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감옥에서 탈출했습니다 - 죽음의 수용소에서도 내면의 빛을 보는 법에 대하여
에디트 에바 에거 지음, 안진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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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치닫는 고통 속에서 살아남은,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는 역사의 기록이면서, 진정한 마음의 자유를 찾아가는 심리치료 기록. 용서에 대한 뼈저린 통찰. 치유는 일방적이지 않다. 언어로 풀어내주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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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앤서 - 어느 월스트리트 트레이더의 다이어리
뉴욕주민 지음 / 푸른숲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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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도 결국 사람˝. 자본주의 끝판왕 월스트리트의 직업세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나처럼 투자에 문외한인 사람도 읽을 수 있는 책. 다음 기회에 좀더 깊은 사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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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편안한 죽음 을유세계문학전집 111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강초롱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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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맞는 당사자의 자리에도, 주변인의 자리에도, 나를 놓아 상상할 수 없는 무게, 죽음이라는 ‘관계‘.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은 이해될 수 있는가. 편안한 죽음이란 어떤 것인가. 무수한 질문을 던지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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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눈으로 만든 사람
최은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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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이상한데 좋다. 조금은 낯설다. 낯선데 좋다. 왜 좋은지 생각한다. 문장들이 주는 감정, 정확히 그 감정이 아니라 해도 무엇을 말하는지 왠지 알 것 같은,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들. 비슷하게나마 내가 느꼈던 것들. 주목받지 않고 알 필요 없다고 여겨졌던 것들. 첫 단편에서부터 툭툭. 아아. 

이런 관계, 이런 시선, 이런 어긋남을 알아챌 사람들이 어딘가엔 있겠지. 여성의 경험 속에서 알아채지는 것들. 수많은 선과 경계와 시간과 공간 들. 그냥 내뱉은 말로 보이는데 말 속에 힘이 있고 뼈가 있고 가시도 있다. 그리고, 상실을, 슬픔을, 분노를, 고통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식들. 



「보내는 이」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요즘. 어디까지 노력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 손을 뻗어야 하나,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상대의 마음은 어떻게 헤아려야 하나, 얼마나 오래 함께 손잡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 상처를 주고 싶지 않은 마음과는 별개로 작용하는 관계의 상호작용. 시간과 공간에 대해 생각한다. 헤어지게 된 사람들을 생각한다. 아쉬운 관계도, 덜 아쉬운 관계도 있다. 어렵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것 중 제일이다. 


「여기 우리 마주」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혐오와 공포를 조장하는 사람들. 혐오는 공포를 낳는다. 그건 어쩌면 누군가가 원하는 일이 아니었을까. 작품 속 현실에 한숨이 나오지만 그래도 계속 이어질 것 같은 두 여자의 관계에 안도한다. 


「눈으로 만든 사람」

처음 읽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다시 읽었다. 어렴풋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표제작이라 기대를 한 건지도. 작가의 말을 읽고 제목에 지나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자 마음이 조금 너그러워졌다. 


「나와 내담자」 

누구도 도울 수 없다. 다만 들을 수 있을 뿐. 

상처와 말할 수 없음, 벗어나기 어려운 과거. 말할 때까지 있어주기. 상처, 상처, 상처, 그리고 상처...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낫게 할 수는 없지만 옆에 있어주는 것으로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을 갖게 하는. 


「운내」

얼마 전 읽은 책의 사혈이 생각났다. 옛날 서양에서 의사의 처치로 행해지던 만병통치의 방법. 사혈,이라는 단어를 본 순간부터 불안했다. 단번에 알아차리기 어려운 말들을 하는데, 희한하게 어렴풋이 알 것 같은 느낌. 존재하지 않는 감옥에 갇혀버린 아이들. 


」 

슬픔과 죄책감을 놓지 못하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내게 내가 나일 그때」 

다른 책에서 읽은 단편인데 다시 읽으니 그때보다 좋다. 좋다고 말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가슴이 아프고 아리다. 


「11월행」

역시 다른 단편모음집에서 읽은 작품. 비슷하게 느꼈던 일상의 숨겨진 감정들, 이렇게 쓸 수 있구나, 이렇게도 표현될 수 있구나.


「점등」 

낯선, 종교 행사의 이면. 괴로움과 고통의 드러나지 않는 원인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알 것만 같은 느낌. 



함께 할 수 있는 사람, 옆에 있는 사람, 내가 하는 말을 알아채는 사람, 고통의 원인을 몰라도 아픔을 짐작하는 사람, 울고 싶을 때 찾아갈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는 삶이었으면. 그런 삶이기가 얼마나 힘든지. 그런 사람 되기는 얼마나 어려운지. 나도 당신도 그런 사람이 되자. 그런 사람 꼭 한 명은 만나자. 소설들이 내게 그런 말을 건네는 것 같다. 



아이가 방학을 하면 개인 시간은 어차피 없었다. (「보내는 이」)

나는 알고 있었다. 진아씨네 식탁 등이 아무리 각별해도 여긴 내 아이의 친구 집이다. 진아씨는 내 아이 친구의 엄마이며, 지켜야 하는 선이 있다. 비슷한 여건과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 관계를 이어가는 게 쉽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걸 나는 이제 아는 나이이므로, 이 관계를 오래 가꿔가고 싶다면 훅 들어가선 안 된다. 우리를 짓누르는 사회구조적인 것들에 대해선 얼마든지 얘기를 나눠도 좋지만 개인적인 고통을 털어놓는 건 신중해야 한다. 아이들 사이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내 아이에게 불리한 빌미가 될 수도 있으므로, 내 스트레스 생활 또한 너무 드러내는 건 좋지 않다. (「보내는 이」)

은채의 표정이 좋지 않으면 남편은 딱 한마디를 하고 지나갔다. 우리 딸 사춘기인가! 남편은 은채가 열 살일 때도 그 말을 했다. 우리 딸 사춘기인가! 하하하! 기분이 좀 좋은 날이면 남편은 서점에 들러 초등 고학년 딸이 엄마와 갈등을 겪다 서로를 이해하는 내용의 아동소설을 사왔다. 그는 한 번도 부녀 관계에 대한 책은 사오지 않았다. (「여기 우리 마주」)

은욱이의 아이를 생각하면 엄마는 자다가도 웃음이 나온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잘 모른다. 자다가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왜 깨어 있을 땐 잘 웃지 않았었는지, 그런 게 궁금할 뿐이다. (「美山」)

"목요일부터 계속 까만 밥을 먹었어요."
"흑미밥?"
"먹버섯 남은 게 있어서 먹버섯밥을 했더니 그래." 하은 대신 은형이 말한다.
"먹버섯이 그게, 항암 효과가 그렇게 좋단다."
규옥은 항암이라는 말을 좋아했다. 항암 다음에 좋아하는 말은 항산화. 미나리, 시금치, 고구마, 호박, 작두콩, 무, 배추, 어디에서나 규옥은 항암과 항산화 성분을 발견했다. 항암 효과가 불러온 이상한 피로감에 젖어 은형은 멍한 상태로 운전을 계속했다. (「11월행」)

신부가 웨딩드레스 말고 한복을 입었는데, 한복도 이쁜 게 좀 많니. 결혼식인데 화사하면 좀 좋아? 퓨전인지 뭔지라는데 색깔은 위아래 다 허연 게, 비녀는 금방 흘러내릴 것처럼 비뚜룸하고, 새색시가 아니라 꼭 상주 같았다니까."
덕산 방면으로 우회전을 하면서 은형은 결혼식 날 상주 같아지고 만 신부에 대해 생각했다. (「11월행」)

"엄마 둘에 딸 둘이시네요."
...
규옥과 은형과 하은은 성이 다 달랐는데 하은은 전씨였다. (「11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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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9 1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29 18: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딩 2021-08-06 1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난티나무 2021-08-07 00:16   좋아요 0 | URL
앗 초딩님 감사합니다~!!! 초딩님도요~^^

thkang1001 2021-08-06 1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난티나무 2021-08-07 00:17   좋아요 1 | URL
thkang1001님,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1-08-06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난티나무 2021-08-07 00:17   좋아요 1 | URL
감사해요~^^ 그레이스님도요~~!^^

2021-12-29 1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눈으로 만든 사람
최은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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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주는 일은 얼마만큼의 경계를 가져야 수월한 걸까. 나의 경계와 너의 경계가 달라 어긋나는 시선. 상처와 말할 수 없음. 문장마다 고통스러워 가슴이 아린데, 좋다. 아픈데 좋다고 말해도 되나. 그래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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