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0m의 바닷가 도시 리마에서, 비행기로 해발 3,400m의 쿠스코에 왔다. 순간 이동이라 고산증에 걸리기 쉽다. 고산증 예방 차원에서 먹은 고산증 약이 다행히 효과가 좋아서 견딜 만하다. 예전에는 해발 5,000m가 넘는 곳도 고산증 약 없이 잘도 다녔지만 지금은 약간 불안하다.
몇자 끄적이고 있자니 갑자기 주위가 칠흑같은 암흑 상태가 되었다. 얼어죽을 정도의 추위도 아닌데 이불 두 채가 침대 위에 있다. 이런 호텔도 처음. 빨리 자야 할 것 같다.
쿠스코는 예상보다 훨씬 아름다운 곳이다. 이런 곳은 자유여행으로 와서 느긋하게 머물러야 하는데 내일이면 다른 곳으로 이동이다. 남미는 자유여행을 할 만한데 주위의 만류로 선택한 단체여행. 그나마 세미 패키지라 밥 사먹을 자유는 있다. 그래서 오늘 먹은 기니피그 구이 사진을 올린다. 30년 전 인도에서 처음 보았던 기니피그를 이제는 내 입 속으로 넘긴다. 현지인처럼 먹어보겠노라는 그럴듯한 변명과 함께. 맛은?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의 어느 지점을 섞어놓은 맛이랄까. 이상하지 않은 그냥 고기맛 정도.
세상에 내가 기니피그를 먹게 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