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있는 한국 식품점에 주문을 해서 어제 물건을 받았다. 프랑스 빠리에서도 이제 인터넷 주문이 가능해졌지만 어째서인지 독일보다 배송료가 더 비싸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독일사이트만큼 물건이 다양해보이지도 않는다.
독일에 한국음식과 재료를 주문하는 일은 그 나름 역사가 오래 되었다. 그러니까... 2004년? 2005년? 무렵 유학생이 많은 도시에 살 때, 사람들을 모아 독일 식품점에 메일로 주문을 넣으면 무려 트럭이 집까지 배달 왔다. 물론 독일에서 여기까지 우리의 주문만으로 움직이지는 않았겠지만 말이다. 여러 명의 주문을 받아 그것을 정리해서 보내고 물건을 받아 다시 주문대로 나누는 일은 정말 복잡하고 힘든 일이었지만, 그렇게 한번씩 모여 얼굴도 보고 먹고 싶은 음식과 재료를 살 수 있어서 기꺼이 했다. 몇 번의 주문 후에 뒷말이 성행한다는 걸 알게 되기 전까진.
아무튼 십몇년이 지난 지금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클릭클릭클릭클릭만 하면 UPS 배달차가 집까지 사흘만에 온다. 반찬 구경을 하다 모처럼 장아찌가 당겨서 고추간장장아찌와 고추된장무침을 주문했다. 안 먹은 지 오래되었으니 한번쯤. 고추간장장아찌는 한번 베어물 때마다 간장물이 퐝퐝퐝, 땡초라 맵기도 무척 맵다. 고추된장무침은 성공! 소개글에는 무침이라고 되어있었으나 장아찌라고 해야 맞을 듯. 아,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음식에의 희열이라고 할까. 밥 한 공기를 뚝딱 하고 저걸 더 먹어야 겠는데 밥을 더 풀 수는 없어서 샐러드를 가득 담았다. 그렇게라도 고추무침 한두 개를 더 먹어보겠다고. 고추간장장아찌보다는 덜 짰으나 그래도 평소의 반찬에 비하면 많이 짠 편이다. 한 끼에 커다란 고추를 너댓 개 먹어치웠더니 거의 절반이 사라졌다. ㅎㅎㅎ 식사 후에도 생각나는 맛, 아침에 눈떠 지금도 침이 고이는 맛, 어쩌면 조미료가 들어가 맛있는 것일 수도 있는 달고 짜고 매운 그 맛, 그 맛을 오늘 점심에도 천천히 느껴야지. 밥 많이 먹어야지. 먹고 걸어야지. 아, 신난다.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다시 주문할 일이 생기면 꼭, 두 팩, 아니 세 팩을 사야지. 다른 식구들이 아무도 안 먹어 정말 다행이지 뭐야!
(- 점심을 먹고 걷고 온 지금은 입이 몹시 말라 곤혹스럽다. 지나치게 짜다. 그래도 한번씩 이런 일탈, 괜찮다.^^;
- 장아찌 하니 예전에 손수 담근 장아찌를 프랑스까지 보내주신 서재 이웃님이 생각난다.
- 고추 들어가는 제목의 책이 없다. 장아찌로 검색해 보았다. 굳이 갖고 있을 필요는 없으나 그래도 한번 들쳐보고픈 책들이 제법. 책 제목의 피클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며칠 전 사다놓은 비트가 생각났고 피클을 하려고 생각했었다는 게 생각났고 아직도 뒷창고에서 구르고 있다는 게 생각나버렸다.)
(사진은 북플에서 캡쳐했는데 수정이 안 됨... 또르르... 다시 컴으로 돌아와서 몇 개만 골라봄. 그나저나 요즘은 집밥,이라는 단어가 걸리적거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