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이 무산되었다. 


이유를 곰곰 생각해 본다.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돈과 공포. 


비행기가 제대로 뜨지 않는 상황에서 표값은 지나치게 비싸다. 4인 기준 예전보다 2백만원 가까이 추가지출을 해야 했다. 조금 더 일찍 샀다면 나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차피 오십보백보다.


귀국 전 3일 이내에 코로나 음성 결과 확인서를 영문으로 발급받아야 하고 입국과 동시에 선별진료소에 들러 또 검사를 해야 하고 14일 자가격리를 (어쩌면 인당 140만원을 내고) 해야 하고 다시 돌아올 때에도 음성확인서를 들고 비행기를 타야 하며 검사비가 인당 10만원을 웃돈다는 것도 인정하면서 결정한 한국행이었다. 


4인 가족이니 왔다갔다에만도 어마어마한 돈이 드는 건 맞다. 그만한 지출을 감수할 만큼의 명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공포 앞에서 명분은 무릎을 꿇게 되었다. 한쪽은 어쨌든 환영하고 한쪽은 어쨌든 지금은 안 된다고 거부한다. 미친 것 아니냐는 말을 건너건너 들었다. 미친 건 이 세상이 아닌가? 


코로나가 독감과 다른 것이 있다면 계절을 덜 탄다는 것? 사람들은 독감에 걸린 사람에게 가까이 가지는 않을지언정 혐오하지는 않는다. 누가 독감에 걸렸다고 해서 그 사람이 어디를 갔고 누구를 만났고를 따지지는 않는다. 어서 낫기를 바래준다. 지금 이 상황은 다르다고 말할 수 있겠다. 물론 독감과는 다르다. 확실히 다르다. 


온 세상이 공포를 조장한다. 충분히 검증기간을 거치지 않은 백신이 전세계에서 접종되고 있다. 독감 백신을 맞은 겨울마다 내내 몸이 좋지 않았던 경험을 한 나는 백신이 무섭다. 이 또한 조장된 공포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의심은 정당한 것이 아닌가? 어째서 이런 식인가? 왜 반대의견은 표면에 떠오르지 않는가? 천편일률적인 대응만이 보여지고 들려온다.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꽁꽁 묶는다. 모든 뇌를 점령당한 것 같다. 몹시 불안하다. 백신은 선택이라고 말하면서 백신 여권 말이 나온다. 방법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선택을 필수로 바꾸는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게 되었다. 공포 조장은 사람들을 얽어매기 딱 좋은 방편이다. 


오늘 비행기표를 취소한다. 한번 다녀오면서 코로나 검사만 4번 이상을 해야 하는 귀찮음과 번거로움과 힘듦을 겪지 않아도 된다. 그냥 다시 계속 집에 머무르면서 책을 읽으며 지내도 된다. 가족을 만나면서 쟤가 혹시 코로나 바이러스를 묻혀오지 않았을까 의심을 받지 않아도 된다. 차라리 잘 되었다. 그러나 내년이 된다고 뭐가 얼마나 달라질까 싶다. 그 때가 되면 백신을 맞지 않는 사람을 혐오하겠지. 


이상하고 이상하고 이상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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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갈 거라고 소포로 받지 않고 동생 집에 모아둔 책들, 부치라고 해야 겠다. 책 올리다 보니 샀다고 글 안 쓴 책도 있고나. 다 무슨 소용이야. 어차피 계속 살 건데. 여기 있는 게 다인 것도 아닌데. 아아 이렇게 의미없다고 느껴지면 망한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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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3-31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한국행이 취소되었군요. 어쩌면 뵐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요. 아쉽네요.. ㅠㅠ

난티나무 2021-03-31 22:36   좋아요 0 | URL
제주에서 번개 하고 싶었단 말이지요.ㅋㅋㅋㅋㅋ
날씨는 어쩌자고 이렇게 좋단 말입니까. 슬퍼슬퍼.....ㅠㅠ

수이 2021-03-31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날 수 없어서 아쉬운 마음. 아 한국 들어오시면 하고싶은 것도 이야기 나누고싶은 것도 많았는데 곧 만날 수 있으리라 봐요. 올해 만나지 못하니 내년에는 볼 수 있겠지 하지만 이래저래 걸림돌들이 많네요. 아쉽지만 만남이 조금 더 뒤로 미루어졌다고 생각하고 우리 계속 같이 읽고 쓰고 그러도록 해요. 멀리 계시지만 든든하게 언니를 받쳐주는 이들이 여기 많으니까 힘내요 난티나무 언니.

난티나무 2021-03-31 22:39   좋아요 0 | URL
호시탐탐 기회를 노립니다. 작년부터 계획이 자꾸 어그러져서 이제는 무덤덤한 경지에 올랐다고 말하고 싶지만 ㅎㅎㅎㅎㅎ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힝.
정신이 딴데 가있을 일이 많아서 글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시간이 많은 3월이었는데 4월에는 좀 나아지려나요.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