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풀리는 작은 여행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걷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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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행을 좋아한다. 물론 여행을 다니지 않고, 그 돈을 모으면 어때? 라는 마음속 소리도 들리고, 가끔 그렇게 충고하는 주변 사람도 있다.

하지만 여행을 갈 때는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어!'라는 시기이기 때문에 당시 여행을 가지 않았다면 그 돈은 분명 견디지 못하고 병난 나에게 병원비로 들어갔을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올해는 여행을 조금 많이 하긴 했다. 그리고 지금 또 새로운 여행을 친구와 공모하고 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읽었다. 역시, 마스마미리는 항상 참 좋다. 옳고 그름을 굳이 따지지 않고, 스스로 그만하면 잘하고 있어, 라고 위로해줘서 마음이 스르륵 풀려버리기 때문이다.

 

+아래 두가지는 꼭 가봐야지!

봉오도리 축제

구시로 습원의 카누투어링

 

서두를 필요는 없다. 내 인생이니까(p.35)

 

 

더 나이가 들어도 이렇게 친구와 1년에 한 번은 호텔에 브런치를 먹으러 다니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만끽했다.

가끔 행복을 일부러 맛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3800엔의 아침식사가 큰 사치는 아니니까(p.45)

 

 

장대하고 아름다운 것에 압도되는 순간.

'굉장하다! 멋지다!'하고 순수하게 감탄하는 마음.

이것은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난 듯한 그리움과 비슷했다.

어른이 되면 저도 모르게 자신의 창문을 아주 조금만 열어놓게 된다.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흠칫거리며.

그래서 가끔은 창문을 활짝 열고 싶어진다. 내 경우, 아름다운 것을 보았을 때 가장 활짝 열리는 것 같다. (p.65)

 

 

살아가면서 많은 실패나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고 고집을 부리기도 하지만 상관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 생각이 변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뭐든 용서하고 언제나 착하게 살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이상적인 나를 추구하면서 그렇지 못한 자신의 한심함에 실망하면 무엇하랴. "해파리 나이트에 같이 갈래?" 하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는 나도 제법 괜찮지 않나? 이런 친구들 소중히 여기며 50대, 60대가 되는 것도 유쾌하지 않을까. 해파리를 보며 생각했다. (p.76)

 

 

아무리 작은 돌멩이라도 반드시 물보라를 일으킨다.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는 것이 아니다. 나도 자그마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살고 있는 걸까?(p.97)

 

 

하지만 대부분 악보를 보면서 심각한 얼굴로 불렀다.

그런 우리를 본 선생이 다른 파트의 멜로디도 들으라고 주의를 주었다.

"자기 파트만 들으면 점점 지도를 벗어나다 숲에서 길을 잃고 말아요."

으음.

그 말은 일상생활에서도 적용 가능할지 모르겠다.

자신의 감정에만 집중하다 보면 한쪽으로 기울어질 때도 있다.

친구와 만나고 영화나 책도 보면서 살아가야 한다.

"어려워서 못 부를 것 같은 부분은 무리하지 말고 쉬세요."

그런 말도 들었다.

"무리해서 부르면 듣는 사람도 불행해집니다."

선생의 말에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

으음. 그나저나 모두 인생론 같다.

너무 무리하면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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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어른 -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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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몹시 좋아했던 적이 있다. 당시에는 일본 여성 작가의 책을 무척 좋아해서, 에쿠니 가오리와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나오는 족족 다 읽어 버리곤 했었다. 나의 가치관에도 알게 모르게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분명.

 

그러다 어느 순간, 이건 아닌데, 싶은 구석이 생겨서 한참 멀리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도서실에서 이 책을 보았다. <우는 어른>. 울지 않는 아이가 자라서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이건 뭐랄까? 나이가 들수록 어째 점점더 눈물이 많아지는 듯한 내 모습 같아서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읽으면서 울기보다는 웃게 되는 순간이 많았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졌고, 커다란 욕조가 있는 집이 갖고 싶어졌고, 매일매일 들를 수 있는 단골가게가 갖고 싶어졌다.

 

남성 친구뿐 아니라, 같은 시대를 산다는 것은 친구가 지녀야 할 최대의 자질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현재를 사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시대를 사는 셈이지만, 내가 말하는 같은 시대의 의미는 훨씬 좁다. 예를 들면, 같이 일을 하면서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거나, '요즘 아저씨'와 '요즘 젊은이'등에 대해 같이 한탄할 수 있다거나, 내가 할머니가 되었을 때에도 같이 살아 있어서 같은 장소에서 나와 함께 세계를 바라볼 수 있다거나.

그것은 부모 자식 사이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사람은, 어린 시절 그렇게 고독한지도 모르겠다.(p.97~98)

 

나는 아직도 이성간에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나에게 이성은 (이성적으로) 좋아하게 되거나, 아니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이성인 사람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대한다. 그런면에서 남자사람친구가 있는 사람들이 가끔은 부럽다.

 

재회는 멋지다. 물론 친구는 양으로 따질 수 없지만, 그래도 많이 있으면 인생이 즐겁다. 설사 두 번 다시 못 만난다 해도, 그들이 어디선가 그들답게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음이 나를 꿋꿋하게 받쳐준다.(p.152)

 

응 맞다. 친구는 확실히 많은 편이 인생이 즐겁다.

 

용기를 공급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책을 읽거나 친구를 만나고, 맛있는 것을 먹는다. 모두 용기가 샘솟는 일이다. 행복한 시간을 많이 가지면 사람은 용감해진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인생에 대한 신뢰, 그것이 없으면 용기도 생기지 않는다. 무언가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것. 그래서 종교가 있는 사람은 용감해지기 쉽다. 부럽다.(p.198)

 

그런가. 종교가 있는 것이 나를 더 용감하게 만들어주는가. 하지만 저 말은 분명 맞다. 행복한 시간이 많으면 용감해진다는 말. 그런 의미에서 나는 앞으로 스스로를 더 많이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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낢부럽지 않은 네팔여행기
서나래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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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여행을 어디로 갈까 이리저리 궁리를 할때, 주로 혼자서 훌쩍 여행을 떠나는 친구에게 다음번 여행은 어디로 갈것인가 물었었다. 친구의 대답은 '네팔'이었다. 그 후 네팔에 지진이 일어나면서 친구의 계획도 미뤄진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리고 나 역시 네팔에 당분간은 가기가 어려워져 버렸지만, 왠지 그 대답을 들은 이후로 나도 네팔에 가볼까, 라고 내내 생각했었다. 그러다 우연히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작가 낢(서나래)은 몇년 전 동료 웹툰 작가들과 몽골에도 여행을 다녀와서 여행기를 연재한적이 있었다. 다행히(?) 몽골은 나도 2번이나 여행을 다녀와서 그 책을 읽으며 여러부분 공감할 수 있었고, 그래서 더 재미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녀가 거닐었다는 그 길을 나도 걸어봤다면 지금 어떤 기분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언제고 네팔에 가게 된다면, 다녀와서 다시한번 읽어보고 싶다.

 

+ 그녀가 만났던 네팔의 그 친구들은 지금 모두 무사할까. 부디 모두 안녕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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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는 생물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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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미리의 책을 읽다보면 왠지 안심이된다. 여자는 꼭 결혼을 해야하고, 엄마가 되어야만 행복해지는 건 아니라고 그녀가 내내 말해주고 있으니까.
만약 지금의 내가 일찌감치 결혼해서 아이가 있었다면 전혀 공감하지 못했을 그녀의 이야기에 무척 공감하는 지금의 내 삶이 조금 많이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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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었던 걸 까맣게 잊어버리고, 2017년 1월에 다시 읽었다. 
역시나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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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울음소리 그칠 무렵 : 바닷마을 다이어리 1 바닷마을 다이어리 1
요시다 아키미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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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여름휴가를 보낸 제주도의 게스트하우스에는 책이 무척 많았다. 나는 그 당시 다른 책을 읽었는데, 친구는 매일 저녁 이 책을 읽었다. 무슨 내용이냐고 물으니 친구의 말은,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만난 배다른 네 자매가 함께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답했고, 그 말에 별 흥미를 못 느낀 나는 '그래?'라고 말하곤 잊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전 내가 너무나 애정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이 바로 이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이 책의 내용이 궁금해져 버렸다.

 

처음 친구의 말을 듣고는 4명이 모두 엄마가 다른 건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고. 3자매가 살던 집에 이복여동생이 함께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단순한 내용같지만 그 안에 굉장히 심오한 철학(?) 같은 것이 담겨있어서, 이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은 누구 한사람 착하다고도, 나쁘다고도 말하기가 힘들다.

 

물론 선정적인 단어를 갖다 붙인다면, 원조교제, 불륜 등으로 말할 수도 있겠고, 그렇게 포장하는 순간 이 만화는 전형적인 '일본스러운 작품'이 되고 만다. 나도 개인적으로 배우자가 있는 사람과의 만남이나 성인과 고등학생의 교제에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축에 속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과연 우리 중 그 누가 그 들에게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성경에 보면 간음한 여인을 돌로 쳐 죽이려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이 '너희 중 죄 없는 자가 저 여인을 돌로 치라'고 말씀하시고, 그러자 아무도 돌을 던지지 못하고 모두 돌아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문득 그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4번째 권에서 스즈에게 후타가 '난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라고 말할 때는 진심으로 감동을 받아 그만 울고 말았다. 마치 내가 스즈가 되어 그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또한 이 책에는 마음을, 몸을 다친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들마다 하나같이 말한다. '자살은 나쁜 것이라고. 난 절대 죽지 않을 거라고'

그들의 메시지 또한 내게 강하게 남았다.

 

절대 만화라고 얕볼 수 없는 귀중한 메시지가 가득 담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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