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즐기고 보련다 - 75세 도보여행가의 유쾌한 삶의 방식
황안나 지음 / 예담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유쾌하고 가볍게 읽기 좋은 책. 늙는 것에 쫄지 말 것, 꾸준히 운동할 것, 독서를 부지런히 할 것, 시간을 알차게 쓸 것, 붙박이 가구 같은 영감도 고마운 존재, 그리고 결국 삶은 견디는 것.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이지만 새로운 용기를 얻게 되는 책. 함께 늙어가는 친구들에게 일독을 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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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경제직부연수 때. 옆자리에 앉은 내 연배의 남교사한테 군대가 없는 나라가 어딘지 물어봤다. 몰라서 물어본 게 아니라 서로 한마디 말도 없이 그냥 하루종일 앉아서 강의를 들어야 하는게 어색하고 심심해서 통성명이라도 하자는 의도에서였다. (그런데 허구많은 대화 소재 중에 하필 군대얘기였을까? 그때 막간을 이용하여 정희진의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질문에, 대답 대신 군대가 없는 나라가 있을 수 있냐는 질문을 내게 던졌다. 그 후 몇 마디 나누고 대화 단절...어색한 4일을 보냈다. 나는 계속 정희진의 책을 읽고, 그 남교사는 경제관련 책을 읽었다. 축구에 대해서는 시시콜콜 알면서 군대 없는 나라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과 연수를 듣고 있으려니, 그렇잖아도 사회성결여로 사회생활에 애를 먹고 있는 나는 점점 더 책 속으로 도피할 수 밖에.(선생들은 못미더운 사람한테 가르침 당하는 걸 싫어한다.)

 

군대 없는 나라, 를 사람들은 상상하지 않는다. 생각해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군대가 없으면 당장  전쟁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에서 성장하고 그렇게 길들여진 사회에서 살고 있는 탓이다. 나 역시 코스타리카라는 나라를 알기 전까지는 군대가 없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모처럼 한가한 아침. 신문에서 윤구병의 <영세중림 코리아만 살길이다>를 읽고 떠올린 책.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78157.html

 

 

 

 

 

 

 

 

 

 

 

 

 

 

입으로 머릿속으로 읖조리다보면 언젠가는 내 손에 들어오리라 믿고....

 

 

내 머리카락은 지성성분이 매우 강하다. 남들보다 흰 피부,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 색깔의 눈동자(딸아이 표현), 표준에 절대 못미치는 작은 키...분명 내 조상 중에 에일리언이 한 명쯤 끼어들었을 것이라고 여기고 있는 마당에 이 기름기 철철 넘치는 머리카락은 확신에 확신을 보탠다. 그런데 며칠 전 눈에 들어온 책이 있다.

 

 

 

 

 

 

 

 

 

 

 

 

 

 

그래서 오늘은 실험삼아 물로만 머리를 감았다. 직장에 다니지 않는다면 계속 해보련만...

 

 

나는 평소 이웃서재님들의 글 중에서, 책 한 페이지 펴보지 않고 책을 소개하는 걸 극도로 꺼려한다. 그런 글만 읽고 책을 구입했다가 후회한 적이 있어서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내가 읽은 책에 대해서만 말하려고 애쓰고 있는데, 오늘은 예외다. 이 책도 언젠가는 내 손에 들어올 것을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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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수업은 무슨 수업. 가르칠 마음도 들을 마음도 없는, 이심전심의 유유자적한 해방의 시간.

영화 한두 편으로 서로의 무안한 마음을 살짝 옆으로 밀어놓는다.

 

 

 

 

 

 

중2 아이들에게 이 두 영화를 보여주면 하나같이 이렇게 묻는다.

"이거 진짜 실화예요?"

영화 보기 바빠서 설명도 짧게 짧게 자막 넣듯 하다보니, 딱 한 마디 이 말 만큼은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

"이 영화가 너희들이 살아가야 할 세계의 모습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들어보지도 못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이미 가족과 함께 봤다는 여학생이 있다.

"우리 엄마가 이런 영화는 꼭 봐야 한다고 해서 식구끼리 봤어요." ...이쁜 녀석. 수업 시간에 항상 진지하더니 그 뒤에는 진지한 어머니가 계셨군.

 

2,000원 주고 다운로드했다고 하니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나를 바보 취급한다. 공짜로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있다고. 애들은 알맹이 없이 약기만 하다. 진짜 세계에는 눈 가리고 스마트폰을 손에 들면 스마트해지는 줄 알고 있다. 어디 애들뿐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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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t si bon.( It's so good.)

 

대학 때 트윈폴리오를 매우 좋아한 친구가 그들의 노래를 녹음한 카세트테이프를 준 적이 있었다. 그 테이프를 많이 듣기는 했지만 테이프가 끊어질 정도는 아니었다. 테이프가 늘어나거나 끊어질 정도로 들었던 노래는 Lynyrd Skynyrd 의  Free bird 나 Deep Purple의 강한 사운드의 노래들이었다.

 

팝송 보다는 덜 좋아했지만 그래도 우리세대에게는 쎄시봉이 진한 향수를 일으키는데...그 옛 향수를 일으키기에 이 영화는 좀 작위적인 설정이 많다. 스토리 위주로 진행하다보니 이야기 진행에 억지가 보이고 우연한 장면들을 안일하게 배치했다. 이야기 전개상 어쩔 수 없겠지만 좀 더 덜 영화스럽게(?) 할 수는 없었을까?

 

특히 트윈폴리오의 노래는 들을 만하면 중간에 툭 끊기는 토막노래만 나와서 감질만 났다. 이런 비교는 그렇지만, 영화 Once 의 음악성 짙은 노래들이 줄줄이 나오는 장면 같은 장면들이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만의 음악영화로 머무르는 게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런데 이 영화가 음악영화 맞나?). 영화 Once 같이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함께 향유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단순히 과거지향적인 분위기에 젖어드는 것만으로는 쎄시봉의 소재가 아깝지 않은가. 좀 많이 아쉽다. 기왕 만든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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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균형 아시아 문학선 3
로힌턴 미스트리 지음, 손석주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인도인은 크샤트리야 출신이다. 현지 안내인이었던 그와 함께 한 북인도단체여행 때, 교통사고로 사망한 소녀가 길가에 버려져 있는 걸 버스로 이동하면서 목격했다. 교통사고 사망자를 길가에 그대로 방치했다는 사실에 나는 경악했고, 아무도 놀라지 않고 동정심을 나타내지도  않는다는 사실에 연거푸 경악했다. 이 황당한 상황에 당황하고 있을 때 우리의 크샤트리아 출신인 안내인이 이 난감한 상황을 단 한마디로 정리했다.

 

"인도에 사람 많아요." 정확한 발음의 우리말이었다.

 

나는 인도에 관련된 각종 인명사고를 접하게 되면 이 인도친구의 말이 떠오르곤 한다. 사람 하나쯤 죽어나가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자신보다 계급이 낮은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나는 이 인도친구가 특별하다거나 특이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출신이 출신이다보니 자신도 모르는 계급 의식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죽은 것을 보고 눈 하나 깜박거리지 않고 무덤덤하게 말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실화 같은 소설을 읽다보니 이 친구가 떠올랐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어이없는 수많은 죽음을 대하는 인도인들은 과연 어떤 생각들을 할까? 계급에 따라 다를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

 

이 소설. 뭐랄까. 과연 내가 알고 있는 인도가 진짜 인도인가? 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읽으면서 괴로웠다. 슬픔은 말할 것도 없고. 책도 두꺼워서 완독하는데 3일 가까이 걸렸는데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오로지 밥 먹고 책만 읽었다. 다른 일은 하기도 싫었다. 내용에 질리고 두께에 질리고 등장인물의 운명에 질리고...온통 질리게 만들었다. 진하디 진한 인도여행 같았다. 아니,징하디 징한 인도여행 같았다. 인도는 뭐든 사람을 징하게 만드는구나 싶었다.

 

그간 인도에 관한 책을 나름 많이 읽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그 자부심에 찬물과 뜨거운 물을 동시에 끼얹는 이 책. 이 압도적인 소설에 경외감마저 생긴다.

 

그런데 '적절한 균형'이란 제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리저리 생각해보아도 인도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기란 쉽지 않다. 특히 불가촉천민인 경우에는 더욱. 이 책을 읽어야 비로소 인도에 대한 적절한 균형 감각이 생긴다고 생각하니 좀 이해가 되는 듯도 싶다. 한마디로 진한 독서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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