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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여자 + 아빠라는 남자 세트 - 전2권
마스다 미리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마스다 미리가 이렇게 멋진 일러스트레이터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따뜻한 엄마의 영향, 그리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아빠의 영향이 매우 크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비록 중학교밖에 못 나왔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건축기사 자격증을 따고 한평생 올곧게 가족들을 위해 현장에서 일했던 아빠. 그는 술도 마시지 않고(담배에 대한 언급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자신을 위해서는 매우 인색하면서 평생 두 딸을 잘 키워왔다. 미대에 가겠다고 했을 때도, 도쿄에 가겠다고 했을 때도 그저 묵묵히 뒤에서 응원해 주었을 뿐. 게다가 30대 중반이 넘도록 딸이 결혼도 안하고 있으나 그걸로 걱정하지도, 구박하지도 않는다. 여전히 딸이 고향집에 내려오면 함께 경마장도 가고, 게임방도 간다. 밖에서 친구들이나 회사사람들과 외식을 했던 장소가 맛있으면, 꼭 기억해뒀다가 식구들과 함께 다시 가길 좋아한다.(문제는 그런 집들이 마스다 미리의 입맛에는 별로라는데 있지만.)
마스다 미리는 내내 '아빠 같은 사람이랑은 결혼하지 않을 거야'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은 마스다 미리도 배우자감으로는 몰라도, 아빠로는 아마, 자신의 아빠를 퍽 좋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마음이 내내 느껴졌다.
여전히 소녀 같은 마스다 미리의 엄마는, 뭐든 누가 선물을 해주면 매우 기쁘게 받는다. 그래서 집안 인테리어는 어떻게 보면 엉망진창이다. 남들이 선물해준 것은 우유팩을 재활용한 꽃병까지도 소중히 간직하니까. 외할머니가 편찮으시자 집으로 모시고 와서 돌아가실 때까지 오랜 세월 묵묵히 간병을 했던 면모도 간직하고 있으며, 어린 날의 마스다미리가 학교에서 쉬를 해서 젖은 속옷을 들고 오면, '어머나, 선물을 갖고 왔구나. 고마워'라고 대답해주었다고 하니. 얼마나 자상하고 친절한지. 나 같으면 "학교에 가서도 여전히 바지에 오줌을 싸면 어떻게?!" 라고 혼냈을 텐데 말이다.
아마도 도쿄로 삶의 터전을 옮긴 마스다 미리가 여전히 고향집에 수시로 드나들고, 엄마랑 단둘이 여행을 자주 가는 이유는, 이렇게 따뜻한 엄마 아빠의 품이 그리워서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