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의 예술가마을 반깡왓.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가게들이 모여 있는 자그마하면서도 예쁜 마을이다. 미장원도 있기에 염색할 때가 되었다 싶어 문을 열고 들어섰는데... 예약을 해야 한단다. 언제 가능하냐고 물어보니 3일 후에나 가능하단다. 결국 포기하고 염색은 치앙라이행 버스를 기다리며 버스터미널에 있는 미용실에서 했다. 반깡왓 미용실에서 염색을 했더라면 좀 예술적인 색감의 머리색을 갖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반깡왓에선 마침 토요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약식 초상화를 그려주고 얼마간의 돈을 받는 화가에게 가족초상화를 부탁했다. 이렇게 만천하에 가족초상화를 공개할 수 있는 건, 이 그림을 보고 우리 가족의 얼굴을 짐작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딸아이가 그런다. 엄마의 가슴을 실제보다 크게 그렸노라고. 어디 가슴뿐이랴. 우리부부가 저렇게 젊은가? 그러나 괜찮다. 아주 마음에 든다. 태국인으로 환생한 듯한 기분마저 든다. 못난 얼굴들을 싱그럽게 그려주었으니 이 아니 고맙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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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8-13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운데 계신 분? ^^

nama 2017-08-13 20:20   좋아요 0 | URL
네. 가운데가 접니다. 전혀, 조금도 닮지 않았답니다. 웃는 모습이 저렇게 예쁘지도 않고, 젊지도 않고, 부드럽지도 않아요.^^

라로 2017-08-14 0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못난 얼굴들을 싱그럽게 그려준 건 모르겠지만 남편분과 두 분이 닮으셨어요!!!!!!!!!!❤️

nama 2017-08-14 10:33   좋아요 0 | URL
네. 남들이 다들 그런 얘기를 해요. 둘이 닮았다고. 그러고보면 이 그림 그려 주신 분이 잘 포착했네요.^^
 

  

 여행안내서는 여행 전과 여행하며 읽는 맛이 전혀 다르다. 여행안내서를 제대로 고르려면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서 여행을 반추할 때이다. 인생을 닮았다. 어떤 일을 끝내고나서야, 학교를 졸업하고나서야, 몇 십 년의 결혼생활을 하고나서야 비로소 전체의 윤곽이 잡히듯 여행도 그렇다. 여행을 끝내야 비로소 여행가이드북이 눈에 제대로 들어온다. 예습으로 읽든 복습으로 읽든 여행가이드북을 읽는 건 별 의미가 없다. 나중에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려나...

 

 

 

 

 

 

 

 

 

 

 

 

 

 

 

여행 가기 전에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책이다. 여행 가서 하나씩 참고하며 실전에 응용했는데, 이 책은 매우 주관적이서 일반적인 소소한 정보가 약간 부족하다. 치앙마이에 대한 애정 가득한 저자들답게 저자들이 좋아하는 곳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고 할 수 있다. 저자들에게는 '가장' 멋진 곳일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 적당히 취사선택해야 한다. 가이드북에 '가장'이라는 최상급을 붙이는 건 좀 모순이다. '가장'을 위해 생략된 것은 어쩌란 말인가. 낯선 여행지에서 필요한 건 정확하고도 요긴한 사실을 담은 정보이지 누군가의 주관적인 선호도가 개입된 부분적인 정보가 아닐 것이다.

 

 

 

 

 

 

 

 

 

 

 

 

 

 

 

 

일반적인 가이드북으로 소소하면서도 요긴한 정보들이 가득해서 한 권쯤 필요한 책이다. 위의 책과 이 책 중에서 한 권을 고르라면 나는 이 책을 고르겠다. 가이드북은 일단 실용성이 중요하니까.

 

 

 

 

 

 

 

 

 

 

 

 

 

 

 

 

여행기를 재독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지만, 과연 내가 여행은 제대로 하고 왔나 싶어 다시 이 책을 꺼내 읽어보았다. 물론 치앙마이 부분만.

 

여행지에서 현지인처럼 살아보기랑 며칠 잠깐 여행하는 것의 차이가 확연히 구분된다. 현지여행사에서 일일투어를 신청하며 희희낙낙하는 우리 같은 여행자에게 이 책은 근접하기 힘든 아우라를 품고 있다. 특히 <Enough For Life>의 주인내외와 함께 어울리며 현지인처럼 살아본 것이라든가, 동네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작은 카페를 찾아 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 경험 같은 것은 흉내내기가 쉽지 않다. 단 며칠 간의 여행이란 별 것 아님을 절실히 깨닫게 해주는 책이랄까. 짧은 여행 후 이런 책을 읽는다면...흠...소금물을 들이켠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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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8-14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앙마이를 다녀오셨나 봅니다. 제가 최근에 어딘가에서 치앙마이 여행 후기를 읽고 치앙마이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이 글도 눈에 띄었어요.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는가 봐요.
맨 위의 글에 염색하셨다는 글을 보고서는, 오! 저도 여행지에서 염색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어요. 하핫.

nama 2017-08-14 10:36   좋아요 0 | URL
낯선 곳에서 염색을 해보니 마치 생전 처음으로 염색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미용사의 동작 하나하나가 머릿속에 각인되지요. 물론 염색의 질 따위는 따지지 않는 게 좋아요.
 

나는 여행 중에는 보통 책을 읽지 않는다. 한두 권의 책을 배낭에 넣긴 하지만 돌아다니느라 책을 읽을 틈이 없다. 그러나 별달리 볼 것이 많지 않은 치앙마이에선 책 읽기가 가능했다. 시간도 넉넉했다. 책 읽을 공간도 훌륭했다.

 

 

님만해민의 마야 쇼핑몰에 자리잡은 이 카페는 24시간 개방이다. 공간도 넉넉하고 분위기도 좋고 쾌적하고, 그리고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완벽한 공간이다. 이곳에서 한나절을 보내며 두 권을 읽었는데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다. 치앙마이에서 한 달 정도 살게된다면 매일 하고 싶은 일이 세 가지 있는데,

1. 1kg에 1,200원 정도하는 망고스틴 먹기

2. 태국마사지 받기(1시간에 약 7,000원 가량)

3. 카페 놀이하기

 

이 카페로 매일 출근해도 좋을 것 같다. 생각만해도 행복해진다.

 

 

 

 

 

 

 

 

 

 

 

 

 

 

80년대에는 김지영이라는 이름이 흔했나? 내 중학교 동창 중에는 명희라는 이름이 흔했었다. 권명희, 이명희, 김명희, 한명희, 남명희. 120명도 채 안되는 학생 중에 명희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들이 다섯 명이나 있었다. 그러고보니 내가 알고 있는 김지영도 여럿 있다. 동료도 있고 학생도 있다.

 

82년생이나 그 보다 20여 년 이상이나 먼저 태어난 우리 세대나 여자들 세상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보니 단숨에 읽게 되는 소설이다. 이 멋진 공간에서 이 소설을 읽는 건 기쁨이자 슬픔이다. 책 자체를 읽는 건 기쁨이지만, 잊고 있던 사실을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게 해주는 소설 속의 여러 통계치를 보는 건 가슴 아픈 슬픔이다. 아직도 이런 세상에서 살고 있구나...하는.

 

 

 

 

 

 

 

 

 

 

 

 

 

 

 

제목이 마음에 든다. 한여름에 시원하게 냉방된 실내에서 읽기에는 제격인 소설이다. 내용은 차치하고. 그런데 내용도 좋다. 아니 내용보다도 문장 하나 하나가 감칠맛이 난다. 글을 얼마쯤 쓰면 이런 관록이 느껴지는 문장을 구사하게 될까. 내내 감탄하며 읽었다.

 

이 소설집에서 딱 한 문장을 고른다면? 물론 옮기고 싶은 문장은 많다. 허나 딱 한 문장이라면?

 

어머니가 카메라를 응시하며 사십오 도가량 몸을 틀었다. 풍경을 배경으로 가져본 적 없는 세대의 어색한 경직성이었다.

 

<풍경의 쓸모>라는 소설에 나오는 구절이다. 제대로 된 삶이 아닌 누군가의 풍경밖에 안 되는 무지렁이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한 문장에 요약되어 있다. 문제는, '풍경을 배경으로 가져본 적 없는 세대'는 비단 어머니 세대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역시 일개 풍경에 불과한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다는 것. 누군가의 풍경이 된 삶의 쓸모란 무엇일까? 쓸모가 있다는 얘기일까, 없다는 얘기일까? 좋은 소설이다.

 

 

 

 

카페 유리창에 붙어 있는 글. 문제는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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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bina 2017-08-13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글귀는, 알고 있으나 무심히 지나치게 되는 일상에, 성찰의 기회를 가져다
줍니다. 나마님 덕분에 나를 돌아 보네요.
남편이 자주가는 주유소 휴게실 벽에 걸려 있던 액자의 글귀를 보고 그 주유소가
달리 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하려고 하는자는 방법을 찾고, 하지 않으려는 자는 핑계를 찾는다.˝

nama 2017-08-13 15:08   좋아요 0 | URL
좋은 문장입니다. 핑계를 찾을 때마다 자기 자신에게 좀 더 솔직해야겠지요. 핑계는 게으름의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동영상 먼저.

 

 

조그만 동네인 치앙라이의 랜드마크로 저녁 7시부터 9시 매시 정각에 10분간 빛과 소리를 주제로 한 공연을 볼 수 있다. 소리로는 두 곡이 나오는데 내 취향에 맞는 건 두 번째 노래다. 흘러간 향수와 이루지 못한 꿈을 떠올리게하는 약간 유치한 감정이 마음을 울린다. 귀로는 노래를 듣고 입으로는 심수봉의 노래를 흥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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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8-12 0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들어보니 심수봉의 노래를 흥얼거리셨다는 말씀이 이해가 되네요 ^^
황금시계탑에 조명까지 더해지니 정말 화려해보입니다.

nama 2017-08-12 08:30   좋아요 0 | URL
저 황금시계탑은 꼭 금은방에 있는 순금 장식 같아요. 지나간 화양연화를 떠올리게 하는 게 능청스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그래요. 미련과 후회 같은 구질구질한 감상까지 일으켜요. 심수봉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지요.^^
 

치앙마이와 치앙라이에서 열이틀을 보냈으니 뭔가 시간의 흔적을 남겨볼까 끄적거린다. 어떻게 쓰겠다는 생각도 고민도 없다. 생각나는대로 그때 그때 때때로 사진 몇 장, 글 몇 줄 써보려고 한다. 자주 떠올려야 여행의 기억도 오래 갈 테니까.

 

 

 

치앙마이의 란나 포크라이프 박물관(Lanna Folklife Museum)에 있는 란나사람들의 전통 옷감 같은데, 저 문양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에셔가 혹 란나의 후손일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란나란 이 지역의 옛날 주인이다. 

 

 

 

에셔의 그림을 가져와볼까나?

 

(출처:daum)

 

 

10월 15일까지 에셔 특별전이 열린다고 하니 잊지 말고 다녀와야겠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자태...우리나라 한복과 너무나도 비슷하다. 심지어 배래는 요즘 유행하는 직선형이다. 사람들이 어디에 살 건 생각하는 건 비슷한가보다.

 

 

 

우리로 치면 해금되겠다. 과연 동남아 국가 중에 위의 악기를 사용하지 않는 나라가 있을까? 내가 전에 썼던 글을 베끼면 '중국에서는 얼후, 인도네사아에서는 레밥, 캄보디아에서는 트로우, 타이에서는 소우, 라오스에서는 소이라고 부른단다.' 나라마다 사람은 달라도 악기만은 같은 게 있으니 신기하면서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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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8-12 0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복과 정말 비슷하네요.
에셔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는 건 nama님 덕분에 알았어요.

nama 2017-08-12 08:24   좋아요 0 | URL
기회가 닿으면 함께 에셔 특별전에 가고 싶어지네요.^^

sablna 2017-08-13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리나라 해금과 같은 악기가 중국에도 얼후라는 이름으로 존재한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각기 다른 이름으로 동남아 각국에 있어 왔다니 참 신기하네요.
문득, 사람마저 가깝게 느껴집니다.

nama 2017-08-13 16:35   좋아요 0 | URL
라오스에서는 거리의 거지도 이 악기를 연주하고 있더군요. 생활밀착형 악기라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