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추픽추 투어를 앞두고 쓴다.

Moray 라는 잉카의 계단식 원형 밭이다, 일종의 식물 연구소인데 규모가 크고 미적으로도 아름답다. 잉카 문명이 망하지 않았다면 .. 부질없는 가정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그러니까 까불지 말자. 까불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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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에 아침밥을 먹고나니 딱히 할 일이 없다. 몇몇 일행은 밤새 고산증으로 고생했는지 식당에 나타나지 않았다. 일찌감치 이키토스에서 물먹은 데크를 걷다가 삐끗해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옆구리에 가벼운 타박상을 입기도 하고, 탐욕스럽게 파파야를 먹다가 설사로 고생했던 나는 이미 액땜한 셈인가. 그렇게 믿고 싶다. 아무래도 녹록지 않은 여행이 될 것 같다, 평균 나이 60쯤 되는 일행은 더 늙기 전에 남미여행을 하겠노라고 벼르고 왔을 터. 때를 놓치면 사회의 낙오자라도 되는 양, 학업, 취업, 결혼, 자녀입시, 자녀의 취업과 결혼으로 이어지는 숙제를 대강 마치고나면 이번엔 그간의 고생에 대한 보상으로 여행에 몰두한다. 여행마저 숙제가 된다. 젊어서 하는 사서 고생은 약이 되련만 늙어서 하는 고생은 뭐람. 실패하지 않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여햄을 추구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만치 않은 여행을 하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에 빠진다.

어젯밤에 찍은 꾸스코 야경 사진을 올린다. 산꼭대기 허름한 집들에서도 볼빛이 반짝이며 멋진 밤풍경을 선사한다. 뭔가 미안한 마음이다. 모든 이에게 평화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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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0m의 바닷가 도시 리마에서, 비행기로 해발 3,400m의 쿠스코에 왔다. 순간 이동이라 고산증에 걸리기 쉽다. 고산증 예방 차원에서 먹은 고산증 약이 다행히 효과가 좋아서 견딜 만하다. 예전에는 해발 5,000m가 넘는 곳도 고산증 약 없이 잘도 다녔지만 지금은 약간 불안하다.
몇자 끄적이고 있자니 갑자기 주위가 칠흑같은 암흑 상태가 되었다. 얼어죽을 정도의 추위도 아닌데 이불 두 채가 침대 위에 있다. 이런 호텔도 처음. 빨리 자야 할 것 같다.

쿠스코는 예상보다 훨씬 아름다운 곳이다. 이런 곳은 자유여행으로 와서 느긋하게 머물러야 하는데 내일이면 다른 곳으로 이동이다. 남미는 자유여행을 할 만한데 주위의 만류로 선택한 단체여행. 그나마 세미 패키지라 밥 사먹을 자유는 있다. 그래서 오늘 먹은 기니피그 구이 사진을 올린다. 30년 전 인도에서 처음 보았던 기니피그를 이제는 내 입 속으로 넘긴다. 현지인처럼 먹어보겠노라는 그럴듯한 변명과 함께. 맛은?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의 어느 지점을 섞어놓은 맛이랄까. 이상하지 않은 그냥 고기맛 정도.
세상에 내가 기니피그를 먹게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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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4-12-28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루에서 몇년 살다가 온 친구가 있는데 고산증이 생각보다도 훨씬 힘들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쿠스코는 날씨가 허락해줘야 제대로 볼수있다고하고요.
기니피그가 피그 (pig)의 일종인줄 알았던 때가 있었지요. ^^. 한국에서 페루까지 가는 길도 오래 걸렸겠어요. 건강하게 잘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쿠스코행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며 쓴다.
경비행기를 타고 나스카 유적지를 본 느낌에 호텔 주변에서 발견한 티코 자동차를 더하니 뷔페를 먹은 기분이랄까. 나스카는 내 말을 보태는 게 어리석을 터.
어느 순간 공룡 사라지듯 눈 앞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린 우리의 꼬마 자동차 티코를 발견한 느낌은 그래도 내 영역 안으로 들어온다. 여전히 세상에 건재하며 최선을 다해 생명을 이어가는 티코. 아직도 멀쩡한 티코를 우리는 왜 버렸나. 무섭게 치솟는 환율을 대책없이 바라보며 우리가 지금 구가하는 부가 어느 순간 나락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다. 한때는 잘 나갔지, 하고 한탄하는 날이 오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망해도 타코처럼 살아남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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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4-12-28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집트에 갔더니 부분부분 우리 나라 자동차 부속으로 재조합된 자동차가 많더군요. 자동차 완전조립품으로는 수입을 못하게 되어있어서 중고 부속을 수입해다가 이집트에서 다시 조합해서 사용한대요.

잉크냄새 2024-12-28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르단 암만에서 마주친 횟집 물차가 떠오르네요. 트럭 1.5톤 마이티 짐칸에 물탱크를 그대로 달고, 뒷부분에 ‘부산횟집‘이란 상호도 지우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었죠. 해안도 아닌 내륙인데 용도가 궁금하더군요.
 

와카치나 사막을 4륜구동을 타고 달리기로 했는데 내 운은 딱 여기까지다. 점심을 먹은 식당에서 네 번, 투어 사무실 화장실에서 세 번, 변기에 쏟아내는 배설물을 바라보며 북플이나 해야겠다고 생각하니 작은 위로가 된다. 나는 왜 이런 순간에야 글을 쓸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글이 마음의 배설물쯤 된다고 생각하나?

이럴 때 왜 그 者가 떠오를까? 계엄에 실패하고 계엄해제가 가결되기 직전, 그 者가 혹시라도 권총자살을 시도하지 않을까 심장이 두근거렸는데, 남편이 그런다. 그럴만한 자존심도 없는 인간이라고. 양심, 자존심, 수치심.. 이런 걸 기대한 내가 순진한가? 나는 내 자리를 알고 포기할 때 포기할 줄 안다. 명퇴를 선택했던 것도 그렇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몇자 쓰지도 못했는데 일행이 돌아오나보다. 요즘은 무슨 생각만 하면 기-승-전-계엄걱정으로 연결된다.

내 똥은 내가 치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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