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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ED ㅣ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은 항상 느끼지만 영화같고, 늘 아스라히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아마도 매 작품마다 주요 등장인물로 등장하는 "더 좀비스"아이들의 밝음과 씩씩함이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어느 작가가 재미없는 책은 이야기가 아니다! 라고 말을 했는데, 가네시로 가즈키의 책은 읽으면서 정말 재밌다!라고 느껴지니 정말 그는 이야기꾼이다.
speed는 가나코란 한 여고생이 과외선생님이었던 여대생의 자살을 맞아, 이를 타살로 의심하게 되고, 이에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더 좀비스 아이들과 만나 이를 해결해나가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작게 보았던 사건은 결국 대학사회의 비리, 정치문제로까지 번지면서 제법 큰 사건이 되지만 역시나 우리들의 더 좀비스는 너무나도 유쾌하게 문제를 해결해낸다.
솔직히 말해서 내 주변에 더좀비스 같은 아이들이 있다면 나는 아마 결코 그 아이들과 가깝게 지내지 않았을 것이다. 걸핏하면 폭력사건등 골치아픈 사건에 휘말리고 나에게는 시끄럽기만 한 rock음악에 심취해 있으며 불량하게 몰려다니기나 하고 정학을 밥먹듯이 맞는 아이들. 고등학교 시절엔 교복이 참 그 아이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는데 가령 근처에서 제일 질이 안좋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라면 난 아마 쳐다나 보았을까? 나도 고등학교는 소위 명문고를 나왔고 그래서 이 소설속 주인공 가나코처럼 교복을 입고 다니면 괜시리 어깨가 으쓱하곤 했다. 나보다 나쁜 학교 교복입은 아이들은 괜시리 아래로 봐주고... 어찌보면 참 어리석었다. 중학교 시절 친구들을 생각해보면 공부를 못해서 상고나 공고에 간 아이들 중에도 정말 착한 아이들도 있었고, 공부를 정말 잘해서 전국에서 내노라 하는 명문고에 간 얘들중에도 정말 싸이코같은 이상한 아이들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대학생이 된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대학교 이름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고, 직장인이 되어서는 회사이름으로 그 사람을 평가한다. 더 좀비스. 너무나도 매력적이고 멋진 친구들이라 꼭 친구가 되고 싶은데, 지금의 내 모습으로는 어림도 없겠지! 그런 생각을 하자 많이 씁쓸해졌다. 우리들은 언제까지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 하는 것으로 친구가 되고, 안되고를 정하는 걸까? 이 소설 속에서 좀더 실력있는 유지들과 관계를 맺고자 했던 나카무라군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내 주변에도 그와 같은 사람들이 있고, 정말이지 요즘 사회는 나카무라같은 사람들이 성공하는 사회니까!
좀더 일찍 이 책을 읽었더라면 지금 좀더 쉽게 바람을 타고 날고 있을까? 요즘 나도 과연 날개를 접고 남들처럼 열심히 벌레나 잡아 먹고 살아야 하나,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 좀더 큰 세상을 만나 볼까? 참 많이 고민해보게 된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한번만 더 바람을 느껴보라고.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보라고 속삭여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