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읽을 책들을 쌓아놓고 좀 많나 싶었는데 과연 좀 많았다. 별일이 없었다면 다 읽을 수 있었을 텐데 별일이 있어서 그렇지 못했다. (세 권의 끄트머리를 아직 못 끝내고 있음) 다행히도 전자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계속 그 없는 마음의 여유를 유지하도록.
4월에는 인터넷 바다를 두루두루 헤엄쳐야 할 일이 많을 것 같으니 조금만 쌓아보자 하고 책을 보는데, 음 꺼내고 싶은 책이 많다? 그러나 참아야 한다.
일단 이렇게 꺼내본다.
4월 여성주의 읽기 《200년 동안의 거짓말》
함께 읽을 페미니즘 책 《보이지 않는 여자들》
권여선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스 《올리브 키터리지》
버지니아 울프 《올랜도》
케이트 쇼팽 단편집 《한 시간 사이에 일어난 일》
짝짝짝. 혼자 고르고 박수치고.
박수치고 나서 복도 책꽂이 앞에 섰더니 거기서도 안 읽은 책들이 째려본다. 어떡하지? 추가할까? 다 못 읽을 것 같은데. 몇 권을 소심하게 꺼냈다가 다시 조용히 꽂아둔다. 좀더 기다려. 내가 말이지, 전자책으로 사놓고 아직 열어보지도 못한 것들이 있거든? 시간이 되면 그것도 좀 열어봐야 하지 않겠니? 그러니 너희들은 좀더 기다리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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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엄청 책을 많이 읽어대는 듯이 보이지만, 1년여 전만 해도 내가 이렇지는 않았다. 어쩌면, 이 말도 안 되는 시국이 나에게 판을 깔아준 것일 수도. 주어진 시간은 매일이 똑같은데 책을 쌓아놓고 읽고 말테야 모드를 장착하고 다른 일들을 외면하기. 되도록 안 하기. 집에 있는 일손 써먹기. 그리고 나는 책을 읽는다. 내년이 되면 이런 시간이 다시 없을 수도 있다. 고맙게도(?) 프랑스는 토요일 저녁부터 다시 봉쇄다. 학교도 한달간 닫는다. 9월 초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나에게는 혼밥의 시간이 없을 것도 같다. 살짝 우울하지만 괜찮다. 안 읽은 책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