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학부모로부터 전화가 왔다...어제 아들녀석 ㄱ이 같은 반(우리반) ㅍ라는 친구한테 무릎을 꿇고 빌었다며 흥분하고 있었다. 알아보니 녀석 ㄱ이 녀석 ㅍ한테 거의 한달 동안 침을 뱉었다고 한다. 말로 해결되지 않아서 참고 참은 끝에 그렇게 되었다고 하는 ㅍ의 말을 들어보니 이해못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주먹을 휘두르지는 않았으니까. 이 학부모는 지난 주에도 항의를 했었다. 조끼를 벌써 두 벌이나 잃어버렸다며 학교에서 얻을 수 없냐기에 이리저리 알아보고 조끼 한 벌을 구해주었었다.  

*엇그제 친정어머니를 새언니가 노인요양병원에 입원시켜드렸는데 아직 찾아뵙지 못했다. 엄마는 서운하신지 나와의 전화 통화도 거부하신다. 모처럼 일찍 끝나는 오늘 엄마한테 갈까 망설이며 (퇴근후) 집으로 향하는데 우연히 학부모를 만났다. 아들녀석 ㅎ이 ㅇ이라는 친구한테 괴롭힘을 당하고 있노라고, 가슴이 너무 떨려서 금식기도만 올리고 있노라고 내 손을 꼭잡고 하소연을 한다.  

그 엄마와 헤어져 고개를 푹 숙이고 가던 길을 계속 걸어가는데 마침 ㅇ녀석의 집이 근처였다는 게 떠올랐다. 그간 전화로 여러 차례 상담을 했었지만 아무래도 얼굴을 마주보고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지도 않던 '가정방문'을 하게 되었다. '가정방문'은 사라진 옛 단어가 아니었으니...녀석 ㅇ는 문제가 많은 녀석이라 그 아버지나 나나 생각은 비슷했다. 오늘 이야기도 그간 전화 대화를 통해 이미 나누었던 내용이다. 결론이 나지 않는 얘기였다. 그 아버지가 걱정하는 건, 녀석에게는 죄책감이라는 게 없어서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를 생각해보면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라고 했다. 내 의견은, 녀석에겐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 

다시 집을 향해 터벌터벌 걷고있는데 ㅇ녀석이 문자를 했다. "선생님 왜 우리집에 오셔서 잇는말 없는말 다하세요 제가 안할일도 하게 되잖아요" 이 문자를 그대로 좀전에 만나고 온 녀석의 아버지한테 문자 전달을 했다. 

문득 20여년 전, 순위고사 면접에서 면접관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선생은 모름지기 '선공후사' 를 실천해야한다고. 오늘은 모처럼 선공후사를 실천하며 요양원에 계신 엄마 병문안을 뒤로 미루었는데...씁쓸한 날이었다. 

* 요즘 학교체육대회에선 학급마다 반티를 맞춰 입는 게 유행이다. 우리반도 여학생들의 성화로 8,500원짜리 반티를 구입하게되었는데, 한 남학생이 끝까지 사지 않겠다고 버텨서 모두를 힘들게 했다.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절대로 살 수 없다는 녀석의 그 뻔뻔함과 무례함, 안하무인을 참아가며 설득, 또 설득, 또 설득을 했다. 선생이란, 열번 스무번 사람을 가르치는 일임을, 그 고됨을 새삼 확인하는 작은 사건이었다. 그래도 이번엔 학부모에게 전화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으니 다행!................................(덧붙임) 다행은 무슨 다행. '한 남학생'이 아니라 세 녀석이었고 급기야 그저께 오전 6시부터 차례차례 집으로 전화를 걸고야 말았다. 할아버지가 받고, 아빠가 받고, 엄마를 바꾸고...에고...그 중 한 녀석은 끝까지 안 가지고 왔다고 잡아떼기에 보자마자 다시 집으로 되돌려 보냈다. 수업료 못내 집으로 돌아가던 가난한 시절도 아니고.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던 녀석이 5분 만에 돌아왔다. 주머니 속에 있는 걸 잊었었다나 뭐라나. 믿어야할지 말아야할지.(2011.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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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11-10-14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뭐라 구박하면 당장 <아니 이 아줌마가 왜 이러셔>하면서 농담하듯 이야기 하는 중1짜리 아들이 있어요. 가끔 농담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섬뜩섬뜩했는데, 매일 학교에서 겪고 계실려면 남의 아이들이라도 힘드시겠어요.

nama 2011-10-14 23:13   좋아요 0 | URL
섬뜩섬뜩하다는 말, 사실입니다. 주책이랄까봐, 겉으로는 강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눈물도 많이 흘리지요. 사람 다루는 일이 참 힘듭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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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 - 김병만 달인정신
김병만 지음 / 실크로드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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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이면 감천! 이 책을 읽는 내내 떠오른 말이었다.  

김병만은 감동 그 자체다. 그의 글을 읽는 내내 그가 눈물을 흘리면 눈물이 흘렀고, 퉁퉁 불어터진 라면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면 나 역시 허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무슨 고생을 그리 많이 했는지. 고생 역시 달인급이다.

무엇보다도 158.7cm 의 키로 세상을 헤쳐나가는 과정이 눈물겹고 감동적이다. 우리 형제들도 키가 매우 작다. 두 오빠의 키가 김병만과 비슷하고 나 역시 학창시절에 앞번호를 도맡아 차지했으니 키 때문에 겪어야 하는 부당함을 어린 시절부터 뼈저리게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어린시절 오죽하면 큰오빠가 이런 말을 다했을까. 

"우리가 키는 작지만 그래도 장애인들보다는 낫다. 장애인으로 태어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하자." 

키로 인한 부당한 대우를 이렇게 속으로 삭여가면서 살았던 우리 형제들을 떠올리면 김병만이라는 사람의 그릇의 크기가 쉽게 다가온다. '단점을 탓하기보다 단점 때문에 더 노력한다'는 말은, 말이 그렇지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가 하는 얘기는 아주 단순하다. '가진 건 꿈밖에 없었습니다.'/'될 때까지 했습니다.'/'쉬지 않고 했습니다.'/'기어서라도 가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말 그대로를 몸으로 보여주었다. 그 결과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달인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겠고.

'달인의 경지'에 대해선 꿈조차 꾼 적이 없어서 그를 감히 흉내내거나 할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그의 이야기를 통해서 적잖은 자극과 용기를 얻게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책을 읽은 보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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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오전 7시 30분에 집을 나서서 휴게소에서 아침 먹고 꽉꽉 밀리는 경부고속도로를 겨우 통과하여 청주에 도착하니 11시가 훨씬 넘었다. 누가 가라고 시킨 일도 아니니 불평불만을 품으면 안되는 일. 

옛연초제조창을 살려서 전시공간으로 꾸며 놓은 것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건물이 크고 깊어서 작품이 다소 왜소해보이긴 하지만 그것도 생각하기 나름이고 보기 나름이다. 

하지만, 그러나, 작품만 있고 그 작품 옆에 당연 있어야 할 작가이름이나 작품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있는 거라곤 수인번호 같은 번호와 한쪽 벽에 고고하게 붙어있는 QR 코드뿐.  스마트폰으로 작품 설명을 보라는 얘긴가 본데, 7년째 사용하고 있는 내 휴대폰으로는 도저히 감당 못할 일이다.

첨단으로 가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벅차다는 생각이 들다가 불끈 짜증이 나는 건 내 못난 탓?  

관람객중에는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나 어린이들도 많고 나처럼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들도 많은데, 이렇게 무시당하며 관람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한쪽 구석에는 작품 도록이 긴 끈에 묶인채 대롱대롱 달려있긴하지만 일일이 책을 뒤적거려 볼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연신 사람들로 복작거리는 공간에서 말이다. 

무릇 공예라 함은 '손'으로 만든 작품을 일컫는 말일텐데 내 몸의 한계를 벗어난 이 첨단과의 괴리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지... 이번 행사의 슬로건인 '유용지물'이란 단어를 내내 되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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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이 페이퍼를 쓰려면 알라딘에 나와 있는 '새로운 책' 코너 만으로는 부족하다. 구독하는 신문 한 종류에 오마이 뉴스(http://www.ohmynews.com)를 약간 참고하여 쓰지만 늘 새로운 정보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여기저기 뒤지고 다니기에는 내 일상의 삶이 발목을 잡는다. 회를 거듭할수록 이 페이퍼를 작성하는 게 숙제처럼 여겨진다. 알라딘에서 분류해놓은 에세이 부분의 신간을 훑다보면 에세이라는 분야가 포괄하는 폭이 어디까지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새삼 에세이가 어려워진다고 할까. 그건 그렇고, 새 책은 새로나온 그 무엇보다도 반갑다.  

 

제목에서 오랫동안 숙성된 된장을 떠올린다. 예전부터 귀에 익은 작가지만 사실 이 분의 책은 읽어본 게 별로 없다. 그러나 귀에 익은 오래된 작가이기에 그의 글에서 어떤 오래 묵은 빛깔이나 향기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외국인이 쓴 한국체류기. 우리를 바라보는 이방인의 생각이 퍽 궁금하다. 우리는 우리끼리 잘났다고 하지만 그건 우리만의 생각일 때가 더 많다. 우리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궁금하다. 

 

 

 

 

 

'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지구촌의 눈물과 희망 메시지 "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이다. 예리한 기자의 눈으로 보는 지구촌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고 싶다. 내면보다 외부로 멀리 던져진 시각으로 이 세상을 읽고싶다. 

 

 

 

 

지리산을 누비고 사는 시인 이원규의 산문집이다. 그의 오토바이에 편승한 기분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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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말레이시아
조경화 글, 마커스 페들 글 사진 / 꿈의열쇠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책은 책인데 너무 쉽게 쓰여진 듯, 마치 애벌 스케치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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