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영, <해가 지는 곳으로> 


2017년 발표된 소설인데 바이러스 이야기가 나오니 지금의 여기가 겹쳐졌다.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건 인간의 광기라는, 그 말에 몸서리치며 동의. 

플래그를 붙인 부분을 옮기려고 하나씩 펼쳤다가 그만두기로 한다. 때로 책을 읽을 때 밑줄이 강박으로 작용할 때도 있는 법이다. 그어야 해, 옮겨야 해. 대충 붙여놓은 포스트잇을 제대로 자리잡도록 해두는 것으로 만족한다. 다음에 펼칠 때 다시 눈에 들어오도록. 

지금의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다. 나중 다시 읽을 나는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그럴 수도 있겠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 절박한 상황에서는 모든 생각의 기준이 달라질 테니까. 

<눈먼 자들의 도시>도 생각나고 <시녀 이야기>도 생각나고 <브루스터플레이스의 여자들>의 몇 장면도 떠올랐다. 강간,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강간... 꼭꼭 씹어 읽으려고 침대 옆에 꽂아둔 최진영의 다른 소설 <이제야 언니에게>를 꺼내온다. 성폭행을 당한 고등학생의 이야기. 절반쯤 남겨둔 소설을 단숨에 읽었다. 아프다. 아픔과 슬픔과 절망 속에서 스스로 희망을 찾아나가는 흐름은 비슷하다. 글자들을 써내려갔을 작가의 시간이, 그 속도가, 느껴졌다. 나를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가족조차도 위로가 되지 않음을 보여줘서 좋았다.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다. 

연대의 필요를, 중요성을, 힘을! 손을 잡을 수 있는 사람들, 잡은 손을 놓지 않을 사람들. 도리와 미소에게 지나와 건지가 있어서 다행이었다.(해가 지는 곳으로)  제야에게 이모가 있어서 다행이었다.(이제야 언니에게) 아무도 없는 누군가들에게 누군가가 옆에서 손을 잡아주면 좋겠다. 덜 아프기 위해, 덜 절망하기 위해, 나도 잡을 수 있는 손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 본다. 내가 떠올린 사람들이 내 손을 놓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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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2 18: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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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2 18: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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