 크리스티나의 세계라는 작품인데 저자의 설명 없이도 보자마자 한숨이 나온다. 누군가의 뒷모습이 담긴 작품을 볼 때 느낌이 두 갈래로 나뉘었다. 뒷모습까지 매력적인 사람이거나 뒷모습을 통해 느껴지는 좌절과 안타까움. 이 작품은 안타까움이다. 그림의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흑인 인권 운동가 로자 파크스의 이야기를 오버랩시키더니 다시 그림 속 크리스티나에게로 돌아온다. 책의 구성은 크게 4부로 나뉘었지만 그림을 대하는 방식과 독자에게 전달해주고 싶은 말들이 이런식으로 이어진다. 작품을 탄생시킨 예술가와 대상에 얽힌 이야기, 자신이 하고싶었던 내용을 강의, 영화, 드라마 등을 통해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한번 더 언급하며 우리가 깨달아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마음속에 걸어주어야 할 작품이 어떤 내용인지 이끌어주었다. 저자가 소개 해준 작품 중에 와닿았던 몇 가지를 고르면, 움베르트 보초니의 마음의 상태들-걷는 자들 이다. 그림을 보자마자 어지롭고 혼란스러웠다.  강한 붓향에 사라지는 집들의 창문과 문은 절규하는 사람의 표정을 닮아 있었다. 아마 책을 중구난방으로 먹어치우듯 읽는 사람들이라면 이 그림에서 쉽게 눈을 뗄 수 없었으리라.

 

"저는 생각이 너무 많아요"라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대개 불명증과 소화불량을 달고 살지요.-중략-5분만 눈을 감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한번 지켜보세요. 그러면 우리가 얼마나 무수한 생각들에 끌려 다니는지를 단박에 알 수 있을 겁니다. - 37쪽-

 

기도할 때 조차 무수한 잡념들로 피곤 했던 터라 저자의 말에 시도하지 않아도 그게 어떤 상태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런 마음 상태를 이 그림은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런 어지러운 마음을 바로잡기 위해 저자는 달마대사 일화를 소개해준다. 생각을 잡지 못해 괴로운 혜가에게 마음을 가져오라는 달마대사. 실체화된 것이 아니기에 가져올 수 없는 마음, 즉 스스로가 키워낸 그 불안한 마음은 자신 밖에 없애지 못한다는 것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 그림과 달마대사 일화를 얹혀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저자의 능력이 부러우면서도 정말 고마웠다. 이번에 기억에 남는 그림과 이야기는 르네 마그리트의 자연의 은총 그리고 에드거 루빈의 루빈의 잔, 이렇게 두 작품, 우리는 믿고 싶은 것만을 믿는다 였다. 루빈의 잔은 두 장의 그림이 한 작품으로 왼쪽에는 노란 잔, 반대쪽에는 얼굴을 마주한 두 사람의 옆얼굴이 보인다. 같은 그림을 시선을 어디에 두고 보는지에 따라 전혀 다르게 생각하게 된다. 마그리트의 그림 또한 잎과 새가 이어진 모습에 새인지 식물인지 헷갈린다. 그냥 단순하게 새나무, 잎새 하면 되는 것을 우리는 고민하게 된다. 작품 하나는 그저 익숙한, 자신의 편의대로 보는 닫힌 시선을 말해주고 새와 잎의 경우는 우리가 본 적없는 사실, 믿고 싶지 않으려는 사실을 부정하려는 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보고들은게 많아질 수록 이런 실수가 줄어들어야 하는 데 무엇을 보았는지에 따라 중심을 잃고마는 나를 발견 한 것 같아 씁쓸했다.

 

다르게 보기 위해서는 다른 존재가 되어야 하고, 다른 존재가 되면 다르게 보인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세계에 자신의 앎을 그대로 투영해버립니다. - 91쪽-

 

책을 읽다보면 마음에 남는 작품과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반대로 대면대면 하게 되는 페이지도 있었다. 책이 부족하거나 내용에 공감하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지금 내 마음 상태가 앞으로의 불안과 현재에 불만족하기 보다는 그저 피로하고 방향을 알면서도 지친 상태였기 때문이다. 미래의 어떤 때에 노력해도 무언가 이뤄지거나 해놓은 것이 없다고 느끼는 순간 이 책을 읽는다면 그때는 3장이나 4장이 깊게 와닿을 수도 있다고 느낀다. 지금 내 마음상태가 어떤지 궁금하거나 상태는 알겠는데 어찌해야 좋을 지 모를 때 이 책을 펼치면, 그림에 그림 하나만 걸어도 분위기가 달라지듯 마음이 정화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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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하게 살기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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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하게 살기 -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책을 읽기 전 표지와 소개글이 땀흘리는 삶, 최소한의 노동의 의무를 실천 하는 삶을 살려고 했던 교육자이자 아동문학가 하이타니 겐지로의 '상냥하게'보다는 '성실하게'에 가까운 내용처럼 보였다. 1부까지는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2부에 접어들면서 편집자가 원제목 '섬으로 가다', '섬에 살다'를 한권으로 묶으면서 책 제목을 '상냥하게 살기'로 바꾼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섬으로가게 된 취지와 그곳에서 적응하는 정도로 이 책을 귀향 혹은 자급자족하는 삶으로 전부 포괄할 수 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낭만적이다. 혹시라도 정치이야기나 제도의 불합리성에 대한 비판 혹은 고발 등의 내용이 버겁다면 1부까지만 읽는 게 나을 것 같다. 각각 소제목을 달긴 했지만 1부를 제외하고 나머지 2,3,4부는 자기반성과 죄책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도시에 살면서 편리한 삶에 물들지 말고 자급자족 하고 생명을 중시하며 먹거리에 신경쓰자고 떠들어봐야 똑같이 혜택을 누리는 까닭에 별 소용이 없다. 글과 아이들에게 전하는 교육을 통해 정신만큼은 다르다는 것을 보이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떠났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교통수단이 크게 발달하지 않아 불편할 게 뻔한 섬으로 들어간 그는 농사를 시작했다. 섬으로 간다길래 고기와 조개를 캐러가는구나 했는데 의외로 밭에서 농작물을 키우는 내용이었다. 그 종류도 다양하다. 콩, 딸기, 아욱, 배추, 당근, 파, 양파 등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 데다 닭도 치고 오리도 기른다.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첫 수박농사에 맛도 빛깔도 좋은 수확물을 거둔 장면에서는 농사에 소질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그곳에서 원하는 자급자족 생활을 하며 전쟁이 나도 1년 정도 걱정없겠다 하는 내용에서 나도 모르게 피식 하고 웃었는데 그 바로 아래 문장에 나처럼 피식 웃는 사람들에게 경고아닌 경고를 남겨 반성했다.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내가 감히 전쟁을 경험 한, 전쟁을 경험했다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불손한데 웃음이 난 것은 설마 그럴일이 있겠냐 하는 생각이 깔려있기 때문이었다. 분단국에 살면서, 휴전상태인 나라에 살면서 경솔한 웃음이었다. 저자의 글은 곳곳에 그런 웃음을 밖으로 내보이며 안으로는 반성과 깊은 고민에 빠지게 만드는 글이었다. 손과 머리위로 오르내릴 만큼 정을 붙인 닭을 잡아먹은 일도 다른 독자들처럼 다른 닭을 먹지 굳이 그 닭을 잡았어야 했을까 못마땅했는데 그 닭 아닌 어떤 닭이든 생명으로 보자면 소중하지 않은 생명이 어디있겠는가.

 

48쪽

수많은 생명에 둘러싸여 사는 것은 분명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그런 만큼 수많은 이별도 맛보아야 한다.

 

1부는 웃다가도 이내 심각해지는 묘한 풍경을 자아내며 읽었다. 그래도 한 마디로 말하자면 땀흘리는 저자의 모습을 응원하고 내심 부러워하며 읽었다. 바로 2부 부터 시작인데 1부에서도 잠시 그가 교과서 편찬 위원회에 소속되어 있고 그의 작품 하나가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현 일본사회의 부조리와 잘못된 관습 등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이 시작된다. 초반에 얼마전 읽었던 '나의 조선미술 순례'저자 서경식님의 형제 이야기도 나오는데 누구의 탓이라기 보다는 행동하지 않고 비판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내 탓이려니 싶었다. 저자도 어쩌면 그 점이 가장 못마땅한 것일지도 모른다. 잘못되었다고 불평만 할 뿐 나서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심지어 섬까지는 못가더라도 편의를 떠나 진정성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교과서문제는 밖에서 볼 때는 한심한 사람들이라고 몰아서 비난했는데 그 안에서도 저자처럼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 반가우면서도 서글펐다. 교과서 문제가 왜 이권다툼으로 변질되고 있는지 답답하다. 3부에서는 2부에서 강조한 아이들이 미래다라는 점을 제대로 부각시켜준다. 중간 중간 어린이들이 직접 지은 시 작품을 보여주는데 내용이 기가막히다. 세계 어디를 가도 아이들만큼 솔직하게 그리고 거리낌없는 문학을 창작할 수 있는 존재는 없어 보인다. 저자의 대표작을 읽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해 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아이들의 의견이 현 사회에서는 환영받을 수 없다는 점을 애석해한다. 이 책에서 거듭강조하는 자립적인 삶, 자신을 표현할 줄 아는 삶을 모토로 하기에 아이들의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기성세대들의 소망대로, 만들어놓은 제도아래 쫓아오기에도 버거운 세대들이 지금의 아이들이다. 교과서문제에서도 잠시 나왔던 내용으로 아이들은 그저 부모에게 효도하고 단체생활에서 튀지 않으며 국가 발전에 이바지 하는 그야말로 하나의 부품이나 도구로 성장한다는 내용이 현실이었다.

 

226쪽

가족 붕괴의 원인과 양상은 저마다 다르므로 방관자적인 제삼자의 입장에서 비판만 하는 일은 삼가야겠지만, A의 가정처럼 사소한 일상속에서도 아이와 함께 '삶'을 살아가는 어른들이 있다면 아이들의 불행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리라.

 

마지막 4부는 문학가로서의 저자세계를 보여주며 앞에서 추천하거나 언급했던 작가, 삽화가, 출판사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의 현실과 작품이 어떻게 조화를 이뤄냈는지 자신의 작품이 쓰여지기 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도 말해주는데 마지막 글, 태양의 아이를 집필 한 후에 마사유키와 구니히로에게 쓴 편지는 이 책의 전체를 축소한 느낌이었다. 메멘토모리. 지난 해 읽었던 강상중 교수의 '마음'이라는 책에서의 핵심주제가 메멘토모리였다. 하이타니 겐지로 역시 마지막은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죽음, 하지만 그 절대적인 죽음에 그저 순응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형의 죽음을 통해 사회에게 말하고 싶었던 부분, 아이들에게 거는 기대 그리고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할 자세가 담겨 있었다.

 

313쪽

마사유키, 그리고 구니히로.

나는 젊은이들의 감수성을 소중히 여기고 싶어. 부끄러운 말이지만 나는 열아홉 살 때 오키나와의 '오'자도 몰랐단다. 젊은이들의 감수성이 언젠가 죄인의 나라 '일본'을 단죄하고, 그리고 부활시키리라고 나는 믿어.

 너희는 태양의 아이니까...... 

 

일본, 그리고 유사한 나라의 문제와 희망이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간파했던 저자 하이타니 겐지로는 이미 세상에 없다. 하지만 그가남겨준 보물같은 책들이 있어 그나마 위로가 된다. 이제 겨우 그의 책 2권(이 책은 한권으로 묶은 것)을 읽었을 뿐이니 참 다행이란 생각한다. 잠깐 잠깐 지나치게 자신의 생각에 빠져있는 듯한 작가로서의 고집도 엿보이지만 바로 그런 고집이 있기 때문에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며 타인을 설득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상냥하게 살기. 단순하게 친절한 삶도,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정도로는 한없이 부족한 상냥함, 그런 삶을 추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과 노력이 필요할지 어깨가 은근히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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