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머리에 이가 살림을 차린 적이 있었다. 집안 구조상 자주 씻지도 못하고 목욕탕에 가는 것도 싫어해서 이래저래 위생과는 거리가 먼 시절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우유같은 뽀얀 피부를 자랑하던 어린 시절, 머리에 이가 살림을 차릴 정도로 우리 부모님은 딸내미를 방치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그 시절에는 그같은 일은 얘깃거리도 못되는 아주 흔하고 흔한 일에 불과했다. 그 때는 상비약도 아주 단순했다. 배 아플 땐 노루모, 상처에는 옥도정기나 안티프라민, 체했을 땐 활명수. 몸살엔 쌍화탕. 이 서너 가지 약은 말 그대로 만병통치약이었다. 그리고 대부분 일상적인 통증은 이 약으로도 충분했다.

 

그런데 머리에 들끓고 있는 이는 이런 상비약으로 어찌해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 때 이를 박멸할 수 있는 강력한 처방이 있었다. 바로 요즘 살충제 계란으로 거론되고 있는 DDT였다. 밀가루 같은 하얀 가루를 머릿속 이를 향해 집중 투하하면 효과는 확실했다. 나도 이때 하얀 DDT가루 세례를 받았는데 신기하게도 그 이후로 이 때문에 고생한 적이 없었다. DDT의 효능을 알아차린 계기가 되어서인지 나는 지금도 DDT에 대한 강한 향수(?)를 가지고 있다. 아무튼 그 시절은 부모님의 절대적인 보살핌과 사랑을 받던 어린 시절이었다.

 

 

고기류와 생선류의 음식을 먹지 않은 지 반 년이 되어간다. 그래도 일주일에 두어 번은 생협에서 사온 계란을 먹곤 했었다. 그러나 그 계란도 믿을 수 없다며 정 그렇게 계란을 먹으려면 직접 닭을 길러서 계란을 먹으라는 말을 들었다.(통합의학 전문가로부터) 그래도 그것마저 안 먹으면 단백질은 어떻게 섭취하나 싶어서 생협의 계란을 아주 끊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럴즈음 살충제 계란 사건이 터졌다. '직접 닭을 길러서' 계란을 섭취하라는 말이 맞는 말이었구나 싶었다.

 

 

추억 속의 DDT가 다시 부활한 모양이다. 세상 참 나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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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라 2017-08-21 2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DDT를 인체에 바로 뿌리던 시절도 있었군요. 구충제 대신에 락스를 희석해서 마셨다는 이야기는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었는데요. 세상이 변한듯 안변한듯한 과도기들을 거치며 변해가는 것 같네요

nama 2017-08-22 07:57   좋아요 0 | URL
락스 얘기는 처음 들어요. 락스보다는 DDT가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아니 무슨 생각을...) 세상은 분명 변하긴 해요.

2017-08-22 0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22 0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