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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부처의 말 - 2500년 동안 사랑받은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박재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5월
평점 :
이 책을 구매한 독자들의 대부분은 아마도 책의 내용보다는 ‘장원영’을 보고 구매했을 것이다. 그만큼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유명 연예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책 전문가가 아닌 어린 연예인의 책 추천 한마디에 베스트셀러 순위가 좌지우지 된다.
이 연예인의 그간의 노력을 평가절하 하는 것은 아니다. 연예 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최고가 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무결점 미녀로서 각종 악플을 의연히 견뎌내고 정상의 자리에 오른 그녀의 노력은 존경받아 마땅하다(그녀의 ‘우아하고 격조 있는’ 어휘 구사력도 독서 덕분이라고 한다). 다만 연예계에서 이룬 그녀의 영향력이 그와 전혀 다른 분야인 ‘책’으로 그대로 옮겨온다는 데 문제가 있다.
책은 엄연히 각자의 가치관을 중심으로 개인적 사색과 고독을 통해 판단해야 하는 다소 사적인 영역이다. 다시 말해, 어떤 책을 읽을지는 각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선택해야 하는 문제이며, 따라서 모든 사람이 서로 다른 책을 읽는 것이 마땅하다(‘베스트셀러’라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잘 모른다. 세상에 책이 너무 많고, ‘좋은 얘기들’도 일정한 방향성이 없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내릴 수 있는 선택이라고는 많은 사람들이 읽는 책, 유명인이 좋다고 하는 책을 들여다보는 일뿐인지 모른다.
부처님 말씀이 어디 틀린 것이 있겠는가. 이 책에 실린 부처님 말씀도 마음의 위안을 주는, 모두 다 좋은 내용이다. 이 책으로 진정한 마음의 평안을 얻는 독자라면 그것으로 괜찮다. 다만, 누구나 아는 내용이라 좀 더 구체적인 삶의 조언과 방법을 찾는 독자라면 도덕군자 같은 평범한 책의 내용이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그런 독자들에게는 다음의 책을 추천한다. <불교는 왜 진실인가>, <조셉 골드스타인의 통찰 명상> 등).
어쩌면 독자들은 이 ‘책’을 소비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장원영’을 소비하고 싶은지 모른다(한강의 책을 읽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녀가 수상한 ‘노벨문학상’을 소비하고 싶은 것과 같다). 장원영이 읽은 책을 통해 그녀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보고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욕망이다.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거기에는 ‘자기 삶을 잘 살고 싶은 욕구’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람직한 욕구이지만, 자기 삶을 잘 살고 싶은 근원적 욕구를 앞에 놓고, 스스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선택해야 함에도 쉽게 눈에 띄는 손쉬운 선택을 내린다는 데 문제가 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책보다, 자기 가치관에 굳건히 서서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그런 독자들이 많아지면 베스트셀러 목록 자체가 없어질 것이다).
(본 리뷰는 구매 리뷰임: 2025년 1월 부산 영광도서에서 "충동" 구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