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이가 된 스탠리 시공주니어 문고 1단계 11
제프 브라운 글, 토미 웅게러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경고 ! 
기가 막혀, 어떻게 사람이 납작해진 채로 살 수가 있담? <- 요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절대 읽지 말 것.

스탠리 시리즈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납작이가 되고 투명인간이 되고 요술램프의 힘으로 하늘도 날아다닌다.
그러나 그저 상상력 풍부한 이야기라고만 여기기엔 아까운 무엇이 있다.
일단 재미있고, 이단은 재치가 있고, 삼단은 슬쩍슬쩍 하고 싶은 말을 끼워 넣은 작가가 매력있다.
다음과 같은 구절을 보라.

"제일 신경이 쓰이는 것은 다른 아이들이에요. 제가 다르게 생겼기 때문에 이젠 다들 저를 싫어해요. 보시다시피 전 납작하잖아요."
램촙 부인은 아들을 위로했습니다.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쪽은 그 아이들이란다. 생김새 때문에 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잘못이야.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 종교나 피부색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을 좋다싫다하는 것은 정말 옳지 못하단다."
스탠리가 대답했습니다.
"저도 그건 알아요. 하긴 사람들이 서로 좋아하기만 할 수는 없겠죠."
램촙 부인이 대답했습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좋아하려고 노력할 순 있잖니?"

아들의 무지막지(!)한 변화에 놀라긴 하지만 대범하게 대처하는 부모의 자세도 눈여겨 볼 만하다.
우유를 쏟았다고, 똥을 쌌다고, 생떼를 쓴다고 아이를 혼내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질 차례다. 음음...
'사건'이 해결되면 늘 따뜻한 코코아로 건배를 하며 축하하는 스탠리 가족의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늘 무대 구석에 박혀있기 일쑤인 동생이 사건 해결사가 된다는 것도 즐겁다. 언제나 형에게만 일어나는 이상한 일에 질투를 느끼면서도 원래의 모습대로 돌려놓는 역할을 맡은 동생, 배려가 엿보이지 않는가.

(책이 얇긴 하지만 그래도 책값이 너무 싸다. 할인한 가격을 보라. 켁. 소비자는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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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여왕이 될까요?
토마스 F. 에제르스키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대교출판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여자아이 셋, 일단 그림책에서 보기 드문 가족 구성이 아닐까?
형제나 자매, 남매 둘인 경우가 아마 가장 많을 것이다.
아이들이 티격태격 싸우는 일상을 잘 표현했다. 아이들의 심리 또한 간단하지만 정확하게 보여진다.
셋 중 최고이고 싶은 마음, 서로에 대한 질투심, 자기 과시욕, 이런 것들 때문에 싸우느라 엄마의 생일을 망쳐버린 아이들, 저희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는 모습이 기특하다. 
아이들이 자주 속을 썩이지만 이렇게 한 번씩 이쁜 짓(?)을 하는 걸 보며 행복을 느끼는 것이 부모인데, 그런 부모의(여기서는 주로 엄마의) 심정도 잘 느껴진다.
마침 나는 둘째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어서 아이와 함께 이 책을 보며 동생에 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 셋이 한 방을 쓰며 각자 다른 놀이를 하고 있는 개성 강한 아이들 그림을 보면서 동생이 태어나면 너도 이렇게 동생과 한 방을 쓸 거라고, 소리를 지르며 싸우는 그림을 보면서는 어, 싸우네? 라고 말해서 "싸우면 안 돼~~"라는 대답을 끌어내고(이거 너무 교훈 주입인 듯..ㅠㅠ), 그런 식으로. 후후.
끝부분에 아빠가 바지를 입는 뒷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흰 줄무늬 빨간 팬티가 보이는 그 엉거주춤이 (사실적이라) 눈길을 끈다.

"엄마는 우리를 하나하나 꼬옥 안아 주며,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기뻐했어요. 오늘이 엄마 생일은 아니지만, 뭐 어때요? 엄마가 우리 때문에 웃었다는 것이 중요하죠."

그래, 웃는 것, 그게 행복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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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기차
이지현 지음, 박철민 그림 / 예림당 / 2001년 12월
평점 :
품절


5학년 여자아이의 엄마 찾아가는 길, 사실 깨놓고 말하자면 그리 신선한 소재도 아니다.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어린이책이 나왔음 좋겠다는 바람에서 하는 말이지만,
어째 유독 사람들의 시선을 끌 만한 소재는 고아, 철거지역 주민, 집나간 부모(특히 엄마), 대책없이 외로운 아이들, 이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것도 아주 현실적인.
이런 소재들을 환타지로 버무려 멋드러지게 표현할 수는 없는 것일까.
비유와 풍자는 어때?
오만 생각이 다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 아침 눈이 떠져 옆에 있던 이 책을 집어들어 끝까지 읽으면서 난 눈물을 쏟고 말았다.
한 장 밖에 없는 엄마의 사진이 든 가방을 기차에서 도둑맞는다는 설정도,
잠깐의 관심만 보일 뿐 벌써 내렸을 거라고 추측하며 가방 찾을 노력을 하지 않는 차장도 맘에 안 들고,
죽음을 눈 앞에 두고도 끝까지 딸을 보지 않으려 했던 여인의 마음도 이해가 잘 되지 않고,
버림 받았을까 두려웠다가 엄마가 병으로 세상을 떴다는 걸 알고 생각보다 훌훌 눈물을 떨치고 일어서는 강한 모습의 아이도 의아했는데, 눈물이라니.

이 이야기의 주인공 은혜는 그나마 좋은 여건 속에 사는 셈이다.
부모님은 없지만 자기를 이해해 주는 친구와 수녀님, 선생님이 있으니까.
하지만 세상에는 은혜가 만난 성진과 영진 남매처럼, 아니 그들보다 더 절박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많다.
그 아이들이 이런 동화책을 읽을 수 있을까도 의문이지만, 읽었더라도 지은이의 소원처럼 그들에게 위로가 되고 희망과 기쁨이 될 것인지도 궁금하다.
오히려 어른들에게 읽혀서 제 앞만 보고 살지 않도록, 주위를 둘러보며 살도록, 그러나 동정은 하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이 학교에서 고아라고 왕따시키지 않도록, 가난하다고 가슴에 비수를 꽂지 않도록,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이고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지 못한(않는) 부모들이 너무나 많다는 거, 안다.ㅠㅠ)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정당한 권리를 찾도록, 가슴에 칼을 품은 채 소외된 아이들이 제대로 된 삶을 살도록...
아아... 내가 눈물을 흘리며 책을 읽은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 삽화의 아쉬움 :
예를 들어 169쪽의 그림을 보면, 글에서 "구레나룻이 시커먼 아저씨가 운전석에 올라타셨다." 했는데 그림에 있는 아저씨는 구레나룻이 하나도 없다. (몇 페이지 뒤에 다시 등장하는 이 아저씨는 여전히 구레나룻이 없고, 정을 베푸는 이미지가 아니라 쌀쌀맞기 그지없는 이미지로 그려졌다.) 눈물을 글썽였다는 아주머니도 오히려 환하게 웃고 있는 표정으로 그려져 있다.
어린이책의 삽화는 그저 '삽화'일 뿐이라는 생각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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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20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난티나무 2005-12-20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같은 마음입니다. 건강하세요.
 
조상들의 지혜가 하나씩 15가지 생활과학 이야기 손에 잡히는 옛 사람들의 지혜 20
햇살과 나무꾼 지음, 김혜숙 그림 / 채우리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이 또 한 보따리 왔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듣고 A의 집에 책을 빌리러 갔다.
이젠 방 하나 가득인 책꽂이에도 꽂을 데가 없어 박스에 넣은 채로 거실에 나와 있는 책들.
우와~ 탄성을 내지르며 보고 싶었던 그림책, 동화책들을 뒤적인다.
A(11살 소녀)는 이것저것 제가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골라준다.

"A는 과학을 좋아하나 봐? 과학 책이 많네?"
내가 집어든 책은 <조상들의 지혜가 하나씩 15가지 생활 과학 이야기>라는 책이었다.
"아니요. 과학 잘 못하고 안 좋아하는데요, 이건 중간에 이렇게 이야기가 나와요. 그리고 뒤에 이렇게 설명이 나오구..."
책을 넘겨 보여주는데 오, 호기심이 동한다. 정말 지루하지 않고 재밌을 것 같다.
A가 갑자기 방으로 들어가더니 다른 책 한 권을 들고 나와 건넨다.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공부했을까?>다. 시리즈란다.
(나는 <..공부..>보다 이 책 <..생활 과학..>이 더 좋았다.)

그래, 이렇게 구성 좋고 재미 있으면 아이들도 어려워 하지 않고 쉽게 이해하고 배울 수 있겠다.
각각의 이야기를 읽고 느낀 걸로 책 감상을 대신한다.

"숨쉬는 그릇, 옹기"
주루루 놓여 있는 장독에서 된장 한 숟갈 푹 떠내 뚝배기에다 보글보글,
꽁보리밥에 잘 익은 열무김치 넣고 고추장 한 숟갈 푹 떠내 쓱싹쓱싹.
아, 침 흐른다.

"천 년의 숨결을 간직한 질기고 튼튼한 종이, 한지"
창호지 바른 문으로 비쳐오는 햇살 아래 배 깔고 책 보며 뒹굴뒹굴.

"밭의 쇠고기, 콩으로 빚은 된장"
보글보글 된장찌개, 맨날 먹어야 겠다. 암과 고혈압 등을 예방해 주는 장수식품이래.

"밥상의 꽃, 김치"
두말 하면 입 아프다. 김치 없인 못 살아!

"천연 방부제, 숯의 비밀"
가만, 어디에 대나무 숯 조각이 있었는데. 밥 할 때 넣어야 겠다.

"유물을 지키는 보이지 않는 손, 옻"
아하, 그렇구나. 금부처님도 옻으로 옷을 입었네?

"시대를 앞서가는 첨단 난방법, 온돌"
뜨끈뜨끈 살이 데일 정도로 뜨거웠던 아랫목이 그립다. 이불 밑에 묻어뒀던 밥그릇도.
온돌 좋은 거 이제 다른 나라 사람들도 안다. 짜식들.

"마루와 함께 하는 시원한 여름나기"
맨다리에 닿는 차가운 나무의 느낌, 어허, 더위야 물렀거라~

"버릴 것이 없는 재료, 짚"
난 초가지붕이 좋은데, 일년에 한 번씩 다시 이어야 한다고? 끙...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흙벽"
시멘트보다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한 흙벽. 꼭 흙벽 발라 집 지어야지. 곰팡이도 안 핀대.

"물의 힘으로 곡식을 찧는 물레방아"
맷돌, 물레방아, 연자방아... 이젠 모두 기계에 밀려난 신세.

"여름에는 시원한 삼베옷, 겨울에는 따뜻한 솜옷"
여름 옷감으로 삼베만큼 좋은 게 없구나.

"옷감도 물들이고 피부병도 고치는 천연 염료"
자연스러운 색깔에 항균 효과까지? 오호라~

"하늘을 향해 살포시 올라간 처마끝"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었어. 우리 조상들은 참 현명했단 말이야.

"흰옷을 더욱 희게 빨아 주는 잿물"
그렇구나~ 잿물이 그래서 때를 빼 주는 거로구나.
아니 오줌으로 비단 빨래를 했다고??? 오옹~ 식물성, 동물성, 산성, 알칼리성, 아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첫 장 소개 페이지의 오타('구은' -> '구운'이 맞다)와, 옛이야기의 삽화.
먹을 것이 없어 아이와 굶고 있는 여인이라면 옷차림도 궁색할 것이 뻔한데 어째 부잣집 마나님 복장으로 쌀을 훔치러 가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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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랑 공재랑 동네 한 바퀴 내가 처음 가본 그림 박물관 6
조은수 글, 문승연 꾸밈 / 길벗어린이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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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 그림책 모임에서 한 사람이 앤서니 브라운의 <미술관에 간 윌리>를 빌려왔다.
패러디 마왕 앤서니 브라운답게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명화 패러디를 통해 서양화를 보고 느끼게 만든 그림책.
그리고 며칠 뒤, 보고 싶었던 우리 나라 그림책 <아재랑 공재랑 동네 한 바퀴>를 만나게 되었다.
표지만 보고도 가슴이 설렌다. 그냥 포근하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그림을 보노라니 그 포근함에 이어 무지막지한 미안함이 몰려온다. 우리 그림, 우리 화가에 대해. 학교에서 그렇게 김홍도 신윤복을 배웠어도 막상 그림을 보니 이게 저거 같고 저게 그거 같다. 이렇게 무지할 수가.
책 뒤에 붙은 원화 설명을 보고서야 아, 그렇지, 고개가 주억거려진다. 다시 처음부터 그림을 본다. 이제 그림의 분위기가 화가마다 다른 것을 확연히 알겠다. 아, 좋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우리 것이 얼마나 많은지, 나이를 먹을수록 그 사실이 새삼스럽다. 부끄럽기도 하다.
이런 그림책으로 아이들이 우리 옛그림에 대한 낯설음을 깨고 우리 나라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자연히 2주 전 본 그림책 <미술관에 간 윌리>가 떠오른다.
차이?
앤서니 브라운은 그림들을 완전히 이해하고 소화해서 자기만의 패러디 방식으로 현대 사회의 또다른 일면들을 보여준다.
<아재랑...>는 그림 따라가며 조선 후기 풍속 구경하기다.
어떤 게 더 좋다고 말하기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1995년, 우리 나라 그림책 시장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무렵 시작된 이 <내가 처음 가 본 그림박물관> 시리즈의 기획과 시도는 그 가치를 높이 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시리즈의 그림책들을 다 보게 되었으면.

아쉬웠던 점 : 책의 편집.
흥미와 구성을 위해 그림을 잘라내어 배치한 것까지는 좋다. 그림에는 없는 그림자들을 그래픽으로 갖다 붙인 것도 눈에 거슬리거니와 원그림의 좌우를 뒤집어 놓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조영석의 "이 잡는 늙은 스님"을 포함, 네 그림이 좌우가 뒤집혀 있다. 그렇게 되면 그림의 구성이나 의미 등이 달라지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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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5-08-26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이 책을 못 봤는데 궁금해지네요^^
앤서니 브라운과 비교한 부분이 재미있네요. 잘 읽었어요.

2005-08-26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난티나무 2005-08-27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책 좋아요. 편집만 빼고요..^^;;
그림책은 다시 편집해서 낼 수는 없는 것일까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