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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생존의 이야기 : 계급, 인종, 가정폭력 (재니스 하켄)


"벨 훅스는 '매 맞는 여성'이라는 용어조차 여성들의 수많은 경험을 일차원적인 규정으로 환원한다고 주장한다. 억압된 공동체에서 경제적 폭력을 비롯해 일상적인 고통에 시달리는 여성들과 매 맞는 여성들을 분리하는 선을 긋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극단적인 폭행 사례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가정폭력 반대 운동은 여성의 신체와 정신에 일상적으로 가해지는 비교적 극적이지 않은 폭행을 과소평가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p.217)  


"여성 폭력은 남성 폭력에 비해 훨씬 드문 데다 파괴적인 면이 덜하기야 하지만, 페미니즘 문헌에서 '핵심적인' 여성적 자아의 진정한 일부가 아니라 고색창연한 과거로 재현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페미니스트들은 여성 폭력이 대개 방어적인 반면, 남성 폭력은 흔히 공격적이며 여성에 대한 지배를 확립하는 수단이라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jhonson 1995). 이런 입장은 여성이 품는 분노의 뿌리 깊고도 다양한 원천을 간과해버린다. 실제로 가정에서 남성이 보이는 수동성이야말로 공공연한 폭력 행위보다도 더한 여성의 분노를 일으키는 원천이며 만성적인 문제이다." (p. 218)


인용구의 마지막 문장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이다. '수동성'! 

신체적 폭력에 비해 잘 드러나지 않고 증명할 길 없는 정신적 폭력에 대한 연구도 많아지면 좋겠다. '가정폭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글이었다. 




11장 모성과 섹슈얼리티의 이해에 관하여 : 페미니즘 - 유물론 접근법 (앤 퍼거슨) 


"우리는 애정적 유대를 육체보다는 감정적인 것으로, 성적 유대를 감정이나 사회보다는 육체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사실 이런 생각은 서구의 이원론적 사고 패턴 때문에 초래되는 왜곡이라고 주장하고자 한다. 성/애정 에너지를 애정적/정신적/특별히 물리적이지 않은 상호작용에서부터 물리적이지만 특별히 애정적이지 않은 성기 접촉까지 아우르는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이해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이다." (p.260) 


이 인용구를 찍어 옆지기 톡으로 보내주었다. 무슨 말인지??? 라는 답이 돌아왔다. ㅠㅠ




"폴브레는 남성에 대해 여성이, 자식에 대해 부모가 착취당하는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가정 경제 안에서 임금노동과 비임금노동을 비교하는 경제 모델을 개발하는 중이며, 델피는 남성이 지배하는 가정 경제는 이혼한 뒤에도 지속된다고 주장한다. 어머니들이 훨씬 더 많은 직간접적 양육 노동을 떠맡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들 대부분은 양육비를 충분히 지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어머니인 여성에 대한 남성의 착취는 이혼과 더불어 증가한다. 따라서 독신모 가정이 늘어나는 것은 단순히 남편-가부장제husband-patriarchy의 쇠퇴가 아니라 새로운 가부장적 성/애정 형태의 증가로 보아야 한다. 우리가 '독신모 가부장제single mother patriarchy'라고 부르는 이 형태는 가족 중심적인 가부장 형태에서 비개인적인 국가 가부장제 형태로 변화하는 것과 연결된다." (p.267) 


옳으신 말씀. 




12장 가부장제와 교섭하기 (데니즈 칸디요티) 


"고전적 가부장제 아래서 여자아이들은 무척 어린 나이에 혼인을 통해 남편의 아버지가 이끄는 가족으로 넘겨진다. 그 집에서 여자는 모든 남자뿐만 (아니라,라는 단어가 본문에서 빠졌다) 나이 든 여자, 특히 시어머니에게 종속된다." (278) 


"... 어린 신부는 사실상 가진 것 하나 없이 남편의 집안으로 들어간다. 부계제에서 자기 자리를 확고히 하려면 아들을 낳는 수밖에 없다. 

부계제는 여성이 하는 노동과 낳는 자손을 모두 독차지하며, 여성의 노동과 생산에 대한 기여를 보이지 않게 만든다. 가부장적 확대가족에서 여성의 생애주기라는 것은 어린 신부일 때 겪었던 박탈과 곤경을 나이가 들어 며느리에게 통제와 권위를 행사하는 것으로 보상받는 식이다. 여성이 가족 안에서 누리는 권력의 순환적 성격과 시어머니의 권위를 물려받으리라는 기대 때문에 여성들 스스로 이런 형태의 가부장제를 철저히 내면화하게 된다." (279) 


어머니와 시어머니의 삶을 이해하면서도 동시에 거부할 수밖에 없는 마음, 대면하고서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용기없음, 돌아서서 억울해하는 분노, 다 그러고 사니까, 다 그래야 하니까,를 들이받고 싶은 마음 들이 엉킨 채 나는 그냥 서 있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채로. 




14장 여성 노동자와 자본주의 : 지배 이데올로기, 공통의 이해, 연대의 정치 (찬드라 탈파드 모한티) 


"여성을 가정주부로 정의하는 것은 또한 여성 노동의 이성애화heterosexualization를 암시한다 - 여성들은 언제나 남성과 혼인관계를 통해서만 정의되는 것이다. " (313) 


뜻을 검색해 본다. 신경쓰지 않고 살다가 단어의 뜻을 찾아보면 뜻밖으로 놀라게 되는 일이 잦다. 단어를 정의내리는 일에도 이미 사회적 관습과 차별이 존재한다.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을 읽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 가지가 뻗는다.)

프랑스어로 가정주부, 전업주부를 가리키는 말은 femme au foyer 이다. 직설적으로 풀이한다면 집의 여자, 가정의 여자, 쯤이 되겠다. 가정주부의 뜻은 '한 가정의 살림살이를 맡아 꾸려 가는 안주인'이라 되어있고, femme au foyer의 뜻은 '커플의 경우 집안일이라고 명명되는 모든 것(자녀교육을 포함한)의 대부분을 하는 여자'라고 위키백과에 나온다. 외국인으로 서류를 작성할 때 직업을 적는 란에서 가정주부에 체크하는 일, 직업을 쓰는 란에 가정주부라고 적는 일이, 그동안 당당하지 못했다. 쪼그라들었었다. 뭔가 직업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없어서 부끄러운 기분. 어딘가로 출근하지 않고 집에 있으면 왠지 안 되는 것 같은 기분. 이런저런 직업들이 늘어서있는 목록 맨 끝에 직업없음과 같은 위치를 아니 더 아래를 차지하는 가정주부 항목. 아예 체크할 칸이 없는 가정주부 항목. 이제는 당당해지기로 한다. 그래야 한다. 직업으로서의 '가정주부'라는 말을 다른 단어로 바꾸고 싶다. 어떤 표현이 좋을까? 




16장 환상의 현실화 : 마킬라 작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여성과 남성의 생산 (레슬리 샐징어) 


"따라서 여성 노동자들이 공장에 존재하기 때문에 전 지구적 생산이 가능해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정반대로, 여성 노동자들은 전 지구적 생산의 최종 완성품이다. 젠더는 확실히 세계화의 중요한 측면이지만, 저비용 생산을 가능케 하는 것은 현실에 존재하는 여성들이 아니라 '여성성'이라는 수사다." (370) 


노동 현장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도 적용이 되는 말 같다.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복잡한 사회와 세계가 어떻게 숨통을 조이고 있는지를 점점 더 많이 보여줘서 때로는 머리가 깨질 것 같다. 그냥 눈물이 쏟아지기도 한다. 공감 능력이 두 배 세 배 열 배 증폭되는 걸 느낀다. 그러나 늘... 그뿐이다. 나는 최소한의 행동을 하며 살 것이고 주변 사람들은 나를 계속 이해하지 못할 확률이 높으며 나는 나 자신을 계속 의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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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3-13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옆지기님에겐 기초적인 책부터 찍어보내 주셔야하지 않을까요? 이책은 아무래도 고난이도 인듯해요.😆

난티나무 2021-03-13 20:27   좋아요 1 | URL
하핫! 저 인용구가 어려운 말이 아니지 않겠습니꽈??? ㅎㅎㅎ 제가 늘 하는 말이기도 하고요.^^;; 안 와닿는가 봅니다. ㅠㅠ

2021-03-13 2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13 2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13 2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13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1-03-14 0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성이 가족 안에서 누리는 권력의 순환적 성격과 시어머니의 권위를 물려받으리라는 기대 때문에 여성들 스스로 이런 형태의 가부장제를 철저히 내면화하게 된다.˝ 이말이 콕 와닿네요. 그래서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농담처럼 얘기되어지는데 이말에 들어있는 억압구조의 순환을 끊어낼 필요가 절실하다는 생각을 또 잠시 하게 되요.

난티나무 2021-03-14 04:59   좋아요 0 | URL
언제쯤 끊어지게 될까요. ㅠㅠ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이 끊어내고 싶어한들 아래로는 그래도, 할 수 있는 일, 위로는 안 되는 일.... 정녕 위로는 안 되는 일일까요. 아마도 그렇겠죠..ㅠㅠ

라로 2021-03-14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계속 문자 보세 주세요!! 그 뭐야요 한결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이 돌에 구멍을 낸다고 하잖아요. 옆지기 님께 계속 저런 문장을 찍어 문자를 보내다 보면 어느새 구멍이 뚫리지 않을까용??^^;; 화이팅, 난티님!!!!

난티나무 2021-03-14 14:26   좋아요 0 | URL
라로님 댓글에 답글 안 달았지!!! 생각나서 들어왔더니 라로님이 또 댓글을 남겨주셨네요. 동시생각!!! ㅎㅎㅎㅎ
책도 읽히려고 무지 애쓰고 있습니다.^^;;; 문자도 계속!!!! 👌🏻
 













최진영, <해가 지는 곳으로> 


2017년 발표된 소설인데 바이러스 이야기가 나오니 지금의 여기가 겹쳐졌다.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건 인간의 광기라는, 그 말에 몸서리치며 동의. 

플래그를 붙인 부분을 옮기려고 하나씩 펼쳤다가 그만두기로 한다. 때로 책을 읽을 때 밑줄이 강박으로 작용할 때도 있는 법이다. 그어야 해, 옮겨야 해. 대충 붙여놓은 포스트잇을 제대로 자리잡도록 해두는 것으로 만족한다. 다음에 펼칠 때 다시 눈에 들어오도록. 

지금의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다. 나중 다시 읽을 나는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그럴 수도 있겠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 절박한 상황에서는 모든 생각의 기준이 달라질 테니까. 

<눈먼 자들의 도시>도 생각나고 <시녀 이야기>도 생각나고 <브루스터플레이스의 여자들>의 몇 장면도 떠올랐다. 강간,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강간... 꼭꼭 씹어 읽으려고 침대 옆에 꽂아둔 최진영의 다른 소설 <이제야 언니에게>를 꺼내온다. 성폭행을 당한 고등학생의 이야기. 절반쯤 남겨둔 소설을 단숨에 읽었다. 아프다. 아픔과 슬픔과 절망 속에서 스스로 희망을 찾아나가는 흐름은 비슷하다. 글자들을 써내려갔을 작가의 시간이, 그 속도가, 느껴졌다. 나를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가족조차도 위로가 되지 않음을 보여줘서 좋았다.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다. 

연대의 필요를, 중요성을, 힘을! 손을 잡을 수 있는 사람들, 잡은 손을 놓지 않을 사람들. 도리와 미소에게 지나와 건지가 있어서 다행이었다.(해가 지는 곳으로)  제야에게 이모가 있어서 다행이었다.(이제야 언니에게) 아무도 없는 누군가들에게 누군가가 옆에서 손을 잡아주면 좋겠다. 덜 아프기 위해, 덜 절망하기 위해, 나도 잡을 수 있는 손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 본다. 내가 떠올린 사람들이 내 손을 놓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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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2 1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12 1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엇에 대해서든 말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라고, 나는 가끔 느낀다. 단어란 사실 중요한 방식으로 다른 것들을 하나로 뭉치는 일반 범주다. 파랑은 천가지 색을 뜻하고, 말은 순혈종과 조랑말과 장난감을 뜻하고, 사랑은 모든 것을 뜻하면서 아무것도 뜻하지 않는다. 언어란 연속된 일반화를 통해 불완전한 그림들을 스케치해나감으로써 무엇이 되었든 뜻을 조금이라도 전달하는 것이다.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범주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이고, 범주는 필수적인 만큼 위험하다." (p.210) 



일상에서 겪는 일을 책 속에서 보는 것, 책에서 본 구절이 일상의 경험으로 나타나는 것은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신기하고 때로는 풀이 확 죽는 일이다. 


지난주 어느 하루는 풀이 확 죽는 일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옆지기와 나는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렸는데 이렇게 집에만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일념으로 따라나선 길이었다. 내가 들고 나간 책은 리베카 솔닛의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햇빛이 쏟아지는 초록색 들판을 쳐다보고 있노라니 책 제목을 본 옆지기가 화두를 던진다. 시작은 어찌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거나 화두는 군 가산점,이었다. 십중팔구 군대 이야기가 나오면 흔히들 빠지는 구렁텅이로 새는 게 분명할 터, 몇번 그런 일을 겪고 나서는 신중하게 되었다. 그러나 나도 어느날 갑자기 재치 있는 토론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어서, 예의 바락바락모드가 마구 충전되고 말았다. 그렇게 시작된 논쟁(?)은 과연 서로의 논리가 적절하고 맞춤한 것인지도 모르는 채 달리는 한시간 내내 이어졌고, 나는 열불이 터졌고 아마도 반대의 이유로 옆지기도 열불이 터졌겠고, 또 어김없이 화두에 오른 강간과 무고에 대해 내 나름의 논리로 반박하다 열받아서 책 속의 구절을 찾아 큰소리로 읽기도 했다. 다행인 건, 이제 이렇게 논쟁 아닌 논쟁을 해도, 서로 열받아도, 논쟁은 논쟁, 거기까지, 다음에 또, 이렇게 넘길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어쩌면 서로 조금씩 포기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길을 되짚어 돌아오는 길,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또 던진다. 나는 저 위의 인용구를 어렴풋이 떠올렸다. 저 글을 읽기 전에도 그렇게 느꼈고 읽고 나서도 그렇게 느꼈고 지금도 그렇게 느낀다. 언어라는 것, 단어 하나가 덧씌우는 이미지들. 말로 설명하려 애써본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알수록 넓어지는 그 의미를 어떻게 한정된 언어로 표현한단 말인가. 

범주를 생각해 본다. 범주가 얼마나 생각을 갇히게 하는지를 생각해 본다. 나의 답답함과는 조금 다른 답답함을 느끼고 있을 옆지기가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벽?! ㅠㅠ (그건 넌데!) 나는 아직 멀었구나,와 말을 조심해야 겠다,를 동시에 생각하면서(그런데 나만 조심하면 될 일인가?) 서로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꼴이네 했다. 내가 안 변하는 것처럼 너도 변하지 않을 것이고, 아니, 한 사람은 너무 느리게 한사람은 너무 빠르게 변할 것이고,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함께 잘 살 수 있을 것인가. 입 밖으로 내어보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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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3-11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쉽지 않은 일이더라구요. 배운대로 옆에있는 짝꿍을 변화시키고. 같은 여자이지만 또 다른 생각을 키워온 엄마를 설득시키는 것도요. 그러니 이 세계는 오죽할까요..😳뜨헉

난티나무 2021-03-11 00:42   좋아요 1 | URL
변화가 올까요???ㅠㅠ 벽에 금 내는 중인데 다시 쫙쫙 붙어버리는 이 느낌...ㅎㅎㅎ
엄마는...하아... 답도 없습니다. 결정판 그 자체! 요즘은 여동생과도 자주 의견충돌해요. 흑흑 미미님 슬프다요...

라로 2021-03-11 0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난티님은 책을 많이 읽으셔서 그럴까요? 아니면 조분조분 잘 표현하시는 분이라 그럴까요? 위로(?)드리고 싶다는 생각보다,,왜 이렇게 글을 잘쓰지?? 작가 해도 되겠다...뭐 그런 생각 했어요. ^^;;;

난티나무 2021-03-11 17:12   좋아요 0 | URL
우왓!! 이거슨 최고의 위로가 아닙니까!!!!! 기분 완전 좋아요. 으흐흐흐흐 🎶🎵🎶🎵

다락방 2021-03-11 08: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페미니즘 책 읽기 시작하면서 주변 남자사람들하고 엄청 싸웠어요. 사소한 의견 차이부터 시작해서 알게 모르게 스며있던 여성혐오를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 그러다보면 아무리 애정을 가지고 있어도 어떤 부분에서 한계를 느끼고 생생하던 애정이 사그라들기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싸우지말자고 제가 스스로에게 몇 번이나 되새기지만, 어쨌든 그렇게 끊어낸 인연도 있고 그 뒤에 새로이 맺은 인연도 있고 그렇습니다. 그나마 남동생은 저랑 같이한 시간이 길어서 조금이나마 달라지게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아마 제 생각만 그런 걸지도 모르겠어요.

난티나무 2021-03-11 17:17   좋아요 0 | URL
새롭게 사람을 발견하는 기분....^^;;;;;; 이랄까요. 새롭다기보다는... 절망적이라고 말하는 게 더 맞을 수도...ㅠㅠ

남동생분 분명 영향 받았을 거예요. 그리고 인연을 끊어낼 수 있는 다락방님의 상황(?) 위치(?) 가 초큼 부럽다고 합니다.... ㅎㅎㅎㅎㅎ
 

여러 저자들의 짧은(?) 글을 모아놓은 책이라 생각보다 진도가 느리지 않다. 워낙 두껍다 보니 읽는 대로 조금씩 밑줄도 남기고 그러는 걸로. 

















4장 인권, 재생산 건강, 경제정의는 왜 분리될 수 없는가 


"복잡하게 뒤얽힌 세계무역은 언뜻 보기에 재생산 및 성적 권리와 거리가 먼 듯하지만, 실제로는 건강과 인권, 거시경제학이 만나는 연결고리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 협정을 집행하는 세계무역기구의 활동은 국가 법률뿐만 아니라 건강에 관한 국제협정(가령 위험 폐기물을 비롯한 환경 독소의 교역 금지)에 앞서는 권한이 있다. 이 때문에 가난한 나라들은 제네릭generic 약품을 자체 생산하거나 비특허 공금업체로부터 이런 약을 싼 값이 구입하기가 -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 쉽지 않다. 무역 제재를 비롯한 징벌 조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p.166) 


남인도 여성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또 슬퍼졌다.ㅠㅠ 




5장 욕구에 바탕을 둔 성정치를 위해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을 다시 주장한다 


"정서 능력은 인지와 연결되며, 그 안에 각인된 사회적 맥락의 흔적과도 연결된다. 수많은 인간 잠재력 가운데 하나로서 정서 능력은 또한 육체의 다른 물질적 욕구 - 음식, 주거, 질병이나 부상의 회복 등에 대한 의존 - 와 관계가 있다. 이 모든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형태의 사회적 협력이 필요하다. 굶주림과 마찬가지로 정서적 관계에 대한 욕구 역시 역사적으로 충족되며, 다양한 사회구성체에서 각기 다른 형태를 띤다. 이러한 정서적 잠재력은 마르크스가 말하는 노동에도 포함된다. 이는 필수적인 인간 욕구를 충족시키고 자유롭게 발전시키는 능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마르크스가 분명하게 그런 이름을 붙이지는 않았지만, 그가 욕구의 발전은 역사적으로 인간 잠재력의 발전을 조건으로 삼는다고 주장할 때 종종 언급하는 '자아실현'을 위한 인간 잠재력 중에는 정서적 욕구도 포함된다." (p.178) 


5장은 좀 어려웠다. 모호함 속에 무슨 이야기인 줄은 짐작가는 정도. 금지된 욕구, 의식의 상품화... 




6장 가족은 죽었다, 새로운 가족 만세! - 주디스 스테이시 


"근대 가족 제도가 발흥함에 따라 명백하게 가부장적인 전근대 가족 경제는 소멸하게 되었다. 따라서 근대 가족 제도는 사회학자 데니즈 칸디요티가 말하는 '가부장적 교섭patriarchal bargain'에서 변화를 나타냈다. 고전적인 가부장적 교섭에서 여성들은 안전한 사회적 지위와 보호를 얻는 대가로 공공연한 종속을 받아들인다. 근대 가부장적 교섭은 공사 영역 분리와 낭만적 사랑의 이데올로기로 이 거래를 보기 좋게 포장한다. 근대 남성과 여성은 부모나 친족이 경제/정치/사회적 목적을 위해 전체적으로든 부분적으로든 중매하는 전근대적 결혼 대신 사랑과 교제를 추구하며, 개인적인 욕망을 상호 보완하기 위하여 그들 스스로 평생을 결합한다. 남성 생계부양자와 여성 주부 사이의 분리된 하지만 동등한 분업이라는 겉모습 아래, 여성과 아동은 점점 남성의 소득에 의존하게 되었다. 19세기에는 '진정한 여성다움'에 대한 숭배가 생겨나면서 가정생활과 모성애가 찬양되었다. 이렇게 해서 생겨난 여성성에 관한 개념들은 계속해서 서구 가족 이데올로기에 주입된다. ..." (p.189) 


가족이란 무엇인가. 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이다. '낭만적 사랑의 이데올로기'라는 구절을 보니 정이현의 <낭만적 사랑과 사회>가 떠올라서 책꽂이에서 꺼내왔다. 그동안 서너 번은 읽었을 텐데 단편소설집이네? 헐, 장편소설인 줄 알았... 다시 읽어봐야 겠다. 이번달 책탑 이미 쌓았는데, 거기 더 추가하면 안 되는데, 하며 일단 얹어놓음. 

6장을 읽기 전, 어제 북플에서 타고 넘어가 가족 관련 검색을 하다 전자도서관에서 충동대출한 책도 있다. 조주은 <기획된 가족>. 아, 읽을 책 목록에 추가하면 안 되는데! 이미 늦었어. 벌써 읽기 시작.ㅠㅠ 

"이러한 위기의식 속에서 제정된 <건강가정기본법> 제8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8조(혼인과 출산) 1 모든 국민은 혼인과 출산의 사회적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 

뭥미, 싶은 각주의 내용.ㅠㅠ 혼인과 출산의 사회적 중요성이라니... 






















7장부터 내일 읽으려고 책끈 걸어두다가 첫 인용구를 보고 말았다. 


"그는 토요일 밤마다 아내를 때렸다. 제 실패를 아내의 얼굴에 자국으로 남김으로써 아내 탓으로 돌리려고 한 것이다. 

- 앨리스 워커, [그레인지 코플랜드의 세 번째 인생] " 


오마이갓. 또 추가? 전자책으로 사두고 아직 안 읽은 소설인데, 이번 달에 읽어야 하나? 음음.... 음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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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3-07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을수록 읽고 싶고, 읽어야 하는 책이 늘어나는건 기쁨일까요 슬픔일까요? 지금 읽으려고 쌓아놓은 책탑이 무너지기 일보직전인건 슬픔이구요. ^^

난티나무 2021-03-07 21:48   좋아요 0 | URL
기쁨이면서 슬픔인 것이, 바라만 봐도 행복하고 말이죠. 그런데 한번에 한권밖에 펼치지 못하니 슬픔인 거고요. ㅎㅎㅎㅎㅎ 아이러니~~~~~ 이건 명백한 모순입니다. ㅎㅎㅎㅎㅎ
책탑은 무너지면 또 쌓으면 되지 않...을까요.^^;;;;;;

다락방 2021-03-11 0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엄청 많이 읽으셨네요. 저는 서문 읽는 중인데요 ㅠㅠ 요즘 너무 바빠서 책 읽을 에너지가 남아있질 않아요. 시간은 째깍째깍 흐르고 있고 저는 이번 책을 완독할 수 있을지..
주말에 몰아서 봐야겠어요. 흑흑.

난티나무님 같이읽기 책 함께 읽어주시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페이퍼로 풀어내시면서 다른 책들 가져오시는 것도 너무 좋습니다. 대환영 이랄까요. 후훗.

난티나무 2021-03-11 18:10   좋아요 0 | URL
이 글은 7일 쓴 거고 오늘은 11일이므로 저는 지금 400쪽을 돌파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ㅎㅎㅎ
요즘 바쁘신 것 같아요. 건강 잘 챙기세요. 뭐니뭐니해도 몸이 건강해야 하더라고요. 힘!!!!!!!
 















<3장> 월경전증후군, 노동 규율, 분노 



"시몬 드 보부아르는 이런 생각을 설명한 바 있다. "흡사 시시포스의 형벌과도 같다. ...... 끝없는 반복이다. 깨끗이 치우면 더러워지고, 더러워지면 치우는 일이 날이면 날마다 계속된다. 가정주부는 제자리걸음만 하면서 서서히 닳아 없어진다. 주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다만 현재를 무한히 반복할 뿐이다." " (p.145) 


어찌 밑줄 긋지 않을쏘냐. 

[제2의 성]을 읽을 것이다. 프랑스어로 읽고 싶어서 일부러 한글번역본을 펼치지 않는다,는 좀 거짓말이고, 아무튼! 읽을 것이다. 




"또한 우리는 사회적으로 정해진 일주일이라는 주기를 인정하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 산업자본주의에서의 노동 규율 요구를 중심으로 정해진 주기 말이다. 심지어 남성은 여성보다 더 강하게 일주일 주기에 맞춰 자신의 기분을 조직화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주간 주기에 따른 계획적 결근(제너럴모터스에서는 월요일,금요일 결근율이 10퍼센트에 달할 정도다)은 미국 산업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원인이지만, 어느 누구도 이런 문제 때문에 노동자들에게 약물 치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p.155) 


오! 또다른 시각. 세상의 모든 것을 의심하라. 

얼마 전 옆지기가 나에게 두 번이나(!) 한 이야기가 있다. 여성들이 회사에서 생리휴가를 월/금요일에 기를 쓰고 맞춰서 놀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여성 CEO가 있는 회사에서도 그렇다고, 그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더라고. 윗글을 읽고 생각해 보니 옆지기의 직장에서도 월/금요일 아프다고 안 나오는 직원들이 꽤 있다고 들었다. 그런 경우 남녀의 비율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남자들도 그러던 걸. 오히려 더 많이. 담에도 또 그 이야기 하면 무슨 말을 어떻게 할 지 생각해 두어야지. 인용구 긁어서 옆지기 톡으로 보냄. 



서론에서 각 장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 주고 있는데. 그 중 월경전증후군 부분을 보고 책장에서 꺼내온 책이 있다. [호르몬의 거짓말]. 사놓고 아직 안 펼쳤던 책, 이참에 함께 읽는다. (100여 페이지 정도를 읽었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거의 모든 것이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게 되는 것은 괴로운 일인 것 같다. 반성도 자주 한다. 의심하는 버릇이 생겼다.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잘 모르겠다. 휘리릭 넘겨본 이 책의 뒷부분에 이런 문장이 있다. 


"우리의 의심은 정당하다." 


나의 의심은 정당하다. 대체로 정당하다고 해두자. [호르몬의 거짓말]은 아직 다 읽기 전이지만 추천. 월경, 임신, 출산 등의 상황에서 여성호르몬과 관련된 거짓말들. 

한 권 더. [가슴 이야기]도 함께 추천해 본다. 월경과 마찬가지로 가슴과 관련한 역사와 새로운 시각&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읽은 지 좀 되었고 기록을 남기지 않아 나중에 한번 더 읽어야 할 듯. 다 읽으면 뭐라도 좀 써놓으라구. 

아이들에게 성교육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읽어야 할 것 같고(이런 시각을 갖고 성교육을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엄청난 차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여자들이 읽으면 좋겠고, 무엇보다도 모든 남자들이 읽으면 좋겠는데, 늘 그렇듯 정작 읽어야 할 사람들은 읽지 않는다는. 혹여나 읽는대도 예상들 하는 그 반응이 나올 것이라는. 옆지기가 [호르몬의 거짓말] 책 앞뒷면을 훑어보고는 씨익 웃었다. 그 웃음 뭐냐 물으니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답한다. 깨달음의 의미가 아닌,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그런 웃음. 하아. 읽기나 하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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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6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07 0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1-03-06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사회주의 페미니즘을 얼른 시작하고 싶어지는 페이펍니다!!

난티나무 2021-03-07 04:06   좋아요 0 | URL
시작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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