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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제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금희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평점 :
<너무 한낮의 연애>
필용은 한순간, 회사에서 한직으로 좌천된다. 사실상 스스로 그만두라는 압박이었으나,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해서 필용은 그러지 못한다. 영업팀장에서 시설관리팀 직원이 되었고, 점심시간에 누구와 함께 밥을 먹어야 할지 난감해졌다. 그리하여 그는 매일 점심, 굳이 걸어서 종로까지 가서 꿈 많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맥도날드 햄버거를 사먹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점심시간에 반짝 공연하는 연극 포스터를 보게 되고, 어린 날 함께 영어학원에 다니던 양희란 여인을 떠올리게 된다. 같은 과 후배였던 양희는 작가를 꿈꾸고 있었는데, 만약 필용의 예감이 맞다면, 양희는 필용과 달리, 어린 날 꿈을 이룬 모양이었다. 필용은 그리하여 그 연극을 보러 가고, 과연 그곳에는 양희가 있었다. 작가일 뿐 아니라, 배우이기도 한 양희. 그런 양희를 보고 오면서 필용은 생각한다. 지금은 정말 너무나도 더운 한낮이구나, 하고.
과연 필용에게 한낮은 하루의 정오를 가리키는 표현이었을까. 아니면 비록 직장에서 한직으로 좌천은 되었으나, 인생에서는 자신의 시간이 아직 한낮이라는 생각을 했던 걸까.
<누가 내 문을 두드리는가>
과연 나와 ‘h는 어떤 관계인걸까. 나는 h의 아빠뻘 되는 나이인데, 작중 화자 ’나‘가 h에게 느끼는 감정은 부녀간의 사랑은 아닌 듯 보인다. 반대로 h는 그에게 아빠같은 든든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지만. 과연 그 둘은 어떻게 되었을지.
<선릉산책>
감상을 남기려고 첫 문단을 다시 읽고는 깜짝 놀랐다. 첫 문단에서 분명 작가는 ‘두운’이라는 인물이 주인공보다 키는 한 뼘쯤 크지만 몸무게는 60kg 도 안 나갈 것처럼 깡말랐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왜 여태껏 책을 읽으면서 내내 그가 굉장히 키고 크고 뚱뚱한 사람이라고 상상했던 거지. 아무래도 책을 다시 읽으면, 내가 느끼는 감정도 달라지겠구나 싶었다. 단편일수록, 이래서 꼼꼼히 읽어야 하는 구나, 싶고.
주인공은 어느날 선배형에게 부탁을 받는다. 자신이 하고 있는 주말 알바를 하루만 땜빵해달라는 것.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아이를 돌보고 시간당 만원을 받는 일이라는 말에 주인공은 솔깃해지지만, 한편으로는 대체 얼마나 힘들기에 그리 시급을 많이 줄까 의구심을 갖는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주인공은 어느 토요일, 선배의 아르바이트를 대신 해주게 되고, 두운이라는 청년과 함께 선릉공원을 걷는다. 정신지체 장애인인듯한 두운은, 식탐이 많고, 가끔 침을 뱉는 것 외에는 그리 까탈스러운 성격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날 하루는 주인공에게 무척 힘겹고 어려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두운에게는 어땠을까?
함께 걸으며 한두운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습니다. 비밀 이야기나 마음속의 상처 같은 뭐 그렇고 그런 것들 있잖아요. 이 세계엔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너무 적어요(점점 적어져서 나중에 벙어리처럼 될까봐 겁이 납니다). 그들은 너무 쉽게 내 말을 전하고 과장하고 부풀리며 때론 교묘하게 앞뒤를 바꾸기까지 합니다. 원인과 결과는 달라지고 뉘앙스와 온도 같은 것도 모두 달라진 상태로 나는 아주 이상한 화자가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내 말을 이상하게 전했따는 것을 내가 알고, 내가 안다는 것을 그 사람도 아는데, 그러면서도 웃으면서 서로 악수하는 내 삶이 못 쓴 소설의 한 장면 같아서 다 지우거나 꼼꼼하게 수정하고 싶어요. 그러나 한두운씨는 그렇지 않습니다. 묵묵히 듣다가 그렇군, 하는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여줄 겁니다. 아니면 뭐 그런 걸로 신경을 쓰냐는 듯 뚱하게 쳐다보고 말겠죠. (p.134~135, 작가의 말 中)
<알바생 자르기>
어느 회사에 알바생이 한 명 있다. 출산휴가를 가며, 자신의 대체인력으로 그 알바생을 뽑았던 사람은, 정작 육아휴직이 끝나자마자 회사를 그만둬버렸고, 나머지 사람들은 알바생에게 영 무관심하다. 졸지에 알바생의 사수가 되어버린 은영은, 그 알바생이 마뜩찮다. 정직원이 아니고 알바생인 터에, 그녀의 일이 전보다 많이 늘어난 까닭이다. 결국 이런 저런 계산 끝에 그녀는 사장에게 말하여, 알바생을 자르게 된다. 그러나 이 또한 만만치 않다. 무려 3개월치 급여를 지급하였지만, 알바생은 여러 가지 노동법을 들먹였고, 결국 합의금으로(그녀 사비로) 백오십만원을 더 받아내고서야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 평소, 지각을 자주 해도 눈감아주고, 점심시간에 병원에 다녀온다며 조금 일찍 나가 늦게 들어오는 것도 이해해줬던 은영은 알바생의 마지막 모습이 정말 괘씸하고 분했다. 그러나 알바생은 그 돈으로,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했고, 점심시간마다 병원에 다니게 만들었던 발목을 수술해야 했다. 그러고 나니 그 알바생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유럽식 독서법>
벨기에에서 불법체류를 하고 있는 태국인이 주인공인 소설이라니. 게다가 이 소설을 한국인이 썼다니. 주인공은 어느날, 길에서 히치하이킹을 시도하는 한 소녀를 차에 태워주게 되고, 그녀를 가엾게 여겨, 매일 출근길에 그녀를 태워주게 된다. 이로써 그의 불행이 시작되었나니, 이 이야기의 교훈은, 절대 모르는 사람을 함부로 차에 태워주면 안된다는 것이다.
<인터뷰>
작가가 기자와 인터뷰를 한다. 그리고 작가는 실수로, 기자의 카메라를 치는데, 하필 카메라가 기자의 안경을 건드리고, 안경이 깨지면서 기자의 눈에서 피가 나게 된다. 둘은 당황하여 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에 갔고, 거듭 괜찮다는 기자의 말에 작가는 일단 집으로 귀가한다. 그러나 며칠 뒤, 신문에 그는 기자를 폭행하고 병원에도 찾아오지 않은 악당으로 묘사되어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터뷰 기사 중, 진실과 거짓의 분량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새해>
인터뷰와 마찬가지로 이 이야기의 화자인 나도 작가다. 그는 어느 날, 평판이 별로 좋지 않은 동료 작가를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그에게 아기가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다. 누가 이 인간과 결혼하여 아이까지 낳아주었던 말인가.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동료의 말이다. 길에서 아기를 주웠다는 것. 이런 일이 있다니.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동료가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면서, 작가가 그 아기를 잠시 돌봐주게 된다. 과연 그 아기와 작가, 동료는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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