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퇴근 후 의정부에 있는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나 보다 나이가 한참 어리나 마음이 잘 통하는 지인의 남편상이었는데, 지인은 중환자실에 누워 있고 작은 아들 역시 병원에 입원한 상태로 스무살 먹은 큰아들이 상주노릇을 하고 있었다. 다행히 지인은 상태가 호전되어 정신이 돌아와 의사표현은 하게 되었다하나 남편도 자신처럼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줄 알고 있단다. 작은 아들 역시 제 아빠의 죽음을 모르고 있고. 대형 교통사고였다.

 

오늘이 발인인데,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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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11-04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무슨 말을...마음이 너무 무겁네요..

nama 2015-11-04 13:3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일이 참 많아서 아픈 날들입니다.
 

 

 

 

 

 

 

 

 

 

 

 

 

 

 

 

징역살이도 유쾌하게?

 

 

욕에 대한 유쾌한 정의를 들어보시라.

 욕은 본디 입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머리에서 피어오르고 가슴 속에서 터지는 분노에 풍자와 해학이 저며 있되, 생각하면 할수록 기분이 나빠야 그게 제대로 된 욕이다. 내가 사회 나와서 들은 욕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욕은 "에라, 이 공무원 같은 자식아!"였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직후에 들은 욕이다. 물론 모든 공무원이 다 그렇다는 뜻은 아닐 게다. 지금이야 공무원이 최고 인기 직종이라지만 그래도 여전한 철밥통 체질이나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를 풍자하는 기지가 돋보였던 욕이라 난 요즘도 비슷한 짓거리를 보면 가끔 이 욕을 써먹는다.   -78쪽

 

밑줄 부분을 접한 순간 나는 그만 빵 터지고 말았다. 특히 '생각하면 할수록 기분이 나빠야...'에 공감이 갔다. 왜? 나도 꾸러기 아이들을 상대할 때는 생각할수록 기분이 나쁜 말을 들려주려고 무진 애를 쓰기 때문이다. 무슨 악랄한 선생이냐고? 체벌은 생각할 수도 없고, 점잖게 타이르는 말은 효과도 없고, 벌점은 아무리 매겨도 전혀 먹히지 않을 때, 그 때는 말을 독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 본디 어려서부터 욕 먹으며 자란 성품이 아니기에 내게 욕은 전혀 자연스러운 언어가 아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을 상대하다보니 자연 입은 거칠어진다. 독하게 마음 먹고 아이들한테 욕을 할 때는 나 역시 기분이 몹시 상하기 마련이다. 내 인간성의 모진 부분을 끄집어내어 상대방의 자존심을 향해 가차없이 칼을 들이대야 하기 때문이다. 나를 질리게 한 상대방을 몇 배로 질리게 해야 한다. 그러면 겨우 내 의도를 알아차리고 자신을 돌이켜보게 된다. 자신을 돌아본다는 건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고 생각을 하게 되면 행동에 변화가 생긴다. 역으로 치는 방법인데 자주는 못할 짓이다. 다행히 자주 있는 일은 절대 아니고, 자주 써먹는다면 나 역시 인간성이 고갈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 는 말이 그래서 나왔지 싶다. 쓰디 쓰다.

 

욕에 대한 긴 사설을 딱 두 문장으로 정의를 내린 이 책, 유쾌하고 가볍고 매력적인데다 깊이까지 있다. 

 

출소 후에 사업을 하다가 누구와 전화로 싸울 일이 있었다. 아주 비열하게 우리 회사의 정보를 빼내서 우리를 괴롭힌 작자였다. 놈이 전화를 받자마자 난 징역에서 배웠던 모든 욕을 해댔다. 역시 욕의 강도도 중요하지만 같은 욕을 반복하지 않으면서 길게 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물론 격분한 상대가 가끔씩 한마디 할 기회는 줘야 나도 탄력을 받는다. 그렇게 한 10여 분 정도 욕을 쳐 대다가 화가 좀 풀려 전화를 확 끊었다. 곧 내 자리로 다시 전화가 왔다. 놈이 다짜고짜 내게 이렇게 말했다. "야, 인마. 너 몇 살이야?" 난 배운 대로 할 수밖에. "아저씨, 저 스무 살이에요." 완벽한 승리였다. 한국에선 역시 나이가 깡패다.

 

누군가와 싸울 때 '나이'라는 카드를 꺼내는 순간 이미 게임은 끝난거다. 참패다. 부디 이 카드는 써먹지 말기를.

 

일요일 오후, 혼자 키득거리며 읽고 있자니 세상이 평화롭게 느껴진다. 감옥에서도 꽃은 피는구나. 이 책의 저자, 이건범. 아무나 흉내내지 못할 내공이 느껴지는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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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화 피고 지는~~

해당화는 5월부터 10월말까지 6개월 동안 꽃을 피운다. 올해의 마지막일 것 같은 해당화를 휴대폰에 담는다. 미리 준비하지 못해 겨우겨우 어거지로 합성해낸 영정사진 같다. 얼마 전 엄마 영정 사진을 미리 만든다고 만들었는데 꼭 이런 모양이었다. 아, 어떻게 안 될 때가 있다.

 

해당화. 일명 배회화(徘徊花) 혹은 화선(花仙). 배회하는 꽃, 꽃 중의 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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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11-01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정사진이란 말씀에 울컥...하고 갑니다.

nama 2015-11-02 07:20   좋아요 0 | URL
부모님을 여의는 심정은 같겠지요.

sabina 2015-11-05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해당화를 화선이라고도 하는지 미처 몰랐어요.
앞으로는 해당화를 보면 화선이라는 제 절친을 떠올리겠네요.

nama 2015-11-06 07:1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 Palle:1930~2002 )의 전기.

 

집과 직장에 책탑을 쌓아놓고 손도 대지 못하는 책이 수두룩한 상태에서 시립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 읽었던 건, 목수정의 <파리의 생활좌파들>에서 이 예술가의 이름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궁금했다.

 

2007년인가.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이 분의 전시회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나의 무지와 무관심에 한탄이 절로 나왔다. 다행히 과천인가에 이 분의 작품이 있다니 언젠가는 일삼아 보러갈 날이 있을 터.

 

읽은 것에 비해, 감탄하고 놀란 것에 비해, 느끼고 생각한 것애 비해, 내가 여기에 쓸 수 있는 말은 많지 않다. 그저 읽고나니 좀 더 멍청해졌을 뿐이다. 온몸으로 살다간 예술가의 생애를 읽다보면 나 자신이 무척 초라해질 뿐이다. 초라하고 불쌍해진 나 자신을 확인하게 된다.

 

직접 작품을 보면 어떨까? 분명 행복하리라. 행복에 겨워 나 자신을 돌이켜보는 어줍잖은 생각 따위 하지도 않을 것 같다. 아쉬운대로 책에 실린 작품 사진을 찍어보았다.

 

1966년 스톡홀름 전시회에 출품한 나나 시리즈의 대작 <혼>('그녀'라는 뜻이란다.)

 

 

오른쪽은 <내 애인의 초상(1961)>. 머리 부분의 과녁을 향해 다트를 던져봐?

 

 

"카드 놀이를 할 때처럼, 우리는 규칙을 모른 채 태어나는 것 같아. 하지만 어쨌든 손에 쥐어진 카드들을 제대로 써야겠지." - 니키 드 생팔

 

 

'소년은 늘 유명해지기를 꿈꿨다. 스위스의 영웅이 되고 싶었다.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을 때면, 그는 유머와 지성, 엉뚱한 행동들을 동원하며 나섰다. 열여섯 살에 자전거 경주에서 우승했던 일은 장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는 가장 우수한 선수 뒤를 끝까지 따라가다가 마지막 몇 미터를 남겨 두고 추월했다. 외톨이였지만 온 힘을 다해 한 가지 목표로 매진할 때 그 상황에서 벗어날 기회가 생긴다는 것을 장은 몸소 체득했다.' - 110쪽

 

*위 글의 '소년'은 장 팅겔리라는 이름의 예술가로 니키의 연인이자 동반자이자 바람둥이로 니키와 더불어 한 시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인물이다. 그 역시 삶이라는 카드을 제대로 사용했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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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지 않는 별

 

별이라 해서 다 뜨는 것은 아니리

뜨는 것이 다 별이 아니듯

오히려

어둠 저 편에서

제 궤도를 지키며

안개꽃처럼 배경으로만 글썽이고 있는

뭇 별들이 있어

어둠이 잠시 별 몇 개 띄워 제 외로움을 반짝이게 할 뿐

가장 아름다운 별은

높고

쓸쓸하게

죄짓듯 앓는 가슴에 있어

그 가슴 씻어내는

드맑은 눈물 속에 있어

 

오늘밤도

뜨지 않은 별은 있으리

 

('안개꽃처럼 배경으로만 글썽이고 있는' 언니가 떠올라서 눈물이 핑 돌았다. '죄짓듯 앓는 가슴'이란 구절에 또 한번 눈물이 핑 돌았다. 언니를 향한 내 마음이 늘 죄짓듯 해서.)

 

 

어머니에 대한 고백

 

때 절은 몸빼 바지가 부끄러워

아줌마라고 부를 뻔했던 그 어머니가

뼈 속 절절히 아름다웠다고 느낀 것은

내가 내 딸에게

아저씨라고 불리워지지는 않을까 두려워질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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