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에 아침밥을 먹고나니 딱히 할 일이 없다. 몇몇 일행은 밤새 고산증으로 고생했는지 식당에 나타나지 않았다. 일찌감치 이키토스에서 물먹은 데크를 걷다가 삐끗해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옆구리에 가벼운 타박상을 입기도 하고, 탐욕스럽게 파파야를 먹다가 설사로 고생했던 나는 이미 액땜한 셈인가. 그렇게 믿고 싶다. 아무래도 녹록지 않은 여행이 될 것 같다, 평균 나이 60쯤 되는 일행은 더 늙기 전에 남미여행을 하겠노라고 벼르고 왔을 터. 때를 놓치면 사회의 낙오자라도 되는 양, 학업, 취업, 결혼, 자녀입시, 자녀의 취업과 결혼으로 이어지는 숙제를 대강 마치고나면 이번엔 그간의 고생에 대한 보상으로 여행에 몰두한다. 여행마저 숙제가 된다. 젊어서 하는 사서 고생은 약이 되련만 늙어서 하는 고생은 뭐람. 실패하지 않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여햄을 추구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만치 않은 여행을 하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에 빠진다.
어젯밤에 찍은 꾸스코 야경 사진을 올린다. 산꼭대기 허름한 집들에서도 볼빛이 반짝이며 멋진 밤풍경을 선사한다. 뭔가 미안한 마음이다. 모든 이에게 평화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