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이 내 마음대로 - 2,700명의 죽음을 지켜본 호스피스 의사,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깨달은 행복을 말하다!
히라노 구니요시 지음, 구수영 옮김 / 비아북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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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0명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본 호스피스 의사의 확신에 가까운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믿을 만한 확신이지 않을까? 

첫째는 자택 등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임종의 순간을 맞이하는 것이 당사자에게 무엇보다 행복하다는 점, 둘째는 불필요한 연명 조치는 결코 환자의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 


그럼, 우리가(필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할 우리 모두가) 죽음에 이르기 전 내려야 할 선택은 자명하지 않은가. 첫째, 자택 등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죽음을 맞을 것. 둘째, 불필요한 연명 조치는 하지 않을 것. 


이 책은 무엇보다 죽음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생의 마지막 시기에 "제멋대로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다만 "올바른 제멋대로"여야 한다. 올바른 제멋대로란 무엇인가? 저자에 따르면 출발점이 자기 자신인 제멋대로다. 다시 말해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나는 어떻게 지내고 싶은가"를 중심으로 하는 제멋대로를 말한다. 막무가내로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은 "올바른 제멋대로"가 아니다. 


이 책에는 멋지게 생의 마지막을 올바르게 제멋대로 살다 간 이들의 이야기가 다수 실려 있다. 이 이야기들이 소설보다 재미 있고 영화보다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이유는 아마도 모두가 "사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앞에는 어떤 수식어도 필요하지 않다. 사실 그 자체가 가진 진실성과 담대함이 우리를 숙연케 한다. 사실 앞에서 우리는 입을 다물고 그저 바라보는 수밖에 없다. 


저자는 죽음이라는 마지막 순간을 같이 달리는 환자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그러면서 인생 마지막 순간 환자들이 가르쳐준 많은 메시지를 자신이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 메시지는 간단히 말해, "생의 마지막에 이르러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환자들의 마지막 순간을 떠나보내는 것을 업으로 하고 있지만, 자신이 실제로 마주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죽음"이 아니라 "삶"이라고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임종을 맞는 순간까지 환자들은 모두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문 진료 의사 일을 하면서 가장 두근거릴 때는 인생 대선배들의 '올바르게 제멋대로' 구는 모습을 만났을 때라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생 말년이 되면 '미래'가 없다. 그렇기에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롭다"고 한다. 미래가 없는 상황에 놓임으로써 사회적 의무에서 벗어나 인생 처음으로 자기 마음가는 대로, 제멋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얻는다는 것이다. 훗날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인간의 마음은 한없이 강하다고 한다. 이제껏 생각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이다. 


그리고 간병 문제에 있어 간병인의 간병 기술은 환자에게 둘째 문제라고 한다. 애정의 강한 인연으로 엮인 상대가(법적 가족이든 아니든) 곁에 있어주는 것이 가장 마음 든든한 일이라고 한다. 실제로 임종 시 간병을 담당하는 이가 가족이 아닌 지인인 경우가 상당하다고 하니 나로서는 뜻밖이었다.


저자는 또 필연코 다가올 자신의 죽음도 이렇게 상상한다. (저자의 자리에 '나'를 대입하며 읽었다) 126쪽: "나는 상상한다. 나이가 들고 의식이 없는 나에게 별 고민 없이 위루술이 이루어지고, 아무도 나를 모르는 병원에서 누구도 나에게 흥미를 갖지 않으며, 매일 아침저녁으로 영양분 튜브가 내게 연결되어 있는 모습을. 새해 첫날이 밝은 것도, 밖에 벚꽃이 핀 것도 알지 못한 채 나이만 쌓여가는 모습을." 정말 우리는 이렇게 생의 최후를 맞고 싶을까. 아닐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맨 처음에 적은, 저자의 확신 두 가지를 다시 떠올리자. 첫째, 죽고 싶은 장소에서 최후를 맞을 것. 둘째, 불필요한 연명처치는 하지 않을 것. 그것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필요한 것이 있다면 준비를 해나가자. 


또 하나,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앞으로는 "혈연에게 간병을 부탁할 수 없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핵가족화가 진행되어 누구에게나 고령 독거의 가능성이 생겨, 임종 환자의 간병을 하는 사람이 배우자나 자식 등 가족에 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은 당신의 가족이 아닌 누군가가 당신의 임종 간병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본 적 있는가? 저자에 따르면 당사자 사이의 강한 인연이 있다면 혈연관계가 아닌 누군가가 남은 삶이 많지 않은 환자를 보살피는 일이 딱히 문제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중요한 것은 핏줄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과 관심으로 맺어진 당사자(임종 환자와 간병인) 사이의 강한 인연이다. 그런 인연을 우리는 살면서 만들어두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임종 간병을 목적으로 인연을 만들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생을 잘 살았다면 그런 인연은 필연코 맺어졌을 것이다(물론, 그런 인연이 없다고 해서 삶을 잘못 살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또 저자는 죽음에 다가가는 누구에게든, 보통의 의사라면 하지 않을 말을 한다고 한다. 즉, 술을 그만 마시라거나 담배를 줄이라고 하지 않는다. 왜?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이제 와서 좋아하는 일을 그만두고 수년이든 수개월이든 수명을 늘린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는 이유다. 먹고 싶은 것을 먹고, 하고 싶은 일은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리고 저자는 사람은 원래 '자연스러운 상태로 죽고 싶은' 생물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다양한 소생 처치와 연명 처치가 오히려 편안한 죽음의 순간을 방해할 가능성마저 있다고 한다. 또 입주금 10억원의 최고급 양로원(실버타운)에 들어가도 간병의 내용은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고 하면서 생의 마지막 거처를 돈으로 사지 말라고 한다. 인생 최후의 거주지를 돈으로 찾을 수는 있지만, 그 장소가 마음 편한지는 결코 돈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말로 마음 편한 장소란 돈만으로 손에 넣을 수 없다. 그렇다. 죽음에 이르러서까지 우리는 돈을 쥐고 갈 것인가. 죽음에 이르러서만은, 평생 움켜쥐던 돈에서 좀 자유로우면 안 될까. 죽어서까지 돈을 가지고 갈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면서 저자는 '폴라리스'라는 고령자 대상 주택을 소개한다. 매뉴얼이나 규칙으로 입주자를 속박하지 않으며, 청소나 식사 뒷정리 등은 입주자들이 함께 자주적으로 한다고 한다. 입주자 자신이 마음 편한 장소를 만들어 나가는 곳이라고 한다. 이곳을 세운 오카다 씨는 입주자 한 명, 한 명과 대화하며 각자의 취향과 문제를 듣고, 느긋한 운영 형태를 취하면서도 제대로 개별 대응을 해준다고 한다. 자신도 입주자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많은 시간을 입주자와 함께 지낸다고 한다. 입주자의 오물로 가득 찬 화장실에 스스로 손을 쑤셔 넣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처럼, 정말로 마음 편한 마지막 거처는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다고 한다. 


현재, 저자와 같은 방문 진료 의사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볼 때 앞으로 집에서 죽는 것은 결코 상상 속 그림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의료가 더 유연해지고 우리의 사고방식이 달라지면서 자신의 죽음 장소를 선택할 수 있는 날은 머지 않은 장래에 실현될 것이라고 한다. 


결론으로, 저자는 방문 진료 의사로서 수많은 환자의 죽음을 보면서 죽음은 회피할 수 없는 것임을 깨달았고, 나아가 자연스러운 흐름이자 섭리라는 당연한 사실을 뒤늦게 배웠다고 한다. 그리고 환자의 익숙한 자택에서 그들을 간병했을 때 오히려 행복감이나 성취감 같은 신기한 감각에 휩싸였다고 한다. 앞으로는 자택에서 마무리를 맞이하는 것, 가족을 자택에서 간병하는 것이 전보다 더 많이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책을 읽으며, 죽음을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좀더 실감 있게 느낄 수 있었고, 막연한 죽음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질병과 죽음에 나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떠올려보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나이가 들면서 병과 죽음은 우리의 현실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책이었다.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오타: 

41쪽 위에서 둘째 줄: 두 사람이 -> 두 사람의 

63쪽 위에서 다섯째 줄: 산호 -> 산소

71쪽: 그런 연구들도 -> 그런 연구자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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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 -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풀어야 할 본질적인 숙제
기시미 이치로 지음, 박진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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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이 내 마음대로>를 쓴 일본의 호스피스 의사 히라노 구니요시는 앞으로를 "간병의 시대"로 명명했다. 아니나다를까 초고령사회가 급격히 진행되는 요즘, 시내 어딜 가나 요양병원이나 주간보호센터가 쉽게 눈에 들어온다. 앞으로는 정말로 노인의 시대, 요양의 시대, 간병의 시대가 될 것이다. 그만큼 이 문제를 중심으로 엄청난 사회적 자원과 인력이 투입될 것이고, 급변하는 간병 환경에 필요한 다양한 논의들이 터져나올 테다. 


나 개인적으로는 지난 1년 사이 가족 차원에서 많은 일을 겪었다. 한 살 위의 누나가 약물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나는 아이 하나를 둔 채 결혼 생활을 정리했으며, 오랜 당뇨를 앓던 노모는 외과 수술 후 더딘 회복에 더욱 기력이 처지고 또렷하지 않은 정신 상태를 보이고 있다(치매 우려). 게다가 그나마 건강하던 80대 중반의 아버지는 기존의 청력 상실에 더해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전전하고 있다. 이 모든 일이 지난 1년 사이에 일어났으니 가족 관계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고 할 만하다. 


책의 부제가 가리키듯이 병약한 부모님을 간병하는 문제는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풀어야 할 본질적인 숙제"일 것이다. 닥치기 전에는 와닿지 않는다. 그러나 막상 닥치면 눈앞의 현실이 된다. 그렇게 된 이유와 과정을 따질 겨를이 없다. 생활 패턴에 당장 변화가 생기고, 해야 할 일들이 바로 들이닥친다.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고 둘러보고 고민하고 실행하지 않을 수 없다. 


부모의 질병과 간병 문제를 회피하는(혹은 운좋게(?) 피해가는) 자식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자식들은 하루가 다르게 노쇠하는 부모님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집어든 이유도 그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특히 내가 좋아하는 아들러 철학을 쉽게 안내하는 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병약한 부모님의 간병 문제를 어떻게 다루었을까 궁금했다.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한 책과의 만남은 독자로 하여금 눈에 불을 켜고 책을 읽게 한다. 명확한 문제의식으로 책을 읽으면 더 빨리 읽을 뿐 아니라 독서로 얻는 것도 훨씬 많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자리에 '나'를 대입하며 읽었다. "아~ 저자는 이럴 때 이렇게 했구나, 나라도 그렇게 했을까? 어라? 이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인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그래, 저자의 말을 듣고 보니 확실히 그게 더 현명하고 유익한 처사군." 이런 깨달음을 주는 책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부모에 대한 저자의 사랑이 곳곳에 묻어남을 느꼈다. 뇌경색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와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오랜 기간 간병한 저자는 의무적인 효도라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부모의 모습을, 동등한 한 인간(친구)으로 바라보는 성숙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책에서 얻은 핵심 메시지를 몇 가지 정리해 보았다. 


1) 병약한 부모의 완전한 회복을 목표로 삼지 않기. 

연로한 부모가 예전의 건강 상태로 완전 회복하기란 사실 불가능하며(자연의 섭리에 어긋나는 일이다), 그것을 목표로 삼으면 간병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더욱 힘들어진다. 현실적인 목표를 잡자. 부모님의 현재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2) 행복의 한계 인정하기.

자식이 부모를, 부모가 자식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깨달음. 궁극적으로 각자의 행복은 각자가 책임지는 것. 누가 누구를 행복하게 해준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부모를 행복하게 해드리는 노력을 방치하라는 뜻이 아니라, 사람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궁극적인 행복은 각자 스스로의 책임일 수 밖에 없다는 엄연하고도 겸손한 진실 앞에 서자는 요청.  


p.124"아버지를 간병하면서, 저는 자식이 부모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도 사람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줄 수도, 누군가에 의해 행복해질 수도 없습니다. 아이를 키울 때 부모는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려고 합니다. 하지만 부모는 아이를 행복하게 해줄 수가 없습니다. 아이의 행복을 원하는 것이 틀렸다는 말이 아닙니다. 아이는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p.125: "내가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줄 수는 없습니다. 물론 부모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부모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의미이지요." 


3) 부모의 지금 모습 그대로에서 언제나 다시 시작하기. 

부모가 치매에 걸려 엉뚱한 소리를 하고 속이 상하더라도 지금 모습 그대로에서 언제나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깨달음. 


87쪽: 만약 아내가(부모가) 나를 잊어버리면 그 시점에서 다시 새롭게 시작하면 됩니다. 매일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나가면 됩니다. 어제부터 시작된 관계를 오늘로 이어나가는 것이라 생각지 말고, 오늘부터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4) 부모 간병은 '부모를 위해 내가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관점 갖기. 

나 역시 부모 간병을 "즐길" 수 있으면 된다. 쉽게 말해서 내가 좋아서, 나를 위해서 한다는 관점을 갖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말처럼 쉽지 않고 상당한 상상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잘 살펴보면 부모 간병이 반드시 나의 "백퍼센트 희생"인 것만은 아니다. 가령, 부모 간병을 하는 중에 지금껏 몰랐던 삶의 진실에 눈뜰 수도 있고, 노인들과 병약한 이들을 가까이 보게 되면서 전에 알지 못하던 것들을 알게 되는 수도 있다. 또 지금까지의 나의 생활 패턴을 돌아보고 전체적인 삶의 이정표를 다시 잡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p.126: "벚꽃 피는 계절에 벚꽃 구경을 시켜드리려고 부모님을 모시고 외출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벚꽃이 보고 싶어서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 꽃놀이를 부모님을 위해서 간 것이 아니라 부모님도 같이 가서 즐긴 것이라고 생각하면, 혹여 부모님이 나중에 꽃놀이 간 사실을 잊어버렸다 하더라도 그 일로 낙담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5) 부모의 존재 자체에 고마움을 갖기.

병약한 노부모들이면 누구나 하는 말 "어서 죽어야지.. 쓸데없이 오래 살면 자식들 고생시키는 거야." 이런 말을 듣는 자식들은 속이 어떨까. "아니에요, 아버지(어머니). 살아 계셔 주시는 것만으로 저희에게 얼마나 큰 마음의 위안이 되는지 몰라요." 이렇게 말하고 싶지만 언뜻 입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이에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216쪽: "나이 든 부모님은 당신이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자신을 ㅇ맇고, 자신에게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나 같은 건 없는 편이 낫지'라며 괴로워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가족 안에서 당신들의 자리가 없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런 부모님에게 ... 존재 그 자체에 '고맙다'고 해줌으로써 부모님의 존재가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음을 안식시켜주어야 합니다." 


6) 늙고 병들어가는 부모님을 간호한다는 것은, 앞으로 필연적으로 다가올 "나의" 병듦과 죽음에 대한 예행연습이라는 관점. 

나 역시 앞으로 필연적으로 늙고 병들어 죽어갈 것이다. 부모의 늙음, 병듦, 죽음을 지켜보는 일은 이에 대한 실전 예행연습이다. 내가 어떻게 늙고 병들고 죽어갈 것인가에 관하여 이보다 더 도움이 되는 현장실습이 또 있을까. 잘 지켜보면서 배울 것은 배워가며 그렇게 인생을 마무리해야 한다. 


스티브 잡스가 말했던가. 죽음은 인생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죽음이 없다면 우리는 얼마나 오만할 것인가, 죽음이 없다면 우리는 얼마나 욕심에 똘똘 뭉칠 것인가, 죽음이 없다면 우리는 얼마나 어리석을 것인가. 고맙다, 죽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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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 마음의 위기를 다스리는 철학 수업 마흔에 읽는 서양 고전
강용수 지음 / 유노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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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랐다.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라는 사실에. 베스트셀러는 많은 사람이 좋게 읽은 책이 아닌가. 그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좋게 읽었다는 사실에 나는 무척이나 놀랐다. 대체 이 책이 어떠하길래 나는 그렇게 말하는가. 


우선 지리멸렬한 논리, 어울리지 않는 어휘 선택, 동어 반복, 실체 없는 허사의 남용, 설득력 없는 억지 주장 등이다. 저자에겐 죄송하지만, 한마디로 중학생이 쓴 책으로 읽혔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본다. 


86쪽, 모든 현자를 기다리는 운명은 죽음이기 때문에 죽음의 유혹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 타당한 인과관계인가?

105쪽, 항상 긍정적인 기분으로 살면서 늘 웃는 얼굴을 가져야 할 것이다. -> 유치하고 뻔한 권고

137쪽, 탁월한 작품을 얻기 위해 타인의 인식에 신경 쓰지 않고 연구의 직접 목적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얻는 자만이 새롭고 위대한 통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무슨 말인가?

146쪽, 상대방에게 프러포즈를 해서 차이는 경우는 ... 집안의 대가 끊길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상처가 된다. -> 상대에게 차이는 것이 집안의 큰 상처라고? 네, 알겠습니다~

154쪽, 이성을 사귈 때 재산이나 학력을 포함한 배경은 부차적이다. 그 사람이 본래 갖고 있는 외모와 같은 신체적인 특성이나 성격과 같은 장점이 더 고려되는 것이다. -> 정말? 우리는 결혼 시에 재산, 학력을 신체 특성이나 성격만큼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는가?

159쪽, 그때나 지금이나 홀로 사는 사람의 마지막에는 행복하지 않은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 홀로 사는 사람의 마지막에는 행복하지 않은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과도한 일반화

161쪽, 사랑과 연애, 결혼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잠시라도 행복했다면 충분하다. -> 초라하고 빈약한 결론

164쪽, 그러나 여성은 외모를 중요하게 보는 남성과 달리, 이성이 가진 내면의 장점을 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성실, 친절, 배려 등을 더 고려한다. -> 정말? 여성은 결혼할 때 남성이 가진 경제적 능력을 꽤 많이 고려하는 것으로 안다. 

168쪽, 가끔 연애할 때 주고받았던 편지나 문자를 보면서 연애할 때를 기억하는 것도 상대방의 소중함을 다시 확인하는 방법일 것이다. -> 용두사미의 결론

183쪽, 우리도 혼자의 힘으로 잘 살 줄 알아야 한다. -> '잘 산다'는 것에 대한 설명이 없는 유치한 당위.

204쪽, 세상의 모든 일이 1년 이상의 계획에 따라 진행되다 보니 -> 세상의 모든 일이 1년 이상의 계획에 따라 진행된다고? 

206쪽, 각자 개성이 다르기 때문에 인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단계의 존재인 셈이다. -> 각자 개성이 다르면 가장 높은 단계인가? 


무엇보다 책의 제목으로 내세운 '마흔'도, '쇼펜하우어'도 애매모호하게 가려져 그 고유한 특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나는 이 책에서 마흔의 뚜렷한 정체성이나 쇼펜하우어 고유의 철학자적 특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마흔도, 쇼펜하우어도 그저 저자의 경박한 주장과 논리 전개에 곁다리 소재로 이용될 뿐이다. 


그리고 내가 구입한 책은 65쇄인데 아래와 같은 오자, 탈자가 아직도 남아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랐다. 

 

76쪽, 지능은 생존을 위한 도구로써 -> 도구로서

86쪽, 벗어나려는 시도인 자살이 얼핏 -> 자살은 

96쪽, 좌절됐기 때문이고 -> 때문이라고 

107쪽, 살인죄를 사면하고 그를 신이 살고 있는 올림포스 산으로 그를 초대했는데, -> '그를' 중복

114쪽, 음악의 형이상적 가치를 -> 형이상학적

128쪽, 우리의 행복이 -> 우리의 행복은 

135쪽, 이해하는 글로써 -> 글로서 

136쪽, 이해할 수 있게 표현한 것만큼 -> 표현하는 것만큼

159쪽, 이미 정신을 잃을 -> 잃은 

163쪽, 지금 무리가 -> 지금 우리가 

168쪽, 비록 결혼을 하면 -> 그러나(그런데) 결혼을 하면 

175쪽, 불견상견절치(한자 '견' 자를 중국 간체자로 쓴 이유?) 

176쪽, "우리의 모든 불행은 혼자 있을 수 없는 데서 생긴다." 

-> 쇼펜하우어가 아닌 파스칼의 말이 아닌지?(“All of human unhappiness comes from one single thing: not knowing how to remain at rest in a room.” ― Blaise Pascal)

177쪽, 부자로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외적인 부를 통해 내적인 부를 대신하려고 노력한다. -> '외적인'과 '내적인'이 바뀐 것 아닌지? 

202쪽, 현재만이 진실하고 현실적이고 확실한 것을 -> 확실하다는 것을 

205쪽, 워크홀릭 -> 워커홀릭

207쪽, 우리나라는 회사나 집이나 230볼트로 어디나 똑같다. -> 220볼트 아닌가?

210쪽, 나중에 자신에 어떤 사람인지 -> 자신이 

223쪽, 많은 사람은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 많은 사람이 

224쪽, 자신이 원래 갖고 자산에 대해 -> 갖고 있는 자산에 대해


그리고 보통은 '한다'로 표현하는 것을 '된다'로 표현하는 부분이 많아 꽤 거슬렸다. 

59쪽, 원인을 먼저 없애야 된다.

105쪽, 운동을 통해 건강을 챙겨야 된다. 

133쪽, 독서를 해야 된다. 

180쪽, 그것을 견디는 법을 배워야 된다. 

212쪽, 개성이 뚜렷한 삶을 살아야 된다. 

226쪽, 허영심을 없애야 된다. 


이 리뷰가 책과 저자, 출판사에 대한 비방으로 읽히지 않기를 바란다. 그저 책에 대한 좀더 정당한 평가가 이뤄지길 바라는 어느 독자의 솔직한 서평으로 읽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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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 2024-03-27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최근에 제목만 보고 저자의 강연에 갔다가 마치 중학생 수준의 지식과 시종일관 버벅거리며 주제와 무관한 책장사나 하고 대학교수가 맞나 싶을 정도의 저급한 presentation skill을 보고 충격을 받았지요. 강연내내 본인의 나이와 노안과 인세와 세금과 영화 조연 이야기를 주제와 무관하게 수십번 되풀이하여 어이가 없었지요. 오는 길에 서점에 들러 책을 훑어봤더니 쇼펜하우어에 관한 성찰이 전무한 짜집기 수준의 책이더군요. 누가 이런 책을 소개하고 광고하나요? 이런 부류의 저급한 작가들은 퇴출되어야 마땅합니다.
 
나의 수행일지 - 수행으로 차오른 삶의 성찰
박지윤 지음 / 무량수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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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보고 싶은데 책이 너무 비싸네요.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하려 해도 올해 도서신청 예산은 모두 소진되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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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우크라이나 - 역사 속 러시아와 갈등으로 보는 우크라이나 전쟁
김병호 지음 / 마음친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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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 변하는 우크라이나 상황... 이 책으로 문제의 가지가 아닌 문제의 뿌리에 닿고 싶어 읽어보려 한다. 우크라이나는 왜 그토록 러시아에서 벗어나려 하는가.. 거기에는 역사적 연원이 있다.. 책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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