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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울음소리 그칠 무렵 : 바닷마을 다이어리 1 ㅣ 바닷마을 다이어리 1
요시다 아키미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여름휴가를 보낸 제주도의 게스트하우스에는 책이 무척 많았다. 나는 그 당시 다른 책을 읽었는데, 친구는 매일 저녁 이 책을 읽었다. 무슨 내용이냐고 물으니 친구의 말은,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만난 배다른 네 자매가 함께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답했고, 그 말에 별 흥미를 못 느낀 나는 '그래?'라고 말하곤 잊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전 내가 너무나 애정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이 바로 이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이 책의 내용이 궁금해져 버렸다.
처음 친구의 말을 듣고는 4명이 모두 엄마가 다른 건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고. 3자매가 살던 집에 이복여동생이 함께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단순한 내용같지만 그 안에 굉장히 심오한 철학(?) 같은 것이 담겨있어서, 이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은 누구 한사람 착하다고도, 나쁘다고도 말하기가 힘들다.
물론 선정적인 단어를 갖다 붙인다면, 원조교제, 불륜 등으로 말할 수도 있겠고, 그렇게 포장하는 순간 이 만화는 전형적인 '일본스러운 작품'이 되고 만다. 나도 개인적으로 배우자가 있는 사람과의 만남이나 성인과 고등학생의 교제에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축에 속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과연 우리 중 그 누가 그 들에게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성경에 보면 간음한 여인을 돌로 쳐 죽이려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이 '너희 중 죄 없는 자가 저 여인을 돌로 치라'고 말씀하시고, 그러자 아무도 돌을 던지지 못하고 모두 돌아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문득 그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4번째 권에서 스즈에게 후타가 '난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라고 말할 때는 진심으로 감동을 받아 그만 울고 말았다. 마치 내가 스즈가 되어 그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또한 이 책에는 마음을, 몸을 다친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들마다 하나같이 말한다. '자살은 나쁜 것이라고. 난 절대 죽지 않을 거라고'
그들의 메시지 또한 내게 강하게 남았다.
절대 만화라고 얕볼 수 없는 귀중한 메시지가 가득 담긴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