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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아홉이 되어서야 이 이야기를 꺼냅니다 - 박제된 역사 뒤 살아 있는 6.25전쟁 이야기
한준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여든 아홉이 되어서야 이 이야기를 꺼냅니다>는 1931년생 한준식 작가가 직접 이야기하는 6.25 전쟁의 기록이다. 한준식 작가는 6.25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이다. 그것도 군인으로 최전방에서 전투를 겪은 '전쟁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한준식 작가는 6.25 전쟁이 난지 1년이 지난 1951년 자원 입대를 하게 된다. 나라에 전쟁이 났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정의감, 애국심에서 한 행동이었다. 간단한 사격 방법만 배운 뒤 광주의 모 부대에 소속되어 전투를 겪고, 그 이후로도 여러 전투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다 포탄 파편을 다리에 맞는 큰 부상을 입게 되며 한준식 작가는 후방의 보병학교로 전출을 가게 된다. 그렇게 큰 부상을 입었지만 6.25 전쟁이 끝날 때까지 성실히 복무를 수행하고, 전쟁이 끝나자 전역을 하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 책은 손녀가 한준식 작가가 직접 쓴 '6.25 참전전투기록' 이라는 개인적 기록(일기)을 발견하게 되면서 시작된다.(한준식 작가가 2000년에 작성) 잘 몰랐던 할아버지의 젊은 날, 그리고 6.25에 대한 생생한 기록에 큰 매력을 느낀 손녀는 그것을 타이핑하여 직접 책으로 제작할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책 제작이 어렵고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을 알게 된 손녀는 간단히 동네 출력소에서 10부 정도만 제본을 하여 가족들과 나눠 갖는다.
그러나 그 기록이 가진 가치가 더 크다는 생각을 했고, 이렇게만 끝내기엔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고민 끝에 해당 기록을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이 기록을 올리게 된다. 그리고 이는 큰 이슈가 되어 2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널리 알려져 이렇게 책으로 출간되기까지 한다.
사실 이 책은 내가 만든 독립출판물 <이명옥 회고록>을 떠올리게 하여 더욱 반가웠다. 개인의 기록을 역사적 흐름 속에서 살핀다는 점에서 두 책은 무척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특히 전쟁에 대한 생생한 기록은 전쟁이 왜 일어나면 안되는 것인가에 대한 다른 어떤 말보다 더욱 강한 설득력을 주었다.
결국 역사란 큰 흐름도 중요하지만, 그 거대한 흐름 속에서 쓸려간 개인 하나 하나의 삶도 무척 중요하다. 그런 개인들의 사연들이 모여 역사가 되기 때문인 것이다. 두텁지 않은 책이어서 금세 읽을 수 있었지만, 이 책이 주는 메세지의 묵직함은 그 어떤 책보다 더욱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