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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일상의 여백 - 마라톤, 고양이 그리고 여행과 책 읽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무라카미 하루키. 그의 에세이를 좋아하면서 소설은 싫다고 하는 사람은 더러 만났지만, 그의 소설을 좋아하면서 에세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여태껏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정작 나는 왠지 처음 접한 것이 그의 에세이가 아니라 소설이어선지 에세이엔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드문 드문 그의 소설만을 감탄사를 섞어가며 읽어대곤 했다. 그런데 어디서 굴러들어왔는지, 헌책으로 보이는 하루키의 에세이가 우리집 책장에 한 권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언니가 누구에게 빌려오던지 한 모양인데(우리 언니가 헌책방에서 책을 사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우므로) 돌려주지 않고 그냥 지니고 있는 걸로 추정된다.
이리저리 읽다가 던져둔 책만 적어도 서너권은 되고, 사놓고 펴보지도 못한 책도 잔뜩인데도 왠지 손이 가지 않아서 두리번 거리다가 이 책을 발견했는데 그만 하루만에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그만큼, 이 책은 쉽게 읽혔고, 흥미진진했고 무엇보다 재밌었다. 게다가 언니가 표시를 해 둔건지, 아니면 책등에 큼지막하게 자신의 이름 도장을 찍어둔 나로써는 알 수 없는 이 책의 주인이 표시를 해둔 건지 책 곳곳에 형광펜이나 볼펜으로 표시된 구절이 있어서 더욱 흥미진진했다. 과연 이 표시를 해둔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하필 이 부분에 밑줄을 그었을까 유추해보는 건 확실히 재미난 일이니까.
육식보다는 채식을, 개보다는 고양이를, 밤늦게 작업하는 것보다는 아침 일찍 일어나 작업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 마라톤과 수영을 좋아하는 사람, 어쩜 좋아. 하루키가 점점 더 좋아지려고 한다. 사진 속 그는 전형적인 동양인 체형에 아저씨일지라도, 이렇게 글을 맛갈나게 잘 쓰고, 영어까지 잘하는 사람이 남편이라면 여러모로 참 편리하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그의 다른 에세이류도 모조리 읽고 싶어졌고, 심지어 다 구입하고 싶어졌다. 슬슬 검색을 해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