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y Oliver 의 시는 이웃서재님의 글을 읽고 알게 되었는데, 검색해보니 쉽게 시를 찾을 수 있었다.

 

 

The Journey

 

One day you finally knew

what you had to do, and began,

though the voices around you

kept shouting

their bad advice-

though the whole house

began to tremble

and you felt the old tug

at your ankles.

"Mend my life!"

each voice cried.

But you didn't stop.

You knew what you had to do,

though the wind pried

with its stiff fingers

at the very foundations,

though their melancholy

was terrible.

It was already late

enough, and a wild night,

and the road full of fallen

branches and stones.

But little by little,

as you left their voices behind,

the stars began to burn

through the sheets of clouds,

and there was a new voice

which you slowly

recognized as your own,

that kept you company

as you stroke deeper and deeper

into the world,

deternined to do

the only thing you could do-

determined to save

the only life you could save.

 

어느 날, 자신이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 깨달았을 때,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길을 떠나는 자의 결연함을 노래한 시인 것 같다. 황량한 밤, 거리는 나뭇가지와 돌멩이로 가득하지만 구름장 사이로 별빛이 타오르기 시작하고 자신을 격려하는 새로운 목소리도 들려오는데, 목소리는 다만 자신의 목소리, 세상 속으로 홀로 걸어가야 한다.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일, 단 하나의 생명을 구하기로 결심하고. '단 하나의 일' 은 여행일까? 구해야 할 생명은 자신일까? 다른 일도 그렇지만 여행은 절실해야 한다. 떠나는 자의 절실함 같은 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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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편지

                               안 상 학

 

독수리가 살 수 있는 곳에 독수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나도 내가 살 수 있는 곳에 나를 살게 하고 싶었습니다

 

자작나무가 자꾸만 자작나무다워지는 곳이 있었습니다

나도 내가 자꾸만 나다워지는 곳에 살게 하고 싶었습니다

 

내 마음이 자꾸 좋아지는 곳에 나를 살게 하고 싶었습니다

내가 자꾸 좋아지는 곳에 나를 살게 하고 싶었습니다

 

당신이 자꾸만 당신다워지는 시간이 자라는 곳이 있었습니다

그런 당신을 나는 아무렇지도 아니하게 사랑하고

 

나도 자꾸만 나다워지는 시간이 자라는 곳에 나를 살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나를 당신이 아무렇지도 아니하게 사랑하는

 

내 마음이 자꾸 좋아지는 당신에게 나를 살게 하고 싶었습니다

당신도 자꾸만 마음이 좋아지는 나에게 살게 하고 싶었습니다.

 

 

'몽골 편지'를 '치앙마이 편지'로 바꾸고 싶다.

 

 

 

 

 

 

 

 

 

 

 

 

 

 

 

 

 

 

 

치앙라이

 

 

치앙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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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고 있다. 춥다. 날이 더워지면 무안해서 어쩌려고 이리 춥나, 오늘.

 

 

 

 

 

 

 

 

 

 

 

 

 

 

 

 

이 책의 겉표지에 있는 사진을 이해하는데 만 하루가 걸렸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을라나. 딱 봐도 책을 세워 놓은 사진인데, 책 밑부분에 도서관 스티커가 붙어있어 더 더욱 그림이 확연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대나무공예품인가 뭔가 계속 궁금했다. 그랬으니 이 시집을 읽은들 제대로 읽었으랴만.  

'블랙리스트 시인 99명의 불온한 시 따뜻한 시'라고 쓰여 있지만, 내 눈에 들어오는 거 읽고 내 마음대로 고른다.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시는 많지 않다.

 

젖은 나무가 마를 때까지

                                            박 남 준

 

옛날을 젖게 하네 양철지붕 저 겨울비

방울방울 바다로 가듯이

그렇게 흐르는 것들 흘러간다 여겼는데

풍경은 꺼내고 들춰지는 것인가

돌이킬 수 없는 사람이 보내온

돌이킬 수 있는 흔적들이 비처럼 젖게 하네

젖는다는 것, 내겐 일찍이 비애의 영역이었는데

비에 젖었던 나무들은 몸의 어디까지 기억할 수 있을까

장작을 팰 나무들 앞마당에 비를 맞는다

젖은 나무가 마를 동안

나는 이미 젖었으므로

햇살이 오는 길목을 마중해야겠지 

언젠가 이 길을 달려오며 나를 들뜨게 했던 기다림들

봄날은 쨍쨍거릴 것이며 장작은 말라갈 것이다

젖은 시간이 말라간다

픽~

오래 흘러왔으므로

나무의 젖은 탄식도 몸을 건너갔다는 것을 안다

천천히 도끼질을 다시 시작한다

몸이 가벼워지는 동안 나뭇간에 발자국 쌓여갈 것이다

 

 

이런 시를 쓰는 시인들을 블랙리스트로 묶어놓다니... 그들은 자신들의 권력이 영원하리라고 생각했을까? 머리도 참 나쁘다.

 

누군가 울면서 너를 바라볼 때,

네가 그 울음의 주인이 될 때까지 기다려라.

울음은 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함께 울어주는 자에게 건너온 덩굴손이다.

 

    - <누군가 울면서 너를 바라볼 때> (이정록) 중에서

 

 

무장투쟁

                          김 주 대

 

허무에 이르기 위해 스님들의 옷은 무채색이고

고요에 응전하기 위해 머리는 반드럽고 적막합니다

스님들은 잘 무장하였습니다

 

단순한 것만 보기 위해 맑아진 눈

넘어져도 깨지지 않기 위해 말랑한 머리

젖을 빨기 위해 볼 근육을 탱탱하게 한

아기들은 잘 무장하였습니다

 

뱀은 어깨를 말아 몸 안으로 넣고

일어선 천적들의 시선을 피해

다리를 피부에 납작하게 새겼습니다

독을 품고 가는 길 뱀은 잘 무장하였습니다

 

별은 반짝임으로 유서를 남기고

반짝임만으로 소리치고 웁니다

별의 반짝임은 어둠을 몰아내는 무기여서

별은 잘 무장하였습니다

 

문은 손잡이로 무장하였고

장미는 가시로

산새들은 부리를 갈아 뾰족한 노래를 부릅니다

도로는 중앙선으로 무장하였습니다

 

그리고

 

날카로운 세상 어울리지 않는 얘기지만

나는 무기가 시밖에 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식구들에게는 참 면목 없는 무장이지만 말입니다.

 

 

'무기가 시밖에 없'는 시인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어쩌겠다고...그들은 시를 읽기나 할까? 나중에 발각되면 창피해서 어쩌려고 그런 짓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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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8-28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진짜 차가운 비바람이 불어요. 갑자기 비가 많이 오는데, 얼마나 올 지 모르겠어요.
지난주에 비오고 나서 햇볕이 뜨거웠던 것 생각하면, 다시 뜨거운 날이 돌아올 것 같기도 하고요.
nama님, 비조심하시고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nama 2017-08-28 19:49   좋아요 1 | URL
오랜만에 긴 바지와 긴 웃옷을 입었는데도 추웠어요. 다시는 더위가 찾아올 것 같지 않을 것처럼 추위가 매몰차더군요. 금방 더워지면 얼마나 무안할까요. 날씨에도 염치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지요.
좋은 날 되시구요.^^
 

어렸을 때 머리에 이가 살림을 차린 적이 있었다. 집안 구조상 자주 씻지도 못하고 목욕탕에 가는 것도 싫어해서 이래저래 위생과는 거리가 먼 시절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우유같은 뽀얀 피부를 자랑하던 어린 시절, 머리에 이가 살림을 차릴 정도로 우리 부모님은 딸내미를 방치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그 시절에는 그같은 일은 얘깃거리도 못되는 아주 흔하고 흔한 일에 불과했다. 그 때는 상비약도 아주 단순했다. 배 아플 땐 노루모, 상처에는 옥도정기나 안티프라민, 체했을 땐 활명수. 몸살엔 쌍화탕. 이 서너 가지 약은 말 그대로 만병통치약이었다. 그리고 대부분 일상적인 통증은 이 약으로도 충분했다.

 

그런데 머리에 들끓고 있는 이는 이런 상비약으로 어찌해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 때 이를 박멸할 수 있는 강력한 처방이 있었다. 바로 요즘 살충제 계란으로 거론되고 있는 DDT였다. 밀가루 같은 하얀 가루를 머릿속 이를 향해 집중 투하하면 효과는 확실했다. 나도 이때 하얀 DDT가루 세례를 받았는데 신기하게도 그 이후로 이 때문에 고생한 적이 없었다. DDT의 효능을 알아차린 계기가 되어서인지 나는 지금도 DDT에 대한 강한 향수(?)를 가지고 있다. 아무튼 그 시절은 부모님의 절대적인 보살핌과 사랑을 받던 어린 시절이었다.

 

 

고기류와 생선류의 음식을 먹지 않은 지 반 년이 되어간다. 그래도 일주일에 두어 번은 생협에서 사온 계란을 먹곤 했었다. 그러나 그 계란도 믿을 수 없다며 정 그렇게 계란을 먹으려면 직접 닭을 길러서 계란을 먹으라는 말을 들었다.(통합의학 전문가로부터) 그래도 그것마저 안 먹으면 단백질은 어떻게 섭취하나 싶어서 생협의 계란을 아주 끊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럴즈음 살충제 계란 사건이 터졌다. '직접 닭을 길러서' 계란을 섭취하라는 말이 맞는 말이었구나 싶었다.

 

 

추억 속의 DDT가 다시 부활한 모양이다. 세상 참 나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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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라 2017-08-21 2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DDT를 인체에 바로 뿌리던 시절도 있었군요. 구충제 대신에 락스를 희석해서 마셨다는 이야기는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었는데요. 세상이 변한듯 안변한듯한 과도기들을 거치며 변해가는 것 같네요

nama 2017-08-22 07:57   좋아요 0 | URL
락스 얘기는 처음 들어요. 락스보다는 DDT가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아니 무슨 생각을...) 세상은 분명 변하긴 해요.

2017-08-22 0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22 0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작년에 서거한 태국의 푸미폰 국왕. 지금도 치앙마이를 떠올리면 곳곳에 걸린 고 푸미폰 국왕의 사진들이 떠오른다. 도로변에 커다랗게 입간판처럼 세워놓은 사진, 커다란 창문을 가린 사진, 지붕 위에 올려놓은 사진, 상점 한 켠에 걸려있는 커다란 액자....셀 수 없는 그의 사진들이 지금도 눈에 어른거린다. 애도 기간이 1년이나 된다나...온국민의 사랑을 받지 않고서야 그렇게나 많은 사진이 곳곳에 걸릴 수 없을 것이다. ....부러운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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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7-08-21 0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도 라디오로 서거를 들었는데 라디오에서 그분에 대한 스페셜을 해 줄 정도였죠. 의식이 깨어있고 국민을 너무 사랑한 국왕!!

nama 2017-08-21 08:15   좋아요 0 | URL
나 하나쯤 사라져버려도 아무도 슬퍼하지 않겠지, 하는 게 일반서민들이지요. 가진 자들이 많이 베풀 수 있는 것을 고맙게 여기고 마음을 너그럽게 쓴다면 인정도 받고 사랑도 받을 수 있지요. 깨어있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