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정자에 앉아 있는 흰머리 무성한 남편. 카메라를 넣은 백팩을 나 대신 메고 다니는데, 폼은 내가 잡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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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4-12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자 있는 동네에서 사는 게 꿈이었는데 이번에 이사 온 곳에 정자가 있더라구요. 후훗_ 언젠가 nama님 꿈도 꼭 이루어질 겁니다. (기운 팍팍)

nama 2015-04-12 17:11   좋아요 0 | URL
사시는 곳에서 순천만은 가까운가요? 저는 갈대밭 무성한 생태공원 옆에 살고 있는데 예쁜 정자가 곳곳에 있어요. 하지만, 빵 먹고 나면 과일 먹고 싶고, 과일 먹고 나면 빵 먹고 싶듯, 벚꽃은 어디에나 있으니 보기 힘든 매화를 찾게 되네요.

수이 2015-04-12 20:45   좋아요 0 | URL
네 순천에 살고 있는데_ 아직 순천만은 가보지 못해서;; 다녀오고 말씀드릴게요. 저는 목련이 한가득한 곳에서 살고픈데 떨어질 때 모습이 예쁘지 않아 그런지 목련 보기가 힘들어요. 목련도 이제 거의 다 졌지만

nama 2015-04-13 19:48   좋아요 0 | URL
목련이 많은 곳....천리포수목원인데요. 올 봄 마음으로 몇 번 가봤습니다.
 
코펜하겐에서 일주일을 - 그들은 왜 행복할까
유승호 지음 / 가쎄(GASSE) / 201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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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를 미리 엄청나게 공부하고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코펜하겐에서 일주일을 보냄. 작은 나라에 촘촘히 엮인 인간관계가 바탕을 이룬 신뢰사회. 목수나 의사나 똑같이 인정 받는 착한 사회. 이를 뒷받침하는 복지정책. 우리에겐 너무나 먼 남의 나라 얘기네,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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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발견. 바쁜 와중에 그나마 눈에 들어온 책이다. 일기체의 단상을 엮은 책으로, 예전 같았으면 반갑게 읽었을텐데 요즘엔 이런 류의 책들이 별로 달갑지 않다. 굳이 다른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볼 만큼 심심하지도 않고 읽다보면 뭔가 멋적어지곤 하기 때문이다. 나이 먹는다는 게 이런 걸까? 무관심, 무감동, 무책임...'無'자가 늘어난다는 것. 이러다가 완전  '무'의 세계로 돌아가는 게 죽음이겠지.

 

그러나  이 책의 서문을 몇 줄 읽으면 도저히 이 책을 안 읽을 수가 없다. 길지만 그대로 옮긴다. 사실 이 책은 이 부분만 읽어도 된다. (무례한 독자...인정!)

 

 

"네가 스무 살이라는 게 꿈 같구나. 3킬로그램 몸무게로 네가 세상에 나올 때 나는 재직 중이던 여중학교에서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하며 <청산별곡>을 강의하고 있었어. 가난하던 시절이었지. 출근할 때마다 5백 원씩 네 엄마한테 하루 일당을 받곤 했던. 5백 원이면 담배 한 갑, 구내식당 점심값, 그리고 버스비를 제외하면 꼭 10원이 남는 돈이었구나. 네 엄마는 주면서 미안해 딴 데 보고 나는 받으면서 미안해 딴 데 보는 금쪽같은 5백 원. 하지만 엄마 배 속에 네 생명의 심지가 박혔을 때 나는 이미 하나, 하나라고 네 이름을 지어놓았어. 5백 원을 지갑에 넣어 안주머니에 간직하고 투명한 아침 햇빛 속으로 걸어 나올 때, 불광동 언덕배기, 너는 아마 기억조차 못할 그 작은 옛집을 걸어 나올 때, 매양 눈물이 날 것 같아지면서, 때가 오면 너와 함께, 청산에 살어리랏다, 어디로 어떻게 흐르든, 청산 하나 품고 살리라 꿈꾸었어, 아빠는. 가난했지만 비참하지도 황야를 품고 살지도 않았다. 저 아래, 내 가슴 깊은 곳, 맑은 우물이 넘치고, 햇빛도 만지고 바람도 만지면서. 그럼, 그렇고 말고, 청산 하나 드높이 세워 기대고 살았지. 나는 구내식당에서 백반 대신 라면을 먹었어. 네가 엄마의 자궁을 조금씩 채워갈 때 내 안주머니엔 백반 값 대신 라면 값의 차액이 역시 조금씩 조금씩 채워져 갔고. '예쁜 공주님을 얻으셨어요'. 전화통에 울리던 산호사의 목소리가 상기도 생생하다. 나는 안주머니에 차곡이 쌓인 백반 값 라면 값의 차액을 통틀어서, 세상의 모든 햇빛 같은, 장미꽃바구니를 샀다. 물 아래 옥돌, 순결하고 순결한 네게 바치려고. 너는 단번에 장미꽃바구니의 아름다움을 알아보았어. 악을 쓰고 울던 네가 장미꽃바구니를 신생아실 유리창에 들이 댔더니, 뚝 움을 그쳤거든. 너는 채어날 때부터 아름다운 것을 알아보았던 거야. 그리고 지금 넌 바람 속 스무 살."

 

재수학원에 다니는 우리 딸아이도 스무 살. "폭풍우로 벚꽃이 다 떨어졌으면 좋겠어."라는 딸. 장미꽃바구니를 지금이라도 줘야 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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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계신 요양병원에 갔다가 오는 길에 용인 재래시장에 들렀는데 처음보는 나물이 눈에 들어와 한 바구니 사가지고 왔다. 이름은 홑잎나물. 낯선 이름이어서 나물 파는 아주머니께 여러 차례 물어보았는데 봄에 제일 먼저 나오는 나물로 원추리 보다 일찍 먹는다고 한다. 살짝 데쳐서 들기름에 무쳐 먹으면 맛있다고 한다.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다름 아닌 화살나무순이었다. 에이....우리 아파트 담장에 심어져 있는 나무로 초봄에 할머니들이 새순을 채취하는 바람에 일시에 새순이 싹둑싹둑 잘려나간 모습을 해마다 보게 되는데 바로 그 화살나무순의 또 다른 이름이 홑잎나물이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책이 한 권 있다. 내가 아끼는 소장본이다.

 

 

 

 

 

 

 

 

 

 

 

 

 

할머니들의 생생한 육성이 담긴 책이다. 살아있는 책이 이런 책일까? 정보가 많이 담긴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할머니들이 사라지면 산나물도 사라질 것 같은 안타까움이 묻어 있는 책이다.

 

이 책 맨 마지막 페이지에 화살나무순이 '훗잎'이라는 이름으로 실려 있다. 반갑다.

 

할머니는 나물도 어려서 어렵게 살던 사람이나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귀하게 끼니 걱정없이 큰 할머니는 나이가 많아도 나물을 모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어려워야 만날 수 있는 세상의 진면목이란 게 반드시 있다.  (62쪽)

 

'어려워야 만날 수 있는 세상의 진면목'에 눈이 멈춘다.

 

요양병원에 계신 엄마는 이제 사람을 별로 반기지 않으신다. 치매 때문이리라고 여겨지지만, 그럼에도 예전의 엄마 모습이 아닌 딴사람이 된 엄마의 모습을 지켜보는 건 참으로 참담한 일이다. 엄마의 카랑카랑하고 반복적인 잔소리가 몹시 그리워진다. 귀에 쟁쟁한 엄마의 목소리가 그립다.

 

이럴 때 눈에 들어온 화살나무순. 정말 '어려워야 만날 수 있는 세상의 진면목'을 상징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건 그렇고, 나물맛이 궁금하다.

 

 

 

들기름향으로 먹는 맛이다, 라고 썼는데 한 접시 다 먹어가는 지금 그 말을 수정한다. 먹을수록 은근 고소한 맛이 난다. 동네 할머니들이 왜 화살나무순을 싹쓸이 훑어갔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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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 떨어지기 전에 집에 가야지.

 

 

장렬하게 씨앗을 날려버린 박주가리 열매의 잔해. 당당하고 아름답다.

 

 

집으로 가는 길

 

 

해당화의 봄.

 

 

해당화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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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4-01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사진은 눈물 나려고 해요...

nama 2015-04-02 07:57   좋아요 0 | URL
쪼그라든 열매가 꼭 우리 엄마 닮았어요. 엄마의 기운을 빼먹고 자란 저 역시 이렇게 쪼그라들고 있고요. 그 자리를 딸아이가 대신하고...자연의 섭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