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 천 개의 얼굴 - 아마존에서 티베트까지, 인류 지혜의 원형을 찾아 떠나는 40년의 여행
웨이드 데이비스 글.사진, 김훈 옮김 / 다빈치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처음엔 꼼꼼하게 읽다가 중반부터는 초고속으로 책장을 넒겼다. 흥미는 있지만 이 책을 끝까지 읽는 행위는 무의미해 보였다. 어떤 책의 효용을 따지게 되면 이미 정이 식어버린 연인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다. 슬프고 안타깝지만 적당한 선에서 포기하는 것도 괜찮다. 독서는 일단 즐거워야 되니까.

 

읽기를 도중하차했으나 이 책은 대단한 책이고 저자 역시 대단한 사람이다. 단지 내 그릇이 작아 소화시키지 못할 뿐이다. 어떤 책인지 옮긴이의 말을 적어본다.

 

   이 책은 인류학자·민속식물학자·민족지학자·시인·모험적 여행자·뛰어난 사진작가를 겸한 웨이드 데이비스의 어린 시절 일화로부터 시작해서 전 세계의 온갖 토착 문화들을 탐방하고, 조사하고, 연구하고, 공감하고, 행동해온 모든 역사를 망라하고 있다. 여기에는 아리알, 코기, 와오라니, 바라사나, 프난, 이누이트, 티베트, 아이티 사람들을 포함하여 많은 토착 사회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또 그들이 겪은 수난의 역사와 그런 고통을 극복하고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성공하기도 한 역사까지 등장한다.

 

그냥 흥미로 읽기에는 좀 과분한 책이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로 이어질 것 같지도 않다. 나중에 도움이 될까 싶은 내용이 있다면 남미 안데스 지역 얘기 정도. 언젠가 남미를 여행한다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정도. 이런 범상치 않은 저자의 글을 조금 접해봤다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오늘날에도 안데스 지역 일대에서는 거리를 측정할 때 마일이나 킬로미터가 아니라 코카 일을 씹는 동안 가는 거리에 해당하는 코카츄(coca chew)를 쓴다. 루나Runa족 사람들이 만날 때는 악수를 하는 게 아니라 코카 잎을 교환한다. 점쟁이들은 천에 뿌려진 코카 잎들이 이루는 모양이나 코카 잎의 엽맥 모양을 통해서 미래의 일을 점친다. 그런 기술은 벼락을 맞고도 살아남은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다.

 

         (중략)

 

   사람들은 길에서 만날 때면 걸음을 멈추고 세 장의 코카 잎이 완벽한 십자가 모양을 이루고 있는 것을 서로 교환한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아푸, 곧 산신 꼭으로 돌아서서 그 이파리들을 입에 물고 가볍게 불어서 날린다. 그런 행위는 코카의 정수에 해당하는 그것을 대지에, 공동체에, 성소들에, 조상들의 영혼에 되돌려주는 일종의 기원 의식이다. 그렇게 코카 잎을 교환하는 행위는 사회적 제스처요, 인간관계를 인정하는 한 방식이다.

 

 

전 세계를 무대로 공부하고, 행동하는 저자가 몹시 부러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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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그러니까 어언 30여 년 만에, 고요한 마음으로 책 두 권을 읽었다. 쉽게 말하면 백수의 심정으로 책을 읽었다는 얘기. 두 권의 책을 두 도서관에서 각각 빌리는 행위조차도 백수스러웠다.

 

 

 

 

 

 

 

 

 

 

 

 

 

 

대학 교수의 안식년 1년 중 6개월 간의 런던생활기. 이국 땅에서 홀로 밥 하고, 빨래하고, 음악 듣고, 책 읽으며 써내려간 일기 형식의 글.

 

 

 

 

 

 

 

 

 

 

 

 

 

 

 

작가 김보통.

2009년 입사

2013년 퇴사

2013년 만화가 전업

2015년 수필가 겸업

2017년 아직 불행하지 않음

 

'회사를 벗어나 맞이했던 막연함에 대한 이야기.'

 

 

위의 두 책을 오락가락하면서 읽으니 오전에는 교수가 되고, 오후에는 백수가 되는 묘한 기분에 젖었다. 책은 그냥 읽으면 되는데 왜 꼭 자신을 이입해서 읽게 되는 건지....이 또한 백수스럽다. 백수가 될 날이 머지 않아서일 거다. 이 두 책을 억지로 연관시켜 이야기하기는 좀 너무 아주 억지스럽다. 다만, 백수의 심정으로 읽힌 구절이 있어 옮겨본다.

 

그러나 지식인임을 자처하고 살아가고 있는 지금에도 안락하고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에 대한 유혹, 아니 그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문제를 회피하거나 적당히 넘어가고 싶은 유혹, 혹은 온건하고 균형 잡힌 사람 소리 들으면서 살고 싶은 유혹, 나의 지식과 인맥 등에 적당히 기대서 명성이나 쌓고 미시권력이나 누리며 살다 가고 싶은 유혹에 늘 시달리면서 산다.(중략)

 

썩지 않으면서 이대로 조금씩만 더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  <내면 산책자의 시간>에서

 

   대학 졸업과 동시에 막바로 취업한 나는 사실 백수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러나 퇴사하고 사회에 방치되었을 때의 느낌이란, 정상적으로 사회에 적응하는 데 실패한 자격 미달의 불량품이 된 것만 같았다. 어느 누구도 관심 가지지 않고 신경쓰지 않았다. 알아서 어디론가 사라져줬으면 싶은 눈길로 바라볼 뿐.

   마치 붕어똥이 된 기분이었다. 밀려나온 똥 주제에 쉽게 떨어지지 않고 달랑달랑 붙어 있다가, 결국 떨어져도 사라지지 않고 꼴 보기 싫게 어항 속을 둥둥 떠다니는 붕어똥.

                                          -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에서

 

 

쓰다보니 이제 정리가 된다. <내면 산책자의 시간>은 두뇌형 백수,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는 실존형 백수. 나는 물론 후자에 마음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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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예술마을로 떠나다 - 잃어버린 두근거림을 찾아
천우연 지음 / 남해의봄날 / 2017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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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꼭 클릭시켜야 하나? 작가로선 최선을 다해 만든 책을 독자가 그저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별을 하나씩 깎아내리는 행위는 작가에 대한 모독일 수도 있다. 어떤 책에 대한 평가를 별 몇 개로 단순화시키는 건 잔인하다. 모든 평가가 그렇듯.)

 

동네에 새로 들어선 서점에 들렀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와서 구입했다. 새로 생긴 서점은 협동조합으로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이른바 '복합문화공간'을 자부하는 곳이다. 강연도 열리고 공연도 열리는 곳이다. 우리 동네에 이런 곳이 생기다니, 이곳을 떠올리면 애향심이 저절로 생긴다고나 할까. 웬만하면 인터넷 서점 대신 이곳에서 책을 사고 싶다. 알라딘이야 나 하나 빠진다고 눈 하나 깜빡하지 않겠지만 이곳은 나 같은 사람이 모여야 살아남는다. 이 막중한 책임감.

 

그나저나 이 책. 서른셋의 나이에 하던 일을 멈추고 세계 예술마을 여행길에 올랐다는 건...음, 칭찬할 만한 일이다. 당찬 모습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비록 그 길지 않은 회사생활에 염증을 느꼈다는 건, 내 입장에서 보면 좀 간지럽지만.

 

스코틀랜드 모니아이브

덴마크 보른홀름

미국 미네소타

멕시코 오악사카

 

이 네 곳에서 일 년 동안 생활하며 경험한 것을 풀어놓았다. 책 내용은 아주 밝다. 저자 역시 매우 밝은 성격의 소유자일 것 같다. 게다가 매우 모범적인 생각을 모범적인 문체로 써내려갔다. 어떤 부분은 교과서의 글을 읽는 기분도 들었다. 지극히 범생이스럽다.

 

글 중 덴마크의 보른홀름에서 살짝 마음이 흔들렸다. 나도 따라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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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g폰으로 찍었다.

 

생태공원에 있는 소금창고. 한 쪽 지붕이 내려앉았다. 스스로 소멸중이다. 살아있는 것은 모두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엄혹한 이치는 이 소금창고에게도 어김없이 해당되는 말이다. 집도 마치 생물이라는 듯이.

 

아래 사진은 2013년에 찍어서 올렸던 것인데 위 소금창고의 왼쪽 정면 부분이다. (내가 올린 걸 찾느라고 고생했다는...)

 

 

 

이 사진을 찍었을 때는 아마 나도 지금보다는 꼬장꼬장했을 터이다. 하늘도 달도 떡하니 찍어놓는 배짱같은 것도 있었으리라. 무너져가는 위의 사진에선 오로지 집 자체만 눈에 들어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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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3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23 17: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8-01-24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아니, ˝너무˝ 좋아요. ^^

nama 2018-01-24 09:59   좋아요 0 | URL
감사, 감사합니다.
 

 


[알라딘] 적립금 유효기간 만료일이 2일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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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44-2514

 

한창 바쁜 시간, 겨우 틈내서 휴대폰 확인하다 이런 문자 받으면 애써 유지한 평정심이 깨지면서 저 깊은 곳에 감춰둔 야수성이 드러나며 입에서 게거품 나온다.

 

알라딘, 장사하는 건 좋은데 좀 품위를 지키시오. 이러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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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8-01-17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압박감이 들때가 있더군요..

stella.K 2018-01-17 13:23   좋아요 0 | URL
엇, 유레카님이닷!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