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생존의 이야기 : 계급, 인종, 가정폭력 (재니스 하켄)


"벨 훅스는 '매 맞는 여성'이라는 용어조차 여성들의 수많은 경험을 일차원적인 규정으로 환원한다고 주장한다. 억압된 공동체에서 경제적 폭력을 비롯해 일상적인 고통에 시달리는 여성들과 매 맞는 여성들을 분리하는 선을 긋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극단적인 폭행 사례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가정폭력 반대 운동은 여성의 신체와 정신에 일상적으로 가해지는 비교적 극적이지 않은 폭행을 과소평가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p.217)  


"여성 폭력은 남성 폭력에 비해 훨씬 드문 데다 파괴적인 면이 덜하기야 하지만, 페미니즘 문헌에서 '핵심적인' 여성적 자아의 진정한 일부가 아니라 고색창연한 과거로 재현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페미니스트들은 여성 폭력이 대개 방어적인 반면, 남성 폭력은 흔히 공격적이며 여성에 대한 지배를 확립하는 수단이라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jhonson 1995). 이런 입장은 여성이 품는 분노의 뿌리 깊고도 다양한 원천을 간과해버린다. 실제로 가정에서 남성이 보이는 수동성이야말로 공공연한 폭력 행위보다도 더한 여성의 분노를 일으키는 원천이며 만성적인 문제이다." (p. 218)


인용구의 마지막 문장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이다. '수동성'! 

신체적 폭력에 비해 잘 드러나지 않고 증명할 길 없는 정신적 폭력에 대한 연구도 많아지면 좋겠다. '가정폭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글이었다. 




11장 모성과 섹슈얼리티의 이해에 관하여 : 페미니즘 - 유물론 접근법 (앤 퍼거슨) 


"우리는 애정적 유대를 육체보다는 감정적인 것으로, 성적 유대를 감정이나 사회보다는 육체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사실 이런 생각은 서구의 이원론적 사고 패턴 때문에 초래되는 왜곡이라고 주장하고자 한다. 성/애정 에너지를 애정적/정신적/특별히 물리적이지 않은 상호작용에서부터 물리적이지만 특별히 애정적이지 않은 성기 접촉까지 아우르는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이해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이다." (p.260) 


이 인용구를 찍어 옆지기 톡으로 보내주었다. 무슨 말인지??? 라는 답이 돌아왔다. ㅠㅠ




"폴브레는 남성에 대해 여성이, 자식에 대해 부모가 착취당하는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가정 경제 안에서 임금노동과 비임금노동을 비교하는 경제 모델을 개발하는 중이며, 델피는 남성이 지배하는 가정 경제는 이혼한 뒤에도 지속된다고 주장한다. 어머니들이 훨씬 더 많은 직간접적 양육 노동을 떠맡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들 대부분은 양육비를 충분히 지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어머니인 여성에 대한 남성의 착취는 이혼과 더불어 증가한다. 따라서 독신모 가정이 늘어나는 것은 단순히 남편-가부장제husband-patriarchy의 쇠퇴가 아니라 새로운 가부장적 성/애정 형태의 증가로 보아야 한다. 우리가 '독신모 가부장제single mother patriarchy'라고 부르는 이 형태는 가족 중심적인 가부장 형태에서 비개인적인 국가 가부장제 형태로 변화하는 것과 연결된다." (p.267) 


옳으신 말씀. 




12장 가부장제와 교섭하기 (데니즈 칸디요티) 


"고전적 가부장제 아래서 여자아이들은 무척 어린 나이에 혼인을 통해 남편의 아버지가 이끄는 가족으로 넘겨진다. 그 집에서 여자는 모든 남자뿐만 (아니라,라는 단어가 본문에서 빠졌다) 나이 든 여자, 특히 시어머니에게 종속된다." (278) 


"... 어린 신부는 사실상 가진 것 하나 없이 남편의 집안으로 들어간다. 부계제에서 자기 자리를 확고히 하려면 아들을 낳는 수밖에 없다. 

부계제는 여성이 하는 노동과 낳는 자손을 모두 독차지하며, 여성의 노동과 생산에 대한 기여를 보이지 않게 만든다. 가부장적 확대가족에서 여성의 생애주기라는 것은 어린 신부일 때 겪었던 박탈과 곤경을 나이가 들어 며느리에게 통제와 권위를 행사하는 것으로 보상받는 식이다. 여성이 가족 안에서 누리는 권력의 순환적 성격과 시어머니의 권위를 물려받으리라는 기대 때문에 여성들 스스로 이런 형태의 가부장제를 철저히 내면화하게 된다." (279) 


어머니와 시어머니의 삶을 이해하면서도 동시에 거부할 수밖에 없는 마음, 대면하고서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용기없음, 돌아서서 억울해하는 분노, 다 그러고 사니까, 다 그래야 하니까,를 들이받고 싶은 마음 들이 엉킨 채 나는 그냥 서 있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채로. 




14장 여성 노동자와 자본주의 : 지배 이데올로기, 공통의 이해, 연대의 정치 (찬드라 탈파드 모한티) 


"여성을 가정주부로 정의하는 것은 또한 여성 노동의 이성애화heterosexualization를 암시한다 - 여성들은 언제나 남성과 혼인관계를 통해서만 정의되는 것이다. " (313) 


뜻을 검색해 본다. 신경쓰지 않고 살다가 단어의 뜻을 찾아보면 뜻밖으로 놀라게 되는 일이 잦다. 단어를 정의내리는 일에도 이미 사회적 관습과 차별이 존재한다.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을 읽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 가지가 뻗는다.)

프랑스어로 가정주부, 전업주부를 가리키는 말은 femme au foyer 이다. 직설적으로 풀이한다면 집의 여자, 가정의 여자, 쯤이 되겠다. 가정주부의 뜻은 '한 가정의 살림살이를 맡아 꾸려 가는 안주인'이라 되어있고, femme au foyer의 뜻은 '커플의 경우 집안일이라고 명명되는 모든 것(자녀교육을 포함한)의 대부분을 하는 여자'라고 위키백과에 나온다. 외국인으로 서류를 작성할 때 직업을 적는 란에서 가정주부에 체크하는 일, 직업을 쓰는 란에 가정주부라고 적는 일이, 그동안 당당하지 못했다. 쪼그라들었었다. 뭔가 직업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없어서 부끄러운 기분. 어딘가로 출근하지 않고 집에 있으면 왠지 안 되는 것 같은 기분. 이런저런 직업들이 늘어서있는 목록 맨 끝에 직업없음과 같은 위치를 아니 더 아래를 차지하는 가정주부 항목. 아예 체크할 칸이 없는 가정주부 항목. 이제는 당당해지기로 한다. 그래야 한다. 직업으로서의 '가정주부'라는 말을 다른 단어로 바꾸고 싶다. 어떤 표현이 좋을까? 




16장 환상의 현실화 : 마킬라 작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여성과 남성의 생산 (레슬리 샐징어) 


"따라서 여성 노동자들이 공장에 존재하기 때문에 전 지구적 생산이 가능해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정반대로, 여성 노동자들은 전 지구적 생산의 최종 완성품이다. 젠더는 확실히 세계화의 중요한 측면이지만, 저비용 생산을 가능케 하는 것은 현실에 존재하는 여성들이 아니라 '여성성'이라는 수사다." (370) 


노동 현장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도 적용이 되는 말 같다.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복잡한 사회와 세계가 어떻게 숨통을 조이고 있는지를 점점 더 많이 보여줘서 때로는 머리가 깨질 것 같다. 그냥 눈물이 쏟아지기도 한다. 공감 능력이 두 배 세 배 열 배 증폭되는 걸 느낀다. 그러나 늘... 그뿐이다. 나는 최소한의 행동을 하며 살 것이고 주변 사람들은 나를 계속 이해하지 못할 확률이 높으며 나는 나 자신을 계속 의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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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3-13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옆지기님에겐 기초적인 책부터 찍어보내 주셔야하지 않을까요? 이책은 아무래도 고난이도 인듯해요.😆

난티나무 2021-03-13 20:27   좋아요 1 | URL
하핫! 저 인용구가 어려운 말이 아니지 않겠습니꽈??? ㅎㅎㅎ 제가 늘 하는 말이기도 하고요.^^;; 안 와닿는가 봅니다. ㅠㅠ

2021-03-13 2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13 2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13 2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13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1-03-14 0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성이 가족 안에서 누리는 권력의 순환적 성격과 시어머니의 권위를 물려받으리라는 기대 때문에 여성들 스스로 이런 형태의 가부장제를 철저히 내면화하게 된다.˝ 이말이 콕 와닿네요. 그래서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농담처럼 얘기되어지는데 이말에 들어있는 억압구조의 순환을 끊어낼 필요가 절실하다는 생각을 또 잠시 하게 되요.

난티나무 2021-03-14 04:59   좋아요 0 | URL
언제쯤 끊어지게 될까요. ㅠㅠ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이 끊어내고 싶어한들 아래로는 그래도, 할 수 있는 일, 위로는 안 되는 일.... 정녕 위로는 안 되는 일일까요. 아마도 그렇겠죠..ㅠㅠ

라로 2021-03-14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계속 문자 보세 주세요!! 그 뭐야요 한결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이 돌에 구멍을 낸다고 하잖아요. 옆지기 님께 계속 저런 문장을 찍어 문자를 보내다 보면 어느새 구멍이 뚫리지 않을까용??^^;; 화이팅, 난티님!!!!

난티나무 2021-03-14 14:26   좋아요 0 | URL
라로님 댓글에 답글 안 달았지!!! 생각나서 들어왔더니 라로님이 또 댓글을 남겨주셨네요. 동시생각!!! ㅎㅎㅎㅎ
책도 읽히려고 무지 애쓰고 있습니다.^^;;; 문자도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