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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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보다는 1권이 훨씬 좋았다. 초반에는 뭔가 조마조마하게 사람을 긴장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는데, 솔직히 종반으로 갈수록 범인이 누구인지 알 것 같은 기분이라, 긴장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그 보다는 마무리가 역시 많이 아쉽다.

 

중반까지 읽을 때는 읽고 나면 여기저기 추천해야지, 했었는데, 다 읽고 나니 주변에 권하고 싶은 맘은 다 사라져 버렸다.

 

범인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는 것도 아쉽고(그냥 미치광이란 말인가) 결국 누군가가 또 다른 범인이 되어버렸다는 것이 슬프다.

 

시원할 줄 알고 마신 콜라가 뜨뜻미지근 한 것 같은 뭐라 표현하기 힘든 낙담 쪽이 더 컸다.(p.48)

 

정말로 딱 위와 같은 기분. 다 읽고 나면 개운할 줄 알았는데, 끝까지 읽고 나니 뭔가 찝찝한 기분만 남았다. 


"아 참. 아까 어머님이랑 얘기했는데, 당신 서른두 살이라면서?”

?”

우린 다 아직 20대 중반인 줄 알았는데…… 깜짝 놀랐지 뭐야.”

그렇게 젊어 보여요?”

그럼, 젊어 보이지. 학생이라고 해도 통하지 않을까?”

에이, 설마.”

엉겁결에 기쁨을 드러내고 만 유마를 보며 이노가 웃었다.

어머, 칭찬 아닌데. 관록이 안 느껴진다는 뜻이니까.”

(p.54)

 

이번만큼은 작가의 관록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나오토 말대로 난 너를 의심한다고 의심하는 상대에게 말하는 것은 난 너를 믿는다고 고백하는 거나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p.152)

 

하지만 한번 더 믿고 싶다. 작가의 다음 작품은 괜찮기를. 나아지기를. 


물론 대부분의 손님들은 무시무시한 기세로 휘몰아치는 창밖의 태풍을 보며 얌전히 체념해줬지만, 개중에는 노천탕과 온천을 즐기러 왔는데, 통상 요금을 다 받는 건 납득이 안 된다느니 어쩌느니 불평을 쏟아놓는 손님도 있어서 그때마다 여자 직원들은 그 대응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유독 질이 안 좋은 사람은 이번 태풍으로 남아도는 시간을 클레임이나 걸며 즐기려는 것처럼 보이는 손님인데, 그런 경우는 상대도 무슨 뾰족한 결과를 바라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직원으로서는 그저 끝없이 사죄를 되풀이하는 소모적인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p.165~166)

 

아 위 부분을 읽을 때는 정말이지 큰 위로를 받았다. 결국 인간의 성향이란 개개인의 성품에 달렸을 뿐, 종교, 인종, 국적 등은 뛰어넘는 것이다. 


 "지난번에 티베트 승려가 분신자살한 뉴스를 봤어죽을 만큼 싫은 마음이란 대체 어떤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무지 분하다거나 슬프다거나 한심하다거나…… 그런 간단한 심정은 아닌 거잖아난 진심이라는 거잖아진심으로 화가 났다는 거잖아그렇지만 죽지 않고 그런 마음을 상대에게 전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하지만 무리겠지그 진심이라는 걸 전하는 게 가장 어려울 거야틀림없이진심은 눈에 안 보이니까…….”(p.240~241)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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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이 드래건플라이 헌책방에서 시작되었다
셸리 킹 지음, 이경아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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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모든 일이 드래건플라이 헌책방에서 시작되었다

셀리킹 지음, 열린책들, 2016

 

이 책은 정말 우연히 알게 되었다. 유명하지 않은 작가의 첫번째 작품. 그리하여 국내에서는 이렇다할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었지만, 제목만 보고도 나는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내가 무척 좋아하게 되리라는 것을. 이 책의 원제는 <The Moments of Everything!>이다. 원제도 멋지긴 하지만, 이 책의 한국어판 제목을 지은 편집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모든 일이 드래건플라이 헌책방에서 시작되었다>라니. 이 얼마나 독자의 흥미를 잡아끄는 멋진 제목이란 말인가!

 

우연히 알게 되어서 정말 재밌게 읽고 주변에 널리 권한 책 중에 원조격은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고, 최근에는 <건지 감자껍질 파이 북 클럽>이다. 이 책도 앞으로 여기 저기 권하고픈 책이다. 물론, 주인공 매기가 로맨스소설 킬러라 그런지, 로맨스소설에나 나올법한 19금 내용이 많아서 그 점은 조금 주의해야 겠지만.

 

책을 읽다가, 울었던 기억보다, 웃었던 기억이 더 까마득한데, 이책을 읽으면서는 정말 많이 웃었다. 책을 읽으면서 킥킥대는 행복한 경험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을 읽어도 사람들의 삶은 바뀌지 않는다. 흔히들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명상을 하려고 휴양지로 가는 비행기 1등석에서 서머싯 몸의 <면도날>을 읽거나, 이혼한 후 킬리만자로 산을 덮은 만년설을 보려고 떠난 길에서 폴 보스의 <마지막 사랑>을 읽는다 해도, 디즈니랜드에서 회전 컵 놀이 기구를 타며 빙글빙글 도는 것보다 더 거창한 깨달음을 얻는 것도 아니다. 미안하지만 이게 진실이다. <중략> 그들은 질리지도 않고 이곳을 찾아와 실망으로 가득 찬 마음을 달래고 사위어진 열망을 되살리기 위해 종이와 글로 된 엘릭시르(연금술에서 만병통치와 불로장생의 효험이 있다고 전해지는 영약)를 찾는다. 책이 내 인생을 바꿔 주었다고 믿기 때문이다.(p.11~12)

 

제이슨의 말이 옳았다.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면 다른 사람들의 이러쿵저러쿵 하는 의견에 휩쓸리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라일락 향이 나는 티슈에 싸두거나 버블 랩으로 돌돌 말아서 가슴속에 고이 모셔 두어야 하는 것이다. (p.188)

 

어쩌면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 비로소 가장 진실한 자아를 드러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날 그녀의 웃음에는 특별한 구석이 있었다. 소리 없는 웃음이었지만 그의 눈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것은 <그들의> 웃음이었다. 그 두 사람만의 웃음 말이다(p.236)

 

슬픔에는 예상치 못한 구석이 있다. 다시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았던 며칠이 지나고 내면이 텅 비고 피부가 종이인 것 같은 느낌으로 하루하루 버티다 보면 슬슬 기억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이가 죽음을 맞은 순간이나 온몸에 관을 달고 병실에 누워 있던 모습이 떠오르는 게 아니다. 그렇게 되기 전, 그러니까 그 사람은 건강하고 당신도 모든 게 완전했던 시절 그가 좋아했던 것들이 슬그머니 기억이 난다. 그런 기억이 당신을 찾아오면 그제야 비로소 당신은 깨닫게 된다. 죽음으로 떠나간 사람은 결코 영원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 사람은 결국 당신의 일부가 되었으며 그로 인해 당신은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p.337)

 

편지를 다 쓴 후 종이를 접어 언젠가 그가 알려 준 암스테르담의 가게 주소를 적었다. 그리고 밤을 밝히는 불빛 속을 걸어 드래건플라이 맞은편의 우체통으로 갔다. 투입구의 덮개를 열고 마음이 바뀌기 전에 얼른 편지를 밀어 넣었다. 10년 동안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종사한 덕분에 나는 이메일의 비트와 바이트, 페이스북 포스팅, 트윗, 문자 같은 것들을 잘 안다. 그런 세상에서도 종이 한 장을 상자에 넣으면 며칠 후 지구 반대편에 도착한다고? 이거야말로 진짜 마법이다.(p.341)

 

두 사람은 크리스마스에 드래건플라이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솔직히 두 사람이 아직 젊고 서로에 대해서도 잘 모르지 않느냐며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다. 두 사람의 미래가 살짝 걱정스럽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 중에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새 일을 시작하는 사람이 누가 있으랴.(p.345)

 

서점은 로맨틱한 생명체다. 녀석은 자신이 파는 물건으로 당신을 유혹하고 여러 가지 골칫거리들로 당신의 마음을 산산조각 낸다. 열렬한 독서가라면 누구나 자신의 서점을 원한다. 그들은 하루 종일 책에 파묻혀 지내는 생활이야말로 자신들의 열정을 가장 근사하게 채우는 방법이라 여긴다. 하지만 그들은 서점으로 들어오는 책들을 분류하고 나가는 책들을 추적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른다. 책을 나르고 책꽂이에 정리하느라 요통에 시달리고 그렇게 고생해 봐야 손에 쥐는 돈은 푼돈이라는 사실도 모른다. 독자들은 마치 결혼 생활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결혼식을 어떻게 올릴지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사람들 같다. 책은 어느새 무거운 짐이 된다. 그 짐을 피해갈 방법은 없다.(p.348)

 

드래건플라이를 찾는 사람들은 단지 책을 소유하려는 것만이 아니다. 그들은 책이 필요하고 책을 갈망하고 책이 없다면 숨조차 쉴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 헌책방과, 이 헌책방의 책들과, 그 책들이 아직 들려주지 않은 이야기들과 사랑에 빠졌기에 이곳을 찾는다. 이들은 한때 이 책들을 가졌던 사람들에 대해 이것저것 상상하기를 즐기기에 이곳을 찾는다. 이들은 길에서 마주친 사람들이 자신들이 찾아낸 책과 닮았기에 이곳을 찾아온다. 모서리가 살짝 닳은 채 궁합이 맞는 사람이 나타나 책장을 펼쳐 보고 집으로 가져가 주기를 기다리는 책들 말이다(p.349~350)

 

+

주인공 메기는 회사에서 짤리고(회사는 그녀와 동료들이 하던 일을 머나먼 인도에 있는 보다 값싼 노동력에게 맡겨버렸다. 인터넷의 발달로 더 이상 모두 한 장소에서 일할 필요가 없게 되자, 이런 어려움이 생기고 만 것이다.) 2년간 교제했던 남자친구에게도 차인다. 멀리 고향에 있는 엄마는 이제 집으로 돌아와서 결혼이나 하라고 매일같이 성화지만, 그녀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그런 그녀의 유일한 낙은 동네에 있는 헌책방에 가서 하루 종일 책을 읽는 것이다. 메기가 세 들어 사는 집의 주인이기도 한 서점주인 휴고는 다행히도 왜 공짜로 책만 읽느냐고 구박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 메기의 오랜 친구 디지는 그녀에게 유명인사들의 북클럽 모임에서 신규 회원을 모집한다며, 거기에 같이 가보자고 제안한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녀의 장기를 십분 발휘할 기회라고 생각한 것. 금주의 도서는 <채털리 부인의 연인>. 디지가 연락을 준 것은 안타깝게도 이번 주 모임 하루 전날이었다. 하루만에 이 책을 어찌 다 읽지, 고민에 빠진 메기에게 휴고는 책 구석구석마다 흥미로운 메모가 써진 <채털리 부인의 연인>헌 책을 내민다. 결국 책을 다 읽는 데는 실패했지만, 헌 책에 쓰인 메모 덕분에 북클럽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데 성공한 메기.

 

그러나 바로 그들과 친해지기도, 다시 취업을 하기도 쉽지는 않다. 고군분투하는 메기에게 휴고는 자신의 헌책방에서 함께 일할 것을 제안한다.(심지어 집세도 깎아주었다.) 그녀는 자신이 그간 쌓아온 커리어가 이런 작은 헌책방에서 일하기에는 너무 넘친다고 생각하지만, 당장은 다른 대안이 없는데다가, 무엇보다 이곳을 성공시킨 다음 이를 발판으로 다시 취업할 계획으로 이를 수락한다.

 

메기는 헌책방 홈페이지를 만들고 온라인 판매도 시작하는데, 예상외의 성과로 서점에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그녀의 계획은 멋지게 성공하게 된다. 그리고 그 와중에 그녀에게는 다시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어주는 새로운 사랑도 나타난다. 게다가 종국에는 결국 북클럽에서 사귄 한 저명인사가 그녀에게 매우 큰 보수로 보다 큰 서점에서 책임자로 일해보라는 제안을 하는데….

바라던 일임에도 메기는 선뜻 수락하지 못하고 망설인다. 과연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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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 2016-09-26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유쾌하고 경쾌하면서 함께 마음 졸이기도 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인상 깊게 읽은 부분도 저와 비슷해서 반가운 리뷰입니다. ^_^ 잘 읽고 갑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2016 제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금희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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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한낮의 연애>

필용은 한순간, 회사에서 한직으로 좌천된다. 사실상 스스로 그만두라는 압박이었으나,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해서 필용은 그러지 못한다. 영업팀장에서 시설관리팀 직원이 되었고, 점심시간에 누구와 함께 밥을 먹어야 할지 난감해졌다. 그리하여 그는 매일 점심, 굳이 걸어서 종로까지 가서 꿈 많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맥도날드 햄버거를 사먹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점심시간에 반짝 공연하는 연극 포스터를 보게 되고, 어린 날 함께 영어학원에 다니던 양희란 여인을 떠올리게 된다. 같은 과 후배였던 양희는 작가를 꿈꾸고 있었는데, 만약 필용의 예감이 맞다면, 양희는 필용과 달리, 어린 날 꿈을 이룬 모양이었다. 필용은 그리하여 그 연극을 보러 가고, 과연 그곳에는 양희가 있었다. 작가일 뿐 아니라, 배우이기도 한 양희. 그런 양희를 보고 오면서 필용은 생각한다. 지금은 정말 너무나도 더운 한낮이구나, 하고.

과연 필용에게 한낮은 하루의 정오를 가리키는 표현이었을까. 아니면 비록 직장에서 한직으로 좌천은 되었으나, 인생에서는 자신의 시간이 아직 한낮이라는 생각을 했던 걸까.

 

<누가 내 문을 두드리는가>

과연 나와 ‘h는 어떤 관계인걸까. 나는 h의 아빠뻘 되는 나이인데, 작중 화자 h에게 느끼는 감정은 부녀간의 사랑은 아닌 듯 보인다. 반대로 h는 그에게 아빠같은 든든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지만. 과연 그 둘은 어떻게 되었을지.

 

<선릉산책>

감상을 남기려고 첫 문단을 다시 읽고는 깜짝 놀랐다. 첫 문단에서 분명 작가는 두운이라는 인물이 주인공보다 키는 한 뼘쯤 크지만 몸무게는 60kg 도 안 나갈 것처럼 깡말랐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왜 여태껏 책을 읽으면서 내내 그가 굉장히 키고 크고 뚱뚱한 사람이라고 상상했던 거지. 아무래도 책을 다시 읽으면, 내가 느끼는 감정도 달라지겠구나 싶었다. 단편일수록, 이래서 꼼꼼히 읽어야 하는 구나, 싶고.

주인공은 어느날 선배형에게 부탁을 받는다. 자신이 하고 있는 주말 알바를 하루만 땜빵해달라는 것. 오전 9~오후 6시까지 아이를 돌보고 시간당 만원을 받는 일이라는 말에 주인공은 솔깃해지지만, 한편으로는 대체 얼마나 힘들기에 그리 시급을 많이 줄까 의구심을 갖는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주인공은 어느 토요일, 선배의 아르바이트를 대신 해주게 되고, 두운이라는 청년과 함께 선릉공원을 걷는다. 정신지체 장애인인듯한 두운은, 식탐이 많고, 가끔 침을 뱉는 것 외에는 그리 까탈스러운 성격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날 하루는 주인공에게 무척 힘겹고 어려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두운에게는 어땠을까?

 

함께 걸으며 한두운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습니다. 비밀 이야기나 마음속의 상처 같은 뭐 그렇고 그런 것들 있잖아요. 이 세계엔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너무 적어요(점점 적어져서 나중에 벙어리처럼 될까봐 겁이 납니다). 그들은 너무 쉽게 내 말을 전하고 과장하고 부풀리며 때론 교묘하게 앞뒤를 바꾸기까지 합니다. 원인과 결과는 달라지고 뉘앙스와 온도 같은 것도 모두 달라진 상태로 나는 아주 이상한 화자가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내 말을 이상하게 전했따는 것을 내가 알고, 내가 안다는 것을 그 사람도 아는데, 그러면서도 웃으면서 서로 악수하는 내 삶이 못 쓴 소설의 한 장면 같아서 다 지우거나 꼼꼼하게 수정하고 싶어요. 그러나 한두운씨는 그렇지 않습니다. 묵묵히 듣다가 그렇군, 하는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여줄 겁니다. 아니면 뭐 그런 걸로 신경을 쓰냐는 듯 뚱하게 쳐다보고 말겠죠. (p.134~135, 작가의 말 )

 

<알바생 자르기>

어느 회사에 알바생이 한 명 있다. 출산휴가를 가며, 자신의 대체인력으로 그 알바생을 뽑았던 사람은, 정작 육아휴직이 끝나자마자 회사를 그만둬버렸고, 나머지 사람들은 알바생에게 영 무관심하다. 졸지에 알바생의 사수가 되어버린 은영은, 그 알바생이 마뜩찮다. 정직원이 아니고 알바생인 터에, 그녀의 일이 전보다 많이 늘어난 까닭이다. 결국 이런 저런 계산 끝에 그녀는 사장에게 말하여, 알바생을 자르게 된다. 그러나 이 또한 만만치 않다. 무려 3개월치 급여를 지급하였지만, 알바생은 여러 가지 노동법을 들먹였고, 결국 합의금으로(그녀 사비로) 백오십만원을 더 받아내고서야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 평소, 지각을 자주 해도 눈감아주고, 점심시간에 병원에 다녀온다며 조금 일찍 나가 늦게 들어오는 것도 이해해줬던 은영은 알바생의 마지막 모습이 정말 괘씸하고 분했다. 그러나 알바생은 그 돈으로,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했고, 점심시간마다 병원에 다니게 만들었던 발목을 수술해야 했다. 그러고 나니 그 알바생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유럽식 독서법>

 

벨기에에서 불법체류를 하고 있는 태국인이 주인공인 소설이라니. 게다가 이 소설을 한국인이 썼다니. 주인공은 어느날, 길에서 히치하이킹을 시도하는 한 소녀를 차에 태워주게 되고, 그녀를 가엾게 여겨, 매일 출근길에 그녀를 태워주게 된다. 이로써 그의 불행이 시작되었나니, 이 이야기의 교훈은, 절대 모르는 사람을 함부로 차에 태워주면 안된다는 것이다.

 

<인터뷰>

작가가 기자와 인터뷰를 한다. 그리고 작가는 실수로, 기자의 카메라를 치는데, 하필 카메라가 기자의 안경을 건드리고, 안경이 깨지면서 기자의 눈에서 피가 나게 된다. 둘은 당황하여 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에 갔고, 거듭 괜찮다는 기자의 말에 작가는 일단 집으로 귀가한다. 그러나 며칠 뒤, 신문에 그는 기자를 폭행하고 병원에도 찾아오지 않은 악당으로 묘사되어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터뷰 기사 중, 진실과 거짓의 분량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새해>

인터뷰와 마찬가지로 이 이야기의 화자인 나도 작가다. 그는 어느 날, 평판이 별로 좋지 않은 동료 작가를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그에게 아기가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다. 누가 이 인간과 결혼하여 아이까지 낳아주었던 말인가.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동료의 말이다. 길에서 아기를 주웠다는 것. 이런 일이 있다니.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동료가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면서, 작가가 그 아기를 잠시 돌봐주게 된다. 과연 그 아기와 작가, 동료는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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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함께 여행하는 이유 - 나와 너를 잃지 않는 동행의 기술
카트린 지타 지음, 배명자 옮김 / 책세상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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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를 무척 재밌게 읽었던 나는, 설레는 맘으로 이 책을 펼쳤다. 전작을 읽고 난 후로도 난 여전히 혼자 하는 여행보다는 함께 하는 여행을 주로 한다. 매번 다음번 여행이야말로, 혼자!’ 라고 결심하지만, 매번 나의 여행 계획은 누구와 같이가느냐를 먼저 정한 뒤에 시작하니, 당분간 혼자 가는 여행은 쉽지 않을 듯싶다.

 

내가 혼자 여행을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함께 여행했던 이들이 다들 너무나도 좋은 파트너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드디어) 작년에 처음으로 여행을 다녀와서 왜 친구와 멀어진다는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사소한 갈등이 크게 번졌고, 서로 불편한 맘으로 내내 함께 있자니, 이게 여행인지, 고행길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다행히 마지막에 화해를 잘 하고 돌아와서 여전히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지만, 당시 생각만 하면 아찔하여 이 친구와 계속 화목하게 지내려면, 앞으로 여행만은 같이 가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그런데 책을 읽는 내내, 만약 이 책을 먼저 읽고 친구와 여행을 떠났다면 어땠을까, 란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함께하는 휴가에서 하나가 되는 동시에 나 자신으로 여행을 즐기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나는 가장 먼저 유머를 추천한다. (중략) 물론 유머 외에도 준비물은 많다. 함께하는 여행에 대한 관심, 동행인에 대한 진심 어린 감정 표현도 잊지 말자.(p.97)

 

유머와, 동행인에 대한 진심 어린 감정 표현. 나에게는 그 두 가지가 모두 빠져있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또 우리는 여행 내내 불편한 맘으로도 잠시도 떨어지는 것을 피했는데, 하루라도 각자만의 시간을 보냈으면 어땠을까 란 생각도 든다.

 

  프랑스의 유명한 작가이자 철학자인 보부아르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개성과 행복을 설명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되 그 누구와도 다르게 사는 고유한 삶에 행복이 있다.”

우리는 삶의 모든 순간에 자신의 개성을 의식해야 한다. 왜 많은 가능성을 앞에 두고 갑갑한 코르셋에 몸을 밀어 넣으려 하는가? 함께 여행한다고 해서 여행 내내 동행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는 건 아니다. 얼마든지 각자 원하는 대로 시간을 보내도 된다. 오히려 각자 원하는 여행을 하고 나면 일행을 더 반갑게 맞이할 수 있다. (중략) 여행지에서까지 개성 없이 정해진 일정을 따라야 한다면 여행은 당연히 지루할 수밖에 없다.

(p.27)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시기심이다. 내가 얻지 못한 행복을 타인이 누리는 모습을 보면 인간의 마음에는 이따금 시기심이라는 감정이 싹튼다. 영혼을 갉아먹는 파괴적인 감정, 당신과 나의 삶에는 전혀 필요 없는 감정이다. 시기심이 생긴다 싶으면 바로 시선을 돌리자. 현명한 사람들은 자신이 가야할 길에만 시선을 둔다. 자신의 인생을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다. (p.32)

 

결국 행복의 원천은 좋은 친구와 화목한 가정이다. 안정이 보장된 일상에서도, 선진화된 경제체제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연구에 따르면 빈곤층을 벗어난 상태라면 수입과 행복이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행복해지고 싶다면 우선순위를 바꿔 월급보다는 친구 관계에 좀 더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p.88~89)

 

참 감사하게도, 나에게는 먼 미래를 함께 걸어가고픈 좋은 벗들이 많이 있다. 결혼이 아니더라도,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다면, 나의 미래가 조금은 더 기대된다.

 

"같이 갈래요?" 예전에는 청혼할 때 흔히 이런 말을 쓰곤 했다. 이보다 더 시적이고 철학적인 청혼은 없을 것이다. 동행의 이유도, 목적지도 드러나지 않는 소박한 질문, 삶의 여정을 함께 하자는 수줍은 제안만 있다. 함께 걷는 것은 부부가 바라는 행복이다. "우리 함께, 미래로 같이 갈래요?" 물론 이때 가장 좋은 대답은 긍정의 끄덕임이다.(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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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는 행복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 시인 베이다오가 사랑한 시
베이다오 지음, 최용만 외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제목이 맘에 들어서, 우연히 보게 된 책이었다. 솔직히 제목에서 기대했던 것처럼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시들만 수록되 것은 아니었으나, 오랜만에 시집을 읽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즐거움 없는 나날은 그대의 것이 아니다

-페르난두 페소아

 

즐거움 없는 나날은 그대의 것이 아니다

단지 견디는 것이었다. 즐겁지 아니하면

제아무리 산다 한들 사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고, 마시고, 미소 짓는 것을 고민하지 말라.

그대가 만족한다면, 웅덩이 물에 비친

해의 잔영만으로도 충분하다.

 

사소한 것들에 주어진 기쁨을 위해

그 어떤 운명이든

하루도 거부하지 않는 이의 행복이여!

 

공원

-자크 프레베르

 

천 년 만 년으로도

부족하리라

별들 중 하나인 지구

지구 위

파리에서

파리의 몽수리 공원에서

어느 눈부신 겨울 아침

당신이 내게 입 맞추고

내가 당신에게 입 맞춘

그 짧은 영원의 순간을

말하려면.

 

쌓인 눈

-가네코 미스즈

 

위에 있는 눈

추우려나

차가운 달빛이 내려서

 

아래 있는 눈

무거우려나

몇백 명이나 싣고 있어서

 

가운데 있는 눈

외로우려나

하늘도 땅도 보이지 않아서

 

 

바다를 마주하고 따뜻한 봄날에 꽃이 피네

-하이즈

 

내일부터는 행복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말에게 먹이를 주거나 장작을 패거나 세상을 돌아다니겠습니다

내일부터는 양식과 채소에 관심을 기울이겠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집, 따뜻한 봄날 꽃이 핍니다

 

내일부터는 모든 친척들에게 편지를 쓰겠습니다

그들에게 나의 행복을 알리고

그 행복의 번뜩임이 내게 알려준 것들을

모든 이에게 알리겠습니다

 

모든 강줄기 모든 산봉우리들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낯선 이들의 축복도 빌겠습니다

당신의 앞날이 찬란하길 바라고

당신에게 사랑하는 이가 있다면 부부가 되길 바라며

당신이 이 티끌세상에서 행복하길 바랍니다

나는 그저 따뜻한 꽃 피는 봄날 바다를 마주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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