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들의 지혜가 하나씩 15가지 생활과학 이야기 손에 잡히는 옛 사람들의 지혜 20
햇살과 나무꾼 지음, 김혜숙 그림 / 채우리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이 또 한 보따리 왔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듣고 A의 집에 책을 빌리러 갔다.
이젠 방 하나 가득인 책꽂이에도 꽂을 데가 없어 박스에 넣은 채로 거실에 나와 있는 책들.
우와~ 탄성을 내지르며 보고 싶었던 그림책, 동화책들을 뒤적인다.
A(11살 소녀)는 이것저것 제가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골라준다.

"A는 과학을 좋아하나 봐? 과학 책이 많네?"
내가 집어든 책은 <조상들의 지혜가 하나씩 15가지 생활 과학 이야기>라는 책이었다.
"아니요. 과학 잘 못하고 안 좋아하는데요, 이건 중간에 이렇게 이야기가 나와요. 그리고 뒤에 이렇게 설명이 나오구..."
책을 넘겨 보여주는데 오, 호기심이 동한다. 정말 지루하지 않고 재밌을 것 같다.
A가 갑자기 방으로 들어가더니 다른 책 한 권을 들고 나와 건넨다.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공부했을까?>다. 시리즈란다.
(나는 <..공부..>보다 이 책 <..생활 과학..>이 더 좋았다.)

그래, 이렇게 구성 좋고 재미 있으면 아이들도 어려워 하지 않고 쉽게 이해하고 배울 수 있겠다.
각각의 이야기를 읽고 느낀 걸로 책 감상을 대신한다.

"숨쉬는 그릇, 옹기"
주루루 놓여 있는 장독에서 된장 한 숟갈 푹 떠내 뚝배기에다 보글보글,
꽁보리밥에 잘 익은 열무김치 넣고 고추장 한 숟갈 푹 떠내 쓱싹쓱싹.
아, 침 흐른다.

"천 년의 숨결을 간직한 질기고 튼튼한 종이, 한지"
창호지 바른 문으로 비쳐오는 햇살 아래 배 깔고 책 보며 뒹굴뒹굴.

"밭의 쇠고기, 콩으로 빚은 된장"
보글보글 된장찌개, 맨날 먹어야 겠다. 암과 고혈압 등을 예방해 주는 장수식품이래.

"밥상의 꽃, 김치"
두말 하면 입 아프다. 김치 없인 못 살아!

"천연 방부제, 숯의 비밀"
가만, 어디에 대나무 숯 조각이 있었는데. 밥 할 때 넣어야 겠다.

"유물을 지키는 보이지 않는 손, 옻"
아하, 그렇구나. 금부처님도 옻으로 옷을 입었네?

"시대를 앞서가는 첨단 난방법, 온돌"
뜨끈뜨끈 살이 데일 정도로 뜨거웠던 아랫목이 그립다. 이불 밑에 묻어뒀던 밥그릇도.
온돌 좋은 거 이제 다른 나라 사람들도 안다. 짜식들.

"마루와 함께 하는 시원한 여름나기"
맨다리에 닿는 차가운 나무의 느낌, 어허, 더위야 물렀거라~

"버릴 것이 없는 재료, 짚"
난 초가지붕이 좋은데, 일년에 한 번씩 다시 이어야 한다고? 끙...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흙벽"
시멘트보다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한 흙벽. 꼭 흙벽 발라 집 지어야지. 곰팡이도 안 핀대.

"물의 힘으로 곡식을 찧는 물레방아"
맷돌, 물레방아, 연자방아... 이젠 모두 기계에 밀려난 신세.

"여름에는 시원한 삼베옷, 겨울에는 따뜻한 솜옷"
여름 옷감으로 삼베만큼 좋은 게 없구나.

"옷감도 물들이고 피부병도 고치는 천연 염료"
자연스러운 색깔에 항균 효과까지? 오호라~

"하늘을 향해 살포시 올라간 처마끝"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었어. 우리 조상들은 참 현명했단 말이야.

"흰옷을 더욱 희게 빨아 주는 잿물"
그렇구나~ 잿물이 그래서 때를 빼 주는 거로구나.
아니 오줌으로 비단 빨래를 했다고??? 오옹~ 식물성, 동물성, 산성, 알칼리성, 아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첫 장 소개 페이지의 오타('구은' -> '구운'이 맞다)와, 옛이야기의 삽화.
먹을 것이 없어 아이와 굶고 있는 여인이라면 옷차림도 궁색할 것이 뻔한데 어째 부잣집 마나님 복장으로 쌀을 훔치러 가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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