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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시공사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처음 이 책을 고를 때는 독특한 제목과 표지가 내 손길을 잡아 끌었었는데, 막상 다 읽고 보니 표지와 내용은 전혀 연관이 없는 듯 하고 제목도 이 책의 내용을 그닥 포착해주는 것 같지 않아 살짝 아쉽다. (하지만 내용만큼은 맘에 쏙 들었으니까, 그런 건 부차적인 문제가 되겠다. 으하하!)
이 책에는 총 여섯편의 단편이 나온다.
파티쉐가 꿈이었다가, 유능한 여성 파티쉐의 개인 비서로 전락해 버린 한 여자. 그러나 그 위치에서 나름의 꿈을 키워가는 이야기 <그릇을 찾아서>
아이를 낳지 못하는 한 여자가 친구의 권유로 유기견들을 돌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강아지의 산책>
어느 대학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레포트 대필 작가 니시나 미유카란 여인과 자신의 레포트 대필을 부탁하기 위해 전설 속 그녀를 찾아 교내를 누비는 소년의 이야기 <수호신>
조각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나, 결국 손상된 불상을 복원하는 불상복원사로의 꿈을 꾸다가 결국에는 모든 꿈을 버리고, 아내와 아이를 택한 사내의 이야기 <종소리>
과대광고에 컴플레인을 재기한 고객을 찾아가는 와중에 거래처 직원과의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잃었던 꿈을 되찾게 되는 <x세대>
늘 가족은 뒷전인 채 난민들을 위해 전세계를 떠돌며 봉사하던 남편이 죽은 뒤 비로소 자신도 남편의 뜻을 따라 난민봉사를 택하는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시트>
어찌보면 각기 개성이 뚜렷하여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한 이야기들이 묘한 공감대를 이루면서 한권의 책속에 녹아들어가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직전 요시모토 바나나의 <슬픈 예감>이란 책을 읽었는데, 그 책의 주인공 소녀의 이름과 이 책의 첫번째 단편 <그릇을 찾아서>의 주인공 여자의 이름이 공교롭게도 같았다. "야요이" 그래서 초반에는 내용을 읽으면서도 살짝 혼란스럽기는 했다. "야요이"란 이름이 일본에서는 흔한 이름일까? 아무리 그래도 연달아 읽은 소설속 여주인공의 이름이 같다니 참 드문 경우를 만났다.
모리에토. 원래 동화책 작가로 이름을 날리던 그가 일반 성인들로 독자층을 확대했다고 하는데, 이야기 속에 동화작가였을 때의 분위기를 전혀 떠올릴 수 없으니 참 미스테리다. 왠지 나는 모리에토의 동화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